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감문주
ㆍ작성일	2006-07-11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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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물 사랑
제목 : 그녀의 물 사랑
감문주/ 글

우리고장에는 “맑은 물 사랑” 도시기반 기초를 건설하느라, 화천도 정비하고 아름다운 숲과 이미지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관활 기관에서나 군민모두가 비지땀을 흘리면서 열성으로 가꿔나가고 있다. 우리 마을에서도 생활오수와 우천수를 따로 받아내는 공사가 한창이다. 그 뿐만 아니다. 지하철공사도 숨 가쁘게 진행 중이다. 아마 미래에 꿈같은 푸른 물과 숲속 공원 친환경농촌 도시가 번듯하게 들어설 것이다. 고도로 발달한 문화 속에는 알 수 없는 물질과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해로운 독성들이 많다고 한다. 심지어 난자정자까지생산 불투명한 젊은 세대들이 많다고 하니 걱정이다. 서울 사는 친구들이 그 고장 맑은 물 사랑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 본다. “일상생활에서 목마를 때의 갈증만큼 물 관리를 세심히 하고 있다.” 그러나 쓰고 버리는 습성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노골적인 대답 을 했다. 그 대답 끝에 양평사람들만 맑은 물 사랑 을 할 것이 아니라, 자네들도 관심 있게 물에 대하여 사랑해 주기 바란다면서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가 결혼하기 전에 할머니무덤 속에 아주 특별한 사건이 있었단다.
우물이나 옹달샘 혹은 물웅덩이를 자주 챙기고 돌보아주면서, 물자리를 옴 푹 하니 암탉이 알자리 만들듯이 물의 알집을 마련 해 주는 할머니가 계셨다. 음력 섣달 그믐밤에는 양초와 창호지를 준비하여 마을에서 제일 으뜸인, 아무리 큰 가 물음이 와도 물이 마르지 않는 옹달샘으로 가서 촛불을 밝혀놓고 창호지로 등불처럼 둥글게 바람막이로 쳐 놓고, 기도를 올렸다. “代代孫孫 이어 마른 목을 적셔주실 용왕님, 언제든지 맑은 샘물 을 더도 말고 들도 말고 지금처럼만 주십시오.” 천만번을 빌고 빌면서 애원하시는 그 모습은 사람이 아닌 산과 들판의 모습처럼 보였다. 평상시에 미신을 절대로 섬기지 않으시는 분인데, 유난스럽게 물을 깨끗이 맑게 하려는 습성이 있었다. 밭에 김을 매다가도 밭에서 멀리 떨어진 산골짜기로 내려가서 개울바닥을 손으로 이리저리 둥글 넙적하게 만들고 주위 잡초까지 정리하여 물고임 자리가 만들어 지면. 졸졸 고인 물로 몸도 씻고 또 손으로 떠 마시기도 했다. 할머니는 16세 어린 나이에 시집와서 장수하지 못하시고, 50년 그렇게 사시다가 돌아가셨다.

할머니 장례를 치루고 그 해 여름 ,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는 집안에 있는 작은 바가지 우물 을 다시 깊이 팠다. 서른 석자 깊은 우물이 되었다. 지금도 친정집에서는 그 우물을 먹는데 물맛이 좋다. 아버지는 이웃 여러 집 안 마당에 좋은 물을 먹을 수 있도록 우물을 기계가 아닌 몸소 두 손으로 파 주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일곱 해가 체 못되어 할머니 무덤을 열어보게 된 사건이 생겼다. 무슨 군부대가 창설 된다면서 아버지께서는 엄숙하게 절을 올리시고 두 무릎을 꿇어앉아서 무덤 봉건 흙을 한 삽. 소리 없이 걷어 내렸다. 진지한 작업으로 무덤 속에 관이 보였고, 경남 창원 (本회산) 黃 씨라는 글씨가 선명하였다. 땅 속에 관은 변함없이 방금 장례 품 가게에서 배달된 관처럼 아주 깨끗해 보였다.

