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한영택
ㆍ작성일	2020-05-20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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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슬산 산행

비슬산 산행

한영택

계절의 봄은 왔는데 마음의 봄은 오지 않았다. '코로나19' 로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에다 단체 행사와 모임이 모두 취소되고 외부 활동도 어려운 상태다. 경자년의 봄은 인간도 자연도 자유롭지 못한 거 같다. 경제활동도 어려워 다들 힘들어하고 있는데, 직장 퇴직한 친구와 그간의 침묵을 깨고 바람도 쐴 겸 등산 한 번 하자고 해서 오랜만에 나섰다. 사월 하순인데도 바람이 많이 불어서인지 서늘한 기운이다. 집에서 30km(1시간 거리)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인기 명산 46위, 1986년 군립공원 지정, 1993년 휴양림으로 지정된 비슬산은 대구광역시의 북쪽 경계의 팔공산과 더불어 양대 산으로 인식된다. 북쪽의 팔공산은 남성을 남쪽의 비슬산은 여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비슬산(琵瑟山)은 대구시 달성군 유가면, 옥포면, 가창면, 청도 각북면 일대에 걸쳐 산자락을 드리우고 있으며, 유가사 쪽에서 올려다보면 거대한 수직 암릉이 정상을 받치고 있는 듯 우뚝 솟아 있다. 산 정상의 바위 모양은 신선이 거문고 타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비슬산이라 이름이 붙여졌다. 원래는 고대 창녕지역에 있었던 진한의 소국의 이름이 '비사벌'이라 불렸다. 이는 순우리말 '빛'과 벌판, 나라 등을 나타내는 '벌'로 여겨진다. 따라서 창녕과 현풍 일대의 땅 이름이 '빛벌'이었고 여기에 있는 산은 자연스럽게 '빛산'이 된 것이다. 이것을 음차(音借)한 것이 여러 차례 변형되어 지금의 비슬산인 셈이다. 즉, 이 산의 뜻은 '빛의 산'이 된다.

이번 산행은 유가사에서→ 도선암→ 천왕봉(1,083m)→ 마령재→ 참꽃군락지→ 대견봉(1,034m)→ 조화봉(1,058m)→ 강우레이더 관측소→ 대견사(8km, 산행 5시간)→ 휴양림 공용주차장 (6km, 반딧불이전기차 탑승)으로 산행키로 했다. 대부분이 휴양림 공용주차장에서 출발해 천왕봉에 오른 후 되돌아오거나 유가사로 하산하지만, 가창이나 청도 용천사 쪽에서 천왕봉으로 오르는 경우도 있다.

유가사는 대구 달성군 유가읍 유가사길 161(양리 144) 등산길 초입에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동화사의 말사로 827년(신라 흥덕왕 2) 도성이 창건하였고 889년(진성여왕 3) 원잠이 중창하였으며, 1047년(고려 문종 1) 학변이, 1452년(조선 문종 2) 일행이 각각 중수하였다. 전성기에는 3천 명의 승려가 머물렀다고 하나 1592년(선조 25) 임진왜란 때 불에 탔다. 1682년(숙종 8) 도경이 대웅전을 보수하였고, 1729년(영조 5) 취화와 파봉, 1760년 보월, 1776년 밀암, 1797년 낙암이 각각 중수 또는 중창한 바 있다. 1976년부터 대대적인 불사를 일으켜 오늘에 이른다. 유가사에는 총 108개의 돌탑이 있는데 2011년 8월에 모두 세웠다. 탑은 ‘정상’ ‘꼭대기’ ‘부처님의 사리를 모시는 곳’을 뜻하는데, 인도의 고전어 스투파(STUPA)에서 온 말이다. 절에 있는 탑은 법당이나 불상보다 먼저 생겨난 것이다. 염원이 쌓이고 쌓이면 어떤 소망도 이룰 수 있다는 뜻이 있다.

유가사 입구에서 좌측 길로 300m 오르면 수도암이 있는데, 이곳은 비구니 수행도량으로 이름이 높고 2km 더 올라가면 도성암이 있다. 도성암은(비슬산에서 가장 오래된 암자) 경상북도 3대 수도처로 손꼽힌다. 도성암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1.68km 거리의 천왕봉으로 오르는데, 아직 찬 기운이 있어 산길 곳곳에 고드름이 있었다. 정상 천왕봉(1,083m)에는 갈색 억새만 무성하고 참꽃은 활짝 피려다 냉해를 입어 시들어 버린 흔적이 역력하다. 천왕봉에서 마령재를 거쳐 조화봉까지 약 4km에 걸친 능선은 주변에 간간이 바위가 있을 뿐 큰 나무들이 없는 시야가 탁 트이는 초원 같은 이 능선에 가을에는 억새가, 봄에는 군락을 이룬 참꽃이 붉게 물들이지만 올해는 냉해로 화려한 참꽃 구경은 걸렀다.

참꽃군락지에서 대견사를 중심으로 능선 서쪽에 대견봉(1,034m)이 있고 동쪽에 조화봉(1,058m)이 있다. 군락지에서 조화봉 가는 길로 가다보면 기바위가 있는데, 기를 품은 바위를 한번 안고 나면 소원성취 및 무병장수를 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 조화봉 언저리엔 우리나라 강우량을 측정 4대강 유역에 발생하는 홍수를 조절하는 강우레이더관측소가 있다. 대견사로 발길을 돌리다 보면 근처에 톱(칼)바위도 있는데 약 1~8만 년 전 지구상 마지막 빙하기 당시 우리나라는 빙하기 후대 변에 위치하고 있어 이시기에 비슬산 암괴류(Block Stream) 및 애추(Talus), 토르(Tor)가 형성되었다 한다. 톱(칼)바위는 이 시기에 형성된 지형으로 애추로 분류되는데 비슬산 일대 여러곳에 분포하고 있다.

