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종덕
ㆍ작성일	2017-03-12 14:49

ㆍIP: 168.xxx.229

산수유(山茱萸)

물 길

산수유는 자기 관리를 참 잘하는 나무인가 보다. 오는 봄을 느긋하게 맞아 기분 좋게 꽃망울을 터뜨린다. 복수초처럼 빠른 봄을 알리기 위해서 차가운 얼음 속에서 피는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 피부에 나의 계절이 찾아왔구나하는 느낌을 받았을 때 핀다. 사람으로 견주어 보면 중상층 이상의 힘을 가졌나보다. 이 계층 중에서도 조금은 서두르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잎을 틔우기 전에 꽃을 틔우는 것 보면.

다르게 생각해보면 중상층이라 겨울을 견뎌 낼 수 있는 만큼의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다가 주위에 손 벌리지 않고 고고하게 피어나는 듯하다. 매화는 산수유보다 빠른 봄에 피어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어제 같이 다가온다. 그래서 매화는 무언가에 좇기는 듯 한 인상을 준다. 어쩌면 몸속에 에너지를 저장하기 보다는 빨리 겨울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언제나 올까하고 곱게 치장하고 기다리던, 그리운 사람의 향기에 버선발로 뛰어 나가는 아낙네 같다. 흰 눈 밭을 뒤로하고 품에 안겨 눈물 스치는 애틋함을 보이는 외로운 꽃이다.

산수유는 무언가 힘이 센, 에너지가 넘치는, 함께 아울러가는 생명력이 아주 강한 나무이다. 꽃을 피울 때도 한 봉오리 안에 20-30개의 꽃대를 가지고 있어 함께 노란 꽃을 피운다.
꽃대를 많이 가지고 있어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또한 함께 오순도순 모여 열리는 것이 우리의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것 같다. 우리가 현재 많이 잃어가고 있는 전체적인 사랑을 이 산수유는 영원불멸의 사랑을 주장하고 있다. 영원불멸의 사랑이란 뭘까? 영원이라는 말은 순간이라는 말을 무한대로 적분해야 살아나는 말이다. 순간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一寸光陰不可輕(일촌광음불가경)에서는 시간의 한마디를 말하는데, 이 마디는 순간보다는 시간의 의미로는 좀 긴 것 같다. 순간은 사람이 서로 스치며 지나가는 시간이라고 해두자.

이 짧은 시간동안에 정말로 많은 일들이 일어 날 수 있다. 다르게 표현해 보면 버튼을 누르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이 순간에서 모든 생명이 사라질 수도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미사일이 뜨고, 이동하고 목표물에 타격하는 이러한 시간이 될 것이다. 그래서 순간은 너무 짧은 의미로 다가오지만 소름을 일으키게 하는 말로 너무 겁나는 말로 다가오며, 의미가 무섭게 느껴진다. 큰일이 터졌을 때, 우리가 흔히 할 수 있는 말은 “너는 그 순간에 무엇을 하고 있었어?” 하는 말이다. 순간은 너무 짧아 생각할 틈조차 없는 말인데 무엇을 하고 있었냐고 다그치면 누가 말을 차분히 할 수 있을 것인가.

영원이라는 말은 듣는 그 차체로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영원이라는 시간은 용서를 배푸는 말일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살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하며, 큰 사랑이 필요로 하는 곳으로 흘러가는 공간이라고도 생각된다. 순간 보다는 아주 정겨운 말로 다가온다.

그런데 이 영원의 색깔이 노랑이란다. 노랑하면 무언가 기다려지는, 동경을 일으키고, 눈물이 이는, 고향을 생각하게 하는, 나뭇가지에 걸려 있을 것 만 같은 향수가 다가온다.
또한, 가을 녘의 들판을 보면 그렇게도 평화스럽고, 성숙된 자아와 결실을 느낄 수 있어 평온하다. 그리고 노랑색은 따스한 생명의 발생을 느낄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사랑을 찾아볼 수 있으며, 우리가 무언가에 막혀있을 때 뚫어 주는 지혜를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영원이란 사랑을 담고 있는 우리의 주변이라고 생각이 든다. 우리가 사는 것은 큰 우주에 견주어 보면 순간에 지나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새봄을 맞으면서, 산수유를 접한다는 것은 이러한 의미가 많을 것으로 생각이 든다. 조금은 늦더라도 자신의 분수를 챙기면서 모나지 않게 사는 것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산수유는 인간처럼 공동체를 이루어 있는 것이 더 보기 좋다. 먼 곳에 홀로 떨어져 피어 있는 것 보다 서로 비비며 군락을 이루고 있을 때의 꽃의 만발은 우리의 마음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하다. 마력과 같은 힘으로 지나가는 사람을 불러, 너무 외곬스럽게 살지 말고 덩실덩실 어루어 사는 것도 괜찮다는 것을 일러주고 있다.

