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한영택
ㆍ작성일	2020-05-1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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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슬산 참꽃

비슬산 참꽃

한영택

봄이면 잎보다 꽃을 피워 온통 진분홍으로 물들인다. 오랜 세월을 두고 우리 겨레와 애환을 함께하며 살아온 한국의 꽃 참꽃이다. 대구 달성군과 경북 청도군 경계에 있는 비슬산 정상부와 능선에 약 30만 평(잠실야구장 10배)면적 의 크기로 국내 최대의 참꽃 화원이 있다.

봄에는 군락을 이룬 참꽃이 붉게 물들이고 가을엔 산 정상부의 억새가 일품이다. 산 정상의 바위 모양이 신선이 거문고 타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비슬산이라 이름이 붙여졌는데, 남쪽으로 대견봉, 조화봉. 관기봉으로 이어지고 유가사 쪽에서 올려다보면 정상을 떠받치고 있는 거대한 바위 능선이 솟아 있다. 비슬산에는 유가사. 용연사. 소재사. 용천사 등 오랜 역사를 지닌 사찰이 있다.

참꽃군락지에 가면 흔치 않은 몇 포기의 백참꽃도 볼 수 있는데, 세종 때 <양화소록>의 저자 강희인은 화품을 매기면서 빛이 붉은빛의 홍참꽃은 6품을 빛이 하얀 백참꽃은 더 높은 5품을 매겼다 한다. 메마르고 각박한 땅에 잘 자라면서도 마치 두견새가 촉나라가 있는 북쪽을 향해 울듯이 백참꽃도 북쪽을 향해 잘 피기에 일편단심 절조를 가상히 여겨 화격을 삼았기 때문이라 한다.

필자는 등산도 좋아하고 마라톤도 좋아하지만, 아내가 따라 하기엔 너무 운동 강도가 높아 같이 다니며 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 하여 간간이 꼭 같이 가보고 싶은 곳이 있으면 둘이서 오붓이 다니기도 하지만, 동호인들과 여럿이 어울리는 것을 안 좋아하고 집에 있기를 좋아하는 아내라 혼자 다니는 게 때론 미안할 때가 있다. 그래도 집을 나설 때면 잘 다녀오라고 챙겨주는 아내가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겨우내 참았다가 봄이 되니 곳곳에 꽃이 만발한 데, 아내와 오붓이 어디 꽃구경이라도 갈만한 데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시기로 봐서 비슬산 참꽃 구경하러 가는 것이 가장 좋을 거 같았다. 하여 일주일 전 아내에게 이야기했었는데, 모처럼 바람 쐬러 가자는 말에 은근히 좋아하는 눈치였다.

가자고 약속한 날에 막상 가려고 하자 가기가 싫은지 미세 먼지가 어떻고 하며 슬슬 꽁무니를 빼려는데, 이번 시기를 놓치면 나중엔 시간도 없고 올해는 참꽃 구경 못 할 거라 재촉을 하니 그냥 따라나선다. 시내 근교에 있어 승용차로 집에서 약 30km(1시간) 거리에 있는 비슬산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화창한 날씨여서 정말 상쾌한 기분이다.

비슬산 자락 해발 422m에 위치한 비슬산 공용주차장에 가면 소재사를 거쳐 참꽃군락지까지 지름길 거리는 3.6km 걸어서 1시간 10분 걸린다. 셔틀버스를 타면 산길 따라 6km로 20분이면 대견사까지 올라간다. 아내와 같이 셔틀버스를 타고 대견사 종점에 당도했다.

참꽃은 대견사 북쪽 대견봉(1,034m) 정상부 아래 산자락 등 크게 세 군데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참꽃이 가장 곱고 밀집된 곳이 대견봉 부근 아래 산자락인데, 4월 중순부터 물들기 시작해 4월 말에 절정에 달하고 해마다 하순경에 참꽃 축제가 열린다.
참꽃군락지에 올라서면 활짝 핀 참꽃 멋진 풍경을 볼 것이라 기대했는데, 아직은 시기가 좀 일러서 그런지 꽃이 제대로 피어있지 않아 좀 실망했다. 개화 상태가 80~90% 정도일 때가 가장 보기 좋은 시기인데, 50% 수준이다.