대견사는(1,007m 위치) “크게 보고,”“크게 느끼고,” “크게 깨우친다.” 는 뜻으로 서기 810년(신라 현덕왕) 보당암으로 창건, 세종 때 대견사로 개칭, 하늘에 맞닿은 절로 ‘北봉정 南대견이라 할만큼 최고의 도량으로 일연스님(1,206년)~1,289년)이 22세(1,227년) 승과 장원급제 후 초임지 주지로 22년간(1,249년) 주석하셨던 곳이다. 이후 고려말 몽고 침입으로 폐허가 된 사찰을 1371년 중창하였으며, 한일합방 후 비슬산의 산세와 대견사가 대마도를 당기고, 일본의 기를 꺾는다는 속설에 의거 1917년 6월 23일 강제폐사 후 약 100여 년 동안 폐사지로 방치되어 왔다. 대견사 복원을 위해 2012년 1월 20일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 동화사(주지 성문)와 달성군(군수 김문오)이 협약을 체결, 달성군청 핵심 사업인 비슬산 관광 명소화 사업과 병행 추진하여 2014년 3월 1일 개산식을 가지고 정식사찰로 재등록하였다. 건물은 국가무형문화재 제74호 최기영 대목장이 총괄 감독하였으며, 三都(경상, 전라, 충청)와 三山(지리산, 가야산, 덕유산)을 조망할 수 있는 천하명당의 전통적인 비보사찰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셔놓은 8대 적멸보궁이다.

대견사 입구에는 맑은 샘물이 자리하고 있고 다양한 바위들이 사찰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입구에는 부처바위, 작은 거북바위, 코끼리바위, 법당 좌측에는 마애불 및 동굴바위가 있고 사찰 앞 바위 낭떠러지 위에 3층 석탑이 자리하고 있다. 대견사와 참꽃군락지, 비슬산 휴양림계곡 일원에는 KBS 1tv 특별기획드라마 추노(최종 회), 1tv 대하드라마 왕의 꿈(70부작), 대하드라마 장영실(24부작), mbc 창사 55주년 특별기획 옥중화(51부작) 등 드라마 촬영지로도 알려진 곳이다.

대견사 승강장에서는 셔틀버스와 반딧불이전기차(6.0km 시간 : 전기차 요금 5,000, 30분, 셔틀버스 요금 4,000 20분 소요, 상·하행 20분 간격)를 이용해 하산할 수도 있고 소재사를 거쳐 공용주차장까지 등산로(3.6km, 1시간 10분)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미 산행을 많이 해서 친구들과 전기차를 타고 내려왔다.

아직 '코로나19'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이고 국내외 경제적 충격 여파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생각하기에 마음 놓고 외부 활동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친목을 통한 모임도 활성화되지 못해 서로의 관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인내하는 시간이 필요로 할 거 같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4월 18일~19일 해마다 열리는 참꽃 축제도 취소되었고, 예전처럼 찾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화려하게 피어있어야 할 참꽃은 최근 이상기온으로 냉해를 입어 활짝 피기도 전에 시들어 버렸기에 아쉬움이 더 했다. 그래도 비슬산은 참꽃 외에도 유명사찰과 비경이 좋아 산행을 즐기기에는 충분한 거 같다. 유가사에서 천왕봉에 올라서 마령재를 거쳐 조화봉과 대견사까지 약 8km 산행을 하며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날려 보낸 시간이었다.

20.04.23.

정대수

2020-05-22 15:28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한영택 작가님 안녕하세요.
대구의 비슬산을 다녀오시면서 산에 대해서 자세하게 묘사를 하신 작품이군요.
덕분에 다녀온 듯한 느낌이 듭니다.
코로나19로 모든 축제며 행사가 취소되고 연기되어서 봄의 느낌은 모르고 지나는 해가 되었지요.
아직도 불안하니 관리 잘하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한영택	정대수 작가님 반갑습니다 전엔 팔공산으로 많이 다녔지만, 요즘은 매년 봄에 비슬산을 찾았습니다 2017년 최고로 멋진 참꽃을 보았지만, 그 이후로는 시기가 잘 맞지 않아 만개한 참꽃을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올해는 가장 적기에 찾았음에 불구 만개하려던 꽃잎이 냉해를 입어 시들어 버려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산행코스는 아주 좋았습니다. ‘코로나19’로 요즘은 산행이나 혼자 달리기 외에 방법이 없네요 작가님도 건필하시고 무탈하십시오 감사합니다.	5/22 22:41

김상화 2020-05-23 22:07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한영택 작가님 반갑습니다. 비슬산을 다녀오셨군요 비슬산이 매우 아름답다는 것을 글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되면 꼭 가야만 할 산인 것 같습니다. 올가을에 가보려고 마음은 먹고 있습니다만 아직 미정입니다 작가님 아직도 코로나가 극성입니다 코로나 19 조심하시고 늘 건강 행복이 함께하시길 빕니다

한영택 2020-05-24 18:40	《Re》김상화 님 , 김상화 작가님 안녕하세요 가까이 있으니 가끔 오르게 되더군요.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야 계절에 관계없이 자주 찾겠지만, 비슬산은 참꽃군락지에 참꽃이 만발하는 4월 하순이나, 정상부근 억새가 흰 수염을 드러낸 10월 중순 경 많은 사람이 찾습니다. 전국 명산을 두루 찾아다니시는 작가님 언제든 찾으시면 연락주세요. 저도 같이하겠습니다. ‘코로나19’가 안정 되길 바랐는데, 이태원 클럽 발 확진자 발생으로 또 위축되려합니다. 지루한 싸움은 계속될 거 같네요. 암튼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부산 광안대교를 달리다

비슬산 참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