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상화
ㆍ작성일	2019-04-12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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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 얼음 트래킹은 내 평생 최고의 행복이었다

한탄강 얼음 트래킹은 내 평생 최고의 행복이었다
(기행 수필)

루수/김상화

추위가 최고의 절정에 이른 1월 하순이다. 산울림 가족은 기해년(己亥年)을 맞이해 올해의 산행을 무사히 하기 위해 심신을 단련하려고 첫 행사로 한탄강 얼음 트래킹을 하기로 했다. 얼음 위를 걷는다고 생각만 해도 황홀한 웃음이 터져 나온다. 혹시 미끄러지면 어쩌지? 하는 생각과 그때 넘어지지 않으려고 오두방정을 떠는 모습을 보는 순간 얼마나 재미있을까? 조심스럽게 뒤뚱뒤뚱 오리처럼 걷는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어느 때 보다 더욱더 재미있는 광경이 벌어질 것만 같은 예감이다. 오늘은 동심으로 돌아가 보자. 아니 완전 초등학교 코흘리개 어린이가 되어 보고 싶다. 그래서 얼음판에 넘어지기도 하고 엉덩방아도 찌어 보자. 너무 재미있어 웃음꽃이 활짝 필 것만 같다. 얼음 위에서 비실비실하다 넘어지는 광경이 얼마나 재미있게 웃길까? 그 장면을 보고 웃는 모습도 바구니에 가득 담아내고 싶다.

얼음 위에서 추위와 싸우며 걷는다는 것은 낭만이 아닐 수 없다. 찬 바람을 제치고 즐거움을 만들어 보자. 이렇게 기해년 정월부터 혹독하게 몸과 마음을 단련 시킨다면 무엇인들 못 하겠는가? 아마도 올 일 년은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무사히 산행할 것이다. 추위와 싸워 담력을 기른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다. 생각만 해도 기쁨이 넘쳐나고 짜릿한 감정이 솟아오른다. 쓸데없이 많이 먹은 나이는 보이지 않게 얼음 밑으로 흐르는 물에 살며시 띄워 보내고 싶다. 그래서 아이들처럼 해맑은 웃음을 만들어 내고 싶다. 산울림 가족은 아마도 오늘 만은 마음이 10대 소년 소녀가 되길 원할 것이다. 동심으로 돌아가 보자. 아침엔 동쪽에서 떠오르는 태양처럼 웃고 해 질 무렵엔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여 놓은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며 황홀한 웃음을 만들어 보자.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니 모처럼 동료들의 행복한 웃음을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며 기쁨이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이렇게 한탄강에서의 얼음 축제와 어릴 때의 재미있었던 추억의 상상을 펼치며 집을 나섰다. 얼굴을 도려내는 듯 찬 바람이 추위를 몰고 온다. 걸으며 별의별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오늘 트래킹이 우리에게 즐거움뿐만 아니라 어떠한 메시지를 던져줄까? 자연이 주는 신비로움을 맛볼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구민회관 앞까지 왔다. 벌써 차는 시동을 걸고 대기하고 있다. 반가운 얼굴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한다. 신인희 감사와 조진순 총무가 환한 미소로 반긴다. 차에 오르니 이 산악회의 큰 산과 같은 이준태 고문과 서석태 명예회장이 반가워한다. 이렇게 한 가족이 된 산울림 가족은 아침부터 향기로운 내음을 풍긴다. 하늘에서 내려준 다정다감한 멤버다. 잠시 후 버스는 목적지를 향해 신바람 나게 출발할 것이다.

한탄강이란 이름이 붙여진 동기는 궁예가 왕건에게 쫓기다 보니 이 지역까지 온 것이다. 그때 부하들과 강변에 앉아 자기의 과거를 뉘우치며 초라함과 불안함을 이기지 못해 한탄하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고 한다. 그래서 부하들이 궁예가 한탄했다고 하여 강 이름을 한탄강이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이렇게 역사적인 이름을 지닌 한탄강으로 산울림 가족은 트레킹하러 가는 것이다. 버스는 추위를 가르며 신나게 달린다. 차창으로 내다보니 앙상한 나무들은 자기 몸을 보호하고 겨울을 이겨내려고 힘겹게 몸부림치는 듯하다. 인간에게 늘 인내와 끈기를 가르쳐주고 좋은 내음과 공기를 정화해주는 나무들이다. 사시사철 자기 몸을 변신시켜 우리에게 기쁨도 준다. 묵묵히 때를 기다리는 인내심은 우리가 배워야 한다. 자연은 이렇게 인간들에게 신비롭게 오늘도 교훈을 안겨준다.

