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종 덕

매일 새벽 5;30분에 얼람이 운다. 일어나기 싫은, 이불 속의 유혹이 나를 끌어안기는 하지만, 반동으로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세수하고, 물 한잔 마시고 단지 내의 헬스장에 간다. 보통 때에는 헬스장의 문을 내가 열고 들어가는 일이 많다. 조금 운동을 하고 있으면, 한, 두 사람, 조금 지나선 너덧 사람, 그러니까 매일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예닐곱 정도이다. 참 부지런한 사람도 많다고 생각하면서, 1시간 20분정도 운동을 하고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운동을 하면서 오늘은 어떤 일들을 해야 할까하고 정리도 하고 필요한 일들을 점검하기도 하고, 기업체 사람들을 만날 시간들을 정하면서, 호흡도 장단에 맞추어 하다보면 금방 운동 시간이 끝난다. 이불 속에 한 시간 더 있어 봤자 잠만 조금 더 자는 것인데 이렇게 움직여 상큼한 아침을 맞으면 얼마나 이익인가 하는 생각이 매일 나를 일으키게 한다.

여느 날처럼 일어나 헬스 크럽에 갔었더니 지문을 데어도 문이 열리지 않고, 지문을 등록하라는 메시지가 계속 나온다. 어제까지만 해도 잘 열리던 문이 오늘은 왜 고집을 부릴까하는 생각만하고 슬슬 부아가 끓어 오른다. 핸드폰으로 라이트를 켜고 휘둘러보니 “임시 폐관” 이라는 붉은 글씨가 보였다. 운동 중에 한두번 기침 소리가 들리면 꽤나 예민하게 둘러 보며 매너가 없다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래도 기침을 연달아서 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꾸준히 운동하러 다니던 터였다.

통보를 받지 못한 억울함도 스쳤지만, 코로나가 혹시 온 것은 아닐까에 신경이 쓰인다. 발생할까봐 먼저 폐쇄 했다고 한다. 어쩌면 잘 한 일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교회의 부목사가 청도 신도의 장례식에 참여하고, 다른 예배도 참여하면서 확진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오늘 아침에 헬스장에 가야 하나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헬스장에 오는 사람들을 믿었기에 가고자 한 것이고, 그 사람들도 나를 믿고 왔을 것이다. 믿고 산다는 것은 마음을 세우는 것이다.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믿는 사람들에 대한 불신을 주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이다. 누구든 이렇게 마음을 세우고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보면 미소가 번지는 그런 곳에서 더불어 살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그 환경에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면 당연히 다른 사람을 위하여, 다음에 나를 위하여, 지켜야 그 사회가 구성이 되어진다. 굳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아니더라도 나를 믿고 지내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배려가 될 것이다.

오늘 아침엔 헬스장 대신, 단지 주위를 집사람과 같이 조깅을 했다. 오랜만에 집사람이 같이 가겠다고하니 반갑기도 하고 못 다한 이야기들도 할수 있을 것 같아 같이 나섰다. 이런 약간은 쌀쌀한 기운이 얼굴에 스치는 느낌이 정신이 들게 할 때 살아있구나 하는, 또 하루가 시작되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둘레 길은 6.4Km인데 아침에 돌기에는 적당한 코스이고 마음을 세척하고 세우기에는 딱 좋은 거리일까 싶다.

오늘은 확진자의 수가 얼마나 늘어날까, 얼마나 번졌을까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리고 사람들은 왜 고집을 부릴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까하는 이야기를 하며 뛴다. 모두들 자신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살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들이 사람들에 따라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감당하지 못할 일들이 일어난다.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며 살되, 그 최선이 다른 사람들에게 해가되는 최선이라면 멈추는 것이 최선의 일이다. 혹시라도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 자신에게 최선의 길이라면 이것은 범죄에 속한다. 범죄는 법으로 다스려 져야 한다. 자신의 최선의 일들이 다른 사람에게 방훼가 된다면 접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행동이다. 자신을 감추어야 살 수 있는 일이라면, 자신을 드러내었을 때는 더 진한 행복이 다가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사회적 치유이며, 이것은 함께하는 사회의 책임이다.

사회가 아프다. 같이 아프고 같이 일어나야 한다. 우리는 해낼 수 있고 꼭 해낸다. 유사 증상자의 샘플을 확진하는 시료의 하루당 처리 개수가 그 어느 나라도 우리를 따라올 수 없다. 이는 많은 수의 유사 증상자를 더 빨리 찾아 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단지 확진자의 숫자가 많다는 것은 그 만큼 많이 찾아내었다는 말이 되고, 빨리 치유 할 수 있는 길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우리의 능력으로 찾아내는 확진자를 수용 치유 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마음에서부터 읽어야 한다.

자연과학을 연구하는 나는 저 작업들이 얼마나 힘들고, 시간이 걸리며, 시료 처리에 들어가는 비용들을 잘 알고 있다. 누구든 왜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릴까 하는 생각도 할 것이다. 잠시 언급하면, 전번에 RNA바이러스는 DNA로 역전사하여 다시 RNA로 전사되어 단백질을 만든다라고 했는데(“코로나바이러스의 예언” 편), 시료 채취 0.5시간, 시료처리 1시간, 역전사(RNA→DNA) 2-3시간, PCR(DNA 유전자 증폭) 3-4시간, 전기영동 1시간 등을 수행해야하는데, 전혀 실수없이 수행한다면 최소 6.5-7.5/건 이 걸린다. 시료를 5,000개를 검사한다면 35,000 시간, 즉 1458일이 걸린다. 다르게 말하면 1458명 검사해야 한다는 말이 되고, 검체 수가 많으면 담당 검사 의료진이 밤을 새워야 한다는 말이 된다. 우리는 13,000건/하루의 능력이 있고, 이미 26,179을 끝낸데 비하여, 일본은 1,300건/하루의 능력에 지나지 않는다(2월 25일 기준).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 무슨 일을 하거나 하고 있더라도 우리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우리의 마음을 다하여 위로하고 함께 가야 하는 것이 마음 세우기의 지정한 뜻이 아닐까 생각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