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상화
ㆍ작성일	2019-01-06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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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최고의 비경을 자랑하는 삼불봉에 놀라다(계룡산 제2편)

하늘 아래 최고의 비경을 자랑하는 삼불봉에 놀라다
(기행 수필 계룡산 제2편)

루수/김상화

자연의 소리는 언제 들어도 향기롭다. 어느 소리가 가장 아름답다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필자는 가장 좋아하는 소리가 하나 있다. 그것은 고요한 오솔길을 걸을 때 들려오는 각종 새소리다. 청량하고도 신비로움이 가득한 소리로 산골짜기를 가득 메워 아름답게 울려 퍼질 때다. 이곳에 서도 새소리는 골짜기의 적막을 깨고 활력을 불어넣는다. 계룡산의 등산길은 새소리 바람 소리 물소리가 유난히도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그래서 마음까지 감동을 준다. 거기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오색 찬란한 나뭇잎이 춤을 추며 펄럭이는 소리까지 합세하여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룬다. 필자의 이마에서 땀방울이흘러내려 떨어지는 소리도 한점 보태보자. 또 등산길을 덮고 있는 낙엽 밟는 소리는 무르익은 가을의 정취를 더해 준다.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길을 공주시의 지자체에서 걷기 편하도록 잘 다듬어 놓았다. 널찍한 바윗덩어리를 등산객을 위해 깔아 놓았다. 그러나 그 위에 낙엽이 쌓여 매우 미끄럽다. 발짝을 뛸 때마다 조심해야 한다.

걷다 맑은 햇살이 쏟아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티 하나 없이 파란 물감으로 채색된 하늘은 몇 군데 흰 구름을 띄워 예쁘게 수 놓았다. 엷게 쏟아지는 가을 햇살이 계룡산을 황금빛으로 만들어 놓는다. 그 가운데 곱게 물든 단풍이 햇살을 마시며 바람을 반긴다. 그때마다 기쁘다는 듯 올해를 예쁘게 마감하고 싶어 하느적하느적 예술적인 감각으로 춤을 춘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며 동료들과 걸으니 힘든지도 모르고 대성암까지 왔다. 대성암을 둘러싸고 있는 뒷산은 기암괴석이 우뚝 솟아올라 장관을 이룬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한참을 멍하니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목적지를 향해 또 걸어야 한다. 등산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내가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질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제일 안타까운 것은 시간 관계로 정상을 밟아보지 못하고 하산을 할 때다.

오늘도 역시 이원갑 고문님과 장선덕 본부장은 회원들 추억을 만들어 주려고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이래서 해피가족은 사랑으로 뭉쳐있나 보다. 걷다 보니 어느덧 금잔디 고개까지 왔다. 여기서 간식을 먹고 내려가기로 한 것이다. 금잔디 고개는 생각보다 넓고 편편하다. 간식을 먹은 뒤에 생각지도 못한 정병선 회장을 만났다. 보는 순간 반갑기도 했지만, 너무도 미안했다. 이 산악회에 아는 사람이 없어 얼마나 외롭게 혼자서 식사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챙겨주지 못했다는 미안한 마음이 순간적으로 머리를 흔들어 댄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함께 다녀야 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모두 하산할 준비를 한다. 그러나 나는 삼불봉까지 가기로 마음먹었다. 이곳은 이산의 절경 중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그리고 2번째로 높고 아름다운 봉우리란다. 정병선 회장과 함께 가려고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를 않는다. 또 몇 분께 물어보아도 모른다고 한다. 그리고 회원들은 삼불봉까지 가지 않는다고 머리를 흔든다. 할 수 없이 박중묵 산악 대장에게 부탁했다. 쾌히 좋다고 허락한다. 오직 나를 도와주려고 자기를 희생하는 줄 나는 안다. 고맙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영상이 되어 계속 돌아간다.

삼불봉을 올라가려고 정신을 가다듬고 준비를 철저히 했다. 박중묵 대장과 올라가니 마음이 든든하고 뿌듯하다. 올라가는 길은 매우 난 코스다. 금잔디 고개부터 깔딱 고개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해 이곳은 데크를 깔아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수많은 계단 길을 밟고 올라간다. 올라가면서 연실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시야가 넓어지면서 이 산의 절묘하고 신비로움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올라가는 순간 얼마나 아름다운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입에선 연실 와~~ 하고 감탄사가 쏟아진다.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하느님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을 보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라고 몇 번이나 속으로 중얼거렸다. 단풍은 누구를 위해 저리도 아름답게 물들었을까? 기암괴석들과 관음봉, 문필봉, 연천봉, 천황봉까지 계룡산의 모든 봉우리가 한눈에 펼쳐진다. 참으로 아름다운 절경이다.

