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늘 곁에 머무를 것 같은 소중한 사람을 영영 떠나 보낸 후에야, 비로소 따스한 품이 얼마나 감사했는지를 깨우치지만, 이미 때는 늦으리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곁에 머무는 사람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깨우친다. 변함없이 옆에 영원히 머물 것 같은 소중한 사람은 시간같이 흘러간다. 사람이 태어나서 스쳐 지나간 소중한 얼굴이 몇몇이던가! 살아가면서 우리를 가장 슬프게 하는 것은, 소중한 사람과의 사별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가끔은 잊어버리고 산다. 곁에 있어 진짜 소중한 것들을 당연히 그리고 영원할 거라 치부하고는 이별 후에 가슴을 치며 후회하곤 한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라, 소중하지 않은 것들이 없지 않은가? 사회가 발전하고 물질적으로는 풍요해졌지만, 조금은 불편하고, 어려운 시절 배는 고팠을망정 함께 걱정하고 함께 눈물 흘리던 시절이 사라지는 현실이 아프다. 자가용이 있어 편리하고, 주거환경이 변하여 편리하고, IT 산업이 발전하여 첨단을 달리고 있지만, 숨 막히는 경쟁 사회가 어딘가 답답하고 각박하다는 생각은, 기성세대라면 한 번쯤 느꼈을 것이다. 이 십 리 길은 걸어서 학교에 다니고, 짐보따리를 이고 지고, 장에 가던 시절, 이웃 마을 사람과도 길동무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정겹게 나누던 모습이 그립다. 다 같이 먹을 것이 귀해 배고팠던 시절이지만 작은 것이라도 나누려던 그 마음들이 그립다. 현재는 산업이 발전되어 물질적 풍요는 얻었지만, 가족 간에 이웃 간에 나누던 두터운 정을 잃어버렸다. 참을성도 잃어버렸다. 누구나 바로 누르면 통화할 수 있고 얼굴을 볼 수 있는 첨단 시대에 사는 오늘날이다. 모두가 급박하다. 느림이 주는 행복을 잃어가는 것이 아쉽다. 도시로 나간 아들딸이, 형과 누나의 소식이 올 때를 기다리는 마음을 다시 느끼고 싶다. 소중히 마음을 담은 편지를 보낸 후, 답장을 손꼽아 기다리다, 우체부를 통해 편지를 받으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읽어가며, 사연에 더하여 상상까지 그려 넣으며, 안녕을 빌어주던 눈물의 편지가 사라진 것이 안타깝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편리한 만큼 우리가 잃어가는 것들이 너무 많다. 아랫집, 윗집, 밥그릇이 몇 개인지 까지, 훤히 꿰찬, 이웃사촌이라는 옛말이 무색한지도 오래다. 불편하고 부족하던 시절이지만, 기쁨과 슬픔까지도 나누려던 인정겨운 모습도 이제 사라져간다. 제사나 생일이라도 있을라치면, 옆집에서 먼저 알았고, 작은 것에도 나눔의 문화, 슬플 때 같이 슬퍼하고, 기쁠 때 같이 기뻐하던, 인간 본연의 모습이 사라져가는 것이 슬프다. 주차 문제로 이웃 간 칼부림이 나고, 아래층, 위층 간, 소음 문제로 살인까지 나는, 험악한 세상이 아프다. 서로 간 양보와 배려는 오간 곳 없고, 개인주의가 판치는 세상, 남이야 죽든 말든 남을 밟고서라도 올라서려, 앞뒤 가리지 않고, 상대를 무너뜨려야 살 수 있다는 고정 관념이 박혀, 뒤돌아볼 겨를조차 없는 경쟁을 부추기는 현실이 무섭다.

현실에 안착하러 앞만 보고 끝없이 질주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개개인들의 삶들이 너무나 각박하고 가엽다. 눈을 조금만 옆으로 돌리면 잠시 잊고 살았던, 놓칠 뻔했던, 수많은 삶의 진솔한 향기가 그득하다. 우리 스스로가 향기로운 사람 냄새를 없애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날이 발전하는 문명사회가 주는 혜택의 편리한 만큼이나 살아가면서 소중한 것들을 쉽게 놓쳐버리는 것이 못내 아쉽다. 물질 만능주의로 오염된 사회에 나날이 물들어가는 사람이 안타깝다. 향기로운 사람 냄새가 사라지는 현실의 세상인심이 야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