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종 덕

메말랐던 대지가 해동되고 숨을 쉬기 시작하면, 뭔가 꿈틀거리는 느낌이 빈 머리를 꽉 차게 만든다. 편평한 대지에 지진이 일어나듯 땅이 갈라지고 새초롬히 얼굴을 내미는 새싹을 본다.

누가 땅을 가르고 나오라고 명령이라도 한 것일까. 얼어 있던 게곡엔 똑똑 반가운 이슬 방울이 생기더니, 눈물인 줄 알았더니 환희의 감격이었을까. 얼음이 녹더니 물이 생기고, 아장아장 몇 걸음 걷더니 물이 고이고 흘러가지 시작한다. 찬바람이 온 들판을 휘감고 있을 때 바싹마른 몸으로 앞도 못보고 두들겨 맞던 실가지에 연녹색 눈이 생기고 깜깜했던 시간을 돌려 새로운 세상을 맞아 탄생의 기쁨을 느끼고 있다.

성질 급한 놈들은 항상 앞질러 가는 성질이 있어, 순리보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환희를 맞는 놈들도 있다. 눈을 먼저 뜨고 꽃을 터뜨리는 게 순리인가 싶은데, 요즈음은 결혼도 하기 전에 애기를 가지고서는 부모님께는 선물이라고 하듯이, 꽃을 먼저 피워 봄을 선물로 바치는 어여쁜 아이들도 많다, 많다기보다는 그 효과가 만점이다. 오늘도 아침 일찍 정원에 만발한 벚꽃을 보면서 참 오래도 참고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벌써 매화는 아기를 가지고 있었다.

누구는 봄의 신이 있어 신의 명령으로 봄이 움직이는 것 같다고 한다. 그 봄의 신은 얼마나 바쁠까, 봄에 태어나는 모든 생명들에게 깨어라 일어나라 물을 마셔라 영양분을 저장해라 꽃을 피워라, 그것도 봄을 가져오는 생명들이 하나 둘이 아님에 얼마나 피곤 할까하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우리는 자율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게 아니고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일 것이다. 옛날 부모님이랑 선생님께서 야! 스스로 알아서 공부 좀 해라는 이야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가는 우리는 지내보아서 안다. 이 봄, 그 많은 생명이 탄생하는 봄, 얼마나 대단한가. 인간이 하기 어려운 일들을 각자의 특성에 따라 깨어나 꽃을 피우고 한 세상을 불평 없이 살아가는 걸 보면, 그래서 우리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자연에 대하여 공감을 하게 되는 것일 것이다.

자유를 지키는 데는 무지무지한 비용이 들어간다. 헤아릴 수 없는 비용-목숨, 생명-이 들어 간다. 그래도 자유를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 자유를 누린다는 것은 앞서간 사람들의 생명 위에 살고 있는 것이므로, 또한 잃어버리지 않게 지키는 것이 너무도 중요하다는 것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럼, 자율은 뭐라고 할까. 자율은 자유를 지키는 것이다.

내 스스로의 자유는 자율에서 비롯될 수 있으며, 이 자율로 우리는 성장하고 어른이 되어 간다. 그러면서 지혜를 깨치고 그 지혜가 자산으로 되어 다음으로 물려지게 해야 한다. 이런 것은 명령으로서는 실행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래서 자율을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인 것이다.

자연이 수백억, 수천억 년 동안 평안히 존재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자율이 순환되어 왔기 때문이리라.

사람은 자연에 속할 수 있으나, 그 자율정도에 따라 자연의 주인이 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자연이 사람을 포함하고 있으면서 굳이 사람을 말하지 않는 이유는 자연과의 동화를 사람 스스로가 이룰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