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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5-01-28 17:40
ㆍIP: 115.xxx.86
베팅 (29회)

 선우와 준식이 병원 복도를 성큼 성큼 걸어가더니 어느 병실 문을 세차게 열었다. 그 뒤
 
를 절뚝거리며 민기가 쫒아왔다.

 6인실 창가 쪽 침대에 목과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한 40대 중반의 우 사장이 누워 있었다.
 
세 사람이 그 환자 곁으로 갔다.

 “아이고 사장님 괜찮으십니까. 큰일 날 뻔 하셨네요.”

 준식이 그의 품에 냉큼 꽃다발을 안기며 야단법석을 떨었다. 얼떨결에 받는 그에게 선
 
우가 인사를 했다. 

 “동양 금융에서 병문안 왔습니다.”

 “동양 금융이요?”

 생각이 안 난다는 듯 그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사장님께서 사업자금을 빌리신 회사지요. 이자가 몇 달 연체되어서 계약대로 이번에
 
원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주셔야겠습니다.”

 “보다시피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서….”

 목이 아픈지 인상을 찡그리며 우 사장이 손으로 자기의 깁스한 다리를 가리켰다.

 선우가 서류 하나를 그의 눈앞에 내밀었다.

 “계약서를 보면 교통사고 시 돈을 안 갚고 연락을 안 해도 된다는 조항은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없는데요.”

 “시간을 좀 주십시오. 퇴원하면 빠른 시간 내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저희가 알아본바 회사 사정이 돈을 갚기는 힘든 상황이던데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갑자기 준식이 탁자 위에 있던 음료 박스를 치자 병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박살이 났
 
다. 순간 주위에 있던 환자와 보호자들이 깜짝 놀라며 그에게로 눈빛이 쏠렸다.

 “뭘 봐! 이거 우리를 완전히 핫바지로 아네!”

 그들을 향해 준식이 눈을 부라리며 고함치자 모두 흠칫 움추려들며 시선을 다른데로 돌
 
렸다. 한순간 병실이 공포 분위기로 바뀌었다.
 
 “저희가 알아보니 다행히 사장님께서 큰 보험을 여러 군데 드셨더군요. 보험금에서 먼
 
저 우리 돈을 갚으시는 게 순서라 봅니다. 지금 저희 회사가 무척 어렵거든요. 사장님이
 
힘드실 때 저희가 도와 드렸으니 이번에는 사장님께서 저희를 좀 도와주십시오. 보험 수
 
령금을 저희에게 준다는 이 위임장에 도장만 찍으시면 나머지는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
 
니다.”

 “그건 안 됩니다. 회사 빚과 보험금은 엄연히 별개인데 왜 댁들 마음대로 하려고 합니
 
까?”

 그가 당당하게 나왔다.

 “이래서 못 주겠다. 저래서 못 주겠다. 그래서 결론은 못 주겠다네.”

 준식이 깁스한 다리를 톡톡 칠 때마다 우 사장이 아파서 찔끔거렸다.

 “그런 것이 아니라 곧 퇴원해서 해결할 테니 시간을 달라는 겁니다.”

 이번에는 준식이 손가락으로 목을 두들이자 그가 신음소리를 냈다. 선우가 그를 향해
 
차갑게 내뱉었다.
 
 “영일고등학교 2학년 3반 우성수. 상진중학교 3학년 7반 우성희 누군지 아시지요?“

 “아니, 어떻게 저희 애들 학교를….”

 “저희가 지금 찾아가서 ‘너희 아빠가 돈을 빌렸는데 배 째라며 안 갚는데 자식인 너희
 
들이 알바라도 해서 갚는 게 효도하는 거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곧 쫓겨날 건데 공부는
 
어디서 할 거니. 이 시간 이후로 아빠 얼굴보기 힘들거다’ 라는 말도 해야 하니 이거 오
 
늘 무지 바쁘겠네. 애들에게 할 말 있으면 해요. 가는 길에 전해 줄 테니까요.”

 순간 그의 얼굴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지더니 잠시 후 체념한 목소리로 흘러나왔다.

 “서류 주십시오.”

 서명이 끝난 서류를 쥐고 세 사람이 병실을 나와 복도를 걸으며 선우가 어디론가 휴대
 
폰을 걸었다.
 
 “조 실장님, 여기 일은 잘 끝났습니다. 보육원으로 곧장 갈까요?”

 “아, 아니. 지금 가지 말고 내가 연락하면 그때 나랑 같이 가.”

 "조 실장이 웬일로 함께 가자고 하지." 

당황하는 그의 음성에 선우가 전화를 끊으며 이상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때 선우의 혼
 
잣말을 곁에서 들은 준식이 놀라 말했다.

 “정말! 그 뺀질이가 웬일로 우리 일을 거들어 준다고 하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네그려.”
 
 복도 계단으로 걸어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이 점점 작아졌다.
 
이름아이콘 정찬열
2015-01-31 21:21
회원사진 		악날한 사체업자의
본심을 고스란히 느낄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인철 작가님 다음호를 기다립니다.

건안승필하시기를 손모읍니다.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5-02-02 21:17
회원사진 		《Re》정찬열 님 ,
정 작가님!
늘 한결 같음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작가님께서도 건안승필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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