삼불봉에 올라가자마자 정상 표석에 기쁨과 행복의 입맞춤부터 했다. 박중묵 대장은 고맙게도 부지런히 사진을 찍어댄다. 신께서 빚어 내린 절묘한 비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눈에 들어오는 오묘한 작품에 나도 모르게 반하고 만다. 이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임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함께 오지 못한 아쉬움이 온몸을 조여댄다. 필자 역시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보지 못하고 간다면 얼마나 서운했을까? 아마도 밤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 같다. 이곳 삼불봉은 박중묵 대장이 아니었으면 혼자서 외롭게 올라왔을 것이다. 글로나마 정말 고맙다는 마음을 담아 보냅니다.

삼불봉은 해발 775m이며 계룡산의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경치가 매우 뛰어나다. 겨울에 설화(雪花)가 만발하였을 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이라고 한다. 천황봉이나 동학사에서 멀리 올려다보면 마치 세 부처님의 모습을 닮았다 하여 삼불봉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삼불봉의 정상에 서면 동학사와 더불어 동학 계곡, 갑사계곡이 친근하게 내려다보인다. 관음봉, 연천봉과 쌀개봉, 천황봉이 솟아올라 그 위용을 자랑한다. 신록이 피어나는 동학 계곡과 단풍이 붉게 타오르는 갑사계곡이 천진보탑, 수정봉 등과 더불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탄하게 한다. 삼불봉의 사계(四季) 조망은 언제나 아름답다 하여 필자는 겨울 산행을 하면서 설화(雪花)를 보고 싶다. 흰 눈으로 장식한 계룡산의 풍광이 백미로서 이를 계룡산의 제2경으로 손꼽는다.

하산하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길도 매우 순하다. 그런데 낙엽이 쌓인 곳은 미끄러워 조심해서 내려가야 한다. 발짝을 뛸 때마다 뒹굴던 낙엽이 발에 밟혀 바스락바스락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아픈가 보다. 그래서 엄살을 부리는 소리로 들린다. 그런데 그 소리가 왜 이렇게 정겹게 들릴까? 이 소리는 가을에나 들을 수 있는 소리다. 그래서 그렇게 정겹게 느껴지는 소리인지도 모른다. 세상에 태어나 잘 살다 간다고 기쁨의 소리를 내는 것일까? 그것도 그럴 것이 만물의 영장인 사람의 발에 밟혀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마지막 생을 마친다는 행복의 소리라고 할까? 생각하기에 따라 묘한 답이 나온다. 어떠하든 낙엽을 밟아 부서지는 소리는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겨 듣기만 해도 행복이 스르르 녹아내린다

정상에서 1km쯤 내려왔을 때 탑 두 개를 세워 놓은 것을 보았다. 한 개는 오층 석탑이고 또 한 개는 칠층석탑이다. 공주 청량사지(公州淸凉寺址) 오층석탑은 보물 제1284호이고 칠층석탑은 보물 제1285호이다. 이 탑은 청량사지(淸凉寺址)에 남아있는 오층석탑이다. 칠층석탑과 더불어 남매탑이라고도 불린다. 청량사는 신라 성덕왕 23년(724) 회의(懷義)가 창건하였다고 하나 구체적인 연혁과 언제 폐사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청량사"라는 글이 새겨진 막새기와가 발견되어 "청량사지(淸凉寺址)"로 불리고 있다. 석탑은 단층 기단 위에 5층의 몸돌을 세웠는데, 일부 부재는 빠져 없어졌다. 전체적인 형태는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국보 제9호)에서 비인 오층석탑(보물 제224호)으로 이어지는 백제계 석탑 양식을 따르고 있으나 상층으로 올라가면서 부재가 생략되거나 세부조각수법이 정연하지 않은 등 고려 중기의 시대적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청량사지에 남아있는 칠층석탑과 오층석탑이 남매탑이라고 하였는데 탑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 온다. 옛날 상원이라는 승려가 어려움에 처한 호랑이를 구해주자 호랑이는 그 보답으로 아리따운 처녀를 업어다 주었다. 그러나 상원은 처녀와 남매의 관계로만 지내며 수도에 정진하였고, 처녀의 아버지가 그 뜻을 갸륵히 여겨 남매탑을 세웠다고 한다. 탑의 형태는 단층 기단 위에 7층의 몸돌을 세운 것으로 전체적으로 폭이 좁고 길쭉한 형태이다. 전체적인 조성수법으로 보아 미륵사지탑(국보 제11호) 익산왕궁리오층석탑(국보 제289호)으로 이어지는 석탑 양식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일부 결실된 부분이 있지만, 위로 올라가면서 부재가 과감하게 생략되거나 세부적인 조각수법이 일정하지 않은 점 등 고려 중기의 시대적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다.

