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한영택
ㆍ작성일	2021-04-0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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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알프스 천황산 억새 길을 가다

영남알프스 천황산 억새 길을 가다

한영택

친구들과 함께 깊어가는 가을 멋진 추억 많이 남기고 싶을 뿐이다. 오늘은 또 무엇을 얻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산 하나를 오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고개를 숙이고 땅을 바라보며,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며, 눈앞에 펼쳐지는 자연의 풍경을 보며, 한 발 한 발 내딛는 모습은 마치 삶의 고통을 잊어버리고 해탈하려는 수행자 같아 보이는 등산, 가파른 오름길 힘들고 고된 길을 걸을 때 어쩌면 포기하지 않고 정상을 내딛게 하는 것이 삶의 원동력이 된다. 걸으며 생각하며 버려야 할 것이 있기에 다녀온 후 몸과 마음은 한결 가벼울 것이다.

남쪽 지방은 10월 하순이면 단풍이 이르지만, 고산지대는 기온이 낮아 빠르게 물든다. 산행하기 가장 좋은 계절에 단풍과 억새를 동시에 보러 천황산으로 떠났다. 평일 아침이라 한가할 거로 생각했는데 밀양 얼음골에 당도하자 도로 옆에는 이곳을 찾은 많은 차량으로 길게 주차되어 있다. 한편에 꼽사리 주차를 해놓고 케이블카 승강장에 들어서자 벌써 많은 사람이 북적거렸고 표를 사려 한참 동안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정상까지 짧은 시간에 편하게 오르려면 이곳 케이블카를 이용해야 하기에 사람이 몰린 것이다. 케이블카(탑승정원 50명, 운행시간 09:20~17:30, 왕복요금 12,000)는 상부 승강장까지 선로 길이가 1.8km인데 경사가 심하다. 박스형 궤도차량 2대가 2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데, 10분(초속 4m)이면 올라간다.

케이블카 상부 승강장에서 천황산 정상(1,189m)까지 1km 재약산 정상(1,119m)까지는 2.8km라 재약산 정상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해발 1,020m에 있는 상부 승강장에 내려서 천황봉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다 보니 길옆에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서 서편 영남알프스를 바라보는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바람이 차가웠지만, 정상을 향할수록 맑은 날씨라 햇볕이 따스해짐을 느낀다. 가다 보니 멀리 정상부에 멋지게 솟아난 재약산 암봉이 먼저 보였는데, 정작 천황봉은 능선에 가려져 한참을 가고 나서야 보였다. 하늘정원 길을 지나는데 이미 억새의 흰 수염은 일부 떨어져 나갔고 풍성하지는 않았다. 천황산 정상부 돌탑 주변에 올라서자 재약산 정상이 더 가까워 보이고 아름답게 펼쳐진 산 아래 멀리 표충사가 보인다.

천황산 정상에 오르면 영남알프스 전반이 펼쳐진다. 바로 앞 재약산을 비롯해 동편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서편 백운산, 운문산, 가지산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기쁨 두 배 만족한 산행을 할 수 있다. 영남알프스 9봉은 언양에서 울주군 삼북면과 경주 산내면, 밀양으로 이어지는 24번국도 따라 밀양 얼음골케이블카 위치에서 양분해 동편으로 영축산(1,081m), 신불산(1,159m), 간월산(1,069m), 재약산 (1,119m), 서편으로 천황산(1,189m), 가지산(1,241m), 운문산(1,188m), 고헌산(1,033m), 문복산(1,015m)이 자리하고 있다. 천황산과 재약산은 경남 밀양시와 울산 울주군 경계에 있는 산이다. 천황산을 재약산 사자봉, 재약산을 재약산 수미봉이라고도 부르는데, 최근 블랙야크 100대 명산 인증은 재약산 수미봉만 인증하고 있다.

곧바로 천황봉에서 재약산으로 향하는데 다들 배고프다고 적당한 곳에서 밥 먹고 가자고 한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천황재 내리막길 옆 억새 숲에서 점심을 먹었다. 잠시 휴식 후 곧장 가려는데, 친구 2명은 쉬고 싶은지 이곳에서 있을 테니 가고 싶은 사람만 갔다 오라고 한다. 하여 3명만 재약산 정상으로 향한다. 정상 오름길 직전 억새밭이 무성하다. 너무 좋아 몇 번의 기념촬영을 하고 필자가 앞서서 먼저 정상에 오르니 친구 2명도 뒤 따라온다.

