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든 뜰 아침에 비가 스물스물 내리고 있다. 하늘을 막아 볼까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이렇게 천천히 내리는 비에 여태껏 버리지 못한 무거운 짐들을 씻어 보기로 한다. 생각이 틀릴 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다가오는 가랑비에 무거운 짐을 씻어 낼 수 있을까. 차라리 무거운 봄비라면 또한 모를까.

오곡이 햇볕에 타들어가는 여름엔 이러한 가랑비는 크게 도움을 줄 수 없을 것이다. 요즈음의 미세 먼지조차도 걷어 내는 데에도 힘에 부대낄 것이다. 커다란 봄비는 적시는 힘은 강할 지라도 마음에든 상처는 씻어내진 못할 것 같다. 왠지 큰 비는 따스한 정도 없이 무조건 뺏어 가기만 할 것 같다.

가랑비는 촉촉이 온다. 생각을 추스릴 수 있도록 연민의 정으로 다가온다. 덧 날 것 같은 상채기도 어루만져 주며 적셔온다. 마음이 참 예쁘다. 사람들은 대상이 눈앞에 다가올 때 내가 감당 할 수 있는 것인가, 나를 해치지는 않을까를 먼져 생각하게 될 것이다. 더구나 한밤에 만나게 되는 대상들은 더욱 마음 조이게 만든다.

혼자 외롭고 무서울 때 나와 동행이 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소리 없이 조용히 다가서는 달 빛 별 빛들일 것이다. 이 보다는 더 정겨운 엄마의 목소리면 더욱 반갑고 편안할 것 같다. 이러한 가랑비에도 엄마의 품은 모든 것을 품어 주어 젖어 오는 마음에 여유가 깃들게 한다.

오늘 아침의 가랑비는 좀 더 세게 와도 될 것 같은데 지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적시려고 그렇게 가랑가랑 오나 보다. 지금 가로 눕혀진 세월호에도 이런 가랑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쳐다 보는 사람들 모두에게 젖어들어 많은 영혼들이 모두의 가슴에 다가올 수 있게. 뼈가 발견되었다는 뉴스는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에게는 생각도 할 수 었을 정도의 통한으로 다가 왔을 것이다. 몸을 구성하고 있는 뼈가 밖으로 흘러 나왔다면 누구라도 설움이 북받쳐 목이 찢어지고 눈물이 마르고 생시의 모습이 다가와 온 가슴을 후벼 팠을 것이다.

우리는 가족을 생각한다. 가족이 아프면 만사를 젖혀 놓고 보살피기에 들어간다. 그 대상이 있는 것만으로 우리는 행복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가족이란 그렇게 쉽게 지워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심지어는 3년 동안이나 보이지 않는 차가운 곳 에서 성난 밀물과 썰물에 부딪히며 지나온 나날들을 이해 할 수나 있을 것인가. 세월호의 선수쪽에 두 개의 깊은 선을 기억할 것이다. 이는 배를 고정시키기나 인양 시험을 위해서 걸어 두었던 줄이 성난 조류에 의하여 파먹혀 들어간 자리다. 무쇠도 저렇게 파고드는 조류에 얼마나 시달림을 받았을까.

사회란 서로 어울려 사는 집단을 말한다. 집단의 구성원은 모두 자신 나름의 물성을 가지고 있어 모두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생명체의 마음은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도록 조절되고 있다. 기쁘면 환희의 눈물이 나고, 슬프면 애절한 가슴의 눈물이 나도록 설계되어 있다, 아마도 슬픈 일에 웃음을 낼 수 있는 생명체는 사람 밖에 없을 것이다. 슬픔을 슬픔으로 읽지 못하는 유일한 생명체, 사람. 지구를 이끌고 가는 생명체, 사람 아래 사람 있고 사람위에 사람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생명체. 스스로를 최고인 것으로 생각하는 아주 이기적인 생명체.

단 하나의 세포로 10조개의 세포로 구성된 인간을 이기고 괴롭히는 생명체, 세균. 세균은 단하나의 세포로 구성된 생명체로 지구의 생성과 비슷한 나이를 가지고도 사라지지 않고, 특히 사람을 대상으로 이익을 취해가며 살아가는 단체. 세균은 너무 작아 눈에 보이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이를 미생물이라 칭한다. 이 오랜 세월에도 사라지지 않고 인간을 대상으로 공격하며 잘 살아가는 이유를 우리는 좀 살펴 보아야 할 것 같다.

세균은 사람과 같이 집단, 즉, 공동체를 형성하고 산다. 또한 인간 등의 적으로부터 살아 남기위하여 군집을 형성하고 공격당하지 않도록 집단의 둘레에 성을 쌓는다. 이러한 일이 단세포 만으로 가능하겠는가.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서로가 살 수 있는 궁리를 한다. 또한 환경이 엄청나게 어려워 살 수 없게 되어질 때는 부모는 스스럼없이 자신을 희생하여 그 딸세포가 생존 할 수 있도록 돕는다.이러한 희생을 바탕으로 보다 나은 환경으로 발전해 나가게 되며, 공동체를 지키게 한다.

여기에 10조개의 세포를 가진 인간이 단 하나의 세포로 구성된 세균을 이기기 못하는 이유를 찾아 볼 수 있다. 이런 미생물에 비교하여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이 이성이다. 즉, 감정을 조절하기 위하여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감정의 조절을 거부하고 사는 경우가 많다. 너무 영리하여 이성조차 거부하고 자신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행위를 취한다. 즉, 공동사회에 도움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공동체이면서도 공동체를 거부 할 수 있는 인간이기에 마땅히 그 책임도 같이 해야 하고 단세포에도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균처럼, 보이지 않는 미생물처럼, 그 조직 속에서 희노애락을 같이 할 수 있는 사회라야 열악한 환경이 닥치더라고 이겨 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공동체가 아파하면 같이 아파하면서 그 대책을 세워가는 것이 훨씬 인간답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훗 날 후손이 그 때의 우리 선조들은 참 인간적인 모습으로 살다 갔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영혼이겠지만 같이 저미는 가슴을 공유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천천히 적셔주는 가랑비의 하늘을 막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