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한영택
ㆍ작성일	2021-03-2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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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의 소금강 대둔산을 오르다

호남의 소금강 대둔산을 오르다

한영택

간밤에 살짝 비가 온 뒤라서 무척이나 맑고 상쾌하다. 최상의 날씨 조건이라 그냥 하늘을 날아가고 싶은 기분이다. 산을 오르는 내내 힘이 절로 솟는다. 평소에도 많은 사람이 찾지만, 요즘 '코로나 19'로 발길이 줄어들었고, 평일이다 보니 더 한산하기만 하다. 오늘은 우리가 산 전체를 전세 낸 듯하다. 피곤한 세상에 찌든 영혼을 쉼 할 수 있는 곳 푸른 숲과 파란 하늘, 깨끗한 공기에 취하고 싶다. 하늘엔 구름이 둥둥 초록빛 물들어가는 능선의 바위 위에 앉아 친구들과 같이 김밥 한 조각 입에 물고 막걸리 한 잔 들이켜 족하랴. 아~~~ 정말 기분 좋다.

몇 번이고 찾아도 다시 찾아가고 싶은 매력적인 산이다. 필자도 아주 오래 전 한 번 와 본 적 있었지만, 다시 찾는 지금은 또 새롭게 다가온다. 전북 완주군과 인접하고 충남 금산군, 논산의 벌곡면에 걸쳐 자리 잡고 있는 호남의 소금강 대둔산은 1977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대둔산의 금강구름다리, 삼선구름다리, 약수정, 등산로, 야영장은 1972년부터 설치하였는데, 1983년 6월 10일에 국민관광지로 선정되어 집단시설지구를 개발하였다. 정상 마천대(878m)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어 내린 웅장한 산세와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펼쳐져 절경을 이루고 있다. 동북쪽으로는 유등천, 북쪽으로 갑천, 서쪽으로 논산천 등 금강지류가 흐르고 봄이면 신록, 여름이면 녹음, 가을이면 단풍, 겨울이면 설경으로 자태를 뽐내 산악인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는 산이다.

대둔산 주차장에서 300m 거리 맛집 촌을 지나 대둔산호텔(지하 620m의 심부 암반층 유황온천수 있음. 1987년 시추 시작, 1989년 온천수 발견, 1992년 6월 30일 온천지구로 지정)을 지나면 곧바로 케이블카 승강장이 있다. 오늘은 편리 상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 등산객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❶ 코스와 ❷ 코스를 병행하기로 했다. 케이블카 상부휴게소에서 → 구름다리 → 삼선계단 → 마천대(1.8km) → 정상삼거리 → 장군봉 → 용문굴 → 칠성봉전망대 → 신선암 → 용문골 입구(2.2km) → 대둔산 주차장이다. [주요코스 4곳 ❶ 느새골 코스: 대둔산 주차장 → 케이블카 → 상부 휴게소 → 정상삼거리 → 마천대 ❷ 용문골 코스: 용문골 입구 → 신선암 → 용문굴 → 용문골 삼거리 → 정상삼거리 → 마천대) ❸ 안심사 코스: 안심사 → 쌍바위 → 지장폭포 → 등로암터 → 829봉 → 안심 삼거리 → 정상삼거리 → 마천대 or 안심사 → 약사암 → 깔딱재 → 마천대) ❹ 수락골 코스: 수락리 버스 종점 → 제1폭포 → 군자골 → 화랑폭포 → 장군절터 → 마천대]