탑 아래는 상원암(上元庵)이 있다. 상원암(上元庵)을 들려을 때 벽에 남매탑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써서 붙여놓았다. 때는 거금(距今) 천사백여 년 전, 신라 선덕 여왕 원년(元年)인데, 당승(唐僧) 상원 대사(上原大師)가 이 곳에 와서 움막을 치고 기거하며 수도할 때였다. 비가 쏟아지고 뇌성벽력이 천지를 요동하는 어느 날 밤에, 큰 범 한마리가 움집 앞에 나타나서 아가리를 벌렸다. 대사는 죽음을 각오하고 눈을 감은 채 염불에만 전심하는데, 범은 가까이 다가오며 신음하는 것이었다. 대사가 눈을 뜨고 목 안을 보니 인골(人骨)이 목에 걸려 있었으므로, 뽑아 주자, 범은 어디론지 사라졌다.

그리고, 여러 날이 지난 뒤 백설이 분분하여 사방을 분간할 수조차 없는데, 전날의 범이 한 처녀를 물어다 놓고 가버렸다. 대사는 정성을 다하여 기절한 처녀를 회생시키니, 바로 경상도 상주읍(尙州邑)에 사는 김화공(金化公)의 따님이었다. 집으로 되돌려 보내고자 하였으나, 한겨울이라 적설(積雪)을 헤치고 나갈 길이 없어 이듬해 봄까지 기다렸다가, 그 처자의 집으로 데리고 가서 전후사(前後事)를 갖추어 말하고 스님은 되돌아오려 하였다. 그러나, 이미 김 처녀는 대사의 불심에 감화를 받은 바요, 한없이 청정(淸淨)한 도덕과 온화하고 준수한 풍모에 연모의 정까지 골수에 박혔는지라, 그대로 떠나보낼 수 없다 하여 부부의 예를 갖추어 달라고 애원하지 않는가? 김화공(金化公) 또한 호환(虎患)에서 딸을 구원해 준 상원 스님이 생명의 은인이므로, 그 음덕에 보답할 길이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자꾸 권유하는 것이었다. 여러 날과 밤을 의논한 끝에 처녀는 대사와 의남매(義男妹)의 인연을 맺어, 함께 계룡산(鷄龍山)으로 돌아와 김화공의 정재(淨財)로 청량사(淸凉寺)를 새로 짓고, 암자를 따로 마련하여 평생토록 남매의 정으로 지내며 불사에 힘쓰다가, 함께 서방정토(西方淨土)로 떠났다. 두 사람이 입적(入寂)한 뒤에 사리탑(舍利塔)으로 세운 것이 이 남매탑이요, 상주에도 또한 이와 똑같은 탑이 세워졌다고 한다.

제2편은 여기서 마치고 제3편에서는 동학사까지를 쓰려 한다.

2018년 11월 03일

김상훈

2019-01-07 19:04

여전히 산행을 하시나 봅니다. 부럽습니다. ㅎㅎ. 글을 읽으면서 칠층과 오층의 이유가 궁금했는데 그게 전설과 연관이 있는 것인지요. 가령, 남존여비 사상이 뚜렷했던 그 당시 남자는 어쨌든 더 높아야 한다는 심리가 깔려 있었던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게 아니라면 왜 굳이 층수를 차이나게 지었을까 하는 궁금이었습니다. 전에도 김상화 작가님 글을 읽으면서 사찰과 산, 봉과 바위에 대한 정보들을 꽤 읽었는데(물론 돌아서면 머리에서 깨끗하게 드라이크리닝 되지만) 삼불봉과 상원암이 그렇군요. 잠시 열독하고 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김상화	먼저 축하부터 해야겠습니다 이번에 수필 문학 위원장이 되셨다고요 참 잘하셨습니다. 백낙은 위원장님께서 사모님 병간호에 시간을 빼았기다 보니 좀 벅차셨나 봅니다 참 훌륭한 목사님이시자 위원장님 이 셨는데 말입니다. 김상훈 작가님 칠층석탑과 오층석탑이 작가님께서 제기하신 면도 있겠지만 제가 알기로는 남매라서 오빠 것을 더 크게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아름다운 댓글 감사합니다. 추위가 닥치니 감기 조심하세요	1/8 23:30

김경렬

2019-01-08 05:18

정상까지 다녀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년만 하심에도 열심히 비경을 탐사하시며 전해주시는 산행기!
오늘도 감사합니다.
상원 스님이야말로 이시대가 본받을 덕을 쌓은 큰스님이시네요.
어렵게 정상을 밟고오신 끈기 또한 메달감입니다.
감사합니다.


김상화	추어지기 시작하네요 좀 푸근하다 갑자기 추워지니까 행여 감기 올까 걱정이 됩니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이번 추위는 체감 온도가 15도가 넘는다고 합니다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작가님 행사 때 볼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늘 몸 건강하시고 행복한 꿈 꾸시기 바랍니다.	1/9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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