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폭탄에 피격된 유일한 국가가 일본이고 히로시마에는 이를 추모하는 공원이 있다.
일본이 촉발한 전쟁에서 이미 전세가 기울었지만, 일본은 항복권고를 무시하고 결사항전의 결의를 다졌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두 곳에 원자폭탄을 한방씩 맞고서야 일본은 무조건 항복으로 손을 들었다.
히로시마 시는 히로시마(廣島) 만 오타(大田)강 삼각주에 있는 인구 117만 정도의 도시이다.
미야지마에서 히로시마로 바로 가는 쾌속 여객선이 있다기에 예약을 해 두어 다시 육지로 나갈 필요 없이 승선했다.
배에서 내리면 도심까지 차를 타야 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배는 운하를 따라 도심으로 깊숙이 들어와
공원 근방에서 내릴 수 있었다. 일본은 어느 도시를 가나 도심을 가로지르는 운하가 있어 늘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장마철에 한 번에 비가 내리는 까닭에 평상시에는 건천일 수밖에 없어 운하가 없다)
배에서 내리니 운하 주변에는 아담한 상점들이 눈길을 끈다.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함이 한번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게들은 깔끔하다.
비가 제법 많이 내렸다. 배낭까지 졌으니 우산을 펴고 걷기가 불편했고 걷는 일이 많아 피곤했다.
점심은 히로시마식 빈대떡(오코노미야키)으로 하기로 계획되었으나 찾아간 가게는 유명세를 탄 탓인지
길게 줄지어 순번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비 오는 길까지 늘어서 있었다.
한참을 기다리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제안했다. "아무거나 먹자, 점심 한 끼인데,"
무거운 배낭을 메고 힘겹게 서 있다 보니 먹는것 보다는 어디 앉고 싶다는 심정이 간절했을 터,
두말없이 따라 나선다. 제법 손님이 복작대는 라면집에 자리 잡았다.
무거운 짐도 벗고, 그림 메뉴를 보고시킨 라면도 제법 그럴싸하니 모두 기분이 좋아졌다.
더구나 시킨 라면의 뜨끈한 국물은 아주 담백하고 시원했다. " 맛 있네," 역시 여행은 음식이 좋아야 한다.
배도 채웠으니 원폭 기념관을 보기로 하고 찾아 나섰다.
표지판은 있는데, 한참을 헤매다 결국은 서툰 일본어를 동원해서 길을 물어야 했다.
전시물이 이곳저곳에 산재해 있어 어디를 봐야 할지가 애매했고 비까지 내렸기 때문이다.
기념관에는 전쟁의 참상이 사진과 실물을 통해 잘 드러나 있었다. 원폭에 피폭된 민간인들의 비참한 모습은
보기에도 끔찍했다. 히로시마는 일본군 2군 사령부가 있던 곳이고 병참기지가 있던 곳이라 일찍이 원폭 투하장소로
선정되어 있던 곳이다. 20kt(TNT 2만 톤에 해당) 우라늄 탄 한방에 십삼 만 오천 명(피폭 4개월 기준) 이상의 주민이 사망했다니, 전시관에서 당시의 참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장기 피폭 사망 20만 추산)
아쉬운 것은 전시관이 제구실을 못 한다는 점이다.
일본이 원폭에 희생된 피해자로 인식되기에 좋은 전시구성이었기 때문이다.
후손들에게 자신들이 전쟁을 일으켰고, 전쟁에 이미 패했지만, 항복 권유를 무시하고 일억 일본인 전원 옥쇄라는
결사항전으로 내몰았기 때문에 더 큰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원폭이 투하될 수밖에 없었다는 자성이
있어야 역사적 진실을 접하지 않을까? (원폭이 투하되지 않았다면, 죽창을 든 일본인 수천만 명이 "천황폐하
만세" 를 외치며 돌진했을 것이고 희생되었을 것이다. -사이판이나, 가미카제 특공대의 예로 보아-)
숙소를 찾기 전에 히로시마 성을 둘러보기로 했다.
물론 원폭이 떨어진 히로시마 성이 온전할 리가 없지만 성곽은 온전히 보존되어 있으리란 기대에서이다.
사실 이런 유적은 소운이 꼭 보고 싶어서 빼놓지 않고 보지만 다른 사람은 별로 관심이 없어 한다.
