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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대수 수필가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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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정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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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22-01-23 09: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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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과 귤
선물은 좋다. 사람을 서프라이즈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주는 기쁨과 받는 즐거움은 선물만이 가진 매직이다. 생일, 기념일, 축하, 감사할 일에는 선물이 따라간다. 선물에는 정도나 기준이 명확히 정해진 것은 없지만 받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거기에 정성을 다한 손편지나, 사랑이 담긴다면 요즘 말로 짱이다. 게다가 뜻밖의 깜짝 이벤트는 평생 추억으로 남을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다. 선물에도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바리바리 들고 다닐 때가 있었던가 하면, 외식으로 가족잔치를 하는가 했는데, 요즘은 뭐니뭐니 해도 머니가 최고라고 현금 선물을 선호한다. 코로나 3년 차에 비대면 선물로 돈만 오가는 현실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웃프다.
지난 21년 여름이 지날 무렵 퇴근해서 집으로 왔는데 아들이 핸드폰을 보자고 한다.
이 폰 사용한지 얼마나 되었어?
글세, 아마 4년 가까이 되었지.
잘돼?
그런대로...
생일때 선물로 바꿔줄게
OK!
사실 당시에 사용하고 있던 핸드폰도 아들이 선물해준 것인데 오래되어 바꿀 생각이었다. 사람도 수명이 있다면 전자기기에도 어느 정도 수명이 있는데 핸드폰은 고가에 비해 수명이 짧다. 거의 2년 정도 사용하면 통화품질이 떨어지고, 오작동을 하고, 밧데리 소모도 빨라지고, 매일 충전해도 장시간 들고 다니기가 불안하다. 나만 그런것이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의 이야기도 그렇다. 그래서 또 바꾼다. 핸드폰은 바꿀때마다 기능이 업그레이드 되고, 모양도 세련되고 멋있다. 문제는 그 기능들을 배우고, 묻고, 이해하고,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이 다시 걸린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정도 적응이 되었다 싶으면 또 바꿔야 하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그렇게 12월이 되고 생일날이 되었다. 코로나에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거리두기 강화를 시행하는 기간이라 외식은 포기하고 퇴근길에 구리 전통시장에서 갈비탕과 뜨끈한 찐만두를 포장해서 집으로 왔다. 아들은 기다렸다는 듯 핸드폰을 달라고 한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기계가 왔단다. 유심칩과, 내장된 SD카드를 새 기기로 이동하고 전화번호, 카톡, 밴드, 문자, 은행, 보험, 증권, 사진 등의 기능들을 이전하느라 장시간 애를 쓴다. 그리고 사용하기 편하게 얼굴인식, 지문인식까지 해서 현재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많다. 좀 달라진 낯선 기능들 때문이다. 솔직히 이전 기계도 기능이 뭐가 있는지 다 몰랐고, 화면에는 있지만 사용을 전혀 하지 않은 앱도 많았다. 그러다 기기를 바꿨으니 더 어려워진 것이다. 단순히 전화만 걸고, 받는다면 문제 될 것이 없지만 요즘은 손안에 모바일, 스마트폰으로 수많은 일을 한다. 그러니까 이제는 핸드폰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가 된다. 때문에 무엇보다 사용이 편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필요에 따라 앱을 사용하는데 그때마다 길이 막혀 스트레스를 받았다. 퇴근 후 집에 와서 묻고 배우 고를 여러 날 하다가 짜증이 폭발할 때는 괜히 아들에게 화도 냈다. 그 불편한 기능들이 마치 아들의 잘못인 것처럼 불평을 하며 억지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래도 아들은 앞으로는 더 복잡하고 어려운 시스템과 살아야 하는데 이 정도는 적응하고 이겨내야 한다고 다독인다. 고가의 선물에 감사하기는커녕 꼰대의 까칠한 성화에도 잘 견뎌준 아들이 고맙고 맴찢 하지 않았을까 미안함이 든다.
점심은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7개월째 먹고 있다. 식당에 들어가면 문 양쪽에 있는 키오스크 기기로 가서 먼저 계산을 한다. 말하자면 이 기계를 사용한지도 7개월째가 된 것이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기계와도 익숙해졌다. 그런데 얼마 전 역시나 카드를 넣고 숫자를 누르고 계산을 하려는데 카드 마그네틱을 다시 읽혀달라고 한다. 그렇게 여러 번을 하다 보니 큰 건물에다 점심시간에 몰리는 손님들로 길게 줄이 늘어선다. 당황하여 이것저것 막 누르다 결재가 되었고 식권이 출력되어 나온다. 한숨을 돌리며 다행이다 했는데 너무 많이 나온다. 영수증을 보니 5인분이 나와야 되는데 10인분이 나온 것이다. 결국 사람을 불러 5인분은 취소를 하였지만 정말 힘들었던 순간이었다.
