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정대수
ㆍ작성일	2021-07-09 13:57

ㆍIP: 123.xxx.203

시간을 쪼개자

"시간이 돈이다." 즉 시간과 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이다. "시간을 아껴라"는 말은 "돈을 아껴라"는 것이며 수없이 들었고 말하며 산다. 나는 어릴 때 빨리 어른이 되는 것이 소망이었다.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시간아! 제발 빨리 가라."는 터무니없는 기도를 하기도 했다. 수업시간도 빨리 갔으면 좋겠고 남자라면 대부분 거쳐야 하는 군대생활은 달력을 붙들고 날짜를 지워가며 지루한 나날이 빨리 가기를 학수고대했다. 샐러리맨들이 기다리는 월급날은 왜 그리 더디 오는지 한 달이 멀게만 느껴지는가 하면 출근하면 점심시간이 기다려지고 또 퇴근시간이 빨리 왔으면 하고 시계를 쳐다본다. 일주일 동안 힘들게 일하면서 주말이 기다려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라지만 그만큼 시간이 빨리 가야 됨을 망각하고 시간을 재촉하며 살다가 훌쩍 가버린 시간에 미련을 두고 시간이 참 빨리 간다느니 세월이 너무 잘 간다는 말로 자연스럽게 시간을 탓한다.

언젠가 책상위에 물 한 컵을 실수로 엎지른 적이 있었다. 마시려고 같다 놓고는 바쁜 일처리로 잊고 있다가 쏟아버린 것이다. 쏟아진 물을 닦아내는 데는 제법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책상 위의 컴퓨터, 책들과 서류 심지어 바닥까지… 뿐만 아니라 뒷수습에 후유증도 남는다. 작은 실수 하나에도 많은 시간을 뺏기는데 살면서 겪는 실수는 세월을 제법 까먹고 상처를 오래 남기기도 한다. 실수는 대체적으로 나쁜 결과가 뒤따르지만 뜻밖에 좋은 반응이 어쩌다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문구용품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포스트잇이나 페니실린 또 대패삼겹살 등은 실수로 탄생된 것들이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라고 누구나 실수를 하면서 사는 것 같다. 그렇게 허둥지둥 세월이 지나 중년이 되어 좀 노련미가 생기나 싶으면 시간은 50세는 시속 50km, 60세는 60km, 70세는 70km… 나이에 비례해서 달리는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진다는 것을 실감하며 마음이 바빠지게 된다. 나이를 먹어 몸은 늙고 힘도 떨어지면서 행동은 느려지는데 비해 야속하게도 시간은 인정사정없이 간다. 그렇게 가는 시간과 세월의 아쉬움을 사람들은 시와 노래로 달래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시간은 어쩔 수 없고 현재의 시간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대부분 아침 6시에 간단한 식사를 하고 TV와 컴퓨터를 켜서 잠시 들여다본 후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출근하면 9시다. 정해진 일과를 마치고 저녁 6:30 퇴근해서 집으로 오면 거의 8시 정도 늦게까지 일을 하면 10시가 넘고 밤 11시면 잠을 자는 날들의 반복이다. 매일 17시간을 활동하는 것이다. 길다면 무척 긴 시간인데 비해 너무 초라한 시간표다. 형편없는 성적을 예상은 했음에도 불구하고 깊은 자괴감에 고민을 하다가 오랜 시간 묻고 지냈던 나의 끼와 본질을 찾기로 다짐하고 중간중간의 시간을 쪼개기로 했다.

