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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3-07-19 11:42

ㆍIP: 121.xxx.30

슈킹 (14회)

"이 사람입니다."

동수가 고개를 숙이고 침묵하고 있던 사내를 향해 가리켰다.

"아 예, 접니다."

사내는 갑작스런 동수의 지적에 깜짝 놀라 고개를 번쩍 들었다.

"거래신청서는 갖고 오셨지요."

"거래신청서요? 안 갖고 왔는데요. 그것이 필요합니까?"

난처한 표정의 동수가 인상을 찡그리며 사내 대신 우 전무에게 물었다.

"이 시디 어느 지점에서 발행하셨습니까? 가셔서 거래신청서를

갖고 오셔야 합니다. 그리고 꼭 원본으로 받아 오셔야 합니다. 왜

거래신청서를 안 주었지. 깜빡 잊었나?"

우 전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시디를 갖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거기 K은행 잠실지점이지요. 시디 담당 부탁합니다. 오늘자로 시디

1억짜리 넉 장 발행하셨지요? 몇 가지 확인하려고 전화 드렸습니다.

예,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거래신청서가 필요한데 혹시 거기 있습니까?

잠시 후 우 전무가 시디를 동수에게 도로 주며 말했다.

"제가 대신 연락해 놓았으니 가시면 거래신청서를 줄 겁니다. 오늘 교환

하시려면 빨리 서둘러야 할 거예요. 지금 거기까지 갖다 오는데도 시간이

빡빡할 겁니다. 4시까지는 오셔야 저희가 현금으로 준비할 수 있습니다.

웬만하면 내일 하시지요?"

우 전무는 그들을 걱정해서인지 아니면 여유롭게 내일 처리하자는 건지

애매모호한 말을 했다.

현우는 사장실로 통하는 문 위에 걸려 있는 벽시계를 무의적으로 올려다보았다.

시계는 벌써 2시를 지나고 있었다. 이곳에서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지체한 것이다.

우 전무의 말이 끝나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세 사람은 동시에 일어났다.

그들은 말없이 빠른 걸음으로 동인이 기다리고 있는 커피숍으로 갔다.

동인과 사내가 한 탁자에 앉고 동인의 등 뒤로 얕은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현우와 동수가 마주 보고 앉았다.

현우는 커피를 주문했다. 지금의 커피 맛은 부드럽고 향기롭고 편안한 맛이다.

같은 커피라도 은행과 조금 전 사채사무실에서 마신 커피 맛이 이렇게 다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까는 너무 긴장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K은행에서 거래신청서만 받아서 그 사무실에 갖다 주면 끝나는 거지.

빨리 은행에 가야 되는 것 아냐?"

현우의 다급한 물음에 아랑곳없이 동수가 느긋한 표정을 지으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동인과 사내는 조용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커피숍 공간이

작고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와 두 사람의 대화는 조금만 신경 쓰면

들을 수 있었다.

동인이 잠바 양쪽 안주머니에서 두툼한 봉투를 하나씩 꺼내더니 탁자 위에

올려 놓았다.

"약속한 8백만 원입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일은 언제 있나요?"

"조만간 곧 있을 겁니다. 그때 저희가 다시 연락드릴 테니 휴대폰 번호는

바꾸지 마십시요."

"당연하지요. 꼭 꼭, 부탁드립니다."

사내는 연실 고개를 숙이며 2개의 돈 봉투를 가슴에 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출입문으로 나가려다 현우와 눈이 마주친 사내는 짧은 목례와 동시에 문을

열고 홀연히 사라졌다.

임세훈 2013-09-17 06:23	잠시 읽고 갑니다. 건필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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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환영합니다	8	admin	2013-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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