신나게 달려온 버스는 한단강 주차장에 멈췄다. 차에서 내리고 보니 아~^^ 소리가 먼저 나온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전국에서 모였던지 6.25 때 피난 행렬을 연상케 한다. 이곳에서 일행을 잊으면 고아가 될 것만 같다. 모두 얼음이 깔린 강으로 내려간다. 얼음 위를 걷다 울퉁불퉁하게 솟아오른 돌길도 걸어야 한다. 얼음과 바윗길을 번갈아 걸으니 즐겁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하다. 이렇게 태봉대교에서 고석정 일대까지 약 6km를 걷는다고 한다. 겨울의 엷은 햇살이 얼음 위에 내려앉았다. 관광객이 추울까 봐 해님이 도와주려고 내려왔나 보다. 햇살까지 우리를 도와주려 하니 얼마나 행복한가. 이곳 철원 사람들도 오늘 같은 햇살을 닮아서 친절하고 마음씨가 고운가 보다. 이달 19일부터 27일까지 얼음 축제 기간이라고 한다. 우리가 축제보다 이틀 먼저 온 것이다. 축제의 이름은 "동지섣달 꽃본듯이"란 주제로 열린다. 제목 자체가 임을 연상케 하듯 아름답다.

한참을 걷다 보니 아름다운 협곡에 잘 발달한 주상절리가 보인다. 주상절리의 절벽엔 신기하게도 얼음이 꽁꽁 얼어 장관을 이룬다. 고석정까지 왔다. 고석정(孤石亭)은 철원 제일의 명승지이며, 한탄강 한복판에 치솟은 20여m 높이의 기암절벽 양쪽 사이로 옥같이 맑은 물이 휘돌아 흐른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얼음이 꽁꽁 얼어 그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다. 신라 진평왕 때 한탄강 중류에 10평 정도의 2층 누각을 건립하여 고석정이라 명명하였다. 이 정자와 고석바위 주변의 계곡을 통틀어 고정석이라 한다. 지방기념물 제8호로 지정된 고석정은 신라 때 진평왕이, 고려 때는 충숙왕이 찾아와 노닐던 곳이라고 한다.

고석정이 더욱 유명해진 까닭은 조선 시대 명종 때 임꺽정(林巨正: 1562)의 배경지로 알려지면서부터이다. 임꺽정(林巨正) 생애 중에서도 칩거하기 좋은 장소였는지 고석정 건너편에 돌벽을 높이 쌓고 산성 본거지로 삼았다고 한다. 당시 함경도 지방으로부터 조정에 상납할 조공 물을 이곳을 통과할 때 임꺽정은 이것을 탈취하여 빈민을 구제하는 등 부패한 사회계급에 항거하였다. 현재도 강 중앙에 20여 미터 높이의 거대한 기암 봉에는 임꺽정이 은신하였다는 자연 석실이 있다고 하는데 필자는 가보지 못했다, 건너편에는 석성이 남아 있으며 풍치가 수려하여 연중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국민 관광지이다. 이 곳에서 상류 약 2km 지점에 직탕폭포와 하류 약 2km 지점에 순담이 있으며, 잔디광장과 다목적 운동장 등의 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사시사철 어느 때나 관광객이 즐겨 찾는다고 한다.

한탄강은 기암괴석이 여기저기 많이 있다. 부교와 얼음 위를 걷다 보면 강 양쪽 절벽에는 물이 화강암을 깎으면서 만든 거북바위, 잉어바위, 돼지코 바위, 물개 바위, 코끼리 바위, 고릴라 바위 등 각양각색의 동물 모양 바위를 볼 수 있다. 얼음 트래킹을 하면서 이러한 바위들을 찾아보고 아직 이름이 없는 바위들에 이름을 지어주는 것도 얼음 트래킹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필자도 바위에 이름을 남기고 싶어 두리번거리며 찾아보았지만 아쉽게도 마음에 드는 바위를 찾지 못해 포기하고 말았다. 여기서 잠시 쉬여가기 겸 간식을 먹기로 했다. 장미정 총무와 여경희 산 대장이 예쁘게도 먹을 것을 챙겨준다. 오늘은 매우 보람된 트래킹을 하는 것 같다. 해님까지 즐겁게 놀다 가라고 방긋 웃는다.

이곳의 지명은 모르지만 제일 넓게 얼음이 깔린 곳까지 왔다. 신인희 감사는 회원들 추억을 만들어 주려고 사진찍기 바쁘다. 가철로 고문과 사진을 찍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필자는 그때 재미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아름다운 여성 한 분이 얼음 위에 발라당 넘어지는 광경이었다. 그녀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가린다. 얼마나 부끄러울까? 남자도 아닌 미인이 넘어지니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얼음 위에 넘어진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계면 적게 웃는다. 그런데 그 웃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았다. 왜 그리 예쁘고 아름다울까? 산울림 가족의 여자 회원들은 웃음이 모두 아름답다. 그런데 그 멋진 웃음은 산울림 가족을 대표할 만한 웃음인 것 같다. 그녀는 과연 누구일까? 우리의 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이름하여 어여쁜 초이 산 대장이다. 넘어지면서도 보는 분들께 아름다운 웃음을 선사해 주었으니 초이 산 대장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얼음길 따라 지어낸 돌 이야기가 재미있다. 마당바위는 마당과 같이 넓은 바위라는 뜻이다. 약 1억 년 전에 만들어진 암석(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무암은 틈이 많아 물에 쉽게 깎여 나가고 표면에 비교적 틈이 적은 화강암이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 그러나 화강암의 표면은 오랜 시간 동안 부분적으로 물에 깎여 돌개구멍(포트홀), 암석 고랑(러넬) 등 아름다운 침식지형들이 만들어진다. 마당바위에는 화강암보다 더 오래전에 만들어진 암석의 조각들이 덩어리의 포획암을 볼 수 있다.