먼저 출, 퇴근 시간을 쪼개 보자.
평소 독서라도 하고자 가방에 책을 넣고 다니기는 제법 오래되었다. 하지만 혼잡한 차내에서 책을 펼쳐 들어도 몇 페이지를 보기가 힘들게 지쳐 다시 가방으로 들어갔다. 중간에 혹여 자리가 비어서 앉아도 고단한 눈꺼풀을 내리고 쉰다. 가방 안에 책도 잠을 자며 따라다녔다. 어쨌든 매일 왕복 두 시간 정도를 차 안에 있어야 한다. 한 달이면 상당한 시간이 모여진다. 즉 당장에는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돈이 날이 갈수록 쌓여 쓰레기통으로 버려지는 것이다. 그 아까운 시간을 쪼개 반타작이라도 하기 위해 먼저 공부를 시작한다. 손 안의 모바일(mobile) 핸드폰의 다양한 기능들이다. 잘 몰라서 활용을 못한 부분도 있지만 조작이 어렵고 귀찮아서 간단한 용도로만 들고 다녔는데 이것부터 배우기로 했다. 갈 길은 멀고 서툴지만 눈이 더 침침해지기 전에 잘 배워 부지런히 부려먹어야겠다.

다음으로 일과시간을 쪼개 보자.
업무시간을 쪼갠다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려운 부분이다. 많든 적든 녹을 받는 처지인데 일과시간에 휴식을 취하기는 다소 불편해서 일뿐만 아니라 매사에 말썽이 없도록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데도 사람마다 보기에 따라서 눈에 가시가 될 수도 있으므로 조심스럽다. 일과시간에는 종일 서서 해야 하는 일이기에 바쁠 때는 점심시간외에는 앉아 있을 시간이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다리와 발이 고생한다. 퇴근시간이 되면 걷는 것이 힘들 정도로 발이 아플 때도 있다. 그렇다고 계속 바쁜 것은 아니다. 바로 이 시간을 쪼개는 것이다. 한가해지면 막연하게 앉아 쉬는 것보다는 휴식도 취하며 인터넷으로 신문을 보거나 자료를 수집하고 쪽 글을 쓰며 에너지를 보충하여 다음 일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만들어 실수 없이 일하는 것이다. 헨리 포 더는 "휴식을 하는 것은 게으름도, 멈춤도 아니다."라고 했다.

끝으로 귀가 후의 시간을 쪼개 보자.
퇴근 후 동네에 오면 먼저 가게로 가서 막걸리 두 병을 산다. 가게 한 곳만 가면 매일 술을 먹냐고 할 것 같은 혼자 생각에 창피해서 몇 곳을 번갈아가며 사 온다. 간편하고 쉽게 먹어면서 피로와 허기도 달래고 집안일을 처리하기에는 막걸리가 참 좋기 때문이다.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으니 그렇게 두 병을 다 마시고 나면 취기가 돌면서 포만감에 만사를 잊고 TV를 보다가 잠을 잔다. 수년간에 걸친 매일의 모습이다. 결국 약간의 중독성도 생겼는지 가끔 빈손으로 집에 들어오면 뭔가 허전함이 들 정도였다.
2020년 봄에 대한 문학세계에 등단을 하면서부터 퇴근 후의 시간을 쪼개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술이라는 이불로 덮으려 했던 고독을 서투른 글이지만 밖으로 끄집어 내 보기로 용기를 낸 것이다. 늦게 들어오는 날을 제외하면 거의 8시에 집으로 와서 간단한 식사와 정돈을 하고 책상 앞에 앉으면 9시 정도 된다. 먼저 일기를 쓰고 난 후 작성 중이던 글을 읽어가며 수정과 집필을 하다가 거의 11시면 잠을 자는 생활로 이어가게 장을 열어주었음에 감사한다.

결론적으로 나에게 시간의 자유이용권이 주어졌다. 켄 로슨 (Ken Lawson)의 "시간 지배자"라는 책은 시간의 주인이 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내용이다. 길거리나 차 안에서 많은 사람들은 귀에 이어폰을 꼽고 휴대전화기로 게임이나 주식 또는 강의나 영상물과 책을 보는 등 이동 중에도 시간을 쪼개가며 열중하는 모습이다. 가는 시간은 멈출 수도 되돌릴 수도 없기에 몸은 좀 고달파도 시간을 내편으로 만드는데 공을 들이는 것이다. 미래에 우뚝 서 있을 자신의 모습을 그려가며 말이다.
코로나19와 같은 무서운 질병은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리기보다는 극복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고 그것이 백신이라면 서둘러 접종을 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따라서 정신과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 좀 늦은 출발이지만 힘차게 달려가야겠다.

