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종 덕

별은 빛나는 것을 생명으로 한다. 별이 빛나지 못 할 때는 슬픔을 가져온다. 이는 우리의 정서, 마음 속에는 별이 아름답다고 내재되어 있는 화석 때문이다. 또한 별은 이별하다는 뜻도 품고 있다. 그래서 나는 별을 맑은 눈물이라고도 말하기도 한다.

사람들 중에는 축복을 받으면서 별나라도 가는 이도 있을 것 같기도 하나, 이 때의 별은 이별의 뜻이 강하여 축복이라는 말을 쓰기도 꽤나 어려울 것 같다. 하늘의 부름을 받고 간다고 할 때 우리는 그 부름을 행복이나 축복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인가.

이별은 어떻게든 아프다. 때에 따라서는 이별의 의미는 다시 볼 수 없다는 말로 우리에게 돌아오기도 한다. 어떤 이별이라도 가슴 아프지 않은 일이 있겠냐마는 전혀 생각지도 않은 이별이란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그 자체가 죄가 될 수밖에 없는 일이 된다. 너 대신 내가 갈 수도 있는데 왜, 무엇 때문에, 아픔이 한으로 변하여 이토록 아프게 살아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3년 전에 팽목에 갔다. 그 전에 목포에 들러 누워 있던 세월이 바로 서 있는 것을 보고, 그 내장이 얼마나 상했을까하는 아픔을 안고 팽목으로 갔다. 난간에는 헤어진 노란 리본이 실바람에도 아우성을 치고 있었고, 타일로 표현된 아픔들이 금방이라도 돌아 와야만, 돌아오지 않으면 이 지구를 가라앉히고 말 것 같은 무거운 태양이 팽목의 바다위에 빙빙돌고 있었다.

무거운 태양속으로 노랑 리본과 꼬리를 단, 갯수를 알 수 없는 수 많은 가오리연이 검게 불타고 있는 태양 속으로 접어들고 있는 모습이, 우리의 아가들이 하늘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차라리, 밤에 별빛을 따라 하늘로 가는 모습이었으면, 맑은 눈물이 고여 있는 그곳에서 마음을 씻고, 깨끗한 눈동자로 우리를 바라 볼 수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바람도 얄궂은 바람에 휩쓸려 갔다.

아침 출근 시간에 배가 기울어져 간다는 뉴스와 조금 지나 모두 구조되었다는 말에 그럼 그렇지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데 라는 자부심이 휴전선의 철조망과 더불어 지나갔다.

강의가 끝난 오후엔 이 나라가 무엇하는 나라인가라는 생각으로 분노가 끓어올랐다. 넘어 가는 배였으면 군함이 가서 넘어가지 않도록 지지 할 수도 있었을 것인데, 저렇게 구경만 하다니. 우리 아이들, 어두운 곳에서 숨 막히게, 어른들의 하는 일들이 저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자책감이 고개를 들 수 없게 했다.

4월에는 꼭 돌아 오세요라는 글귀가 펄럭이는 것을 보았을 때, 휘장이 바로 선 철판 조각 위에 휘날릴 때, 저 멀지도 않은 곳에 세월이 잠든 곳을 보면서, 민간 잠수부가 아기를 안고 나오는 모습에서, 말없는 아가의 외침에서 그 누구도, 살아 있는 현실에서 살아 있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다.

한 아가 엄마는 가난한 엄마 품에 예쁜 아가가 와준 것을 너무 미안해하고, 생활에 밀려 아가의 마지막 전화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한 그 아픔에서 죄인이 되고, 엄마가 지옥 갈게, 아가는 천국에 가라는 글을 보면서 “누가 배타고 여행 가라고 했데 ?”라는 동 시대의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서 우리 아가의 4월은 너무도 오래 걸리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가들은 티 없이 커서 맑은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 책임감으로 버텨야 한다. 세월은 사람을 무디게 만들고, 지워지게 만든다. 우리가 보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하여 지워 질 수 있다면, 최소한의 양심으로도, 보면서 뉘우칠 수는 있게, 추억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미래의 희망이 될 것이다.

별은 맑게 빛나야 한다. 우리의 아기들이 거기에 있으므로 빛을 내게 해야 한다. 구름 낀 하늘을 보면서, 저 맑고 밝은 빛이 우리의 마음에 닿을 수 있도록 구름을 걷어 내야 한다. 맑은 눈으로 우리를 내려다 볼 수 있도록 어른들은 어른의 길을 가야 한다.

구름 낀 날 조차도 우리가 하늘을 봐야 하는 이유는 거기에 우리 아가들의 맑은 눈동자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