이곳엔 궁예 석등이 지금까지 남아있다. 강원도 철원군 홍원리 풍천원 일대, 지금은 군사분계선에 걸쳐져 있어 남북의 합의 없이는 아무도 접근할 수 없다. 이곳에 고구려를 계승한다며, 나라를 세운 궁예의 태봉국 도성이 있다. 905년에서 911년 사이에 완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도성은, 오랜 세월을 지나는 동안 무너지고 흔적만 남아있다. 일제 강점기때 조사한 기록에 따르면 외성 12.5km, 내성 7.7km, 왕궁성 1.8km의 3중성 구조임이 확인되었다. 이 도성은, 남문 터에 석등 2기가 자리하고 있었음이 당시 일제가 찍은 사진을 통해 알 수 있는데
일제는 이 두 석등 중 하나를 국보 118호로 지정할 정도로 중요시했다.

하늘도 얼고 땅도 얼고 강바닥도 꽁꽁 얼어붙었다. 한탄강 얼음 위를 걸으며 대자연의 감동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그곳에선 국내 유일의 겨울 축제인 철원 '한탄강 얼음 축제가 벌어진다. 이 축제는 5월에도 눈이 내린다는 철원에서 펼쳐지는 만큼 추위를 즐겨보자는 마음으로 시작된 축제인 것 같다. 산울림 가족은 한탄강의 현무암 협곡, 주상절리와 생태 가치의 경관이 보여주는 수려한 멋에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올해 제7회를 맞이하는 '한탄강 얼음 트레킹'축제는 동지섣달 꽃을 본 듯한 느낌을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방문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고 한다. 얼음 축제의 광경은 보지 못했지만 준비하는 과정을 보았을 때 철원군의 야심 찬 행사가 분명하다.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밀물처럼 모여들기를 바란다. 철원 군수를 비롯해 관계자분들께 경의를 표한다. 오늘 트래킹은 황면연 신임회장의 첫 작품이다. 매우 즐겁고 보람 있는 트래킹으로 동심을 맛보게 한 신임회장께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2019년 01월 27일

김상훈

2019-04-13 16:36

루스님 글을 읽을 때마다 자꾸 군대 이야기를 안 꺼낼 수 없습니다.
한탄강하면 언뜻 떠오르는 기억이 있어서입니다.
대한민국 전군에서 유일하게 아주 강력한 훈련을 하는 것 가운데
8사단의 100킬로 완전군장 행군이라는 것이 있었지요.
말이 100킬로지 석식 한 번 끝내고 건빵 한 봉지와 수통의 물이 전부인
야간행군이었습니다. (제가 제대한 뒤에 없어졌다고 하네요. 젠장,)
그때 꼭 도하를 하는 강이 바로 한탄강이었습니다.
공병대들이 다리를 놓아 건너는 것이 아니라 좀 깊지 않은 곳
(거의 가슴까지 차는 곳)을 건너는 훈련이었죠. (총은 머리에 이고)

문득 그 기억이 떠오릅니다.


김상화	반갑습니다. 김상훈 위원장님! 우리 남자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군대 이야기입니다. 역시 위원장님도 군대 이야기가 제일 신이 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런 것 같습니다. 아마도 생애 고생을 제일 많이 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ㅎ 말이 100킬로지 그 무거운 짐을 지고 행군을 한다는 것은~~ 지금은 없어졌다니 천만다행입니다 위원장님 일요일엔 강화도 고려산을 다녀왔습니다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었던 군요 그런데 얼마나 많은 산객이 모였는지 밀려다니다시피 합니다 첫 댓글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4/16 06:21

정찬열

2019-04-13 18:10

루수 작가님 안녕하세요
한탄강의 의미가 또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뭔가 나름의
恨歎 의 사연이 있을것이라는 생각은 했는데 말입니다.
군사 분계선에 있는 철원군 홍원리 풍천원 일대에 고구려를 계승한다며,
905년에서 911년 사이에 나라를 세운 궁예의 태봉국 도성이 있군요
산울림 가족과 즐거운 산행을 울림의 감동으로 역어주신 글 단숨에
배람하고 갑니다. 산울림 가족의 무한한 영광이 있기를 기원 합니다.


김상화	반갑습니다. 정찬열 작가님! 이젠 날씨가 확 풀렸습니다 한탄강은 무궁무진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강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여름에는 레프팅으로 즐길 수 있고 겨울에는 어름 트레킹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입니다. 운 좋게 저도 역시 여름 겨울을 모두 즐긴 곳입니다. 정찬열 작가님 일요일엔 강화도 고려산을 다녀왔습니다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었던 군요 그런데 얼마나 많은 산객이 모였는지 밀려다니다시피 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날 되시기 바랍니다.	4/16 06:43

고성 통일 전망대에서 바라본 이북땅 (해파랑길 제1편)

태백산 정상엔 장군봉과 천제단이 기다리고 있다 (태백산 제2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