*21년 경기 지역 동인지( 달빛 드는 창 )에 실린 글입니다.

한영택

2021-07-12 17:16

`정대수`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정대수 작가님 안녕하세요?
장마에, 더위에, 코로나 변이 확산에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시간은 돈이다” 각자 나름 생활 방식에 따라 계획성 있게 시간을 잘 쪼개 써야겠지만, ‘코로나 19’로 평범한 일상이 멈추어 버린 지금의 상황에선 많은 사람들이 돈을 잃어버리고 있네요. ㅎㅎㅎ 생명체가 있는 것들은 그 시간이 유한 일진데, 자유롭지 못한 지금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의 귀한 시간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백신접종으로 하루 빨리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무슨 일이든 할 때 확실히 하고 놀 땐 확실히 놀자 입니다.
건강 잘 지키시고 평안하십시오.
작가님 글에 다녀갑니다.


정대수	한영택 작가님 반갑습니다. 맞습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이 소중한 만큼 알뜰하게 잘 쪼개어서 사용해야겠습니다. 코로나19가 시간을 멈춘것 같지만 그래도 시간은 변함없이 잘 갑니다. 잘 이겨내는 지혜가 필요할 때입니다. 한여름의 폭염과 코로나19에 건강관리 잘 하셔서 건강한 여름나기가 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7/13 11:30

김종덕

2021-07-19 14:56

`정대수`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정대수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정말 하루를 알뜰히 사용하시네요. 그렇지요, 어떨 때는 분, 초가 아까울 때가 많습니다. 특히 몸은 지쳐있고, 마음은 달려가야할 때는 갑갑할 때도 많지요. 이젠 이런 답답함보다 작은시간을 크게 만들어 쓰는 것이 더욱 중요하리라 생각합니다. 계획적으로 사시는 작가님, 참 훌륭하십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정대수	김종덕 작가님 반갑습니다. 만약에 시간을 돈을 주고 산다면 어떨까요? 더욱 소중하고 알뜰하게 사용할 것입니다. 저도 의미 없이 지난 세월이 후회가 많이 됩니다. 그래서 늦었지만 좀 더 보람 되게 시간을 사용할까 하는 마음에서 쓴 글입니다. 무엇이든 꾸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때문에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폭염에 코로나 19 까지 여러모로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건강 잘 챙기시고 하시는 모든 일에 형통 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7/26 20:39

정찬열

2021-07-21 08:29

`정대수`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존경하는 정대수 작가님~
그간도 잘 계신지요
어릴때 부터 들어온"시간은 돈이다" 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최근들어 시조며, 시쓰기 강좌를 듣는다고 그것도
고작 일주일에 2일 나가는데도 시간에 많이 쪼달려
문학서재에 참석이 부진한점 실토합니다.
나이가 들고 가정을 이루고 누구의지탄을
받지 않으면 시간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었습니다.
늦게야 철이든 것인지 젊었을때 못다한것을
이루려고 하는 것인지 이렇게 시간에 쫒기는 것은
나이들면 누구나에게 닥친 일과인듯 합니다.

39년만에 짧게 끝난 장마가 이제는 완전이 끝나고
오늘부터 불볕 장마라고 합니다.
그어느때 보다 가내 건안 하시고 편안 하시기를 기원 합니다.


정대수	정찬열 작가님 반갑습니다. 시간을 쪼개 쓰는 것은 아마도 누구나 그러리라 생각됩니다. 그중에서도 무엇인가 의미 있는 것을 하는데 시간을 사용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바로 작가님의 열정 같은 것이 겠지요. 바쁜 시간을 쪼개서 공부도 하시니 참 대단하시고 부럽습니다. 저는 공부를 하고 싶어도 시간에 제약이 있으니...ㅎ 열심히 배우셔서 훌륭한 작품으로 승화 시키시기를 바랍니다. 폭염에 코로나 19 까지 여러모로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건강 잘 챙기시고 하시는 모든 일에 형통 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7/26 20:50

근심을 잊는 고개 "망우 고개길"

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