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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3-07-12 16:51

ㆍIP: 118.xxx.134

슈킹 (10회)

영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안에는 두서너 손님만이 있었다.

변두리 지점이어서 직원들도 몇 안 되는 것 같았고 단지 청원 경찰복을

입은 아가씨만이 분주히 왔다 갔다 했다. 사내가 창구 앞에 서 있다가

사라지곤 했고 안쪽으로 고객 대기석이 있는지 동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은행 정문을 한동안 주시하던 현우는 따분했는지 복도 끝으로 다가가

담배에 불을 붙이고 건물의 창문을 열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밀려 들어온

차가운 겨울바람이 그의 얼굴로 연기를 확 날려 버렸다. 건너편 아파트

조경의 나뭇가지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바람이 거세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현수야, 이제 가자!"

동수가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란 현우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 그가 빨리

오라는 손짓을 하고 있었고, 계단을 내려가는 사내의 등이 반쯤 보였다.

"다 끝난 거야? 어떻게 됐어?"

그의 물음에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든 동수가 O.K 사인을 보냈다.

"잘 됐어, 그럼 거기서 만나."

상가 출입구를 나오자마자 급히 동수가 어디론가 휴대폰을 걸었다.

은행에서 조금 떨어진 차도에서 빈 택시를 세운 동수가 현우와 사내에게

어서 타라고 재촉했다. 앞자리 조수석에는 사내가 앉고 두 사람은

뒷좌석에 앉았다. 그것은 동수가 일부러 그렇게 앉힌 것 같았다.

"잠실에 있는 K은행 맞은 편 편의점 앞에 세워 주세요."

출발과 동시에 목적지를 밝힌 동수가 차 안을 획 둘러보고는 현우의

옆구리를 쿡 질렀다. 그리고는 안주머니에서 수표 몇 장을 꺼내 자기

무릎 위에 올려놓고 조용히 세더니 현우의 손에 살짝 쥐어 주었다.

역시 짐작한 대로 조금 전 은행에서 사내가 발급 받은 오늘 날짜의

자기앞수표였다.

그런데 수표를 본 현우 눈의 동공이 갑자기 커졌다. 그는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큰 돈을 직접 만져 본 적이 없어 자기 눈을 의심하며

다시 확인하였으나 틀림없이 0의 숫자가 여덟 개가 인쇄된 1억 원짜리

자기앞수표였다. 그것도 무려 넉 장이나 되었다.

"자금 세탁한 돈이야?"

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운전기사가 들으면 안 될 것 같아 그의 눈치를

살피며 속삭이듯 물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수가 씩 웃었다.

어느새 택시는 편의점 앞에 도착하였다. 편의점 옆에는 아담한 커피숍이

있었다. 그들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출입문 가까운 자리에 이미 동인이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동인의 옆 빈자리에는 검은색의 큼직한 2개의

가방이 놓여 있었다.

사내는 동인을 보자 구면인지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악수를 청하였다.

동수가 사내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뭐라고 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안쪽 자리로 가서 혼자 앉았다.

"일이 생각보다 빨리 끝났네. 수표 줘봐."

"여기 있어."

동수가 안주머니에서 수표를 꺼내 동인에게 주었다. 수표를 받아

두 번이나 세어본 동인이 도로 그에게 주었다.

"형, 지금부터가 정말 중요한 거야. 내가 말한 대로 침착하게 해야

돼. 알았지!"

부탁과 명령이 섞인 비장한 말투였다.

"형, 동수 형이 건너편 K은행에 갈 건데 형도 함께 갔으면 좋겠는데요."

길 건너 고층건물 1층에 입점해 있는 K은행을 동인이 손짓으로 가리켰다.

"형은 동수 형 옆에서 가만히 있으면 될거예요. 나머지는 동수 형이 다

알아서 할거구요. 형은 호남이니까 동행하면 한결 분위기가 부드럽고

신뢰가 갈 거예요."

"그래, 현수야. 네가 나보다 인상도 좋고 배운 것도 많으니까 옆에서

조금만 거들어도 훨씬 나을 거야. 같이 들어가자, 응?"

갑작스런 동인의 부탁과 동수까지 사정하며 조르는 바람에 그는 졸지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입장이 되었다. 거절하자니 너무

매정한 것 같고 한편으론 자금 세탁하는 과정도 알고 싶은 호기심이

일어 현우는 결국 승낙하고 말았다.

임세훈 2013-08-29 22:29	이인철 작가님! 오늘도 다녀갑니다. 자금세탁하는 과정도 앞으로 전개되겠네요.

이인철 2013-08-31 17:14	《Re》임세훈 님 , 바쁠신텐데 이렇게 자주 왕림해 주심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저도 늘 임 작가님의 글을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장용순 2013-11-05 06:41	점점 수상한 냄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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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환영합니다	8	admin	2013-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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