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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박목철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5-02-08 15:08
ㆍIP: 211.xxx.28
대면보고(對面報告) 유감,


사람은 세상을 살아가며 직간접적으로 누군가로부터 영향을 받게 마련이고
이는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하나의 지침으로 알게 모르게 자신을 구속하게 마련이다.
누구로부터의 영향이냐, 물어보면 다 답이 다르다. 어떤 이는 스승을 들고,
어떤 이는 자서전을 들기도 하니 말이다.

소운은 옛 직장의 상사로부터 세상 사는 이치를 많이 배웠다.
그중 하나가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때는 꼭 상대방 얼굴을 보면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뭔가 상의 할 일이 있거나 부탁할 일이 있으면 꼭 가서 하라고
지시하셨고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문명의 이기인 전화를 두고, 웬 궁상인지,-

세상을 살아가며 연륜이 쌓이다 보니 얼굴을 마주함의 뜻을 알 것 같다.
전화는 표정이 있을 수 없다. 원칙에 조금만 어긋나도 상대방은 단박에 거절하게 된다.
얼굴을 마주 대하면 상대를 이해하게 되고 마음이 열리게 마련이다.
원칙을 떠나 상대방의 내면 고충까지 살펴지는 여유가 생기면 상대방을 이해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어 원만한 타협이나 이해가 쉬워 마음의 문까지 열게 된다.

옛 선조들은 대면의 중요성을 이미 이해했고, 후대에까지 대면의 장면을 남기셨다.
나라님은 개인적 만남을 금기시했다. 소위 밀실 야합을 경계하신 것이다.
임금과 신하가 만날 때는 반드시 사관의 입회하여 모든 대화 내용을 기록하여 후세에 남겼다.
아무리 임금이라 해도 자신의 기록을 생전에 보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도 있었다
모든 기록은 임금이 죽은 뒤에 정리하여 실록으로 남겼지만, 임금이 이에 간여하는 것 또한
막았기에 임금은 사록이 무서워서도 자신의 치적에 신경 써야 했다.

중요한 것은 사관이 두 명이라는 사실이다.
한 명은 대화 내용만을 그대로 기록하고, 한 명은 동작만을 기록 하는 데서 조상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제도적 장치임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임금께서 신하에게
“김 판서 이렇게 임금을 화나게 해도 되는 거야?” 했다고 치자 이를 말로만 기록하면
후세 사람은 임금이 크게 꾸짖은 것으로 남게 되지만, 동작을 기록하는 사관이 이 말씀을 하실 때,
-웃으시면 등을 두드리셨다.- 꾸짖음이 아니라 친밀감을 표시했음을 알게 한다.
-옛 선조들은 서류가 갖는 냉정함에 표정을 불어넣어 대면하듯 생생하게 진실을 전달했다.-

대통령님의 소통부족을 온 국민이 걱정하고 있고,
신년 기자회견을 계기로 대통령에 대한 인기가 급락하고 있다고 한다.
서류보고에 대한 비판이 거센 것을 두고 대통령님은 기자회견 도중 장관들에게 물으셨다.
“대면 보고가 필요하다고 생각들 하세요?” 장관들은 당연히 꿀 먹은 벙어리들이고,
갑 중의 갑, 대한민국 최고의 갑에게 감히 “아니요,” 대통령님도 이 말을 기대하진 않으셨으리라,

사람은 마음이 있고, 마음은 표정으로 읽힌다.
얼굴을 마주할 때 서류가 표현 못 하는 인간의 교감이 이뤄지게 된다.
“아무 게 장관 어디 아프세요? 영 얼굴이 못쓰게 되셨네요,” 서류엔 보이지 않는 대면의 정이다.
사람 사는 이치가 다 그렇다. 혹 장관직에서 물러나더라도 대통령에 대한 애틋한 충정이 가슴에 가득 한데,
감히 대통령을 헐뜯는 험담을 장관 고만두었다고 늘어놓다니,

우리 모두 실천해 보자, 고향에 계신 부모님들 전화 안부로 주름이 보이시더냐?
친한 친구 메일이나 카톡,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가슴 아픈 사연까지 보이시더냐?
얼굴을 봐야 표정이 보이고 표정을 봐야 마음이 보인다.
남만 탓할 일이 아닌듯하다. 춥다고 방안에서 글 쓰자니 사람이 그립다. 사람은 사람을 보고 사는 게 맞다.
이름아이콘 백낙은
2015-02-08 15:40
회원사진 		박목철 작가님.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건강 어떠신지요.
곱게 내리신 "대면보고(對面報告) 유감" 잘 읽었습니다.
"사람은 사람을 보고 사는 게 맞다."는 말씀 격하게 공감합니다.
저도 은퇴를 한 후 집에 있으니까 사람이 많이 그립습니다.
적극적으로 나가서 사람을 만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친구가 좋은가 봅니다.
추위에 몸 조심하시고 좋은 글 많이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평안하소서.
   
이름아이콘 김경렬
2015-02-11 09:42
 박목철 작가님!
'대면보고 유감' 정말 공감합니다
틀림 없는 말씀입니다.
스며드는 말씀 감사합니다
   
이름아이콘 정찬열
2015-02-14 21:20
회원사진 		박목철 작가님 "대면보고(對面報告) 유감"
뜻깊은 내공깊은 글에 공감합니다.
사람은 자주 만나야 정도가고 보이지 않은
사정도 알수 있습이니까요
몇일남지않은 명절에 고향찾아
많은 사람도 만나시고 복많이 받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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