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상화
ㆍ작성일	2018-12-21 08:06

ㆍIP: 1.xxx.128

신이 빚어 내린 강천산(剛泉山)의 매력은 전라북도의 자랑(강천산 1편)

신이 빚어 내린 강천산(剛泉山)의 매력은 전라북도의 자랑
(기행 수필 강천산 제1편)

루수/김상화

전북 순창군에 있는 강천산을 가기로 한 날이다. 아침 일찍 잠이 깨 세수를 하고 나니 아름다운 문장이 갑자기 떠오른다. 좋은 생각이 머리에 빙빙 돌고 있을 때 이것을 기록해 놓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컴퓨터 앞에 앉았다. 글을 쓸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만 같아서다. 그래서 컴퓨터를 두들겨 기록해 놓았다. 가끔은 생각지도 못했던 신선한 글들이 이렇게 떠오를 때면 영혼도 맑아진다. 아름다운 문장이 머리를 스칠 때면 어디에 비교할 수 없는 행복과 희열을 느끼게 된다. 글을 쓰는 문인들은 누구나 똑같은 생각일 것이다. 컴퓨터를 끄고 강천산을 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빗방울이 창문을 두들긴다. 이게 웬일이지? 하고 화들짝 놀라 창문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렸고 내리는 비는 바로 그치지 않을 것 같은 기세다. 이거 어쩌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때 문자가 날아온다. 누구지 하고 열어 보니 신인희 리더께서 7시 정각에 출발한다는 메시지였다. 좋은 산악회를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이렇게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보낸 것 같다. 또 산울림 밴드를 열어보니 조진순 총무께서 오늘 서울을 비롯해 중부지방에는 비가 내리지만 영남과 호남 지방은 온종일 맑은 날씨가 이어진다는 글을 올렸다. 그래서 모두 안심하고 산행해도 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보는 순간 혹시나 했던 생각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이렇게 두 분은 산악회를 위하는 마음이 일치했나보다 오직 산울림 회원들의 심신 단련과 건강을 위해 또 산악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참으로 갸륵해 보였다. 어느 모임이든 자기를 희생하며 남을 돕는 사람이 있기에 그 모임이 건전하게 운영되고 발전한다고 본다. 이 두 분과 장미정 총무는 산울림의 보물과 같은 분들이다.

부슬부슬 내리는 가랑비를 맞지 않으려고 우산을 받쳐 들고 모임 장소인 구민회관 앞으로 나갔다. 몇 분의 회원들이 담소를 나누며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한다. 모두 차에 올랐다. 버스는 서울이란 숨 막히는 오염과 귀를 괴롭히는 소음 그리고 거대한 빌딩 숲을 지나 빗방울을 가르며 달리기 시작한다. 오늘은 새로운 회원들이 많이 탓지만 반가운 이준태 고문과 서석태 고문이 함께 했다. 산울림을 묵묵히 지켜주는 큰 산과 같은 분들이다. 필자는 폐렴으로 고생했던 여파가 아직도 마음속에 꿈틀거리는 것 같다. 혹시 산을 아무 일 없이 올라갈 수 있을까? 또 산에 올라가다 아프지는 않을까? 하는 약한 생각들이 마음을 짓누른다. 그렇지만 나는 할 수 있다는 생각과 어떠한 고통이 닥친다 해도 이겨낼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이 생긴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 아니던가! 하며 자신을 위로했다.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는 차 창 너머로 시골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가을 추수가 거의 끝이 난 듯 한가로워 보인다. 산은 아직 단풍이 절정에 이르지 못하고 간혹 빨갛게 물든 단풍잎이 있는가 하면 파란 잎들은 고민스러운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아마도 아름다운 산을 만들고 싶어 깊은 생각에 빠져 있나 보다. 순창군에 들어서면서 차가 밀리기 시작한다. 많은 관광버스가 모여들기 때문인 것 같다. 11시면 도착하리라 생각했는데 11시 30분이 넘어 도착했다. 얼마나 많은 버스가 몰려들었는지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버스에서 내리고 보니 대한민국에 있는 관광버스는 모두 이곳으로 몰려온 것 같은 기분이다. 또 등산객은 얼마나 많은지 마치 시골의 오일장에서 와글와글 떠들어 대는 사람들을 연상케 한다. 사람에 밀려 함께 온 일행을 눈 깜박할 사이 잊어버릴 것만 같다. 차에서 내린 이곳은 삼거리다. 그 삼거리 한복판에는 큰 바윗덩어리에 강천산(剛泉山) 이라고 쓴 표석을 눈에 확 띄도록 우아하게 세워 놓았다.