기암괴석들이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는 재약산 정상에 당도한 순간이다. 광활한 억새 지역을 함께 어우르는 재약산 전망대에서 해발 1천 미터 지역에 자생하고 있는 국내 최대 18만 평의 고산습지 억새군락지 사자평을 바라본다. 사자평에는 하늘 아래 첫 학교 고사리 분교가 있었다는데 직접 가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사자평으로 해서 표충사로 하산하고 싶었지만, 하산 후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기에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돌아오는 길 천황재 간이테이블이 있는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산 능선으로 길게 뻗어 내린 막바지 억새의 풍경을 즐겼다.

억새

바람이 분다
하얀 깃털이 바람에 날린다
하나둘 떨어져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그렇게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때 되면 모두가 사라지겠지
우리 인생도 말이다.

한참이 지나서야 천황봉에 다시 올라서니 친구 둘은 많이 기다린듯하다. 좀 미안했지만, 행동을 같이했으면 덜 지겨웠을 텐데, 나이가 있어 친구들도 무리하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천황산은 한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얼음골케이블카를 타고 하늘정원을 따라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연중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고산의 명소다. 360도로 산군들이 파노라마처럼 겹겹이 둘러쳐져 있는 장관을 볼 수 있어 산의 왕이라 부를만한 위치에 있다. 이제 그만 이별을 고할 시간이다. 곧장 상부 케이블카 승강장까지 터벅터벅~~~

길게 줄을 서서 40분이나 지나서야 케이블카를 탈 수 있었다. 하산 후 곧바로 표충사로 향한다. 가는 길옆으로 사과밭이 즐비하다. 밀양 사과도 유명한가 보다. 탐스럽게 익어가는 부사는 찬 서리를 맞아야 제맛이 든다는데 아직은 좀 더 있어야 할 거 같다. 해가 서쪽 하늘로 기울어져 가고 있다. 이왕 왔으니 표충사에도 한 번 들렀다 가야지 했지만, 시간이 늦어 출입할 수 있을까? 했는데 막상 당도하니 다른 사람들도 있었다. 예전엔 표충사가 대단히 유명한 사찰이었는데, 지금은 좀 덜한 거 같다. 그래도 천황산과 재약산의 정기를 품고 자리 잡은 웅장함이 품위를 지키고 있다. 벽에 걸린 우수한 작품의 사진들이 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표충사의 멋진 풍경을 담아가라고~~~ 저물어 가는 늙어 막 인생길 좀 더 멋스럽게 품위를 지키며 가라고~~~
그렇게 또 이별하고 있다.

20.10.23.

정찬열 2021-04-04 22:58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안녕하세요 존경하는 한영택 작가님~ 지난해 가을에 말로만 듣던 그명산 억새의 명산 영남 알프스를 다녀 오셨군요 비록 직접가보지는 못했지만 작가님의 등반 탐방에 멋진 여행 에 함께 했습니다. 높은 산이라 조급 일찍 가셨다면 황홀경의 억새가 다소는 아쉬움이 크셨겠습니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끝이나고 모든일상이 하루빨리 일상화 되었으면 바램입니다 가내 건안 하시고 보람된 4월이 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한영택 2021-04-06 17:57	《Re》정찬열 님 , 정찬열 작가님 반갑습니다 산행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산은 산마다 제각기 특별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영남알프스는 9곳 중에 신불산과 천황산 재약산이 억새밭으로 유명합니다. 신불산(1,159m)은 언양 통도사 쪽에서 정상까지 힘들게 올라야 하지만, 천황산(1,189m)은 밀양 얼음골에 케이블카가 있어 정상까지 그리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어 좋습니다. 억새 산행은 9월 말에서 10월 초가 가장 좋고 10월 말은 늦은 거 같습니다. 계절마다 산마다 찾는 재미 솔솔 합니다. ‘코로나 19’로 실내 시설물 단체운동이 어려운 만큼 작가님도 여유를 가지시고 자연 속에서 가벼운 산행이나 운동으로 건강 지켜가세요. 건강이 곧 행복한 삶의 기본이지요. 빼앗긴 ‘카이로스의 시간’ 빨리 되찾아야 하겠습니다. 건강하시고 평안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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