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감문주
ㆍ작성일	2007-12-2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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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을 위하여
제목: 내 이름을 위하여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고보니, 동무들 가슴에 달은 이름표에 애란, 수희, 정희, 신기하고 고상해 해보였다. 어릴 때는 이런 이름이 엄청 부러웠다. 여러 가지 부드러운 글자들이 많은데, 내 이름은 내가 불러보아도 입안에서 부드럽지 못했다. 아무와도 비슷하게 닮은 발음이 나오지 않고 모가 나서 어색하게 들렸다. 처음 이름만 듣는 사람은 남자아이로 보았다. 1학년에서 6학년 졸업 할 때 까지도 내 이름과 비슷한 이름 혹은 같은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 우물 속 개구리 시절, 甘씨 성은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도 흔한 성씨로 믿었다. 내 출생 지(地)는 창원이고 본(本)이 창원(회산) 甘氏다. 옛날, 지금의 창원시를 “회산”이라고 지명했다. 이곳은 감(甘氏)씨족 집성촌이다. 이곳 양평군에서는 내 한 사람만이 존재한다. 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기도에서는 대체로 회귀 성씨(姓氏)다.

한입 베어 먹으면 아삭한 단감으로 이름 짓든지, 아니면 달콤한 홍시라고 한글로 하든지, 나의 이름에 대하여, 작명 창작을 연구 해 본다고 여러 날 고민에 묻혀 있었다. 지금 생각 하면 웃음이 터지지만, 그때로서는 상당히 심각한 소녀의 고민소제였다. 콩알만 한 어린 주제에 무엇이나 이유가 생기면 요리조리 이의를 만들어 공상에 파묻히는 무엇과 왜? 의 성격으로 성장해 가는 나 자신은, 자기에 대한 저항과 토론하면서 약간 삐뚤어진 성격으로 색깔을 맞춰가는 것이었다. 어느 깊은 겨울 날 어머니가 신문을 보시다가 "여기 좀 보거라" 강원도 어느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의 이름이 너 하고 똑 같은 " 文珠 " 네" 이 분의 성씨는 김씨(氏) 다. 옳은 교육자의 길을 평생 걸어오신 분이라는 이야기다. 나로서는 똑 같은 이름이 대한민국에서 두 사람 으로 밝혀지는 셈이다. 참 귀한 이름이다. 이름이라는 것은 나와 다른 사람과 좀 더 색다르게 붙여지는 것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

내 이름이 예쁘지 않다고 부모님에게 원망은 하지는 않았다. 다만 마음속으로 은근히 욕심을 부리고 심술을 부렸을 뿐인데 어머니는 내 속을 흔히 들여다 본 것처럼, 내 속 마음을 들킨 기분이었다. 그때 어머니 말씀을 들어보니 내 이름을 작명하신 할아버지께서는 십 삼남매를 생산하셔서 그 자녀들이 어릴 때 홍역 또는 질병으로 팔남매를 산에다 묻어 버리고, 똑똑하고 잘 생긴 막내아들은 강제 징용부역에서 사고 死 했단다. 자식들 중에 제일 못나고 못 생긴 아들한테서 얻은 손녀이기에 최선을 다하여  신중한 마음으로 사주팔자 천기 까지 풀어 가며 작명하셨다는 것이다. 너무 좋은 글자로 맞춘 이름이라 ,그것이 흠인가? 한다는 여운을 남기시는 어머니 말씀에 나는 나도 모르게 오른 손 가운데 손가락 끝 부분이 없는 뭉툭한 모양을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나의 좌우명
나의 호적에 기록된 이름 은 이 세상에 나의존재 를  증명하는 것이다.
내 이름을 위하여 나 자신은 내 정신력을 무던히 갈고 닦아야 하느니라.

어릴 때는 누구라도 이렇게 좌우명을 세워보았을 것이다. 크게 지키지도 못하는 좌우명을 세워놓고 내 이름에 대한 불만과 본인의 이름 개명 창작에서 차츰차츰 벗어나게 되었다. 그 이후 어느 날 어머니는 백양목 천을 큼직하게 직사각형으로 접어서, 먹을 진하게 풀어  윗줄에는 한자로 쓰고 아래 줄에는 한글로 아주 멋지게 써서 내 가슴 왼쪽 심장 위에 달아 주셨다. 친구들이 이름표가 크다고 놀림을 주어도 아량 곳 없이 자랑스럽게 달고 다녔다. 친구들이 “주머니”라고 별명을 지어 불렸다. 구슬과 감을 넣는 주머니라고 엄마 아버지가 아주 좋아 했던 별명이다.

부모님은 지금도 내 이름을 불려주고 있다. 지금 이 양반도 결혼하면서 부터 마누라 이름을 수시로 불러주는 사람이다. 누군가가 ‘아줌마 할머니, 하고 부르는 것 보다,   이름을 불러 준다면 더 좋을 것 같은 기분이다. 요즘 내 생각은 명찰을 만들어 달고 다닐까. 하는 나름대로 아이디어연구 중이다. 이름을 외우고 불러 주어야 젊게 보낼 수 있는 노년기라고 느낀 것은 내가 경로당에 자원 봉사를 하면서 더욱 절실히 느꼈다. 처음에는 이름을 불러댄다고 버릇없는 사람이라고 꾸지람을 듣게 되었다. 그 다음에는 더욱 심하게 몹쓸 년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삿되질 까지 해 댔다. 그래도 매일 그 분들의 존함을 애교 있게 “사랑해용”하면서 불러드렸다.