마스크를 끼고 케이블카(길이 927m, 경사도 28°, 승선 51명, 운행시간 5분, 2대 운행, 요금: 왕복 11,500, 편도 8,500, 1988년 5월 착공, 1990년 11월 완공)에 탄 모습 또한 훗날 추억에 남을 거 같다. 상부 휴게소에 다다르자 좌우로 펼쳐진 암벽들이 시선을 고정한다. 본격 산행 초입에 조금 올라가니 정상 마천대로 향하는 1관문 임금바위와 입석대를 연결하는 금강구름다리(높이 81m, 길이 50m, 폭 1cm, 1985년에 철재로 재가설)에 다다른다. 튼튼한 철재로 되어 있지만, 출렁출렁 흔들어보는 재미도 있다. 다리를 건너면 얼마 안 되는 거리지만 정상 마천대까지는 가파른 오름길이다. 이어서 금강구름다리와 삼선바위을 잇는 삼선구름다리(길이 36m, 폭 0.5m, 경사도 51°로 127개 계단, 1985년 재가설)를 오르는데 덜덜덜~~~ 조심조심 올라가야만 했다. 친구 한 명은 고소공포증이 있어 애를 먹었다. 삼선바위는 고려 말 한 재상이 딸 셋을 거느리고 나라가 망함을 한탄하여 이곳에서 평생을 보냈는데, 재상의 딸들이 선인으로 돌변하여 바위가 되었고 지켜보는 모습과 같아 삼선바위라 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막바지 오름길을 지나자 마천대(878m) 정상이다. 그곳에 승전탑(1950년~ 1955년까지 5년에 걸쳐 대둔산 일대의 빨치산과 북괴군의 토벌과정에서 순국한 1,376명의 경찰, 국군, 애국청년단원의 호국영령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된 것)이 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산세는 어디를 둘러봐도 아름답고 멋진 풍경이다.

욕심 같아서는 서남 능선의 빼어난 안심사 코스를 가고 싶었지만, 길이 멀고 하산 후 되돌아오는 교통편이 여의치 않아 동북 능선의 용문골 코스로 하산하기로 했다. 용문골 삼거리를 지나 능선 바위에서 둘러앉아 먹는 김밥에 막걸리 한잔은 그동안 쌓였던 답답함과 스트레스를 말끔히 날려버리는 시간이었다. 암 봉 위에서 비행하는 필자의 포즈 또한 멋졌다. 용문골 하산 코스는 급한 내리막길이다. 돌계단을 한참 내려오자 칠성봉전망대가 있고 좌측 짧은 오름길에 용문굴(당나라 정관 12년 선도대사가 이곳에서 도를 닦고 있을 때, 용이 이 바위 문을 열고 승천하였고 이문을 통과하면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고 신선의 경지에 이른다 하였다)이 있다. 동학농민혁명 당시 전투원이 수천 개의 용기를 펄럭이든 골짜기였다고 용문골로 전해졌다 한다. 친구 한 명과 5m 높이의 용문봉(암 봉)에 기어올라본다.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친구들은 필자의 엉덩이가 몹시 색시하게 보인다고 한다. ㅎㅎㅎ 다시 내려와 칠성봉전망대에서 바라보는데, 칠성봉 사이로 중천에 떠 있는 해가 멋진 장관을 연출한다.

곧바로 발길을 재촉한다. 경사가 급한 내리막을 지나 좀 더 내려오니 좌측에 신선바위(용의 입 모양의 형상을 가진 굴로 동학농민혁명 당시 우금치 전투에서 패한 농민군들이 은신하였다 하고 높은 고지임에도 일 년 내내 샘에서 물이 나와 천혜의 요새였다 함)가 보인다. 잠시 눈길을 주고는 터벅터벅 완만한 길 걷다 보니 동학농민혁명 대둔산항쟁전적비 안내문이 보이고 용문골 입구에 다다른다. 여기서 주차장까지는 600m 거리라 걸어서 15분이면 도착이다. 오후 4시를 가리키는데, 곧바로 차로 이동해 6km 정도 떨어진 태고사까지 다녀가도 될듯하다. 산길을 돌아 태고사 주차장에 당도해 또 한참이나 걸어서 올라갔다.

