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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3-07-04 14:56

ㆍIP: 121.xxx.174

슈킹 (6회)

"현수 씨, 우리 나이도 동갑이고 하니 이 시간 이후로 서로 말 놓고

친구 하기로 해요. 왠지 나는 현수 씨가 마음에 들고 오랜만에 좋은

벗을 얻은 것 같아요. 동인아, 지금부터 현수 씨에게 나를 대하듯이

형이라고 불러, 알았지."

그는 현우의 의견에는 아랑곳없이 자기만의 결정을 하고서는 동인에게

명령하듯이 말했다. 순간 현우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그의 일방적인

말에 난처한 입장이 되어 자기도 모르게 동인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그래, 형! 형의 친구고 형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도 현수 씨를 지금부터

형이라고 부를게. 현수 형, 이제 저한테 말 놓고 편안히 대하세요."

뜻밖에 순순히 현우에게 형이라고 부르겠다는 그의 대답에 놀란 것은

오히려 현우혔다. 비록 짧은 시간 동안 지켜본 동인의 성격이나 행동으로

미루어 보아 아무에게나 쉽게 형이라고 부를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날 그렇게 그는 동수와 친구가 되었고 동인과는 형식적으로나마 형과

동생의 관계가 이루어졌다.

일식집에서 나와 현우와 이 뜻깊은 만남을 축하해야 한다며 동수가 부득불

우겨 그들은 근처의 카페에 들어가 또 술을 마셨다.

그런 후 미래금융에서 일하는 동안 일주일에 한두 번 카드깡 일이 있을 때나

무료한 주말이면 동수의 사무실에 들러 바둑을 두기도 하고 술도 마셨다.

현우가 근무한 지 두어 달쯤 되었을 무렵에 선배와 김 이사 사이에 언쟁이

벌어져 선배는 이 계통의 다른 사무실로 옮겨 버렸다.

현우를 데려온 사람은 선배였고 대부분 그의 지시만 받았기에 이 사건으로

김 이사와 서먹서먹한 관계가 된 현우도 곧 사무실을 그만 두었다.

어차피 임시적으로 일한다고 생각하였으므로 아쉬움과 미련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불과 두 달여 만에 백수 신세로 돌아온 자신을 보며 절로 한숨이 나왔다.

다행히 며칠 후 현우는 지인의 소개로 수산물 가공업체에 취직을 했다.

그가 근무한 회사는 직원이 열댓 명 정도의 작은 신생회사로 대형마트등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었다. 그는 마트에 방문하여 진열되어 있는 자사제품을

관리하며 영업 일을 맡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그가 일한 지 거의 1년이 넘어가는데도 회사의 매출은 오르지 않고

제자리걸음만 하자 사장은 더 이상 투자하기를 꺼려했다. 그러더니 회사 부근에

대형 가든을 차리고선 장사에만 신경을 썼다.

하루는 사장의 친척인 과장이 현우를 불러 이제 사장이 회사를 정리하려 하니

그리 알고 다른 직장을 구하라며 일방적인 퇴사 통보를 하였다. 그리고 퇴직금을

못 주어 미안한 대신 이번 봉급에 조금 더 생각해서 넣었으니 섭섭해도 이해해

달라고 했다. 자기는 사장이 운영하는 가든에 지배인으로 일하게 되었으니 근처

지나는 일이 있으면 놀러 오라는 것이 그 회사와의 마지막이었다. 이래서 현우는

1년여 만에 다시 실업자가 되었다.

실업자 생활이 거의 한 달 가까이 지난 오늘, 그동안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동수의 전화를 받게 된 것이다. 현우는 그 회사에서 근무한 이후로는 그들과

가끔 전화 통화만 했을 뿐 만난 적은 없었다. 회사가 경기도 외곽에 있어

동수 사무실과 거리가 먼 것도 이유였지만 회사에서 일본어를 할 수 있다면

유사제품이 출시되고 있는 일본 회사의 제품연구와 유통구조를 배우기 위해

출장 갈 기회가 있다고 하여 퇴근 후 학원 다니기에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였다.

혹시 현우에게 차가 있었다면 한 두 번 갈 수도 있었겠지만 버스와 전철을 몇

번씩 갈아타고 가야하는 번거로움에 포기하곤 했었다.

그런데 거의 1년 만에 동수에게서 내일 꼭 만나자고 연락이 온 것이다.

그동안에는 서로의 안부만 물었고 여유가 있으면 사무실에 한번 놀러 오라는

으레 형식적인 말은 건넸었다.

'무슨 일이지, 나와 만나서 할 일이 뭐지?'

전화를 끊은 후 그 까닭을 묻고 싶었지만 그러면 현재 자신의 초라한 모습이

노출될 것 같아 잠시 망설이다가 그만두었다. '어차피 내일 만나면 알 수

있겠지' 라고 중얼거리며 그는 펼쳤던 휴대폰을 다시 접었다.

장해숙 2013-07-04 19:27	현우의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겠습니다.^*^

이인철 2013-07-04 20:40	《Re》장해숙 님 , 늘 관심과 지켜봐 주심에 고맙습니다. 초반부 엄청 지루함에 큰 죄를 짓고 있습니다.^^

임세훈 2013-08-15 18:32	동인가 아무에게나 쉽게 형이라 부르지 않는데 형이라 불렀다... 앞으로 현우와 동인을 좀더 지켜봐야 할까 봅니다.... 이작가님.

장용순 2013-11-05 06:29	아주 재미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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