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한영택
ㆍ작성일	2021-01-25 06:40

ㆍIP: 110.xxx.186

가야산 만물상능선을 오르다

가야산 만물상능선을 오르다

한영택

왠지 좋은 기분, 날씨마저 맑고 상쾌한 날이다. 전날 늦은 밤 해인사IC에서 3분 거리인 TOP모텔(야로면 매촌리)에서 1박을 하고 난이도 상급 수준인 만물상능선을 따라 가야산 종주를 해야 하기에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가지고 온 음식으로 아침을 때우고 짐을 챙긴다. 숙소에서 백운동주차장 12km(15분)에 도착하니 아침 8시 곧바로 산행에 들어간다. 11월 들어서니 산 위에는 벌써 낙엽이 지고 산 아래 곱게 물든 단풍잎도 마지막 자태를 뽐내고 있다. 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 내딛는 발걸음이 가볍다.

오늘은 김상화 작가님과 둘이 산행을 한다. 작가님은 전날 밤 늦게 먼 길을 오셨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않았기에 컨디션이 좀 안 좋은 듯 편한 길을 택하자고 하신다. 산이 높아 힘들지만 정작 수월하게 산행을 하자면 해인사에서 오르는 게 낫고, 백운동에서는 옹기골과 만물상능선 코스로 갈리는데, 만물상으로 올라야 가야산 정취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 것이기에 힘들지만 만물상능선을 오르면 좋겠다고 하니 만물상코스로 가자고 하신다. 걷다 보니 앞서가는 아가씨와 뒤에 따라 오는 아저씨도 보인다.

만물상능선 길로 들어서 오솔길을 좀 지나 비탈진 산길 초입 올라서자 산행객도 늘어나고 좌측 600m 떨어진 곳에 심원사의 고요한 풍경이 시야에 들어오고 드디어 만물상 능선의 암봉이 설설 출현하며 바위산을 알리는 서막을 걷어 올린다. 멀리 공룡능선으로 사자바위에서 뻗어 내린 아침햇살과 맞물려 그리움릿지가 희끗희끗한 바위벽을 드러내며 위용을 뽐낸다. 일명 해탈봉(1.064m) 솟아오른 사자바위(1,138m)일 것이다.

기암들이 시선을 끌기 시작하는 가파른 능선에 올라서자 우뚝한 촛대바위봉과 멀리 가야산 정상이 첫선을 보인다. 전망 바위가 포진한 능선마루에 올라서자 979m봉, 촛대바위봉, 1.096m봉, 1,158m봉(상아덤)에 이르는 만물상 주요 암봉들이 한눈에 들어오며 가을 산행에 들뜬 산행객을 반갑게 맞아주고 있다. 단풍절정기에 만산홍엽을 보았더라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산 위에 나뭇잎의 화려한 자태는 이미 사라져버렸다. 그렇지만 옹골찬 산세에 그 현란한 산마루가 산길을 가고 있는 필자를 몹시도 성마르게 부추긴다.

좋은 풍경이 아까워 이것저것 폰으로 눌러 담고 이때만큼 더 멋진 포즈로 기록을 남기려 발길이 분주할 뿐이다. 979m봉과 촛대바위봉이 눈앞에 다가오며 현란한 자태를 한껏 뽐낸다. 눈 앞의 풍경은 올망졸망 어우러진 바윗덩이와 조각구름 간간이 떠가는 새파란 가을하늘로 아름답게 채색되어 등산객은 더 이상 꾸밀 것도 없이 그냥 사진에 담으면 그림이 되어버리는 맑고 기분이 좋은 날씨다.

979m봉 작은 암봉에 올라 우뚝 선 촛대바위봉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활활 타오르는 단풍의 열기를 보았더라면 하얀 촛대바위는 촛농이 능선 아래로 줄줄 흘러내렸을 것이다. 다시 촛대바위 능선을 오르기 시작한다. 만물의 시작점 촛대바위봉에 올라서니 가야산 정상부가 한눈에 펼쳐지며 가슴이 탁 트인다. 택리지의 저자 이종환이 ‘석화정’의 절정이라고 극찬했던 가야산 암릉미의 걸작인 칠불봉의 옹골찬 암봉들 만물상능선에 가장 인기 있는 촛대바위가 있으니 누가 걸음을 마다하리오. 촛대바위에서 상아덤에 이르는 저 암릉을 보면 걸을수록 신나는 아름다운 암릉이다. 만물의 군상을 이루고 있으니 초점을 잃은 시선과 발길은 갈피를 못 잡고 한참을 허둥댄다.