21세기는 첨단시대에서 우주시대라고 하더니 문명전환기라고 까지 한다. 문화와 언어, IT 전자기기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여 중, 장년이 쫓아가기는 매우 힘든다. 게다가 코로나 19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팬데믹(Pandemic)으로 언텍트(Untact) 매장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MZ세대들이야 기기를 다루는 것이 능숙하고 설령 모르더라도 검색을 해서 바로 찾아가는데 중, 장년은 기기 앞에 서면 긴장된다. 예전에는 배우지 못해서 문맹이 생겼다면, 요즘은 배워도 어렵고, 그때뿐이다. 배울 때는 이해하는 듯하고 신기에 가까운 기능에 놀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얼마 되지 않아 잊어먹는다. 계속 사용하는 기기조차도 이상반응을 보이면 당황하고 헤매다가 무색해지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닌데 날이 갈수록 기기는 첨단을 달린다. 때문에 기능이 좋은 선물도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선물(膳物)은 국어사전에서 "남에게 어떤 물건 따위를 선사함"이라고 한다. 그런데 물건이 아닌 사람도 선물이 되는 경우가 있다. 가족을 선물이라고 칭하기도 하며 특히 태어나는 생명은 하늘이 주신 선물이라고 말한다. 또 죽음의 문턱에서 기사회생한 사람들은 다시 태어나는 제2의 인생을 선물로 받았다고 한다. 이환경 감독의 영화 "7번 방의 선물"도 사람이다. 영화를 보면 성남교도소 7번 방으로 특수 지적 장애인 용구(류승룡)가 범죄자로 들어오게 되고 감옥에서 용구는 딸 예승(갈소원) 이만을 찾고 그리워 하자 수감자들은 예승이를 큰 종이박스에 담아 간수들 몰래 감방으로 들여와서 용구에게 선물하는 다소 황당하고, 코믹하고, 감격스러운 장면을 만들어서 대박을 냈다. 류승룡의 연기도 대단했지만 갈소원의 연기는 관객들에게 눈물과 웃음을 선물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전철 종로3가역에서 회사로 가는 짧은 거리에는 "임대"라는 현수막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손바닥만 한 우리 회사도 겨우겨우 견디고 있다. 분위기도 살얼음 판이다. 소소한 비용까지 줄여가며 어떻게든 견뎌내야만 하는 무거운 분위기에는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마치 죄인이 된 것처럼 기가 죽고 서로 눈치를 보게 된다. "좋아질 거야" , "잘될 거야" , "이겨낼 수 있어"라는 격려의 말도 코로나 3년 차가 되니 별 의미가 없다. 그래도 답답한 마음에 느닷없이 나오는 한숨보다는 최대한 좋은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이 상황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좋은 말은 분위기를 살리는 긍정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임인년에는 서로에게 용기와 희망의 말을 선물하는 산타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구리시에는 돌다리 구리 전통시장이 유명하다. 시장에는 특별히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가게가 있다. 그중에 "엄가家네 막 퍼주는 집"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는 다소 허름한 상점 두 곳이 그렇다. 막퍼준다는 문구에 사람들은 의구심을 가진다. 그만큼 싸게 판매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물건의 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 집에 판매전략은 그날 물건은 당일에 모두 소진하는 것이다. 즉 재고가 없다. 새벽에 물건을 실은 차가 오고 대여섯 명의 젊은이들이 부지런히 가판대에 진열한다. 가판대는 합판과 조립식 앵글로 만들어 보잘것없고, 플라스틱 바구니에 야채며 과일 등을 담고, 종이 박스를 잘라 가격표를 만들어 세우고 9시 정도면 판매를 시작한다. 그때부터 사람들이 몰려들고 10여 평의 매장 안팎은 물건반 사람반으로 북새통을 이루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엄청난 양의 물건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초저녁이면 가게는 텅 비게 된다. 어쩌다 물건이 남게 되면 떨이로 더 저렴하게 처분하고 손을 턴다. 구리 전통시장에 오면 매일 똑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일요일은 쉰다.
주말이 되면 엄가네에서 야채와 과일 등을 산다. 그중에서도 11월부터는 귤을 많이 사는 편이다. 귤은 다른 과일에 비해 가격도 싸고, 먹기도 편하고, 비타민C가 많아서 피로할 때 먹으면 좋은 듯했기 때문이다. 한번 사면 일주일에 다 먹기에는 양이 좀 많았다. 그래서 회사 동료들과 같이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좋은 놈으로 골라 다섯 개를 가방에 넣고 출근해서 책상 위에 하나씩 놓아둔다. 뒤이어 출근한 동료들이 책상 위의 귤을 보고 의아해한다.
"웬 귤?"
"누가?"
"선물!"
"감사!"
가벼운 인사로 유쾌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하루 이틀 정도로 끝날 줄로 알았던 귤 선물은 2020년 12월 말까지 두 달 가까이 이어졌다. 날이 갈수록 "일용할 양식", "하사품" , "연말정산"이라는 농담도 주고받으며 동료들 간에 웃음소리도 들리고, 자연스러운 대화로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작은 공간에서 일하지만 서로 눈을 마주 보는 시간은 별로 없다. 바쁘면 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귤 하나가 주는 행복은 컸다. 때문에 귤 선물은 멈출 수 없는 기쁨이 되었다. 요즘도 가끔 귤을 가져간다. 이제는 말을 안 해도 안다. "잘 먹겠습니다." 선물은 받는 사람도 기쁘지만 주는 사람은 더 더 더 기쁘고 달달하다는 것을 맛보았다. 계면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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