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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감문주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감문주
ㆍ작성일 2007-08-03 13:18
ㆍIP:
미워 할 수 없는 존재
제목: 미워 할 수 없는 존재
   감문주  

직업군인으로 있는 아들 내외가  유치원 놀이방에서 방학을 했다면서, 일주일만 맡아 달라고 손자손녀 두 녀석을 데리고 왔다. 어멈은 농협 야채 공판장에서 야채선별 작업을 한다고 했다. 하루 품값이 얼마냐고 물었더니, 하루 4만원이며,  오후 5시 이후 부터는 시간당 5 천 원씩  추가 수당이 붙는다고 가을까지 몇 백 벌어 볼 것이라고 했다. 그래 벌어서 어디 쓸라고? 물었더니, 어머님모시고 제주도 여행 갈 계획이란다.  “얼씨구,  쌔빠지게 벌어서 제주도에 갖다 뿌릴라고?”  알뜰히 살 거라 하면서 주의를 주었다만, 후년에 내가 육십(六十) 갑자(甲子) 생(生)이라 환갑여행을 보내 줄 계획이라는 짐작에 마음 한곳이 찡 하다.

며느리 자식은  배 안 아프게 낳은 내 새끼지만, 마음이 배 아픈 것 보다 몇 갑절 고통스러웠던 세월 속에서 숙성되어가는 자식이 바로 며느리자식이다, 시어머니라는 존칭은 천년을 두고도 못 헤아릴 고부간의 역사가 아닐까?  이 댁 가문으로 들어와서 속성이 닮은 남자와 더불어 평생을 같이해야 하는 운명인 것을,  생각하면 가엾고 불쌍한 것은 저나 내나 매 마찬가지다.  참으로 고약했던 지난날이  있었기에, 그 마음을 삭이느라고 많은 세월이 흘려갔다. 어미아비가 미우면 그 새끼들도 밉더라는 옛 어르신 말씀이 절절히 가슴에 와 닿았던 시절, 시어미니라는 나 자신을 송두리째 지워버리고 싶었던 세월이 까맣게 흘러가 버렸다. 앞으로는 새로운 물이 흘러오듯이 나도 늙어가고  며느리도 시어머니 따라 늙어 오느라고 바쁜 모양이다. 별 볼 일 없는 시어머니 주제에 무슨 기(氣) 싸움 하겠나. 이제 내 마음도 진짜 늙었다. 미움도 귀여움도 기운 넘쳐서 저지르는 혈기라고 해야 되겠다. 이런 마음으로 흔쾌히 기분 좋게 아이들을 받아주었다.

내 손에 봉투를 쥐여 주면서 용돈 하란다. 너희들 기름 값이나 하라고 던져주니 아이들 뭘 좀 사 먹이라고 손에 도로 쥐여 주고는 갔다. 두 녀석들 수발드느라고  여름 복伏 지경에  죽을 노릇이다. 할아버지도 숨이 헉헉 막히나 보다. 옥수수 토마토  오이 따다 나르는가 하며,   아이스크럼 박스로 사왔다. 수박 먹은 날에는 이불에 오줌까지  싸 놓는 손녀딸에, 매미 잡아달라고 주문하는 손자에 복(伏)에 대복(福) 만났다. 자기 엄마 아빠가 토요일 날 온다고 자랑이다. 사실 두 늙은이 조용히 살다가 이 녀석들과 함께 복작거리니 정신이 없고 기력도 빠졌다. 아이들이 온지 이틀째 속으로 어서 데려 갔으면 하는 생각이 자꾸만 고개를 쳐들었다. 월 화 수 목 헤아리며 달력을 자주 쳐다보았다. 이러한 할머니 모습에 손자 놈 하는  소리 좀 들어보소. “ 할머니는 우리아빠 엄마가 몹시 그리워서 달력을 세어본다” 고 한다.

손녀 딸 하는 말이 “ 할아버지가 보고 싶을 때 또 오겠어요.” “아니 하나도 안 보고 싶다” 했더니,  "바로 그 말씀이 보고 싶다는 뜻이잖아요. "흑진주 같은 동궁을 굴리면서,   톡 쏘아붙이는 이 녀석들  능청스러운 말장난 속에  영원히 미워 할 수없는 존재가 천륜인가 보다 훗날 많이 커 가지고 오느라, 해놓고서도 그래 너 말처럼 많이 보고 싶을 때 또 만나자. 자식새끼 키우는 부모는 간 쓸게 죄다 빼 놓고 산다더니 내 마음이 그 심정이다.  한쪽으로만 엎드려 자는 습관으로 오른 쪽 뺨이 왼쪽 뺨보다 높낮이가 다르게 얼굴모양이 약간 삐뚤어진  손녀딸이지만 무척 귀엽다.고슴도치도 제 새끼가 예쁘다고 하는데, 나도  이 말을 하고 싶었다. 이 녀석 하나뿐인 고모도 뒤통수가 짱구에 얼굴 앞면 높낮이가 다른 짝짝이 볼이다.  이 집안 내력으로 이어질 모양이다. 요즘 아이들 방학과 어른들  휴가철이라  시골마을 어르신들이 꼬마손님들 때문에 진땀 뺀다고 야단들이다. 마을 골목에 손자 손녀 손을 잡고 잠자라 잡는다고 나온 할머니 할아버지들 얼굴을 보니 모두가 붕어빵처럼 한 가족임에 분명한 닮음이 있었다. 인륜과 천륜의 동아줄이 여름날 매미날개 소리만큼이나 신나게 튼튼히 엮어져 내리는 모습이다. 이 동아줄 사이사이에 행복과 사랑의 효심도 듬뿍 듬뿍 꽂혀 엮어져 내렸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쉬운 희망사항을 내 눈 섶 위에 슬며시 걸어 보았다.




 
.  

최평균: 인연중에도 핏줄로 연결된 인연은 참으로 중요한 인연이겠지요.
     아이들을 건사 하려면 무척 신경 쓰이고 무더운 날씨에 짜증도 나겠으나
     손주, 손녀가 떠나고 나면 다시금 가슴이 허전하다고들 하더군요.
     행복한 가족 이야기 잘 읽고 갑니다.  -[08/05-17:30]-
감문주: 최평균선생님, 안녕하세요. 빈집같은 수필방에 오셔서
     좋은 말씀 남겨주신 고마움에 향기젖어 행복합니다.
     여름날 선생님의 건강을 빌겠습니다.  -[08/10-12:58]-

주  환: 감문주 작가님 잘지내시지요? 올 들어서는 처음인듯 문우드립니다! 정말 무심도 하지!!!ㅎㅎㅎ 일상적인 서정수필에 더위시키고 가오며 언제나 건필하소서.  -[08/18-18:12]-
감문주: 주환 작가님 안녕하세요. 너무더운 여름인가봅니다.  -[08/23-15:48]-
협의회: 이곳에 불법 성인광고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하여 부득이하게 글쓰기시 관리자 비번을 정해두었습니다.
     글쓰기시 관리자 비번 1111을 사용해주세요.  -[09/11-02:24]-
감문주: 알겠습니다.  -[09/22-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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