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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3-07-18 10:07

ㆍIP: 121.xxx.30

슈킹 (13회)

2층 복도 두서너 사무실을 지나서 막다른 끝에 '금강기업'이란 돌출

간판이 눈에 띄었다. 동수가 가볍게 노크를 하자 젊은 아가씨의 음성이

안에서 들려왔다.

"예, 들어오세요."

그들은 두리번거리며 안으로 들어섰다.

"시디 교환 건으로 아까 전화 드린 사람인데요. 점심시간 지나서

찾아뵙기로 했거든요."

"아, 예. 연락 받았어요. 이쪽으로 앉아 잠깐만 기다리세요."

직원인 듯한 아가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소파로 안내하더니

차를 타려는 듯 커피포트가 있는 간이 주방으로 갔다.

실내는 밖에서 보던 낡은 건물에 비해 넓었고 값비싼 도자기와 아름다운

수석으로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특히 소파 맞은편 큰 책상 중앙 면은

화려한 나전칠기가 여기저기 박혀 있어 마치 골동품 같았다.

그 책상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반쯤 눈을 감은 중년의 대머리 사내에게

여직원이 가더니 그의 귀에 뭐라고 속삭였다. 그러자 그들이 앉아 있는 소파로

대머리 사내가 거드름을 피우며 천천히 걸어왔다.

대머리 사내 뒤로 '사장실'이란 금테를 두른 아크릴 간판이 붙어 있는

다른 방에서 몇 사람이 대화하는 것이 조금 열려진 문틈 사이로 보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우 전무라고 합니다. 시디 교환하러 오셨다면서요."

착 가라앉은 그의 음성에는 왠지 거만함이 배어 있는 것 같았다.

몇 가락 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긴 우 전무는 50대 중반 정도로

번지르르한 기름기가 넓은 이마 번쩍였다.

"교환하실 금액이 얼마지요?"

"4억입니다."

동수가 탁자 위에 시디를 꺼내 놓으며 말했다.

"이게 다입니까? 더 없어요? 저희는 작은 금액은 잘 취급하지 않아서요.

시디는 보통 10억 이상 거래하는데...."

우 전무는 교환 금액이 적은 것에 실망한 듯 무시하는 투로 뒷말을 흘렸다.

현우는 이쪽 계통에 대해 잘 모르지만 어쨌든 4억의 금액이 적다는 그의

말에 갑자기 우 전무가 거대해 보였다.

그는 시디를 교환하러 온 손님이 생각보다 젊다고 여겼는지 경계심과

호기심 어린 눈으로 현우와 동수를 번갈아 훑어보았다.

"오전에 전화 드릴 때는 그런 말씀이 없었는데요?"

우 전무의 예상외 말에 당황한 동수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잠시 뜸을

들인 우 전무가 마치 선심 쓰듯 말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시고 오래 기다리셨는데 교환해 드리지요.

아니, 그런데 이 시디는 오늘자 발행한 건데 오늘 바꾸시게요?"

시디의 발행 일자를 확인한 그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물었다. 우 전무가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시디란 만기일 전에는 은행에서 현금으로 바꿀 수가 없다.

이것이 자기앞수표와의 차이점이다. 이 기간 동안 은행에서는 시디 금액만큼

돈을 활용하므로 보상의 차원에서 발행인에게 소정의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급박한 사유로 현금이 필요할 때는 만기가 오기 전에 이런 사채사무실에

보통 2% 정도의 수수료를 주고 현금으로 교환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오늘 발행한 시디를 당일 교환한다는 것은 상식을 넘어 이해가 안되는 것이다.

굳이 은행서 현금으로 시디를 바꾸어 하루만에 원금에서 수수료만큼 손해를

보며 다시 현금으로 교환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우 전무가 놀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 분위기에서 동수를 조금이라도 거들어야겠다는 생각에 현우가 끼어 들었다.

"예, 피치못할 급한 사정이 있어서요. 그리고 가능하면 수표 말고 모두 현금으로

주셨으면 합니다."

"그것은 전혀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은행에서 인출할 때 현금으로 찾으면

되니까요. 그런데 이 시디 발행인은 누구입니까?"

우 전무는 지금까지 가장 말을 많이 한 동수가 당연히 발행인일 거라고

단정한 듯 그를 쳐다보았다.

임세훈 2013-09-12 17:52	좋은 소설 읽고 갑니다. 건강하세요 작가님.

이인철 2013-09-13 16:19	《Re》임세훈 님 , 다녀가신 발걸음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임 작가님도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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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환영합니다	8	admin	2013-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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