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종덕
ㆍ작성일	2017-12-13 21:58

ㆍIP: 168.xxx.229

겨울 밤

물 길 / 김 종 덕

겨울 밤은 참으로 희다. 까맣다 못해 더욱 희다. 흰 고드름과 같은 차가움, 산에서 불어오는 하얀 눈꽃 바람, 냇가의 얼음이 울다 못해 차라리 더 희다. 그러고 보니 차가워서 희다기 보다는 희고 하얀 것이 차가운 것 같다. 원래 눈이 올때는 춥지 않다. 눈이 오고 나서야 추워 지는 것 보면 역시 흰 것은 차가운가 보다. 저 하얀 달빛, 겨울에 보는 달이 더 외롭고 차갑게 다가오는 것은 너무 하예서 더 차갑게 다가온다. 아마도 이별의 색깔이 있다면 하얀 색이 아닐까 한다. 따스한 봄에는 헤어지는 일은 드물 것 같다. 모든 생명이 일어서고 감정도 따라 일어서서 굳이 마음이 상하여 헤어질 것 같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 놈의 겨울, 혹자는 가을을 이별의 계절이라 노래하기는 하지만 아마도 이별의 쓴 맛을 본 사람은 가을보다는 겨울이 이별을 이야기하기 더 적절 하지 않을까한다.

그리고, 꼭 이별을 해야 한다면, 낮에 일어 날 것 같지 않다. 오후에 그것도 밤에, 낮에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도 마음은 있겠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일어 날 수 있는 시기는 밤이 더 많을 것 같다. 깜깜한 밤의 이별은 참 무서울 것 같기도 한다. 물론 멀어져 가는 사람이 어둠속으로 갇혀져 가는데에는 더 편리 할 수 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 이 찬 겨울에 헤어져야 한다면, 하얀 백지장처럼 만들어 놓고 떠날 수 있다면, 서로 모두가 새로운 그림으로 채우기엔 더 나을 것 같다. 그래서 이왕 할 이별이면 하얀 밤에, 그것도 하얀 겨울의 밤이면 좀 나을 것 같다. 꼭, 눈이 와서 하얀 밤이 아니더래도 가로등이 꺼진 깜깜한 밤일지라도, 그것이 하얗게 빛이 날 수 있는 겨울의 밤 언저리이면 그렇게 무겁지 않은 걸음으로 서로의 길을 갈 수가 있을 것 같다.

물론, 차가운 겨울 밤이 흘리는 눈물은 더욱 아플 수 있다. 그 짜릿한, 짭짤한 눈물이 입으로 들어 올 때의 그 느낌 또한, 그 슬픔의 이유를 잘 말해 줄 수 있고, 마음을 다스리기가 더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혹, 저 사람이 아니면 안 되겠다 싶다면, 얼굴에 얼어붙은 그 눈물 자욱이 더욱 서로를 다 용서해 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겨울의 이별은 그 여운이 좀 많이 남을 것 같기도 하다. 굳이 이 차가운 겨울에 왜 이별이야기는 해가지고, 더 따스한 사랑이야기도 있을 수 있을텐데.

꼭 겨울에 헤어지라는 이야기는 아니되 해어 질 것이라면 하얗게 추운 겨울이 낫지 않을까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겨울 사랑은 아마도 나누는 사랑이어야 할 것 같다. 몸에 꼭 끼워놓고 내놓지 않은 겨울 사랑은 더 추울 것 같다. 그 찬 겨울에 사람을 기다린다는 것은 그것은 사람의 힘만으로는 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 같다. 그래서 신의 도움을 요청하기도 할 것이다. 오 신이시여, 내가 사랑하는 그대가 꼭 나타나 주길 도와주시옵소서라는 주문으로. 겨울은 차다, 그러나 그 속에서 일어나고 맺어지는 사랑은 아무리 강한 추위도 끊어 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사랑이란 혼자서는 해결 못해도 둘이 같이하는 사랑은 무슨 그리 추위가 대수이겠는가. 그것도 추운 바닷가를 거닐면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은 마음이 생가는 것은 그 아이스크림이 차다는 생각보다는 참 달달하다는 느낌이 더 닿아 오지 않을까.

그래 이왕이면 찬바람 부는 바닷가에서, 그믐달 보다는 초승달이 내려 보고 있는 해변의 사랑이라면 누구라도 한번 해볼 만한 사랑이 아니겠느냐고. 잠이 와서 졸고 있는 가로등은 이 커플들이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않을 것이고, 출렁이는 파도는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뒤를 남기지 않게 연인들의 속삭임을 실어가 버릴 것이기에 무슨 말인들, 무슨 고운 말인들 못 하겠는가. 그래서 마음이 젊은 사랑은 존경 받아 마땅하다. 누구라도 하얗게 비치는 달빛을 머리위에 얹고, 사랑하는 사람을 등에 업고 사박사박 해변의 모랫속을 걸어보라, 무엇이 이들을 가둘 것인가.