더불어, 산수유는 참 많은 열매를 안겨다 준다. 사람들에게 다복함을 보여주고, 그 의 넋은 기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은혜를 보답하기도 한다. 또한, 그 약성으로 보면 허접한 삶을 살아온 사람에게도, 마음 앓이를 하는 사람에게도, 집안의 행복과 풍성함을 이어주는 생명을 선사하는 유익함을 주는 약재이다.

원래 나무는 아낌없이 주는 것을 생의 목표로 살듯이 우리는 거기에 비하면 참 못나게 사는 것은 아닌지. 자신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폄하하며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하여 너무도 원망하며 사는 것은 아닌지. 염치와 배려는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3월의 훈훈한 때에 우리는 멀리서, 가까이에서 산수유를 볼 수 있다. 봄을 마음으로 맞아 일년을 설계하는 데는 산수유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올 것 같다. 산수유를 찾아 다가가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영원의 의미와 자신이 더 성숙할 수 있도록 밀어를 속삭여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김강좌

2017-03-12 21:43

봄 숲이 푸른 잎을 틔우기도 전
어느새 망울망울 꽃눈이 맺혀서 톡톡 벙글어지는
산수유 꽃을 보면 괜스레 가슴이 뛰어
한참을 바라다 보게 합니다.매년 계절이 바뀌고
한 추위가 지나가면 혹여 꽃이 피었나 살펴보는 곳이있지요
만성리가는 길목 어느 집앞 그집엔 언제나 다른곳보다
산수유꽃이 빨리 피는듯 하더라구요~
매년 2월 말 쯤되면 그 집앞에 가서 살펴봅니다
그저 꽃이 이뻐서 아무 생각없이 꽃을 보는것만도 행복해 하는데
작가님의 산수유를 읽어보며 많은걸 배웁니다.
참 대단하십니다 어쩌면 그렇게 ..에구 저도 이제부턴
공부좀 해야겠다..생각합니다~^^
많이 배움할수있게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합니다~


김종덕	민들레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덩실덩실 어울려 살아가고싶고, 한데얼려 옛날같이 살고자운 마음이 많습니다. 저렇게 어울려 향기를 내뿜으면서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겠읍니까. 산수유를 보면 나도 저렇게 살아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갖습니다. 어쩌면 작년처럼 산동에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3/13 12:39

정찬열

2017-03-12 22:37

김종덕 작가님 안녀하세요
어쩌면 봄의 전령사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는 산수유 주로 관상용이면서도
약효로는 피로회복 강정제로 술로 담그기도 하는
유익한 산수유는 "우리가 현재 많이 잃어가고 있는
전체적인 사랑을 이 산수유는 영원불멸의 사랑을 주장하고 있다.
영원불멸의 사랑이란 뭘까?" 영원이라는 말 공감하며
감사히 배독했습니다. 늘 편안 한 한주 되세요


김종덕	정 찬영 작가님, 평안하시지요. 봄은 또 이렇게 깊어 가고있읍니다. 산수유의 노랑색은 많은 옛날의 이야기를 이끌어 냅니다. 놀지는 강물위의 물새소리도 듣고싶고, 촉석루에 앉아 5개의 달을 마시고도 싶습니다. 그리고, 산수유가 지천인 산동에고 가고 싶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3/13 12:43

김종근

2017-03-13 13:50

김종덕 작가님 반갑습니다.
봄이 오니 꽃나무들이 서로 다투어 꽃소식을 알립니다.
저 남쪽 지방부터 서서히 올라옵니다. 산수유랑 생강나무랑
꽃이 비슷하여 구분하기가 어렵더군요. 아직은 꽃구경할
여건이 되지 않아 보지 못하였습니다. 감사히 배독 하였습니다.


김종덕	김종근 작가님, 평안하십니까? 더많은 봄의 꽃이 다가오겠지요. 작가님의 산 밭에도 예쁜 꽃이 오겠지요. 진달래랑, 복숭아 꽃이랑 제비꽃이랑 즐거운 얘기를 하러 주인님을 찾을 것 같습니다. 행복한 봄이 되겠네요. 거기다 땀까지 흘리신다니 뭐가 부럽곘읍니까. 찾아들 봄을 춯하드립니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3/13 20:41

이석희

2017-03-14 06:14

김종덕 작가님!
이렇듯 깊고 오묘한 맛을 주는 글을 자주 올려 주시니 감사합니다.
참 세세히도 그리셨습니다. 님의 자상한 성격을 보는 듯합니다.
이 꽃은 숨어서 피는 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볼품 없이 있는 듯 없는 듯 피었는가 하면
가을이 오면 서서히 익기 시작하여
한 겨울이 다 가도록 하얀 솜뭉치를 뒤집어 쓰고도
의연히 그 자리를 지키는 산수유
참으로 많은 가르침을 주지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김종덕	이석희 작가님, 평안하신지요? 봄에는 평화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읍니다. 대지위의 평화, 마음속의 평화, 끓어오르는 내면으로부터 무지개 같은 평화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읍니다. 올 봄에는 무언가 따스한 소식들이 전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부지런하신 작가님께도 졸졸졸 흐르는 시내 같은 행운과 건강이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건강하시옵고.	3/14 10:01

봄에 지는 낙엽

기다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