예상대로 성은 콘크리트 복원성이었다. 해자와 외성은 훌륭하지만 내성은 의외로 허술했다. 아마도 다들 괜히 왔다
후회했을 듯 하지만 소운은 성이 있는 지역에 가서 보지 않고 온 적이 없을 만큼 성에 관심이 많다.
저녁을 먹고 들어가기로 했다. 히로시마 오코노미야키가 유명하다니, 점심때 못 먹은 것을 저녁에 먹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 지도를 보였더니 대뜸 “오코노미야키,” 하더니 가게 문 앞에 내려 주었다.
가게 문은 5시가 되어야 연다고 쓰여 있어 한참을 기다리다 입장했다.
얼마나 맛있기에? 금세 가게 안은 손님으로 가득하고 밖에는 입장 못 한 손님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제대로 된 푸짐한 식사를 기대하며 침을 삼켰다.
두 가지를 시켰는데 나오는 것을 보니 양이 대단하고 먹음직스러워 감탄했다.
“야! 정말 맛있겠다,” 하지만, 한 젓가락을 먹어보니 영 우리 입맛이 아니다.
막내는 맛있다고 먹었지만 소운은 젓가락으로 시늉만 했다. -예상외로 맛없는 일본음식이 많다는 것을
일본을 자주 찾으며 깨닫게 되었다.-
큰딸이 히로시마에 유명한 제과점이 있다고 롤빵을 사다 달라고 했다고 했다.
-안데르센-이라는 상호의 제과점은 장난 아니게 커서 놀랐다. 빵 종류도 아주 다양했고 맛도 좋았다.
빵을 사 들고 오는 길에 소바집이 보였다. 시원한 판 메밀이나 한판 먹었으면, 했더니 먹으라고 등을 떠민다.
기다리게 하는 것이 미안했지만 먹고 싶은 거 참으면 오래 못 산다지 않던가,
“판 메밀 한판 찬 거로,” 호기 있게 시켰다. -아 맛있다! - 이렇게 히로시마에서의 행복한 하루가 갔다.
* 後記
히로시마, 지구 상에서 원폭에 피폭된(1945, 8, 6) 최초의 도시가 히로시마이다.
며칠 뒤에 원폭이 투하된 나가사키는 운이 없는 도시이다. 히로시마가 피폭된 후 바로 항복을 했다면,
사흘 뒤(1945, 8, 9)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은 투하되지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나가사키는 원폭 투하 목표도시가
아니었다.
고쿠라에 원폭을 투하할 계획이었으나, 당시 기상상태가 나빠(구름에 가림) 대신 나가사키가 희생된 것이다.
일본인은 히로시마에서 역사의 교훈을 배워야 한다.
왜 지구 상에서 최초의 원폭 피폭국이 되었는가를 자성해야 한다.
이웃을 침략하고, 천왕을 위해 백성들은 전부 희생돼도 상관없다는 극단주의가 원자탄을 초청했다는 역사의 진실,
히로시마는 애초부터 원폭 투하 1순위 도시였다.
일본인은 역사를 잊고 있다. 아베의 극우 애국이 또 다른 원폭을 부르는 것 아닌지 일본은 심각히 고민해야
할 것 같다. 히로시마를 둘러본 소운의 마음은 개운치가 않았다.
백낙은
2015-02-27 14:42
박목철 작가님. 원폭 투하의 참상을 보다(히로시마) 잘 읽었습니다.
아주 특별한 여행을 하셨군요.
자유롭게 다니시는 것을 보니 많이 부럽습니다.
멋진 일본여행기 계속되어 지기를 바랍니다.
더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 되시기를 바라면서
건강 유념하소서 샬롬을 빕니다.
박목철
2015-02-27 16:00
《Re》백낙은 님 ,
시인님 찾아주시고 따뜻한 댓글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역사는 반복 한다는 말이 새삼 떠오르더군요,
김경렬
2015-03-07 09:13
안녕 하세요?
편치않으신 몸으로 곰곰히 살펴주시고 들려 주시니
편히 앉아서 그림을 보는것 마냥 즐겁게 관광을 함께 한 기분입니다
감사합니다, 환절기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박목철
2015-03-16 21:40
《Re》김경렬 님 ,
게을러서 답변이 항상 늦습니다.
사실 여행은 글도 쓰고 사진도 찍자는 목적인데, 차일피일 하다보면
그냥 넘길때가 많습니다. 즐겁게 보셨다니 제가 즐겁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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