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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감문주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감문주
ㆍ작성일 2009-01-13 16:05
ㆍIP: 121.xxx.62
노력
노력: 감문주 글

봄에는 아름답게 꽃 피는 것이 부럽고 여름에는 왕성한 태양이 부럽고 가을에는 온 들판이 풍요로워서 부러웠다. 사람살이가 ‘나, 떠나서 어찌하여 사계절 변화를 부러움으로 끝이 났겠나. 사람, 사람이 제 기능 모두가 경쟁의 부러움으로 시작되었던 어린 시절 나는 이웃 언니의 예쁜 글씨를 부러워했다. 내가 책 읽는 것은 좋아했으나, 책을 베껴가며 글을 쓴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대단히 빠른 독서습관으로 많은 책을 읽었지만 자기중심 생각에 사로잡혀 올가미를 만들었다는 것을 몰랐던 시절이다.

일일이 쓴다는 것은 나에게 불가능한 성격으로 형성되어 갔다. 그 언니의 예쁜 필체를 보고 나는 엄청 부러워했다. 작문시간에 어지러운 글씨 때문에 선생님 눈에 내 작문은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났다. 긴긴 글을 내 목소리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얼마나 어렵다는 걸 그때부터 지겨운 숙제라는 걸 미리 짐작해버렸다. “ 너, 칠판에 있는 선생님 설명을 공책에 필기한 후에 집에 가거라.” 그 다음부터 나는 아예 공책과 연필 없이 학교를 다니는 아주 착하고 얌전 하면서도 한때의 고약한 잔꾀를 부렸다.

그러나 선생님 말씀은 고귀하게 열심히 듣고 내 마음속으로 간직했다. 필기를 빼먹는 대신 전과라는 참고서를 열심히 읽었다. 늘 내 손에는 참고서가 잡혀 있었다. 그래 읽은 것으로 잘 안다는 식으로 말이 많았던 그런 아이였다. 내가 부러워하는 그 언니는 중학생이라고 숙제도 많았다. 학교 갔다가 오면 무조건 공책을 꺼내놓고 국어 수학 무조건 필기를 하는 언니가 얄밉기도 했다. “ 언니, 지금 몇 페이지 어느 부분을 쓰고 있어?” 언니는 말이 없었다. 그냥 열심히 필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언니의 행동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언니가 책 한권을 모두 다 베껴 쓰는 그 모습을 보면서 의심을 하게 되었다. 내 의심은 더욱 깊어졌고 “ 언니야! 언니가 지금 쓴 글자 중에 한 줄만 읽어 줄래?” 내가 받아쓰기 연습을 좀 해야 하는데 도와 달라고 해 보았다. 언니는 더듬거리면서 공책을 거꾸로 바로 허둥대는 모습이다. 언니는 놀랍게도 글자를 모르는 까막눈이다. 책에 있는 글자를 전연 못 읽는 것이다. 나는 언니가 가엾게 보였다. 그러나 언니는 글씨를 바르게 못 쓴다고 나를 불쌍하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어처구니없는 언니와 나는 분명 골치 아픈 이웃 녀석들이다. 여럿 형제들 속에서 이웃 언니는 중간이고 나는 맏이였다. 젖가슴이 오동통 나온 언니의 얼굴모습은 예쁜데 글자를 모른다면? 기막힌 이 사건을 나는 내 혀 밑으로 깊숙이 50년을 잊어버리듯이 숨겨놓았던 것이다.

사실 나는 어릴 때 소설가가 되겠다는 꿈이 야무졌는데 글씨를 올바르게 쓰지 못하는 바람에 동시를 쓰고 시를 선택했다. 그리고 세월은 훨훨 육십년이 지나갔다. 그때 그 비밀이 궁금했다. 친정 간 김에 어머니에게 물어보았다. 내 짐작이 맞았다. 언니의 부모님은 글을 모르시는 분이라는 것을, 언니는 지금 서울에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것이다. 언니의 생활 사업수단이 좋아서 많은 돈을 벌었다고 했다. 자녀들도 명문대학을 나왔다는 자랑이 화려했다. 문맹과 사람 살아가는 삶의 운명은 다른 모양이다.

내가 책은 읽을 줄 알아도 진작 글을 써 보라면, 내 마음에 있는 모든 생각을 글로서 표현하는 데는 아주 서툴다. 다시 말 하자면 읽는 것조차 서툴다는 것이다. 그 언니의 필체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자기 말을 글자로서 표현 못하는 것을. 사람마다 지니고 태어나는 미완성의 운명인가? 후천적 교육수준인가? 엄청나게 노력하는 나의 근성은 누구의 유전인자를 타고 났는가? 온 집안을 뒤적거리는 그 무엇? 을 찾는다고 오래 된 집안 내력을 들춰, 풀풀 털어보려는 심리 그 자체가 어리석다. 분명 나는 그 무엇을 요령으로 핵을 찾아보겠다는 어리석은 낙제생이다. 앞으로 사는 날까지 낙제생으로 마감 할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이곤 했다.

아주 깊은 내면에 그 무엇을 부르짖고 있다는 의문을 위하여 하고 난 말을 또 하고 또 하여 본 결과는 (나도 넉넉한 집안에서 근심 없이 살았으면,) 하는 그런 꿈을 너무 오래 꾸었다는 걸 알았다. 별것 아닌 한 토막 바램 이 내 한 평생 숙제였던가? 이제 나라는 존재에서 독립을 하고 싶다. 마음이 예쁜 사람은 글씨도 예쁘게 쓴다. 그 말은 정답이 아니다. 글씨는 많이 쓴 사람이 좋은 필체를 얻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지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듯이 연필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취미로 시작한 한글 서예를 꾸준히 할 마음이다. 어디 무슨 대회를 나가겠다는 욕심이 아닌, 내 지난날의 참회를 거울삼아 올바른 글씨를 익히고 싶다는 욕망이다.

부르르 끓어오르는 설익은 냄비물이 아닌, 돌솥에 달구어진 김 없는 뜨거운 물이 되도록 저 붉은 노을을 건너가면서 오르지 전진 할 것을 연륜에 품위로 올려보련다.
이름아이콘 최평균
2009-01-20 17:55
 안녕하시지요? 감문주 작가님.
저도 원체 악필이라 노력을 해 보았으나
별로 진전이 없더군요.
하긴 제 노력이 부족했던 탓일 테지만.
인간은 숨을 거둘때 까지 배우며 산다고 하는데
저도 작가님의 연륜이 될때쯤에나  다시 시도해 볼 수 있을까나요.
민족의 명절 설에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 되시어요.
   
이름아이콘 박윤기
2010-12-20 01:15
회원사진 		2010년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즐겁고 행복한 연말연시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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