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를 첨단 사회라 한다. 하루 다르게 급속히 첨단화되어 가는 전자 제품의 기능을 익히기도 버겁다. 컴퓨터 세대가 아닌 중년 이후의 기성세대는 아무래도, 첨단 전자화 시대에 조금은 뒤진다. 나날이 경쟁하듯 출시되는 전자 제품들이다. 우리에게 주는 편리함만큼이나, 우리가 잃어버리고 사는 것은 없는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전화기가 보급되기 전까지만 해도, 편지는 안부를 주고받는 유일한 방편이었다. 객지에 나간 자식들이 정성 어린 사연을 담아 편지를 보내오면, 부모님은 그 편지를 읽고 또 읽으며 외우듯 사연을 마음에 담는다. 청춘 남녀도 연애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고백하기도, 확인하기도 했던, 유일한 소통의 방편이 편지였다. 우체부 아저씨를 보면, 왠지 희소식이 올 것만 같아, 우리 집 편지는 없는지 물어보던 때가 엊그제 같기만 하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집 전화기를 보유하고 있으면 부자 축에 들었다. 부의 상징처럼 과시형이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다. 차츰 전화기가 보편화 되어 보급되면서, 우리 시골 마을에도 이장 댁에 군에서 나오는 전화기가 한 대가 마을 대표 전화로 놓이게 되었다. 객지로 나간 자식들이 급한 일이나 안부 전화를 이장 댁으로 전화하면, 마을 확성기 방송을 통해 쩌렁쩌렁하게 동네가 떠날 갈듯, 이장님의 목소리가 흥에 겨운 듯 울려 퍼진다. 온 동네가 어느 집 누구네 전화가 왔는지 자연스레 알게 된다.
 "아~아~ 전해 드립니다. 갑돌이네, 서울 사는 길동이가 전화 왔으니, 얼른 와서 전화 받으세요."
확성기를 통해 울리면, 반가운 마음에 밭일, 논일하다 말고 단걸음에 달음박질치듯 달려가는 모습을 보던 때가 엊그저께 같다.

그런 시절도 있었냐는 듯이 오늘날에 와서는 누구나 개인 휴대전화를 보유하는 시대가 되었다. 외국이든 국내든 언제라도 안부를 주고받으며 이야기 나눌 수 있다. 실시간 영상 전화를 하여 얼굴을 맞닿고 안부 전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어릴 적 공상 만화에서나 꿈꾸던 바람이 현실화된 것이다. 참! 좋은 세상이요. 편리한 세상이다. 하지만 편리한 만큼,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소중함을 모르고 메말라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편지를 주고받던 시절, 조금의 불편함이 있을지라도 그리움과 애틋한 사연들이 정성으로 꼼꼼히 써 내려 가던, 정이 듬뿍 담긴 인간미가 담겨 있었다. 그러던 편지는 세상 뒤편으로 밀려났다. 막연한 기다림이 있었고, 애틋하게 가슴 설레는 소중함을 잊어버린 현실이 안타깝다. 불편함이 있었을지라도 아련한 추억에 묻어나는 그 시절이 가끔은 그리워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우리 세대까지만 간직하는 아련한 추억일 것이다.

요즘은 어떠한가? . 휴대전화를 집에 놓고 오거나 잊어버리면 불안하고 자기 한쪽을 떼어 놓은 듯 허전하기만 하다. 길거리를 다니면서도 통화를 하는 세상이다. 문자를 주고받고 깔깔거리며 웃고, 필요한 정보나 도로 소통 사정, 맛있는 음식점까지 찾아주는 편리한 세상이다. 스마트폰을 검색해 일러주는 대로 가는 사람이 로봇이 되었다. 휴대전화기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온 정신이 휴대전화에 빠진듯하다. 사고가 날까 걱정스러울 정도이고 보면 심각한 현대인의 습관적 병폐이다.

요사이 우리나라 길거리 풍경은 다정스레 정감 주고받으며 여유롭게 걷는 길이 아니라, 조그마한 전자 제품에 이끌려 사람도 전자화되어 가는듯하다. 편리함도 좋지만, 감성이 척박해지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소박하면서도 정성이 담긴 편지와 전화 한 통에, 자기 일인 양, 온 동네가 떠나갈 듯, 흥에 겨운 풍경이 사라져 버렸다. 사람 냄새 나는 그 시절이 가끔은 그리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편리한 만큼 잃어버리고 사는 것은 무엇인지, 사람 살아가면서 풍기는 진한 사람 내음, 그리고 정을 잃어가고 있다. 사람이 첨단 전자화에 길들어지는 느낌을 지울 길 없다. 사람이 발명한 제품에 사람이 길들어져, 로봇화되어가는 것 같은 현실이 씁쓸하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