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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대수 수필가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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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정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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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22-07-04 2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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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 가입을 빌미로 침공을 하면서 시작된 전쟁은 우수가 지난 2022년 2월 24일 봄날이었다. 때맞춰 내렸던 봄비는 얼어붙었던 땅을 녹여 골짜기에는 물이 흐르고 있었고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고개를 내밀어 대지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누구든 우리를 방해하거나 나아가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에 대한 위협을 조성하는 자들은 러시아가 즉각 대응할 것이며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후과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대국민 연설을 하고 공격을 시작했다. 푸틴의 협박에 미국 등 서방 여러 나라들은 세계 3차 대전이 우려되어 우크라이나에 직접적인 군사 지원보다는 아웃사이더에서 물자를 지원하는 것과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가하는 것뿐 다른 방법이 없다. 마치 덩치 크고 힘 좋은 사람이 덩치가 작고 힘도 없는 사람을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는 상황을 지켜보는 것과 흡사한 안타까운 상황인 것이다.
때아닌 전쟁으로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를 눈여겨보며 긴장하고 있을 때에 나도 개인적으로 전쟁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이게 전쟁인지도 몰랐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로부터 여러 차례 사전 경고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치르고 있는 전쟁은 경고도 없었다. 전쟁의 서막은 작은 벌레가 집안 곳곳에 나타나면서부터다. 작은 벌레들이 방바닥과 주방등에서 기어 다니고 있었다. 깜짝 놀라서 이게 뭐지? 어디서 나타났지? 몹시 당황스러워서 자세히 보았다. 하지만 괴생명체는 처음 보는 것이어서 정체를 알 수가 없었고 약국에 가서 자문을 구해봐도 바퀴벌레의 일종이라는 말밖에는 들을 수가 없었다. 까만 색깔의 벌레는 크기가 좁쌀만 하다. 벌레는 바닥을 기어 다니는 속도가 제법 빨랐고 심지어 그 작은 체구에 날개까지 있어서 날아다니기까지 하니 기가 막혔다.
더욱 황당한 것은 바닥에서만 기어 다니는 것이 아니고 벽과 천장에도 붙어 있는 것이 보여 한번 더 깜놀했다. 천장에 붙어있는 놈을 처리하자면 고개를 쳐들고 무거운 청소기를 들었다 내렸다를 반복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러다 바닥에 있는 벌레를 밟았다. "똥밟았다."라는 느낌을 방에서 느끼게 되니 작은 벌레가 무섭기까지 했다. 벌레 퇴치에 온 신경을 쓰다보니 일에 집중이 안된다. 무엇을 하다가 벌레가 나타나면 청소기를 들고 처리 하가다 하던 일을 잊어버리기도 하고, 천장을 쳐다보며 다니다 음식물을 엎질러 일이 크지는 가 하며, 그릇이 바닥으로 떨어져 깨지는 등 노이로제가 걸려 헛것이 보이기도 했다. 몇 사람에게 물어봐도 이 괴생명체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없었고 오히려 신기해했다. 적을 알아야 효과적인 전투를 해서 퇴치를 하는데 적을 모르고 진원지도 알 수 없으니 벌레가 나타날만한 곳을 소독하며 봉쇄하고, 벌레 퇴치용 약을 뿌리며 수시로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면서 6월이 되었다. 느닷없이 시작된 나의 전쟁은 4개월째다. 우크라이나와 비슷하다.
2022년이 되고 코로나19의 엔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도 해제되고, 실외 마스크 착용도 해제되어 코로나로부터 해방된 기쁨에 모두가 설레었고, 경제도 살아나리라 기대를 했다. 그런데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풀었던 유동성 자금이 물가를 자극하고 있는 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물가 상승에 불을 지폈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 물가는 4.8%나 올라 13년 만에 최고치고, 5월은 5.4%, 6월은 6%대로 전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잡겠다고 했는데 부작용도 적지 않아 서민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6월 9일 무역수지 적자가 두 달째라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경고를 하기에 이르렀고 급기야 6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새 정부 경제정책 당정 협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경제 전쟁의 대 장정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반드시 이겨내야 한다."라고 했다.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율을 낮추고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경제 성장을 위한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했는데 과연 어떤 방법으로 이 난국을 헤쳐나갈지가 주목된다.