이왕 왔으니 참꽃 구경도 좋지만, 비슬산 정상 천왕봉(1,083m)까지 등산이나 한번하고 가자며 무작정 정상으로 향했는데, 능선 길 산행이 수월한 것 같아도 아내는 힘들어하기에 뒤에서 손으로 밀어주며 꾸역꾸역 올라갔다. 도심지에는 미세먼지로 코가 세하고 비염으로 불편했는데 산속에서는 공기도 좋고 하늘도 더 푸르게만 보여 모처럼 산행에 아내 기분도 좋은 것 같다. 천왕봉 정상부의 참꽃은 30% 개화 수준이다. 따스한 햇볕에 참꽃은 조금씩 피어나지만 30만 평의 참꽃 군락지가 화려하게 타오르려면 다음 주나 되어야 할 것 같았다.

대견사에서 마령재를 거쳐 천왕봉까지 왕복 8km (4시간) 산행을 하고 아쉬웠지만, 곧바로 하산해서 집으로 오면서 농담조로 아내에게 말하기를 '머리털 나고 이렇게 높은 산에 올라 참꽃 구경하기 처음이제?' 하면서 '데려가 줘서 고맙다고 해라' 하니 아내가 하는 말 '따라가 줘서 고맙다고 해라' 한다. ㅋㅋㅋ 그럼 누가 누구에게 고맙다는 말이고?

비슬산은 참꽃 명산으로 우리나라 제일을 자랑한다. 여수 영취산, 거제 대금산, 창원 천주산 창녕 화왕산 참꽃도 나름 유명하지만, 군락이나 산세에는 미치지 못한다. 비슬산에는 산 정상부와 능선에 군락지가 있어 4월 말경 만개하는데, 아름다운 천상의 화원에서 내다보는 가슴 벅찬 짜릿한 풍경, 계절마다 제각기 독특한 매력을 가진 명산을 찾아 가끔은 자연이 주는 기쁨을 맘껏 누려보면 좋을 것 같다.

18.04.19.

꽃말이 사랑의 희열, 절제, 청렴인 참꽃(진달래) 유래 3가지

➊ 참꽃이라고도 부르는 진달래는 한자어로는 두견화(杜鵑花)라 하는데, 이 이름에는 두견새와 관련한 전설이 담겨있다. 옛날 중국에는 두우라는 천신이 있었다. 인간을 너무 사랑한 두우는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주었고, 백성들의 신망을 받아 촉나라를 세우고 왕이 되었다. 하지만 두우가 다스리던 촉나라는 위나라와의 전쟁에서 패해 망하게 되었고, 두우는 도망쳐 복위를 꿈꿨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고 만다. 억울하게 죽은 두우의 넋은 두견새가 되었다. 그리고 촉나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밤낮으로 ‘歸蜀, 歸蜀’하고 울어 귀촉도라고도 불리게 되었다는데, 두견새가 울어서 토한 피가 떨어져 붉게 물든 꽃이라 두견화라고도 한다,