태고사는 마천대 능선에 있는 사찰로 신라 신문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하였다. 원효가 12승지의 하나로 꼽은 명당으로 한때는 대웅전만 72칸에 이르는 웅장한 규모를 자랑했고 인도산 향근목으로 만든 불상이 봉안되어 있었으나 6·25전쟁으로 소실되어, 최근에 다시 지은 대웅전, 무량수전, 관음전 등의 여러 건물이 있다. 오랜 전통은 있지만, 사찰은 고풍스러운 풍경은 아니었다. 아마 6.25 때 소실되어 최근에 지은 탓이기도 할 것이다. 태고사를 끼고 낙조대에 오르면 대둔산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데~~~ 낙조대 쪽으로 바라보면 능선에 불뚝 힘 있게 솟아 있는 커다란 남근석이 선명하게 보인다. 어쩜 남근석의 기를 받아 금강산 마하연사와 동렬의 명찰로 서산대사의 법손 진묵대사가 오랫동안 수도하며 입적하고 많은 고승 대덕을 배출하였음일까? 우암 송시열이 이곳에서 도를 닦으며 쓴 석문이 절 앞 암벽에 남아있는데~~~ 해는 서녘으로 점점 기울어져 간다. 갈 길이 먼 필자는 어두워지기 전에 발길을 돌린다.

20.06.01

정대수 2021-03-22 15:58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한영택 작가님 안녕하세요. 대둔산 참으로 멋지고 아름다운 산이죠.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서 보이는 산세에 모든 사람들이 감탄을 할 정도이니까요. 봉우리와 봉우리를 연결하는 다리와 하늘까지 닿을 것 같이 뻗은 철 계단은 스릴도 만점입니다. 특히 겨울에는 더하지요. 요즘에는 정비를 잘 해서 그나마 수월하게 산행을 하는데 예전에는 정말 힘든 산이었지요. 좋은 경치를 보며 산에서 먹는 김밥과 막걸리는 꿀맛입니다. 먹어본 사람만 아는 맛...ㅎ 좋은 에너지를 받으시고 또 작품으로 나눠주셔서 더불어 잘 받고 갑니다. 건강하시고 만사에 형통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김종덕 2021-03-27 13:52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한영택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작가님께서는 마라톤도 하시고 등산도 하셔서 지금은 아주 젊은 모습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운동하여 젊어 지면 더욱 하고 싶을 것이 운동이 겠지요.성원을 보냅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한영택 2021-03-22 18:36	《Re》정대수 님 , 정대수 작가님 반갑습니다. ‘코로나 19’로 모임이나 스포츠 등 단체 활동이 안 되니 친구 한두 명과 산에 가는 걸로 만족해야~~~ 대둔산 구름다리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좋다는 산에는 다 출렁다리를 설치해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술 좋아하는 사람은 산행보다 술 마시길 더 좋아하죠? 퍼 마시는라 등산은 뒷전~~~ ㅎㅎㅎ 저는 산행 중에 먹는 것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습니다. 배고프면 오이 한조각도 꿀맛이죠? 그러나 산행 후에는 충분한 영양보충 해야겠습니다 꽃 피고 초록이 짙어가는 계절이 오면 많은 사람이 산을 찾지요 산마다 각각 매력이 있지만, 좋은 산 제대로 타고나면 일주일 내내 기운이 좋습니다. 작가님도 가까이 있는 도봉산, 북한산 가끔 찾으셔서 좋은 기운 받으세요 건강하시고 즐거운 봄날이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한영택 2021-04-03 18:30	《Re》김종덕 님 , 김종덕 작가님, 잘 계시지요? 매화를 필두로 주변 곳곳에 봄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만개한 벚꽃이 봄비의 시샘으로 꽃비를 날리네요. 각자 살아가는 방법이 다르듯 스트레스 푸는 방법도 다르지요? 운동을 하고 나면 잡념이 사라지고 정신 건강도 좋은 거 같아요. '코로나 19' 이전엔 마라톤을 즐겼는데, 지금은 대회가 없어 제대로 할 수 없으니 혼자 가끔 조깅 정도로만 하고 있어요. 홀로 산행은 재미가 없어 가끔 친한 친구와 바람도 쐴 겸 좋은 산을 찾는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예전의 일상을 회복해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러다 그냥 한 세상 가려는지요? 가는 세월이 아깝습니다. ㅎㅎㅎ 작가님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영남알프스 천황산 억새 길을 가다

산행에 흥미를 느낀 젊은 날의 대둔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