그래서 겨울의 밤은 길다. 하얗게 쌓아진 방파제위를 세상에 있는 모든 말들을 한 번씩만 한다고 해도 아마도 저 긴 밤은 하픔을 할 것이다. 이렇듯 겨울 사랑은 참 고결하고도 숭고한 것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사랑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빠져들면 찾을 수 없는 길이기도 하겠지만 또한, 겨울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살아있는 사랑을 할 수 있기에 우리에겐 겨울이 필요한 것 같다. 겨울은 어쩌면 용서의 의미도 함유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꽝꽝 얼어붙은 육체의 고집으로 어떻게 마음을 녹여 용서가 될 수 있으련마는, 차고 깊은 계곡에서도 옹달샘 같은 물이 솟아 모락모락 김을 내면서 목마른 사슴을 부르는 것과 같이 깜깜한 마음에서 한 가닥 물줄기가 흰 눈을 배경으로 흘러나올 때쯤이면 까맣게 탔던 숯덩어리도 흰 눈의 빛을 받아 차츰 회색으로, 흰색으로, 그다음 따스한 옹달샘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또한, 참으로 삼가야 할 일은 겨울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겨울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참 애매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말 그대로 픽션이 될 것이다. 아무런 주관도 없이 엮어 내는 말은 다른 사람에겐 깊은 상처를 본인에게는 책임지지 않는 사람으로 비쳐질 공산이 크다. 그래서 겨울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며, 겪어야 인간이 될 듯하다. 진심어린 겨울은 사람을 더 단단하게 해주어 무슨 일에라도 자신감을 갖게 할 것이다. 겨울의 밤이 긴 이유는 깊이 빠져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봐야 더 따스한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겨울 밤을 하얗게 지새볼 수 있다면, 나에게 다가오는 의미도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새겨볼 수 있을 것이다.

김경렬

2017-12-14 06:02

을씨년스러운 겨울밤에 이별을 하라구요?
더욱 시리고 아플것 같아요.
사랑이라면 칼같은 추위도 녹여 주겠지요.
김 작가님은 가을이면 가을,
겨울이면 겨울 계절을 마구 흔들어주십니다 그려.
행사가 벌써 이틀뒤로 다가왔습니다.
반가운 얼굴들, 설레임이 시작 됩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그날 뵈어요~~


김종덕	김경렬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시간이 엄청 지나버렸읍니다. 사는게 뭔지하고 생각할 때면 마음대로 되는 것이 거의 없구나하는 생각을 갖게됩니다. 늦게 인사드려 송구합니다. 얼 새해에도 새롭게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1/17 11:16

백낙은

2017-12-14 11:16

작가님의 겨울 사랑은 상상을 초월이네요.
옛날엔 겨울은 낭만의 계절이었지만 지금은 아닌 듯합니다.
옛날 겨울 밤은 만남과 대화의 장이었지만
지금은 밥을 먹을 때도 아이들이 핸드폰 보느라 정신이 없고
밥을 먹고 나서도 각자가 자기 방에 들어가 게임에 빠지니 한심한 세상입니다.
家는 있지만 庭은 없는 세상인 듯합니다.
무엇보다 가정의 회복이 급선무 같습니다.
행사 때 뵙겠습니다. 평안하소서.


김종덕	백낙은 위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저렇게 시간이 많이 지나머려 송구함을 금할 길 없급니다. 행사장에서 뵙고 반가웠읍니다. 또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녀 이렇게 늦게 인사드립도 같이 해량하여 주십시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1/17 11:17

이석희

2017-12-18 17:54

김종덕 작가님~~~

'사랑이란 혼자서는 해결 못해도 둘이 같이하는 사랑은 무슨 그리 추위가 대수이겠는가.
그것도 추운 바닷가를 거닐면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은 마음이 생가는 것은
그 아이스크림이 차다는 생각보다는 참 달달하다는 느낌이 더 닿아 오지 않을까.'
우리가 사랑을 노래하고 누리고 나누면서도 정의를 내리기는 상당히 지난한 일이지 싶습니다.
하지만 작가님의 말씀을 접하고 보니 눈이 뜨이는 기분이 듭니다.
좋은 교훈의 글 감사합니다.


김종덕	이석희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시간이 지마감에 따라 몸에 함께 가지 못함을 느끼고 있읍니다. 해야 할 이들이 자꾸만 쌓이고 싸여 제때 인사드리지 못하였읍니다. 작가님, 올해에도 건강하시고 항상 행복하십시오	1/17 11:19

김상화

2018-01-04 01:22

김종덕 작가님 반갑습니다
자주 서재를 들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겨울의 하얀 눈이 내린 밤에 이별을 한다면 과연 어떨까요?
저의 생각으로는 너무 잔인할 것 같습니다
나는 눈을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눈 내리면 그 아름다운 설경과 눈꽃을 보기 위해 겨울 산행을 즐기는 편입니다
금년 일월에도 산행을 다섯 번을 잡아놓았는데 눈이 내리기만 고대하고 있습니다
작가님 무술년에는 무엇보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김종덕	김상화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흘러가는 시간앞에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크게 하는 일도 없는데 이렇게 늦게 인사더려 송구합니다. 새해에도 많이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1/17 11:23

박목철

2018-01-12 11:02

작가님의 겨울 이야기 흥미있게 정독하였습니다.
겨울의 색이 희다고 하셨듯, 겨울은 맑은 계절이기도 합니다.
썩지도 않고, 지저분한 삶의 흔적도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가미되지 않은 기본색이 하얀 백색이지만,
반대로 약간의 오염에도 백색은 쉽게 상처 받기도 합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던 겨울의 의미가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작가님의 글을 통해 되새겨 보았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김종덕	박목철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올 새해도 벌써 보름이 지났읍니다. 늦게 인사드려 송구합니다. 올 새해에도 작가님의 가정에 만복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대통하시길 바랍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1/17 11:24

겨울 달

겨울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