연꽃 모양을 연상시키는 1,096m봉에 올라서서 이제껏 만물상능선의 후면부만 보고 왔었는데, 이제부터 전면을 감상할 차례다. 1,096m봉에 서면 능선 아래로 만물의 군상을 보여주는 바위들이 즐비하다. 암릉의 묘미를 아낌없이 보여주는 화끈한 능선 만물상의 정점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두발로 찾지 않고서는 차마 그 감동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뒤돌아본 1,096m봉은 만물상능선 중에서 가장 큰 암벽 규모이다.

삼라만상의 만물상 능선을 주시하며 오묘하고 경이로운 자연의 미에 푹 빠져든다. 갖가지 형태의 군상이 펼치는 화려함과 웅장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남서 방향으로 깎아지른 듯 펼쳐져 있어 지금껏 잘 보이지 않았던 만물상 암벽이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순간이다. 많은 바위들이 부처의 형상을 하고 있어 만물상이라 부른다는데, 저 멀리 봉천대와 돌올히 솟은 가야산 석화정의 주역 칠불봉과 상황봉은 하늘이 맑고 높아 햇살에 번뜩이며 윤이 나는 것 같다.

달에서 산다고 예쁜 선녀를 뜻하는 상아능선에서 조금 비켜와 작은 바위 전망대에 올라서니 만물상이 더욱 크고 막힘없이 펼쳐진다. 마침내 상아덤(1,158m)에 닿는다. 전망대에서 멀어진 만물상을 바라다보니 예상 산행 시간보다 느려터짐에도 불구 만물상능선의 아름다운 가을 정취를 오감으로 느끼고 있는 순간이다. 시간은 낮 12시 갈 길은 바쁜데, 김 작가님의 발걸음은 느림보이다. 날렵한 필자는 지금까지 계속 앞서가며 요소요소 마다 먼저 도착해 기록을 남기기에 바쁘다. 쉼터 공간으로 충분한 서성재에 다다르니 많은 산행객이 가지고 온 식량으로 에너지 보충을 하고 있다. 필자도 그렇게 하려 했는데, 김 작가님이 에너지 과자와 과일 한 조각만 먹고 ‘점심은 정상에 가서 먹자’ 하기에 ‘그렇게 하지요’ 했다.

남은 1.4km 칠불봉(1,433m)과 상황봉(1,430m)에 당도하려면 서둘러야겠다. 막바지 가파른 계단을 오르려니 힘에 부치는 듯 이젠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오르자 산행 초반에 앞서갔던 아가씨 두 명이 내려오기에 마주쳤다. ‘벌써 정상 갔다 내려옵니까?’ ‘아 네’ ‘참 빠르시네요.’ 싱긋 웃으며 말을 건네고는 뒤돌아 보내며 곧바로 발길을 재촉한다. 막바지 오르막계단 주변엔 고사목이 가야산 역사를 말해주고 있는 듯 칠불봉과 상황봉의 위풍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가파른 계단 길 오르고 또 오르고 두 다리에 힘이 빠질 무렵 가까스로 계단 위로 칠불봉에 올랐다. 휴식을 취하며 20분이 지났는데, 아직도 김 작가님은 보이지 않는다. 장거리 산행은 각자의 체력에 맞게 페이스 조절을 잘해야 한다. 그래야 무사히 종주할 수 있다. 기다리는 동안 칠불봉에서 새파란 하늘에 조각구름 한 점 떠가는 그림 같은 풍경 사진을 담기 위해 혼자 줄을 서서 기다린다. 이윽고 차례가 오자 복닥거리는 사이로 폰으로 두 번이나 담아 놓고 있을 무렵, 김 작가님이 드디어 나타나자 또 같이 인증 샷을 남겼다.

200m 떨어진 상황봉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상부엔 공간이 넓어 상황봉 표지석에서는 물론이고 주변에서 많은 사람이 저마다 추억 남기기에 바쁘게 설치고 있다. 까마귀 세 마리가 상황봉 주위를 맴돌고 있는데, 저들도 무엇을 찾아 저리들 날고 있을까? 다시 왔던 길 되돌아가려니 더는 힘들어 할까 봐 암봉이 거의 없는 토산골로 해서 해인사로 하산키로 하고 기우제를 지냈다는 상황봉 아래쪽 봉천대 앞에서 작가님과 마주 앉아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산 아래쪽 저 멀리 굽이치는 산 능선이 곡선이 그림같이 이어지는 풍광을 보며 발길을 재촉한다. 특이한 것은 산행할 때는 음식 섭취를 많이 하지 않는 것이다. 최소한의 식량으로 하산할 때까지 갈증이 나지 않도록 하며 페이스 조절을 하는 것이다. 물론 하산 후에는 충분한 영양 공급을 해줘야겠지만, 계속되는 내리막길 낙엽이 융단을 깔아놓고 있다. 바스락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가 쉼 없이 들리고 키 작은 대나무가 등산로 옆으로 가로수처럼 이어져 떠나는 산행객을 배웅하고 있다. 한참을 말없이 터벅터벅 바삐 걸음을 재촉하니 어느덧 해인사 절경이 보인다. 아~~~ 이제 다 왔구나. 산 아래 오색단풍으로 치장한 가을 정취와 함께 오감으로 걷고 미답의 가야산 정기를 받은 것 같은 또 다른 마력에 잠자고 있던 산행 의욕을 되살린 쾌연하고 아름찬 가을 산행이었다.