조금 걸어 올라가니 매표소가 있다. 입장료가 성인은 무려 3,000원 학생은 2,000원이다. 단체는 500원씩 할인을 해준다. 매표소 앞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두 모여있는 듯 버글버글하다. 필자는 오늘 산을 오르고 단풍을 보려고 수백 리를 버스에 실려 이곳에 온 것이다. 그런데 사람 구경을 하러 온 것 같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가을이 익어가는 아름다운 단풍을 보며 젊음의 향수를 맛볼 것이다. 나이 든 사람들은 과거의 향수를 되돌아볼 기회인 지도 모른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다. 특히 향기로운 젊은 연인들이 많이 왔다. 아마도 가을을 즐기며 미래를 설계하고 알콩달콩 잘살아 보겠다는 마음을 다져 보려고 신혼의 꿈을 안고 온 한 쌍의 부부도 있을 것이다. 젊은 연인들은 보기만 해도 참으로 향기롭고 아름답다. 이곳에 와서 약속한 젊음의 희망과 꿈들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단풍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걷다 보니 병풍폭포까지 왔다. 병풍처럼 생긴 절벽에서 금발의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떨어지는 형국이다. 하도 아름다워 한참을 서서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그러곤 몇 장의 기념사진을 찍었다. 병풍처럼 생긴 바위를 비단처럼 휘감고 있는 폭포의 높이는 40m라고 한다. 물 폭이 15m이며 낙수량은 분당 5t이란다. 옆에 있는 작은 폭포는 물 폭이 5m이다. 전설에 의하면 병풍바위 밑을 지나온 사람은 죄를 지은 사람도 깨끗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산의 초입부터 신비로운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강천산은 얼마나 많은 아름다운 보석들을 품고 있을까?

강천산은 높이가 583.7m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다. 광천산과 산성산의 능선으로 이루어진 깊은 계곡과 맑은 물이 사시사철 흐른다고 한다. 기암괴석과 절벽이 어우러져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산이다. 매표소에서 강천사까지는 약 1.8km 다. 오르막길도 없고 걷기에 매우 편한 평지로 되어있다. 왼쪽에는 도랑에서 맑은 물이 졸졸 흐르고 길 양옆으론 가로수 격인 단풍나무가 오색찬란한 물을 들여 깊어가는 가을을 아름답게 장식해 놓았다. 관광객이 어찌나 많은지 밀려다닐 정도로 길이 메진 다. 강천사를 가는 도중에는 어미바위와 아비바위가 있고 이름도 희한한 거라시 바위도 있다.

많은 사람의 대화 소리 때문에 바람 소리 새소리 물 흐르는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어미바위와 아비 바위가 보인다. 이 바위의 전설은 이러하다. 하늘나라에서 살다가 천년 부부에 연을 맺어 보려고 인간 세상에 내려왔다는 선남선녀는 큰 계곡을 사이에 두고 서로가 바라만 보다 끝내는 부부의 사랑을 맺지 못하고 바위로 변해 버렸다는 어미 바위와 아비 바위에 얽힌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마치 여자의 "성"을 연상케 하는 여근암과 남성의 "성"을 연상케 하는 남근암이 좌우측으로 갈라선 채 애처롭게 서로 바라만 보고 서 있다.

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그런데 거기서 몇 발자국 더 걸었을 때 길옆에 거라시 바위라고 써 놓았다. 도대체 거라시가 무얼까? 하고 공금이 생각해 보았다. 거라시는 "거지"라는 이 지방의 속어다. 이곳은 예로부터 문전걸식 구걸해온 걸인들이 이 굴 앞에 자리를 깔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동냥을 받아 강천사 스님께 시주하고 부처님께 복을 빌었다는 나눔을 실천했던 장소로 전해오고 있다. 그래서 거라시 바위 또는 걸인 바위라 부른다. 비록 얻어먹고 구걸하는 거지였지만 스님께 시주하고 부처님께 복을 빌었다 하니 얼마나 아름다운 전설인가 하고 생각도 해 보았다. 또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자연적으로 폭포가 이루어진다고 하여 천우폭포라 하는 곳을 지나 아랫 용소까지 왔다.

여기서 일주문 까지는 멀지않다. 일주문을 가기 전에 아랫 용소라는 곳이 있다. 이곳은 명주실 한 타래가 들어갈 정도로 깊은 용소로 전설에 의하면 윗용소에는 숫용이, 이곳 아랫용소에는 본처인 암용이, 섬진강 줄기인 풍산면 향가에는 소첩 용이 살았다고 한다. 지상에서 천 년을 산 암용들이 몇 년 전 승천한 숫용을 따라가야 할 때가 되자 소첩 용은 가뭄으로 어렵게 농사짓던 노총각을 홀려 자기가 싸움에서 이기도록 도움을 주면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한다. 노총각은 용들이 혈투를 벌이는 동안 본처용을 칼로 찔러 소첩 용이 승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에 소첩 용은 노총각에게 아내 될 여자를 내려주고 전답이 있는 곳에 물줄기를 만들어 줘 가뭄에도 어려움이 없도록 소원을 들어줬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그 물줄기가 현재 팔덕천이라 한다,

여기서 조금더가면 강천사 일주문 이다. 일주문 앞에 와서 바라보니 일주문 위에는 강천문(剛泉門)이라고 써 놓았다. 일주문으로 들어가 강천사를 들렸다. 역시 이곳도 불자들과 관광객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룬다. 스피커를 통해 은은하게 들려오는 목탁 소리와 불경 소리는 피로했던 필자의 몸과 마음을 사르르 풀어주는 듯했다. 어찌나 맑은소리인지 영혼까지 맑게 해준다. 경내는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92호인 강천사 오층 석탑이 있고 대웅전을 비롯해 몇 동의 고풍스러운 집이 들어서 있다

