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가 움직이는 소리가 난다. 가만히 귀 기울이고 있으면 수다 소리가 마음을 따라 전해온다. 봄은 항상 오지만 들려주는 소리는 다 다른 것 같다. 겨울이 답답하고 차가워 겨울로부터 독립하려는 생명들도 있고, 조금 기다리면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생명도 있을 것이며, 개구리처럼 날짜를 뒷 발차기로 밀어내며 여기가 내세 상이라고 외치는 생명들도 있다.

많은 생명들은 땅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땅위에서도 많은 생명들이 다 못한 일들을 간추려 올 해의 희망으로 삼고자 일어나는 볼 수 있다. 작년에 한해를 보내면서 우리들처럼 참 아쉬움이 많게 보냈을 것이다. 작년에는 눈을 좀 늦게 틔워 다른 생명들보다 빛을 덜 받아 왕성하게 지내는 데 애로 사항이 있었는데 올해는 조금 일찍 눈을 틔우기 위해서 이렇게 바삭거리고 있노라고 한다. 올해는 뿌리를 더 넓고 깊게 뻗어 새로운 생명으로 깨어나, 보다 풍성하게, 때에 따라서는 많은 새들이 놀러와 푸근하게 둥지를 틀 수 있도록, 강한 바람이 불어도 내 품안에서는 편안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야 겠다는 생각도 하면서 새 봄을 맞을 것이다.

새 봄에 피는 꽃들도 작년에는 여러 가지의 스트레스로 인하여 다가오는 벌들에게 화를 내어 수분이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후손을 만들기에는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음을 돌이켜, 올해는 정말로 다가오는 손님들에게 잘 해야겠다는 생각도 할 것이다. 물론 좋은 씨앗을 행복하게 간직한 생명들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둥지에서 흩어진 새로운 씨앗들이 봄의 감각이나 잘 익히고 있는지, 때를 잘 맞추어 싹은 잘 틔울까하는 생각들이 맴돌곤 할 것이다.

봄비는 때를 맞추어 생명들의 목을 축이게 하며 새로운 세상으로의 초대를 할 것이고, 살랑 바람은 갓 돋아난 생명들에게 예쁘게 악수하며 봄 인사를 할 것이다. 작년에는 너무 심하게 괴롭혀 죄송했다는 말과 더불어 올해는 생명의 반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한다.

아직 땅 속의 이야기는 조용하다. 참 햇빛을 보면 지내기 어려운 생명들도 있었지. 땅속을 헤집고 다니며 심술꾼 같은 두더지는 아직 깨어나지 않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두더지는 사람의 눈에는 잘 띠지 않는 곳에서 생명활동을 한다. 땅위에서는 많은 생명들이 땅위의 이야기로 꽃을 피우지만, 두더지는 땅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쉽게 전달하지는 않는다. 누구보다 알려지지 않은 땅 속의 일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두더지 생활을 한다고 하면 우리는 참 어두운 곳에서 좋지 못한 일을 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을 빗대어 하는 말이기도 하다. 전설에서의 두더지 신은 못생기긴 했으나 지구위의 모든 땅을 소유한 부자이며,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공주에 대해서는 끝까지 배려하고 흠모하여 공주가 미움을 받아 죽었을 때도 폭넓은 사랑으로 따스하게 뒤를 보살펴 주었으며, 공주의 넋이 찬 겨울에 꽃으로 피어 날 때 예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눈을 녹여 주는 희생을 감수할 줄 아는 신이었다. 설사, 어두운 곳에서 생활한다고 해서 모두 나쁜 사람은 아닐 것이다. 사회로부터 돌봄을 받지 못하는, 우리가 챙겨 주도 될 그러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땅 속의 이야기는 봄볕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슬프고 애잔한 이야기들이 많을 것이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봄볕을 애타게 찾아다녀도 봄볕의 양지를 볼 수 없었던 생명들이 가슴을 타고 흘러나온다. 숱한 생명들이 타인의 행복과 자유를 위하여 행동하고 헌신하다 봄볕의 그림자도 밟지 못한 채 봄을 기다리고 있었던 고귀한 생명들에 대해서도 봄의 의미로 다시금 추슬러 보아야 한다.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다른 생명이나 다른 일을 위하여 놓는다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우리는 이렇게 가신님들에 대해서는 너무 무관심하다. 아예 생각하기를 거부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미국이 큰 나라이고, 국민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꼭 잘 산다는 의미 뿐만은 아닐 것이다. 국가의 부름으로 전쟁터에서 산화된 넋을 대하는 것은 그 넋이 다른 사람이 하지 못한 것을 조국의 이름으로 해 낸 것을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에는 넋에 대한 예의와 넋이 추구하고자 했던 것에 대하여 존경의 마음이 모자라는 것 같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넋을 만나기 위하여 한 밤에도 비행장에 가는 것은, 성조기를 쓰담는 것은 대통령으로보다 한 국민으로서의 애도와 존경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사자의 원인을 밝힘에 있어 사자에 대한 명예를 훼손하는 일은 없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넋을 지킨다는 것은 나라를 지키는 일과 같다. 그래서 영원히 같이 가야 한다. 이따금 외국에서 우리나라 6.25 전쟁에 참가한 기념비를 볼 때 얼마나 고맙고 눈물이 나는가.

봄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온다. 따스하게 생명을 일으킬 수 있도록 주위에 감돈다. 어떤 생명이라도 봄볕에 의해서 일어날 진대, 일어난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여분의 생명들은 무엇을 위하여 이 땅에 존재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