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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5-02-15 17:25
ㆍIP: 115.xxx.86
베팅 (32회)
 
 세두와 어깨 둘이 보육원 마당에 들어섰다. 마당에는 몇 무리의 문상객이 담소하고 있
 
다. 거실에 차린 영정 앞에 상복을 입은 지친 모습의 혜원이 보였다. 곁에서 혜성과 원생
 
들이 훌쩍거리고 있었다.
 
 세두가 그녀에게 다가가 협박조로 겁을 주었다.

 “원장이 죽은 건 안타깝지만 약속날짜는 지켜야 되는 거 알지. 아버지 죽음으로 행여
 
엉뚱한 생각을 할지 몰라 미리 알려주는 거야. 약속한 날까지 돈을 준비해 놓던지 집문
 
서를 안주면 당신과 애들 모두 강제로 쫒아낼 거야. 그리 알아.”
 
 “당신들 빚 독촉으로 우리 아버지가 죽었는데 여기까지 와서 그것이 할 말이야. 당신들
 
은 인간도 아니야!”

 “아저씨, 나빠. 울 아빠 살려내. 살려내란 말이야.”

 그녀가 세두에게 달려들어 울부짖고 혜성도 그의 가슴을 쳤다.

 문상객들의 시선이 그들에게로 향하고 거실은 한순간 비극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세
 
두가 그녀와 혜성을 밀어젖히자 두 사람이 뒤로 넘어지며 엉덩방아를 쪘다.

 반쯤 열린 대문 밖에서 이 광경을 목격한 선우는 분개하는 자신 때문에 원장이 죽은 것
 
같은 죄책감에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했다.
 
 그는 세두가 어깨들과 함께 나오는 것을 보자 얼른 벽 뒤로 숨었다. 차를 타고 보육원을
 
떠나는 세두를 보는 그의 눈에 핏기가 솟구쳤다. 어느새 준식과 민기가 도착하여 그의
 
곁에 서 있었다. 영정 앞에서 절규하는 그녀와 곁에서 울고 있는 혜성을 대문 사이로 보
 
는 선우의 눈에 굵은 눈물이 흘러 내렸다.
 

 
 공원묘지. 맨 앞서 혜성이 영정사진을 들고 걸어간다. 뒤로 관이 따르고 혜원과 원생들
 
과 문상객이 그 뒤를 이었다. 신체장애우들의 힘든 걸음걸이와 그들의 울부짖음에 모인
 
사람들의 눈시울이 젖어들었다. 
 
 묘지 구덩이 앞에서 목사의 사회로 입관예배가 진행되었다. 예배가 끝나고 관을 매장하
 
려고 하자 혜원이 관을 붙잡고 오열했다. 혜성과 주위에 둘러싼 원생들의 울음소리가 산
 
등성을 넘어 애달픈 메아리로 퍼졌다.
 
 멀찍이 떨어진 동산에서 선우와 두 사람이 이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선우는 눈물
 
을 참으려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넘 슬프다. 민기야, 제수 씨가 우리를 엄청 원망하겠지.”

 “당연하지. 특히 선우 형이 원장님 멱살을 잡고 폭행하는 모습을 직접 봤으니….”

민기의 대꾸에 그 장면을 다시 떠올린 그의 얼굴에 경련이 일었다. 그의 눈치를 살피며
 
민기가 준식에게 말했다.

 “그 애기 들어봤어. 요즘 조 실장이 사채사무실을 구한다고 알아보고 다닌대.”

 “무슨 말이야? 그리고 사무실만 있으면 사채 하냐. 그러면 나도 백번은 오픈 했겠다. 전
 
주가 있어야지. 전주가.”

 “며칠 전에 세두와 민 여사가 카페서 함께 나오기에 이상해서, 세두 밑에 있는 뺀질이
 
가 나와 친하잖아. 술 사주면서 슬쩍 물어보니까 나만 알고 절대 소문내지 말라며 애기
 
하더라고. 전주가 바로 민 여사래.”
 
“민 여사가 선우한테 안 되니까 이제 조 실장하고 붙었구먼그려!”

 코웃음 치던 준식이 쯔쯔 혀를 찼다. 두 사람의 대화에 뭔가 곰곰이 생각하던 선우가 주
 
먹에 힘을 주었다. 손등에 퍼런 핏줄이 돋았다. 그러나 곧 자신이 아무런 힘이 없음을 깨
 
닫자 긴 한숨과 동시에 스르르 주먹이 풀렸다. 그의 눈에 장마라도 온 듯 끝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혜원이 아버지 책상에 슬픈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에는 원장이 평소 읽던 손때
 
묻은 성경책이 놓여 있었다. 그녀가 성경책 사이에 있는 몇 장의 편지지를 꺼냈다. 원장
 
의 유서다. 

 ‘사랑하는 나의 딸 혜원아, 어린 혜성이와 많은 동생들을 너에게 맡기고 먼저 떠나는 못
 
난 아빠를 용서 해다오. 아무리 고민을 해도 너희들을 보호하는 방법이 이 길밖에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빚진 당사자인 나만 없으면 사채업자들이 더 이상 우리 식구들
 
을 괴롭히지 않을 테고 이 보육원도 지킬 수 있을 거야. 그래서 이것 외는 선택의 여지
 
가 없었단다. 너에게 너무나 많은 짐을 떠맡기고 하늘나라에서 너의 엄마를 어떻게 볼지
 
걱정이 되는구나. 앞으로 우리 혜원이가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아빠와 엄마가 하나님께
 
너를 지켜달라고 눈물로 기도하마….
 
 오열하느라 그녀는 더 이상 편지를 읽지 못하였다. 어느새 혜성이 들어와 그녀의 품에
 
안겼다.
 
 “누나, 아빠는 좋겠다. 이제 보고 싶은 엄마와 하늘나라에 항상 같이 있으니까. 그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의 볼에 눈물이 타고 흘렀다. 혜성이 손등으로 그녀의 눈
 
물을 닦아주며 자신 있게 말했다. 

 “누나 울지 마. 혜성이가 있잖아. 난 아빠처럼 남자잖아!”
이름아이콘 정찬열
2015-02-18 19:37
회원사진 		인정도 사정도 모두 볼모로 잡는
사채 놀이의 일면을 봄니다.
계속이어지는 다음호를 기다리며
이인철 작가님의 을미년 대명절을 맞이 하여
기쁨과 행운이 충만 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5-02-22 12:16
회원사진 		《Re》정찬열 님 ,
정작가 님!
작가님께서도 새해 소망하시는 계획들이
모두 소원성취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늘 고마움을 느끼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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