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하면 맨 먼저 나에게 다가오는 인상은 매우 작은 꽃이라는 것이다. 거의 땅바닥에 붙어 잎도 아주 새침스럽게도 작으면서 그 위에 자그마한 노란꽃을 피운다. 어쩌면 찬 겨울을 벗어나기 위해 모질게도 버텨온 생명이다. 처음 작게 피어나는 민들레는 참 곱다기보다 참으로 애처롭다. 가슴 쓰리게 속을 훵 뚫어 놓는다. 너무 작아 손을 내밀어 인사하기에도 미안한 감부터 먼저 들어온다.

민들레 하면 그 누구에게나 느낄 수 있는 감정으로 참 질기다는 말을 한다. 질기다는 모질게도 끈기 있는 생명이다. 지나가는 뭇 인간들에 짓밟히고 손발이 다 잘려 나가도 어느 틈엔가 다시 화사하게 웃으며 다가온다. 이런 명줄이 어디에 있겠는가. 도시의 아스팔트 위에서, 보도 블록의 이음새 사이에서 그렇게 시달려도 민들레는 다음의 봄을 생각하며 홀씨 만들기에 온 정신을 쏟고 있다. 그래서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이 조그만 민들레에게 미안한 감 안들도록 살아야 겠다는 생각도 한다.

봄이 조금 익숙해지면 조금 큰 키의 민들레를 접할 수 있다. 이 민들레는 아주 쬐끔한 민들레보다는 그 삶이 조금은 나은 것 같다. 제법 꽃대도 갖추고 사람들이 보고 싶은 양 고개를 들고 반기기도 한다. 그냥 두고 보면 될 것을, 꼭 어린아이들처럼 꼭 목을 따버려 원한의 흰 피가 솟구치는 것을 사람들은 즐기려는 것 같다. 적어도 자손을 만들고자하는 뜻은 꺽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민들레 홀씨는 사람들이 없는 머디 먼 곳으로 날아가기를 염원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민들레는 dandelion이라고 부른다. 사자(lion)를 동물의 왕이라고 한다면 민들레는 풀 중의 왕으로 불린다. 이 말은 민들레가 풀로써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민들레의 학명은 Taraxacum mongolicum인데 Taraxacum이 근심이라는 말이다. 민들레는 생약명으로 포공영이라고하며 먹으면 이러한 근심이 없어진다는 것인데, 그 약효는 사람의 간을 다스리며, 엄마가 애기를 낳은 후에 젖이 잘 나오지 않은 경우에도 달여 먹기도 한다.

또한 요즈음은 몸과 태어난 땅은 하나라는 뜻으로 신토불이(身土不二)가 많이 회자되고 있는데 우리의 민들레 찾기가 유행되고 있다. 지금 우리 주위에 보이는 노란 꽃의 민들레는 모두 귀화종으로 서양민들레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외국에서 전해져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민들레이다. 이들 민들레 중에는 흰민들레가 있는데 이것이 우리 고유의 민들레를 말한다.

그래서 특히나 흰민들레가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 이는 말 그대로 신토불이의 차원에서는 맞는지도 모르겠다. 좀 덧붙여 이야기하면 우리 토종의 민들레는 키기 작아서 그렇게 풍부하게 재배하기에는 좀 힘든 경우가 있다. 약효상에는 그렇게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서양민들레는 우리 토종 민들레보다 키가 훨씬 커서 샐러드 및 김치들을 만드는 데는 좋은 원료가 될 수 있다. 재배하는데 훨씬 수월하여 이를 이용하여 다양한 약제를 개발하는 것도 좋은 일거리가 될 수 있다. 지자체에 따라서는 민들레를 그 지자체의 소득 작물로 키우고 있기도하다.

그렇다고 민들레가 인간의 손에 의하여 길들여진 풀인가를 생각해보면 민들레는 그다지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 민들레는 인간의 힘이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세상을 이겨나가기를 고집한다. 그 만큼 자유를 원한다. 베어질 때 베어 지더라도 자유만은 스스로 지키겠다는 고집스러운 식물이다. 민들레 홀씨를 보았을 것이다. 이는 부모의 주위에서 살려고 하지 않는다. 그것도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어디든지 자기가 살고 싶은 곳으로 미련없이 뒤돌아 보지도 않고 새로운 대지로 떠나가 뜻을 펼친다.

민들레 씨앗을 뿌려 민들레 싻을 틔워본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대부분의 씨앗은 인간의 손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뿌려 주면 그 자리에서 귀여운 얼굴을 내밀어 인간과의 인사를 청한다. 민들레는 참 싻을 틔우기 힘든 풀이다. 씨앗을 뿌릴 때는 저온 처리해야 한다지만 모든 생리적인 조건을 갖추어 주어도 쉽게 틔울 수 없는, 인간의 명령을 거부하는 식물이다. 차라리 사람을 가르친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인간은 모두 자기 자식들에게 지고 산다. 자식을 이길 수 없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만들레는 사람들에게 자식을 그렇게 키우면 안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멀리 바람에 띄워 보내고 마음은 아프겠으나 자신보다는 더 넓은 세상에서 새 뜻을 펼쳐보라는 엄중한 명령을 하기도 하는 어쩌면, 이성을 가진 식물이라고 해야 할까보다.

또 우리는 민들레로부터 끈질긴 근성을 배워야 한다. 잠시 눈앞의 괴로움에도 잘 견디지 못하는 인간들에겐 그렇게 짓밟히고 목이 끊어져도 새로운 봄을 기대하며 또 다른 세월을 기약하며 참아내는 인내를 배워야 한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목숨부터 끊는 인간들과는 분명 차별을 두고 싶을 것이다. 자신은 고달프나 자식들을 새로운 대지에 안착시키려는 새로운 희망으로 다른 날을 기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