아버지는 다시 또 절을 세 번 올리시고 관 뚜껑을 열었다. 순간 너무 놀라 뒤로 벌렁 주저앉았다. 나는 무서움 보다 반가운 생각이 와락 안겨 들어 할머니 모습을 보기 위하여 무덤 속을 바짝 엎드려 들여다보았더니 놀라웠다. 할머니가 없다. 그 속에는 비취 색 물이였다. 관하나 가득 아주 찰랑찰랑하게 그러나 넘치지는 않았다. 뚜껑이 닿을 정도로 가득했다. 너무나 고요하여 흔들림 없이 초록 유리관 같았다. 회귀한 초록 옥색이다. 가을 하늘은 비교도 안 되었다. 아버지가 "어머니" 하고 부르며 관 속을 휘저어 보았다. 관 바닥에 내려앉은 불순부유 물이 전연 일어나지 않았고 깨끗했다. 유심히 살펴보니 몇 조각 아주 작은 뼈, 머리카락 한줌, 할머니 몸은 맑은 샘물로 변해갔다는 것일까? 시체를 부식시키지 않고 초록 물로 환원 시켜주는 물의 알음알이들을 확실하게 보여 주는 것이었다. 할머니의 삶, 할머니 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우물을 파셨던 일들이 순식간에 스쳐지나갔다. 머리카락과 뼈 조각을 모아 짚단위에 소복 히 올려놓고 불을 붙이니 검은 연기 한 오라기 없이 초록 불꽃으로 폴폴 타오르는 이 모든 것이 결국 우연 이 아니라 는 것을 아버지와 나는 가슴깊이 새겼다. 물을 진정으로 잘 관리 했다는 까닭일까? 나로서도 아버지 역시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현실을 보았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그 이후 종종 초록색 물이 너무 맑아서 무서움을 느꼈다고 하면서, 좀처럼 보기 드문 현상이라 그 광경을 30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방금 본 것처럼 말씀 하셨다.

우리 집 가족들은 다짐과 약속들은 안 했지만 물을 사랑하자 는 마음으로 각자 몸과 마음이 부담스럽지 않은 범위에서 소리 없이 지속 적으로 지켜나갔다. 나는 물을 아껴 쓰는 것 보다 물이 오염되지 않도록 아주 작은 담배꽁초 한 개라도 빗물에 떠내려갈까 염려하며 쓰레기와 같이 주웠다. 물을 사랑한다는 그 말을 내세워 강조하기보다 일상생활에서 물을 가족과 같은 존재로 맞이했다. 할머니처럼 그 물에 몸 닦으시고 그 물 을 스스로 떠 마시고, 사용한 만큼 다시 모이도록, 넘치면 흘러가도록 자연의 순리를 그대로 따라 행하는 것을 실천에 옳기는 정신이다 . 死후에 맑은 물의 알음알이가 자기육신이 되었다는 사실을 후손들에게 몸소 보여준 교훈이다. 이유 없이 내 생명처럼 보호해야 한다 는 마음이 그 때 부터 뿌리를 내리게 되었던 것이다.

아직 생존 해 계신 팔순 친정어머니는 몹시 굽은 허리로 섣달 그믐날 저녁이면, 미리 석유초롱 등불을 밝혀 우물가에 높이 매달아 놓는다. 우리 형제들은 그 이유를 한 번도 물어 보지 않았다. 아버지 말씀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것이 제일 무서운 줄 알거라 " 등불아래 솟아나는 물을 두러 워 하라는 뜻이다. 일 년 에 한두 차례 태풍과 물난리가 난다. 그렇지만, 물이 우리를 고위 적으로 해롭게 하려 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자연의 흐름이다. 인간의 영역을 빼앗아 가지려는 탐욕이 아닐 것이다. 어쩌다 좋았던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면, “너, 나를 몰캉한 물로 봤느냐?” 하고 멱살잡이를 한다. 사람 몸에 물이 70%차지하고 있다. 내 몸에 차지할 물을 위하여 물 관리 관심을 우리가 하루 세끼 먹는 밥처럼 정성을 쏟아야 될 것으로 본다. 내가 마시는 물 이 아닌, 지구 속에 모든 물 들은 내 몸속으로 흘러 들어오고 흘러나간다는 이치를 하루 빨리 깨달아 주었으면 좋겠다.

나의유년 태풍과 물난리

비오는 여름밤의 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