➋ 옛날 옥황상제에게 큰 죄를 짓고 인간 세상으로 쫓겨난 선녀가 있었다. 지상에 내려온 선녀는 다리를 다치게 되었는데, 마침 진 씨 성을 가진 나무꾼을 만나 치료를 받게 되었다. 이것을 인연으로 선녀와 나무꾼은 부부가 되었고, 예쁜 딸을 낳아 달래라는 이름을 지었다. 시간이 흘러 예쁜 처녀로 자라난 달래는 어느 날, 새로 부임한 사또의 눈에 띄게 된다. 예쁜 달래의 모습에 한눈에 반한 사또는 달래에게 자신의 첩이되길 요청했지만, 달래는 사또의 끈질긴 청에도 한사코 거절했다. 화가 난 사또는 달래는 죽여 버렸고, 딸을 부둥켜안고 울던 나무꾼도 그만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그러자 달래의 시체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나무꾼의 시체에는 빨간 꽃이 피어나 무덤을 만들었다. 이후 사람들은 이 꽃은 나무꾼의 성과 딸의 이름을 합쳐 ‘진달래’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➌ 아주 먼 옛날 진이라는 총각과 달래라는 처녀가 결혼 약속을 하고 살던 중 나라에서 어려운 일이 닥쳐 달래를 재물로 바치기로 하였다. 진이와 달래는 함께 도망쳤으나 붙잡혀 궁궐로 끌려갔다. 임금은 진을 사형에 처하기로 했는데, 달래가 진 앞을 막아서며 나도 함께 죽여 달라고 애원하는 달래를 밀쳐내는 때에 병사가 차고 있던 칼을 뽑아 자신의 가슴을 베었다. 그 순간을 본, 진이 달래 손에 쥔 칼을 뺏어 자신의 가슴을 베었다. 두 사람 가슴에 쏟지는 핏물이 땅에 꽃무늬처럼 숨어들어 고운 꽃으로 피어났다는데, 그 꽃을 진, 달래, 꽃이라 부른다고 한다.

김상화 2020-05-18 13:30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한영택 작가님 반갑습니다 올려주신 비슬산 참꽃(진달래)의 아름다운 글에 반하고 말았습니다 더욱이 사모님을 모시고 그 높은 산을 올라가셨으니 얼마나 행복했을까 하고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네요 비슬산이란 산을 처음 들어 보지만 그곳이 진달래 군락지란 것도 글을 통해 알았습니다. 내년에 시간이 되면 꼭 가서 보고 싶네요 진달래의 전설을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작가님 코로나가 아직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늘 조심하시고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시길 두 손 모읍니다.

전병일 2020-05-19 18:15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한영택 작가님 비슬산 마나님 모시고 참꽃 구경 다녀오셨군요 작가님하고 페이스가 안맞을것 같아 산책하는 기분으로 다녀오셨겠네요 우리 집사람도 무릎이 안좋아 산행은 못하고 평길만 걸어요 산행은 나홀로 갑니다 참꽃에 대한 유래도 많이 있네요 어릴적 진달래 머금고 수술 꽃대로 힘겨루기 하던 기억도 떠오름니다 오월의 중반 건강관리 잘하시고 행복한 오월 되세요...

한영택 2020-05-18 22:46	《Re》김상화 님 , 김상화 작가님 반갑습니다 좋은 산은 전라도나 강원도에 많이 있는 거 같습니다 저의 집에서 팔공산은 33km(45분), 비슬산은 30km(30분) 거리에 있습니다 비슬산은 봄에 참꽃과 가을의 억새가, 팔공산은 여름 계곡과 가을 단풍이 좋습니다 팔공산 동화사 등 유명 사찰이 있어 관광지로도 이름나 많이 찾고 있습니다 봄이면 한 번씩 찾지만, 시기가 잘 맞아야 화려한 참꽃을 볼 수 있지요 매년 4월 20일 ~ 말일 사이 참꽃이 가장 화려하게 핍니다 기회 되시면 내년 봄엔 비슬산 한번 다녀가시죠? 같이 산행 한 번 했으면 참 좋겠습니다. ㅎㅎ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을 끈질기게 괴롭히고 있는 거 같습니다 5월 들어 생활 방역으로 전환해 안정을 찾아가나 했는데 쉽지만 않지요 암튼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무탈하도록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한영택 2020-05-19 23:46	《Re》전병일 님 , 전병일 작가님 반갑습니다 가끔 한 번씩 다니지만, 집사람은 머무는 것을 좋아합니다 젊었을 땐 같이 등산을 해도 잘도 따라 붙였는데 이젠 힘들죠? ㅎㅎㅎ 힘들지 않고 걸어 다니며 구경할 수 있는 곳이 좋겠습니다. 여수 영취산, 거제 대금산, 창녕 화왕산 참꽃군락지도 좋지만 비슬산 정상부의 광활한 참꽃군락지를 보면 누구나 감탄하게 됩니다 작가님도 건강 잘 챙기시고 행복한 오월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비슬산 산행

개통 전 고속도로(영덕-상주 간)를 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