임이 좋아서 / 한영택

임이 좋아서 어디서든 달려갑니다
맑고 푸른 하늘에 자연을 벗 삼아
언제나 변하지 않는 임의 모습이 좋습니다
태곳적부터 임은 빼어난 아름다움을 가졌군요

모든 사람이 비교할 수 없는
임의 황홀한 모습에 매료되어
오늘도 임을 보고 싶은 마음에
이른 아침부터 발길을 멈추지 않습니다
가는 길이 비록 멀고 힘들지만,
임을 꼭 만나야만 합니다

오솔길을 지나고 봉긋한 능선을 넘어
뾰족이 솟아오른 암벽을 더듬어 너덜겅 길을 따라
임을 만나러 가는 길이 즐겁습니다

먼발치서 본 임의 위풍당당한 모습은
볼수록 카리스마가 넘칩니다
정상에서 있는 임을 만났을 때,
와락 껴안고 뜨거운 입맞춤을 하였습니다
그 순간 천하를 품에 안은 것 같았습니다

곧 이별의 순간이 온다 해도
임을 사랑했던 기억만 품고 가겠습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임을 기다리다 품에 안았으니
그 무엇이 부럽겠습니까?

임을 찾아오기까지 내디디며
흘린 땀과 허기진 육신, 몹시 지쳤지만,
임을 만난 순간에 모든 고통과 피로가
말끔히 씻어져 버렸습니다

서녘에 기울어지는 해가 갈 길을 재촉합니다
나뭇잎 떨어져 수북이 쌓인 벤치에 앉아
이별을 고하는 남자의 모습이 아쉽지만은 않습니다
정녕 임을 후회 없이 사랑했기에
떠나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합니다.

20.11.07

릿지(ridge) : 봉우리를 잇는 산등성 암릉 따위를 이르는 말. 주로 바위능선을 가리킴. ❶ 산등성이, 산마루 ❷ 길쭉하게 솟은(돋은) 부분 ❷ 표면을 이랑처럼 만든다.

민만규 2021-01-28 17:36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가야산 만물상능선 산행 가만히 앉아서 멋지게 구경하며 잘 다녀왔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산행에 레프팅에 여가 활동 참 잘하시는 것 같습니다. 인생은 그렇게 즐기면서 사는겝니다. 큰 박수를 보냅니다. 갑장 시인님 뵐때마다 소주 한잔 생각이 납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 꽃피는 삼사월에 한번 봅시다 소주도 한잔하고 커피향도 마시고 만남의 즐거움을 가지고 싶습니다. 안계종 시인님이 울집 바로 옆에 사시고 그 다음이 갑장시인님이 이웃인데 가까이 있어도 뵙지 못하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강풍이 창문을 두두립니다. 조심하시고 안전운전하십시오^^ 가야산 구경 잘하고 갑니다. 땡큐입니다.

한영택 2021-01-30 07:02	《Re》민만규 님 , 민만규 시인님 반갑습니다. 수필서재까지 방문하시어 응원의 댓글 주심 감사합니다. 산도 좋아하고 즐기는 레포츠 좋아하지요. ㅎㅎㅎ 젊은 시절엔 삶에 열중하느라 많이 못 해봐서 세월이 흐른 지금에야 고루 한 번씩 해봅니다. 작년까지는 마라톤도 열심히 했는데, ‘코로나 19’로 대회가 안 열려 전혀 하질 못했습니다. 시인님은 태권도로 다져진 몸이라 열정이 많으시고 힘이 철철 넘치는 거 같습니다. 언제 함 봐야지 하면서도 ‘코로나 19’로 자유롭지 못해서~~~ 그래도 날 풀리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집 가까이 계시는 저와 곽, 안, 민 시인님과 같이 자리 한 번 만들어 보시지요. 한파가 왔다가 겨울비가 포근하게 내리더니 또 강풍에 한파에 날씨도 변덕이 심하네요. 추위에 날씨마저 ‘코로나 19’ 에 몸과 마음은 더 움츠러듭니다. 그래도 세월은 가고 계절은 바뀌듯이 좋은 날 오겠지요.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관심과 배려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갑니다. 벌써 1월 끝자락 참 빠르지요? 2월엔 좋은 일 많으시고 즐겁고 행복하세요 편안한 주말 보내십시오.

유난히 빛난 덕유산 설원의 상고대

동강 래프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