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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5-02-06 12:23
ㆍIP: 115.xxx.86
베팅 (31회)
 
 갑자기 그녀가 가방에서 5만 원권 일곱 다발을 꺼냈다. 은행과 친구들에게 빌린 3천5
 
백만 원이다.

 “이 피도 눈물도 없는 것들아. 너희가 좋아하는 그 돈이다.”

 울부짖으며 선우 얼굴을 향해 그녀가 돈다발을 던졌다. 돈이 그의 얼굴을 맞고 튕겨지
 
며 다발이 풀어져 허공에 날았다.
 
 어느새 아이들이 달려와 그녀를 감싸고 울었다. 원장은 흐르는 피를 막으며 쓰러진 채
 
신음하고 있었다.

 멍한 상태에서 일그러진 표정으로 바뀐 선우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괴성을 지르며 뛰
 
쳐나갔다.
 
 그날 저녁 포장마차에서 선우와 준식, 민기는 술을 마셨다. 침울한 분위기에서 말
 
없이 술만 마시는 선우에게 준식이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제 너와 혜원 씨는 어떻게 되는 거야?”

 “내가 사는 이유가 사라진 거지.”

 “그런데 하필이면 그 보육원이 혜원 씨네 집이야. 그나저나 앞으로 어떻게 제수씨 얼굴
 
을 보나.”

 “그러게. 우연치곤 선우 형에게 너무 악연이네.”

 준식의 말에 민기가 덧붙였다. 민기의 우연이란 말에 순간 눈을 치켜 떤 선우가 그의 얼
 
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냥 한 말예요.”

 영문도 모른 채 민기가 무안해했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술을 마시는 선우의 눈빛
 
이 처량함과 안타까움으로 뒤섞였다.
 

 금문성 방으로 어두운 표정의 선우가 들어와 그 앞에 섰다.

 “어제 고생했다.”

 “보육원 건은 이자로 3천5백 받아서 열흘 더 연기해 주기로 했다.”

 금문성에 이어 세두가 마치 선심 쓰듯 말하고는 탁자 위에 있는 계산기를 두들겼다.

 “우리 방식으로 계산하면 이자가 5천6백인데 그나마 너 생각해서 사장님이 많이 봐 주
 
신거야. 원장을 조이면 딸에게 더 나올 것 같은데요.”

 아양 떠는 그를 노려보며 선우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일부러 저에게 보육원 일을 맡기신 겁니까?”

 “무슨 말이야?”

 “그 보육원이 제 여자 친구 집이란 걸아시면서 저에게 시킨 겁니까?”

 “아니야, 난 정말 몰랐어. 조 실장에게 물어봐?”

 그가 급하게 손사래를 쳤다.

 “조 실장님은 아셨습니까?”

 “내가 어떻게 알아. 우연히 그렇게 된 거지. 만약 알았다면 사장님이 너를 시켜겠어. 내
 
가 하거나 다른 사람이 했겠지. 안 그래요? 사장님?”

 선우의 눈빛을 피하며 세두가 반색했다.

 “알겠습니다.”

선우가 차갑게 방을 나갔다.

 “선우는 저래서 안 된다니까요. 도대체 자식이 공과 사를 구별할 줄 몰라요.”

 “우연치곤 더럽군. 지금부터 보육원 건은 조 실장이 처리해.”

 “알겠습니다. 저만 믿으세요.”

 금문성 모르게 그의 입가에 야수의 미소가 번졌다.


 혜원의 퇴근시간에 맞춰 선우가 서울병원 입구에 있었다. 저 멀리서 나오는 그녀를 보
 
고도 차마 다가가지 못하고 앞에 올 때까지 기다리는 선우다.
 
 “빚 받으러 왔어?”

 그녀가 까칠한 말투로 돌직구를 던졌다.

  “어디 가서 말 좀 해. 나에게 이야기 할 시간이라도 줄 수 없을까?”

 “난 사채해결사의 변명을 들어줄 정도로 한가한 사람이 아냐. 사채 이자라도 갚으려면
 
빨리 가서 야간 알바라도 뛰어야 돼.”

 “제발 내 말 좀 들어줘. 난 정말 몰랐어.”

 “그게 뭐가 중요해. 내가 안다고 우리 빚이 없어지나. 그건 아니잖아.”

 이번에는 서늘하다 못해 얼음송곳이 날아왔다.

 “그, 그건….”

 마침 지나가는 택시를 잡은 혜원이 타고 달아나자 그가 절망하는 눈으로 차를 바라보았
 
다.

 사무실에서 민기는 컴퓨터 게임에 빠져있고 선우는 소파에 등을 기대어 괴로운 표정으
 
로 눈을 감고 있었다.

 이때 준식이 문을 급하게 열고 헐레벌떡 들어왔다.

 “혜원 씨 아버지가 죽었대!”

 “뭐라고! 다시 말해봐. 누가 죽었다고.”

 “방금 금 사장 사무실에서 일하는 김 대리를 길에서 만났는데 어젯밤에 보육원 원장이
 
란 사람이 죽었다는 거야. 그래서 지금 금 사장이 빚 해결하라고 조 실장을 그쪽으로 보
 
냈대.”

 “어떻게 돌아가셨대?”

 서둘러 민기가 물었다.

 “아마 어제 자살했다고 하나봐.”

 “자살이라고! 나 보육원에 갔다 올게.”

 급히 나가는 선우 뒤를 두 사람이 따랐다.
 
이름아이콘 백낙은
2015-02-11 20:23
회원사진 		이인철 작가님.
꾸준하게 베팅을 저술해 나가시는 모습 보기가 참 좋습니다.
계속하여 멋진 걸작 만드시기를 기원합니다. 평안하소서.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5-02-15 16:56
회원사진 		《Re》백낙은 님 ,
백낙은 작가님의 귀한 발자취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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