강천사의 역사는 어떻게 흘러내려 왔나? 알아보고 싶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본사인 선운사의 말사(末寺)로, 887년(진성여왕 1) 도선국사가 창건하였다. 고려 시대인 1316년(충숙왕 3) 덕현이 오층석탑과 12개 암자를 창건하여 사세(寺勢)를 확장하였으며, 조선 시대 1482년(성종 13)에는 신말주(申末舟)의 부인 설(薛) 씨의 시주를 얻어 중창하였다. 1760년(영조 36)에 편찬된 《옥천군지》에는 명적암(明寂庵), 용대암(龍臺庵), 연대암(連臺庵), 왕주암(王住庵), 적지암(積智庵) 등 5개의 부속 암자가 남아 있다고 적혀 있다. 그 중 왕주암은 후삼국의 분쟁이 한창이던 때에 왕건이 이 암자에서 유숙하였던 것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그 뒤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1604년 태능(太能)이 중창하였다. 다시 1855년(철종 6) 금용당이 재건하였으나 6·25전쟁으로 칠성각, 첨성각, 보광전의 당우가 불탔다. 그 뒤 주지 김장엽이 1959년에 첨성각, 1977년에 관음전을 신축한 뒤 비구니의 도량으로 전승되고 있다.

현재 이곳에는 대웅전과 보광전, 관음전, 요사채 등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현존하는 문화재로는 대웅전 앞에 있는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92호인 삼층석탑과 금강문(金剛門), 삼인대(三印臺:전라북도 유형문화재 27) 등이 있다. 또한, 삼층석탑 북쪽 약 1m 지점에는 중대석과 보주만이 남아 있는 석등이 있다. 자연암석으로 된 사각문인 금강문은 1316년 덕현이 절 주위의 경치가 금강산과 비슷하다 하여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삼인대는 세 사람의 관인을 소나무에 걸었던 곳이라 하여 붙은 이름이다. 또한 이 절에는 천년 묵은 지네와 거지, 승려, 그리고 돈에 얽힌 전설 등이 전해진다. 사찰 주변에는 강천산, 담양호, 강천산 유원지, 금성산성, 내장산 등이 있다.

초입부터 아름다움에 홀려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이 아름다운 환상의 절경을 가슴에 담고 배낭에 담아갈 것이다. 눈길이 가는 곳마다 오색 찬란하게 물든 단풍이 가을의 아름다움을 알려준다. 또 많은 사람은 속으로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며 오늘이란 하루를 단풍의 아름다움과 가을 햇살이 내려주는 묘하고 신선함을 맛보고 있다. 사랑하고 싶은 계절 가을이 무르익었다. 이 호화롭고 찬란한 계절이 오래 머물다 떠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다. 그러나 세월은 야속하게도 머지않아 떠날 것이다. 제1편은 강천사까지 마무리한다. 제2편에서는 구름다리와 정상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아낼 것이다

2018년 10월 28일

정찬열

2018-12-21 15:14

안녕하세요? 김상화 작가님!
평소에 너무나 낯이 익고 한 달이면 평균 3~4회 여름이면
맨발로 물이 좋고 공기가 좋고 또 한 거의 평지 같아 걷기에
안성맞춤이고 광주에서 멀지 않아 자주 찾는 강천산 10월 28일
일요일은 그 앞 주일에 그곳을 가고 그날따라 전라북도 고창군
선운사를 가느라 그곳을 가지 못한 날이었군요. 평소에 그토록
자주 갔어도 그려 내지 못한 기행작품 멋지게 그려주셨네요

중종반정으로 중종의 부인 단정 왕후 신 씨가 쫓겨나자 신 씨를
왕비로 모시자는 순창군수, 담양 부사, 무안 현감 상소를 올린
세분의 삼 인대까지 소상한 강천사 앞까지 글 잘 보았습니다.

제가 자주 찾는 곳에 하필 어긋 져 뵙지 못함이 못내 아쉬움입니다.
늘 멋진 기행문으로 마음을 사로잡는 루수 작가님의 건 안 하시길 빕니다.


김상화	반갑습니다. 정찬열작가님 이렇게 아름다운 댓글을 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허접한 글을 칭찬까지 해주시다니요. 부끄럽습니다 강천산은 참으로 아름다운 산입니다. 아름답다는 말을 종종 들었지만 가서 직접 보니 환상적이었습니다 광주에서 머지않은 거리에 있다니 자주 다니셔도 싫증이 나지않을 것 같습니다 한 주만 일찍 갔어도 작가님을 그곳에서 뵈을 수 있을뻔 했습니다. ㅎ 존경하는 작가님 무술년(戊戌年)도 불과 10여일 남았네요 남은 10 여일도 알차게 보내시고 늘 건강 행복이 함께 하시길 빕니다	12/21 16:54

단풍과 출렁다리가 조화를 이룬 강천산의 매력 (강천산 제2편)

용화산(龍華山)의 비경에 반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