나의 주식중 하나는 계란이다. 계란도 흑역사가 있다. 지난 2016년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이어 2017년 살충제 계란 파동 여파로 계란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값이 치솟아 한판에 2~3천 원 했던 가격이 만원을 넘나들게 올라 "금계란"이라는 말이 나온 적이 있었다. "계란 대전"이 벌어졌던 것이다. 그러다가 값이 떨어지는 듯하다가 이번 물가 상승으로 다시 오르게 되었고 가장 싼 값에 구입해도 한판의 가격은 마트에서 6,600~7천 원대다. 얼마 전 마트로 가서 계란 한 판을 사 왔다. 단기간에 다 먹을 수는 없기에 냉장보관을 하기 위해 계란을 용기에 담는데 한 알이 금이 가 있었다. 조심스럽게 잡았는데 그만 깨졌다. 그것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매우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들게 되는 것은 계란의 몸값이 비싸졌기 때문이다. 한 판 계란 30개다. 한 개의 가격은 220원이다. 서민들에게는 결코 만만히 넘어갈 일이 아닌 것이다. 마트로 다시 갈까 하다가 포기했다. 시간도 없고 거리도 제법 되어서 포기했지만 마음에는 남이 있는데 아마도 같은 상황을 다른 사람들도 겪을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아침 출근길도 전쟁이다. 버스정거장에도, 전철역에도, 도로위에도 사람들은 시간과의 전쟁을 한다. 특히 전철 환승역에는 계단을 뛰어오르고 내리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그나마 빨리 갈 수 있는 상황이라면 다행이다. 시간은 촉박한데 사람들로 막혀 서둘러 걸어가지도 못하고 마음만 졸이는 경우도 있다. 나는 회기역에서 환승한다. 회기역은 전철 1호선과 경의 중앙선의 환승역이다. 노선이 서로 마주 보고 엇갈린다. 오른쪽에서는 왼쪽으로, 왼쪽에서는 오른쪽의 차를 타기 위해 사람들은 좁은 역사에 뒤엉켜 분주히 움직인다. 젊은이들은 눈을 부릅뜨고 몇 계단씩 성큼성큼 쏜살같이 뛰어 와서 사람을 거칠게 밀치고 차를 탄다. 아가씨들도 긴 머리에 치마를 나풀거리면서도 날렵하다. 그중에 노약자들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나도 여러 번 부딪쳐서 고통스러웠지만 별 방법이 없다. 다만 협소한 역사를 새롭게 확장한다는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다려 볼 수밖에.
호국 보훈의 달 6월이 저물고 있다. TV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던 6.25 전쟁 72주년 행사를 엄숙히 진행하고 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북한군의 침략으로 시작된 전쟁은 수많은 희생자를 내고 1129일 만인 1953년 7월 27일 유엔군 총사령관 마크 클라크,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중국 인민지원군 사령원 펑더화이가 전투를 중단하기로 합의하면서 휴전되었고 지금까지 냉전 상태다. 신상구 박사의 "6.25 한국전쟁 72주년을 추념하며" 특별기고에 의하면 국군 62만, 16개국의 유엔군 16만, 북한군 93만, 중공군 100만, 민간인 250만, 이재민 370만, 전쟁미망인 30만, 전쟁고아 10만, 이산가족 1000만 명 등 당시 남북한 인구 3000만 명의 절반이 넘는 1900만 명이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전쟁으로 한반도는 피와 눈물로 만신창이가 되었고 아직도 상처가 선명하다.
무궁화 꽃이 거리 곳곳에서 피어나 얼굴을 내밀고 있는 7월이 되었다. "끈기", "섬세한 아름다움"의 꽃말처럼 우리는 참 억척스럽게 이겨왔고, 이루어 내어 세계 10위권의 경제 열강에 올랐다. 그랬기에 전쟁을 직접 겪은 1세대, 유년기에 겪은 2세대, 역사로만 알고 있는 3세대들에 이어 전쟁을 전혀 모르는 MZ세대들 까지도 전쟁은 없어야 하고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전쟁에선 어느 편이 스스로를 승자라고 부를지라도 승리자는 없고, 모두 패배자뿐이다."라고 미국의 경제학자 챔벌린은 말했다. 전쟁은 인류를 파괴시키기 때문이다. 나의 노력 덕분인지 벌레와의 전쟁은 거의 막바지가 되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은 5개월째로 접어들었다. 러시아의 공격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결사 항전의 각오를 다지며 서방 여러 나라의 도움을 호소하고 EU 가입을 서두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평화운동가 니나 포타르스카는 "우크라이나 인민이 겪고 있는 고통은 영화의 장면이 아니다. 러시아는 정당화될 수 없는 침략 전쟁을 당장 멈추어야 한다."라고 절규했다. 벌레와의 전쟁은 언감생심 수만 명의 희생자가 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비할바는 결단코 못된다.
사람들은 살기좋은 세상, 행복한 세상, 자유로운 세상,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세상은 갈수록 바이러스와의 전쟁, 이상 기후와의 전쟁, 벌레와의 전쟁, 시간과의 전쟁, 돈과의 전쟁, 사랑과의 전쟁, 공부와의 전쟁, 고독과의 전쟁, 범죄와의 전쟁, 살(뱃살)과의 전쟁, 마약과의 전쟁, 나라 간의 전쟁 등으로 끝없이 싸우며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인류는 미래 먹거리 식량과 물로 인한 치열한 전쟁을 치를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도 코로나19 바리어스와의 전쟁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떤 바이러스가 우리를 위협할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릴 때는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전쟁놀이를 했다. 총은 나무고 총알은 입에서 발사된다. 그 총알을 맞으면 아이들은 죽는시늉을 하며 놀았다. 정말로 죽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였지만 눈을 감고 쓰러지면 죽는 것이 되었다. 그러다 흙먼지를 툴툴 털고 다시 살아났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희생자도 그렇게 살아나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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