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는 말만 들어도 마음은 맑아지고 다음의 활기찬 생동을 생각하게 된다. 그 누구에게도 봄은 오겠지만 봄을 맞이하는 생명들에게는 서로 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다. 봄은 얼어붙은 동토를 녹아내리게 하는, 심적으로는 해방감을 맛보는, 정신적으로는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것 같은 의미로 다가 온다. 아직 겨울이 함께하고 있음에도 뛰쳐나오는 개구리, 차가운 물속에서 알을 낳고 새 생명을 기다리는, 생명의 큰 봄을 기다리고 있다. 복수초, 눈이 덮힌 사목 사이로 얼굴을 내밀며 한동안 고생했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 홍매화도 참 이른 봄을 좋아하나보다. 봄을 기다리는 많은 꽃들 중에서도 단연코 앞서서 미소를 짓고 있다.

봄비.

이 말은 나에게만 애잔하게 다가오는 것일까? 봄을 일으키기 위해서 다가서는 봄비, 생명을 활짝 열게 하는 봄비. 봄비는 마땅히 그 자체가 축제가 되어야 한다. 특히 듣기 답답한 것은 봄 가뭄이다. 함께 시작되는 생명과 더불어 가야하는 바쁜 시기에 봄 가뭄은 마음을 저리게 하는 말로 다가온다.

봄은 준비의 계절이다. 생명이 봄을 기다리는 것은 또 새로운 삶과 희망으로 다가서기 위한 것일 것이다.

그렇다.

봄은 생명의 계절이다.

그리고 꽃도 피워야 한다.

3월은 4월에 앞서 꽃샘추위를 막아 생명의 태동을 지켜보는 시기가 될 것이다.

3월의 비는 참 곱게도 온다. 마음을 푹 적셔 옛 생각이 나게 하는 고마운, 또는 감상에 젖게하는 따스한 비로 기억되어 진다. 비가 좋아 일부러 비를 맞으러 나가는 그러한 비였다.

4월의 봄비는 시샘이 많은 비 같다. 계절의 왕이라는 5월의 앞에서 모든 장기를 자랑하며 봄은 5월이 아니라 4월이 봄으로서는 정말 최고이다 라는 것을 시위라도 하듯이 내리는 비다.

아침 출근시간에 뉴스에서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정말 안일한 생각이 들었다. 요즘이 어느 세상인데 배가 침몰해, 참 해로를 벗어나 좌초 될 수도 있겠구나, 그러면 타고 있는 사람들은 빨리 피하면 되겠네 하는 생각이었다. 또한 승객들 모두 구조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럼 그렇지,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데 라고 되뇌었고 다른 일을 시작했다.

이 이후의 시간은 그 누구도 생각할 수 있지도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 긴 시간 동안 정말로 할 수 있었던 일을 없었을까? 해군참모총장의 명령을 누가 저지하였던가? 누가 바다를 해군참모총장보다 잘 알고 있었을까? 생각을 해보라. 소위에서 출발하여 별 4개를 달 때까지 그 기나긴 세월을 바다와 싸워 이겨낸 사람이다. 우리가 왜 소방관을 믿는가, 그들은 전문가이기 때문에, 소명을 다하는 집단이기에 우리는 늘 감사하며 보답하지 못함을 부끄러이 생각하고 산다.

꽃이 봉오리로 떨어져 가고 있는데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통영함을 보내어 승무원을 구하는데 일조를 하게 하든가, 아니면 통영함으로 쓰러져가는 세월호를 지탱하게하거나, 매의 눈으로 봐서 탈출을 명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는 국민을 잘 살게 하는 것이다. 심지어 살아 있는 생명을 눈으로 보고도 구하지 않았다면, 사람의 대열에 포함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겪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많다. 특히 살아있는 생명은 따스하다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어, 죽어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잠수부가 아이가 다칠까봐 가슴으로 안고 나왔다는 것은 차가움으로 전해져오는 체온을 통곡의 마음으로 안고 나왔을 것임을 우리는 살아온 경험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왜 어른답지 못하는가. 어른답기를 거부하는 것인가. 피어보지도 못한 봉오리가 사그라지고 있었음에도, 숨이 막혀 발버둥 치고 있을 상황에서도, 애타게 엄마, 아빠를 부르고 있었던 그 시기에서도 어른임을 부인하고 있었던 것이 참 한스러운 일이었다라고 모두들 생각할 것이다.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어른인가?

언론도 그렇다. 언론의 역할은 시실을 사실대로 전해야하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이 중요한 것은 사실보도와 함께 그 해결책도 제시할 수 있는 언론이 되어야 한다. 언론은 해결책을 제시하고 언론의 본연의 행동인 정부에 대해서 압력을 행사했어야 했다. 아무것도 제시하지도 못하고 정말 쓸데없는 말로 에어포켓으로 끌고 갔다. 이러한 언론이 자사의 이익만 된다면 물불가리지 않고 썩은 고기를 두고 다투는 것이 하이에나와 무엇이 다른가. 요즈음을 보라. 저 정도로 한 사건에 대하여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깨알같이 보도할 수 있는 언론이면 사운을 걸고서라도 생명 살리기에 앞장섰어야 했다. 사람의 눈과 귀를 막는 것은 언론이 집요하게 말하는 ‘알 권리’에 앞서,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여 시대의 흐름을 막는 것이다. 언론은 언론다워야 올바른 사회가 형성됨은 불문가지임에 틀림없다.

봄비는 원래 따스함을 가지고 있다. 모든 만물에게 생명을 불어 넣어 어제와 같이 살지는 않도록 하는 바램을 가지고 대지를 적신다. 살아 준비하는 생명에게는 너무도 바라고 희망적인 것일 것이다.

올해도 오겠지만, 4월의 봄비는 살아 있는 생명도 움츠릴 정도로 차갑게 올 것이다.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어른들에게 혼을 바짝 차릴 수 있도록 더 더욱 찬 봄비로 다가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