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감문주
ㆍ작성일	2006-07-2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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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유년 태풍과 물난리
나의유년 태풍과 물난리
감문주 / 글

8월 어느 날 새벽 4시, 어머니가 잠을 깨웠다. 진해시장에 내다 팔아야하는 야채보따리를 기차역 까지 들어다 달라고 했다. 5시 진해행 열차를 타기위해서 부지런히 아버지는 지게에 지고 어머니는 머리에 이고 나도 작은 보따리를 이고 철로 길 위에 올라섰는데 하늘에 먹장구름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면서 꾸역꾸역 북쪽으로 밀려가는 것이다. 어린 가슴에도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였다. 칠분 거리의 기차역에 야채보퉁이를 내려놓고 아버지보다 먼저 집으로 달려온 나는 물동이를 들고 마을 큰 우물로 달려가서 좋은 물을 부지런히 길어다가 빈 독 에 가득 채워 저장했다.

철부지어린 소녀였지만 그날 아침은 무척 불안스럽게 바빴다. 집 뒤란에 있는 낮은 바가지 우물물은 그날 아침 준비와 비 내리기 전까지 사용하기 위하여 아껴보려는 내 욕심이다. 칠남매 맡 외동딸이기에 어머니의 일손을 거들어주겠다는 마음은 여자라는 딸의 마음인가 보다. 큰 비가 오면 남새밭에 무덥고 습한 여름을 이겨 내지 못하고 문드러질 채소들을 밑 반찬거리로 많이 준비하였다, 신발은 벗어 던져버리고 맨발로 집 안 밖으로, 지하토굴 속에 콩나물시루 물도 미리 갈아주고, 야채저장과 소여물 물 끓이는 아궁이에 장작 불 지피기 오늘 아침은 유난히 더웠다. 등줄기는 물론 얼굴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방학이라 학교 갈 준비는 없지만 눈알이 핑핑 돌 것 같은 느낌으로 집안 일 을 분주히 정리하고 아침을 먹는데,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더니 겉잡을 수없이 빠른 속도로 비를 동행하면서 더욱 기세를 부렸다.

어머니께서는 야채를 도매 값으로 넘겨주고 오전9시 마산행 열차를 타고 빨리 오셨다. 서너 시간 정신없이 휘몰아쳐 짓밟고 간 태풍과 폭우는 오후 1시가 지나면서 멈추기 시작했다. 마당 앞 대나무가 같은 방향으로 모두 누웠고 철로위로 올라가서 아래 마을을 둘려 보니 저 지대는 지붕만 흙탕물에 둥둥. 그 뿐 만 아니다. 벼 이삭이 볼록볼록 알을 가지는 시기에 들판 모두가 시뻘건 바다가 되어 농민들의 가슴은 애타는 황무지가 되었다. 벼 포기에 꽃대가 형성되는 8월에는 일주일 이상 흙탕물에 잠겨 있으면 그 해 농사는 완전 실패작이 되는 것이다. 침수뿐만 아니라 마을과 마을사이로 흐르는 젖줄 화천제방이 갈래
갈래 터져 모래자갈 흙더미가 논으로 덮쳐 흘러들었다. 학교 가는 길 비포장도로 는 형편없이 분간조차 할 수 없었다. 마을 어르신들은 그저 허허 하고 헛웃음 만 칠 따름이다. 지지리 가난한 관활 기관에서는 농민을 도울 힘이 부족하여 복구기계장비가 아닌 아버지들의 등짐으로 복구해야 하는 힘든 시대였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물난리가 나면 먹을 식수가 귀하다면서 역전 철로 둑으로 물 피난 나온 주민들에게 물 한 동이를 갖다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이 지역 에서 물지게 사용은 없었고 여자들이 양철 물동이에 물을 길어 머리에 이고 다녔다. 밤새도록 야채를 다듬어 다발로 묶어 시장에 내다 팔고 온 어머니는 피곤 할 텐데 그래도 싫다는 내색 없이, 그래야 되겠지요. 하면서 내가 새벽에 길어다 놓은 물 한 동이를 퍼 담아 이고 가는 어머니모습을 그림 속에 아름다운 여인을 감상하듯이 한참 지켜보았다.

물동이를 이고 가니 모두 너무 고마워하며 울면서 너무나 갑자기 당한 재난이라 들판 가운데 자리 잡은 (평지)마을 주민 모두가 몸만 겨우 빠져 나왔다고, 물동이 채 놓고 가면 이다음 갖다 주겠다면서, 짠 젓갈과 된장 고추장 등을 부탁 하드라고 하여 윗동네 주민들과 이웃마을 돕기에 진종일 바쁜 모습이다. 지금은 라면이 흔하지만 그 당시는 라면도 귀하고 시골에서는 돈도 귀하여 어쩌다 도회지에서 사온 라면을 끊이면 국시가 파마를 했다고 신기해했던 시골문화였다. 새벽 시원한 시간에 밭곡식 일을 한다고 아침은 논밭에서 보내고 날씨가 이상하여 허둥지둥 집으로 돌아와서 미쳐 아침밥도 못 먹고 허둥거리다가 무엇 하나 제대로 챙겨 나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연 예측 없이 태풍 폭우가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 그 시절 우리나라에서는 TV 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잘 모르겠다. 부잣집 안방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일기예보 뉴스는 신속하고 정확하지 못했고, 그 예보를 듣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 만큼 시골농촌은 오르지 눈만 뜨면 어른들은 논밭으로 일하려 나가고 아이들은 집안일을 어쩔 수 없이 도맡아 해야만 했다.

나는 “노인과 바다” "바다 밑 20000리"라는 책에서 새벽노을이 오면 큰 비바람이 몰려온다는 이야기를 읽고 얻은 상식을 연습 삼아 실천 해본 것이었다. 우물물도 폭우가 지면 흙탕물이 침전 되여 식수하기가 곤란하다. 눈에 보이는 지금은 市, (경남 창원 팔용동)8개리 마을 주민들은 며칠 먹을 물이 귀하여 흙탕물을 받쳐서 먹은 것으로 알고 있다. 바다 주변에서 살아 온 내 유년 시절은 이런 크고 작은 태풍과 폭우를 해마다 자주 겪어 면서 일찍 철이 들었던 모양이다. 태풍피해 를 많이 당하면 온 식구들이 2년 가까이 부족한 식량 걱정을 해야 한다는 것을 초등학교 2~3학년 이 되면서 몸과 마음고생을 뼈저리게 느꼈던 시절이다.

결혼 이후 경기도 포천, 그리고 양평에 살면서 태풍이랑 물난리는 크게 겪어 보지 못했다.
해마다 여름이 오면 더운 공기 찬 공기 기류들의 세력으로 재난고통을 크게 겪는다는 기 상 뉴스를 담담히 지켜보니, 그 때 보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잘 살아 문화 정보가 발달 하여 정확한 일기 예보와 신속하고 빠른 뉴스 와 더불어 정부기관까지 동원하여 국민 앞에 앞장서서 재난방지를 위해 적절히 대처 해 주고 있으니 고맙고 안심이다. 경기양평 이곳에서 언제가 마을 앞 화천 제방이 터져서 지금 살고 있는 집 봉당까지 물에 잠긴 적이
있다. 그 이후 관할 기관에서 화천과 제방을 잘 관리해주어서 지금까지 자연으로 인한 피해는 없어, 편안하게 사람 살아가기 좋은 지역으로 평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