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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5-04-13 17:18
ㆍIP: 115.xxx.86
베팅 (43회)

 “아, 글쎄 발매기에 돈을 넣고 구매권을 뽑으려고 하는데 뒤에서 ‘아저씨 바닥에 마권
 
떨어졌어요. 빨리 주우세요.’하잖아. 그래서 무의적으로 내 주머니에서 떨어졌나 싶어 
 
몸을 숙여 바닥에 떨어진 마권을 줍고 확인해 보니 전 경주 마권인 거야. 그래서 버리고
 
발매기에서 나온 내 마권을 빼려고 보니 사라지고 없는거야. 황당해서 뒤를 돌아보았는
 
데 아무도 없는 거야. 이거 도대체 어떻게 된건지 원. 도깨비한테 홀린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젊은이, 당신 당한거야. 그거 일부러 미적중 마권을 바닥에 흘리고 떨어진 마권을 주
 
우러 몸을 숙이는 순간 발매기 속 자네 마권을 훔쳐간 거야. 나도 그런 적 있어. 여기
 
는 정글이니 정신 바로 챙겨야 된다네. 그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무수운기라.”

 좀 전의 그 노인이 혀를 차며 말했다.

 “정말 뒤통수에도 눈이 달려 있어야 된다니까요.”

 “임마, 그러면 우리 모두 도깨비가 되는 거야.”

 민기 말에 선우가 맞장구를 치자 주변 사람들이 킥킥대며 웃었다.

 경주가 시작되고 인기 1위 마 4번이 댕을 받고 선행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 뒤에 11번
 
이 다음으로 6번 마가 3코너를 선회할 때까지 후착 말들과는 8마신 이상 큰 차이가 났
 
다. 직선주로에서 4번은 바깥쪽으로 나가며 거리를 더욱 벌려 나가기 시작했다. 11번 마
 
가 조금씩 힘에 부쳐 밀리고 어느새 6번 마가 11번을 넘어서 2위가 되었다.
 
 준식이 광분하여 6번을 목통이 터져라 응원하였다. 그런데 죽어가던 11번이 다시 힘을
 
내며 6번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이때 후미에 있던 13번이 빠른 속도로 오고 있었다. 

  결승점 70여m 지점에서 4번은 거의 결승점에 도착 직전이고 6번과 11번의 2위 싸움
 
전개로 6번이 머리정도 앞선 상태다.

 “다 왔어. 버터.”

 “잡아. 따야 돼.”

 준식과 민기의 고함 속에서 선우도 6번 마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침을 꿀꺽 삼켰다. 이
 
때 바깥쪽에 있던 6번이 11번을 살짝 옆으로 건드리며 3마리가 결승선을 통과하였다. 1
 
착 4번 마, 2착 6번, 3착 11번, 4착 13번 순이었다. 준식이 마권을 흔들며 선우를 꽉 껴
 
안으며 기뻐했다. 민기는 침통한 표정으로 아쉬움을 한숨으로 대신하고 있었다. 

 그때 방송이 흘러 나왔다.

 “이번경주는 심의경주입니다. 고객 여러분께서는 심의가 확정 되기전까지 구매권을 버
 
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오랜 시간 심의가 이어지고 사람들이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심의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6번 마는 2위로 도착하였으나 결승선 30m 지점
 
에서... 그러므로 2착은 11번 마가 되겠습니다.”

  “뭐야, 낙마도 안했는데 왜 강착이야?”

 준식이 입으로 육두문자를 날리며 진상을 떨었다. 곧이어 심의 장면이 공개되었다. 그
 
랬다. 11번기수가 낙마는 하지 않았으나 6번 말과 부딪혔을 때 11번이 안쪽 펜스에 부
 
딪치며 엄청 놀라는 장면이 화면에 적나라하게 나왔다. 결론은 6번이 11번 말의 진로를
 
방해한 것으로 판명되어 실격 처리되었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추입력을 보여준 13번 말
 
은 결승선 통과 후 두 다리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고 말았다.
 
 준식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이번에는 4-11로 6.5배를 적중한 민기가 호들갑을 떨
 
었다.

 “아, 스팀 팍팍 오르네. 간만에 배당 있는 거 한번 맞추는가 했는데 웬 심의경주란 말이
 
야. 아윽~ 전 경주에 날 맛을 보내더니 이번 경주에 아예 카운터펀치를 날리는구나.”

 준식이 거품 물고 쓰러져가는 소리를 내며 마권을 신경질적으로 찢어 허공에 뿌렸다.
 
그런 그의 어깨를 툭툭치며 선우가 위로하듯 말했다.
 
 “아냐, 맞힌 거나 다름없어. 공부한 보람 있네.”

 방송에서 막간을 이용하여 깜짝 이벤트를 한다는 멘트가 흘러 나왔다. 곳곳에서 중앙
 
관람대 앞 잔디밭으로 남자들이 우르르 모이더니 재기차기 시합을 했다. 그리고는 우승
 
한 사람에게 간식거리 교환권을 주었다. 

 “잡아! 잡아! 좀만 더. 아~ 미치겠당. 그걸 못 잡냐?”

 “거봐! 내가 이번 경주엔 성국이 오빠 꼭 넣어줘야 한댔지?

 젊은 남자의 목소리에 이어 앳된 여자의 푸념어린 음성이 뒷좌석에서 들려왔다. 선우가
 
슬쩍 돌아보니 애인 사이로 보이는 20대 초반 정도의 커플이었다. 조금 전만 해도 노인
 
분의 자리였는데 어느새 바뀌어 있었다.
 
 “암튼 말을 안 들어요. 안 들어!”

 “야! 1년에 몇번 들어오지도 않는 기수를 내가 어케 믿냐? 글구 니가 뭘 안다고. 들어온
 
다음에 누가 그런 말 못하냐?”

 옥신각신 서로 잘 낫다고 싸우는 청춘남녀의 모습에 선우는 슬며시 웃음이 났다. 새로
 
운 배당판이 열리자 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정보지를 펼쳐 다정하게 마번을 고르고
 
있었다.
이름아이콘 박정근
2015-04-18 11:47
회원사진 		이인철 작가님
서재에서 처음으로 인사 올립니다
좋은 글 감사히 배독하고 갑니다.
늘 평안하시고 행복한 봄날 되시길 기원드립니다~~^^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5-04-18 13:56
회원사진 		《Re》박정근 님 ,
박정근 작가님!
부족한 서재에 방문하시어 졸작을
감상해 주심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박 작가님께서도 늘 평안하시고
좋은 작품 다산하시기를 바랍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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