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5-12-29 11:40

ㆍIP: 118.xxx.100

日曜閑談(橫說竪說)

日曜閑談(만든것은 언젠가 버려진다) 소운/박목철

나이가 들면 눈도 어두워지고 손이 둔해져 웬만한 일상도 불편한 경우가 많다.
요즘은 우리가 먹는 식품도 거의가 공장에서 생산된 것을 사다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품들은 여러 단계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오르게 되다 보니 내용물을 보존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포장이 아주 야무지게 마련이다.
이런 먹거리를 뜯으려면 이리저리 한참을 드려다 봐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뜯으려 해도
쉽게 뜯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식들 뭘 이리 단단하게 포장을 한 거야?- 짜증을 내면
항상 돌아오는 주변의 반응은 핀잔이게 마련이다. -나이 들면 사람이 유순하고 느긋해지셔야지,-
맞는 말이긴 하지만, 생산자가 상품의 파손과 보존에만 신경을 쓰지, 쉽게 뜯는 것엔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불만은 지울 수가 없다.

아주 간단한 곳에서도 선진국과 소위 신흥국이라는 우리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걸 항상 느낀다.
치킨을 시키면 주는 무 절임은 그냥 뜯으려다가는 옷 버리기에 십상이다.
이런 것은 영세한 업자니까 그렇다 치고, 아주 사소한 것에서도 쓰는 쪽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는
무신경함이 많이 발견되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식당의 휴지통을 한번 유심히 보시라
너무 꽉 눌러 채워 처음 쓰려는 사람은 종이가 뽑히지 않는다.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채우는 사람이 한 번에 많이 채워서 귀찮은 일감을 줄이자는 마음이 엿보여 씁쓸하다.
선진국의 물건을 보면,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만든 성의가 곳곳에 배어있는 걸 보게 된다.
카랴멜 만한 치즈도 뜯기 좋게 빨간 띠 줄이 붙어있고, 당기면 깨끗이 먹기 좋게 알맹이가 기분 좋게
쏙 나온다.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모르지만, 우리나라는 택배 천국이 아닌가 싶게 택배가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택배를 받으면 신경 쓰이는 게 있다. 포장이야 어차피 칼이나 가위가 없으면 뜯기가 어렵다는 생각이니
그렇다 치고, 붙어있는 주소가 영 신경 쓰이게 마련이다.
버려지더라도 아무게 번지의 누구라는 이름과 전화번호가 같이 붙어 있으니 요즘 같은 세상에
자신의 정보를 이렇게 내 돌려도 되나 싶어서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이걸 손톱으로 뜯어내려면 이 작업이 영 만만한 게 아니다. 전체가 눌어붙어 있어 긁어내다시피 해야
정보를 지울 수 있다. 이름과 동 호수, 전화번호 뒷자리, 이 정도는 지워야 마음이 놓이니,

다니던 회사에서는 해마다 달력도 보내오고 수첩과 책자도 보내온다.
받는 이의 주소는 스티커로 붙여 놨는데, 봉투를 버리려고 주소를 뜯으니 아주 쉽게 떨어졌다.
처음부터 뜯어내는 것을 고려해 뜯어내는 구조로 별도로 제작한 것이었다. 작은 배려지만 참 고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도 차분히 버릴 때도 생각하는 문화적 사고를 길러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보았다.
아주 오래전에 작은아버지와 옥상에 시설물을 같이 만든 적이 있다. 못을 박으시며 못대가리를 조금씩
남겨 놓으시길래 여쭤보았다. 왜 못을 끝까지 박지 않느냐고, -다시 뺄 때도 생각해야지,-
그 말씀은 바로 적중했다. 일이 끝나기도 전에 부분적으로 다시 뜯어야 할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며 그때의 경험을 자주 떠올리게 되었다.
다시는 고칠 일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 튼튼하게 만든다고 한 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튼튼한 것이 잘못
되었다는 경험을 되풀이하면서도 늘 시행착오를 겪으니 말이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니 글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만나게 된다.
글도 물건이나 다를 바가 없다. 작자의 손에서 써진 글이 일단 발표되면 이것도 하나의 물건과 같다고
생각된다. 어떤 편견이나 순간적인 기분에 고착되어 글을 쓴다면, 쉽게 회수하여 고치거나 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어렵게 꼬아서 쓴 글은 복잡하게 과 포장된 물건과 같지 않을까?
쉽게 뜯어서 내용물을 즐기고, 편하게 버릴 수 있어야 하듯, 글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되고 음식물 자체는 세상에서 없어지지만, 그 자양분은 몸 안에 남아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듯, 쉽고 편하게 읽고 책은 버려도 좋은 내용은 정신적 자양분이 되어 정신을 살찌우는 글,
이런 글을 써야 할 터인데,