어떤 사람은 잊어버렸던 이름을 찾아 불러주어 고맙다고 하는데 어떤 이는 자기 이름이 촌스러워서 듣기조차 싫어했다. 공식집합회의에서는 어르신들 명함을 알아야 하고 주민번호까지 대충 공유해야 하는 일이 있다. 시골에서는 누구엄마 누구아버지로, 연세가 칠십이든 팔십이든 누구네 아버지라고 예사롭게 호칭하는 문화였다. 이렇게 자기들 끼리 익숙한 부름인데 오랫동안 호적 속에 묻어두었던 이름을 새삼스럽게 들고 나와 보니 자기 자신의 외모가 세월 속에 변모하여 서운하기도 하고 우습기도하고 서먹한 모양이다. 버릇없다고 내가 좀 욕을 듣기로 어떠한가? 이분들에게 자신감을 심어놓을 계기를 삼아야 되겠다. 는 결심이 섰다.

우리네 인생에 윤리대로 살아가는 방식이 있고 행정적으로 기록해야하는 양식이 있다. 세대주 누구를 기록 할 때는 성명을 기록해야 한다. 어떤 집단의 회의록 참석자를 기록 할 때도 참석자 명단 작성지에 본인성명 란에 서명을 해야 한다. 자주 출석을 불려주고 여사님! 선녀 여사님, 오셨습니까? "예" 대답하면서 엄청 좋아했다. 이 분들 중에 문화교육을 받게 된 어르신이 계시는데 이름을 익숙하게 밝히면서" 나는 누구인데 일자리 신청 왔습니다." 라고 똑똑히 말하는 할머니를 바라볼 때, 바로 이것이 여성자체를 일깨우는 현대여성 자아발전 이라고 하겠다. 아무리 늙은 할머니도 여성이다. 여성의 가치기준은 적어도 남들 앞에 자기 이름 을 분명히 말 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 공공일터에서 그렇게 늙은이도 아닌 60대 어르신들이 공식 업무 중에 김씨, 박 서방 아줌마라고 부르면 될 것이지, 이름을 찍찍 부른다고 기분 나빠서 싸움질 까지 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었다. 자기중심적인 그러한 가치관을 털어내 버리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농촌 작은 경로당에서도 농한기 틈새로 여성위상 기초교육문화강연을 받을 수 있어야 되겠다. 교육을 받겠다는 어르신들의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큰 복지관으로 찾아가면 이러한 교육의 문이 언제든지 열려 있다. 도시화 된 지역에서는 복지부 정책 혜택을 많이 누리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점에서는 복지부에 뜨거운 찬사를 보낸다.

나 역시 가정을 어느 정도 다독이고 나서 사회로 나서보는 초년 생 시절에 이름을 밝히는 것이 어색하여 대중 앞에서 떨리는 몸과 다리를 주체 못하여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름 이 생각나지 않아서 일시적인 벙어리가 되었던 일도 있었다. 시골노인들도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희망을 껴안고 힘차게 이름 표를 가슴에 새겨 달고 나서보자. 춥고 배고픈 경제 속에서 그래도 우리네 실생활들은 향상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좋은 정책도 좋지만, 우리 한 사람 한사람이 근면하고 알뜰히 살아간다면, 내 가치관도 올바르게 행복한 사회의 지름 길을 걸어 갈 것이다. 좋은 이름, 세련된 이름보다 나 자신이 좋은 사람, 세련된 이미지로 내 이름을 빛나게 하는 것이 올바른 정신문화라고 말하고 싶다.

최 평균: 사실 여성들은 결혼을 하게 되면 거의 이름을 상실하게 되지요.
누구의 아내에서 누구의 어머니로 더 나아가서 누구의 할머니로......
그런데 이름은 많이 불러 줘야 복이 온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옛날 여인들의 이름은 부르기 다소 아름답지 않은 이름들이
종종 있어서 개명을 하기도 하더군요.
감문주 작가님의 성함은 고귀한 뜨이 담겨 있어서 이름을 부를수록
더욱 고결하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저도 이름이 평범하면서도 평범치 못한데
작명하신 저의 육촌 형님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답니다.
행복한 송년을 보내시고 새해 반겨 맞이 하시길 바랍니다.
내년에도 올해 같이 좋은 작품 많이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12/30-19:49]-

감문주: 최 평균선생님, 안녕하세요. 제가 건강이 좋지 못하여, 문협행사에 참례를 못한답니다. 한번 찾아 뵙고 싶지만, 잘 안되는 여인네 생활입니다. 정월이라 문협 회비도 곧 입금 해야 될것으로 압니다. 환절기 몸조시ㅣㅁ 하십시요. -[01/22-1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