* 책을 지인에게 주며 사인을 할 때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어차피 언젠가는 버려질 터인데, 이름이 있다는 게 불편하겠구나, 하는 생각,
성경이나 불경이나 사전이 아닌 책은 어차피 버려지게 마련이다. 쉽게 읽히고 버려진다 해도
단 한 줄의 글귀라도 읽는 이의 머리에 남아 기억되었으면,
읽는 이의 머리에 남아 좋은 자양분이 된다면 좋겠다. (이런 글을 橫說竪說이라 합니다)

백낙은 2015-12-29 19:42	소운 작가님. 년말 행사장에서 잠깐 인사만 했습니다만 아쉬웠습니다. 작가님은 이런 글을 橫說竪說이라 한다고 하셨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글이랍니다. 특히 택배를 받은 후 저는 좀 신경을 썻습니다만 다른 사람은 어떻게 처리할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외에도 너무나 많은 자료가 이곳 저곳에서 유출이 되어 이상한 곳에서 전화를 자주 받곤 한답니다. 그래서 문화적 사고를 길러야 할 때가 되었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리고 "다시 뺄 때도 생각해야지"라는 말씀 저도 새겨 듣겠습니다. 책을 지인에게 주며 사인을 하는 것도 고려해 보아야 할 것 같네요. 지나온 세월 다시 돌아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일거수 일투족 조심하며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집니다. 감사합니다. 은안하소서.

김경렬 2015-12-30 09:33	못 대가리의 지혜! 모두가 한치앞도 못보는, 급하고 이기적인 시대에, 따뜻한 교훈이 됩니다. 택배나 우편물은 저도 찟고 지우고 매직으로 까맣게 씌우기도 합니다. 시인님의 횡설수설은 뜻이 서린 진언 진담 인걸요. 올 한해 보살펴 주신 사랑에 감사드리며, 새해는 시인님께 특별한 병신년이 되시기 기도합니다.

정찬열 2015-12-31 21:21	소운작가님 日曜閑談(만든것은 언젠가 버려진다) 우리주위에 나무나도 일상화되어 배려는 뒷전인 현실이 안타까운 일입니다. 글에서도 "횡설수설" 작가님의 좋은 지적을 뜻깊게 배람하며 많은것을 느끼며 감사히 보고 갑니다. 몇시;간 후면 한해가 바뀜니다. 병신년 새해에는 사랑과 행복 행운이 충만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박목철 2016-01-03 13:49	《Re》백낙은 님 , 만나뵈어서 소운도 반가웠습니다. 늘 마음은 아닌데, 막상 행사장에서는 많은 분들과 만나다 보니 그져 스치듯 지나가게 되어서 지나고 나면 서운 합니다. 하지만 마음은 늘 작가님에 대한 감사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올 한해도 변함없는 배려 부탁 드립니다. 한해 평안 사시길 바라고요,

박목철 2016-01-03 13:51	《Re》김경렬 님 , 열심히 하시더니 좋은 상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올해는 더욱 분발하셔서 우뚝서시는 모습 기대합니다. 우선 건강하셔야 겠지요, 늘 행복하시도록 기원도 드립니다.

박목철 2016-01-03 13:52	《Re》정찬열 님 , 뵐때마다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합니다. 올 한해도 좋은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늘 감사하단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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