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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3-07-14 14:20

ㆍIP: 121.xxx.218

슈킹 (11회)

"잠깐만요, 저 사람과 할 이야기가 있어서요."

동인이 사내가 있는 자리로 옮기더니 둘이서 무슨 말인가 낮은

소리로 주고받기 시작했다. 그와의 대화가 끝나자 커피숍에 동인만

혼자 남고 세 사람은 K은행으로 향했다.

그들이 K은행 정문을 열고 들어선 시간은 오전 11시였다. 이 은행은

조금 전에 들렀던 은행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실내가 넓고 직원도

많았다.

"저, 시디를 사러 왔는데요."

창구 앞으로 간 동수가 젊은 여직원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그러세요, 시디 관계는 과장님께서 담당하시니까 잠시만 기다리세요."

어느새 그녀는 큼직한 책상 위에 과장이란 명패가 세워진 중년의 여자에게

쪼르르 달려가 보고하고 있었다. 아마도 시디를 구입하러 왔다니까 동수를

부유층으로 알고 단골 고객으로 유치하려는 듯 유난히 친절히 대했다.

과장이란 여자가 환한 미소를 띠며 동수 곁으로 왔다.

" 시디를 구입하러 오셨다면서요. 그러시면 저쪽 상담실로 가시지요."

과장이 가리킨 곳은 행장실 옆의 사무실로 상담실이란 간판이 붙어 있었다.

상담실은 현우가 지금까지 은행에 셀 수 없이 왔었어도 평소에 그의 눈에

띄지 않던 곳이었다. 아니 그것보다 그의 신분으로서는 부의 증식을

상담할 재산이 없었기에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과장의 말이 끝나자 동수는 고객 대기석에 앉아 있던 두 사람에게 따라

들어 오라고 손짓했다. 상담실은 그리 넓지 않은 공간임에도 아늑하게

꾸며져 있었고 한켠에는 여러 종류의 접대용 차와 과자가 놓여져 있었다.

품위 있고 고급스런 실내장식과 분위기에 그들은 그만 압도되는 느낌이었다.

현우는 푹신한 소파에 앉아 과장이 권하는 차를 마시면서 은행에 올 때마다

대기표를 뽑고 북적되는 대기석에서 깜박이는 전광판에 자신의 순번이

나타나기를 신경 쓰며 기다리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와 비교한 그는

마치 귀족이 된 듯한 기분이 들어 매우 흐믓하였다.

"시디를 얼마나 구입하실 생각이신지요."

과장이 동수를 향해 공손히 물었다.

"4억입니다. 1억짜리 넉 장으로요."

불쑥 사내가 손가락으로 넷을 표시하더니 수표를 과장 앞으로 꺼내 놓았다.

"오늘자 저희 은행 1억짜리 자기앞수표네요. 시디 발행할 고객님께서

이 거래 신청서를 작성하여 주시고 죄송하지만 신분증과 도장을

주시겠습니까?

과장은 사내가 작성한 거래 신청서와 수표와 신분증을 대기하고 있던

여직원에게 건넸다. 여직원이 다시 오기까지 짧은 시간임에도 과장은

자기 은행에서 모집하는 펀드와 고율의 이자를 지급한다는 금융상품

설명에 열을 올렸다.

노크 소리와 동시에 밖에 나갔던 여직원이 '양도성예금증서'라고 쓰인

시디를 과장에게 주었다. 한 장 한 장 꼼꼼히 확인한 과장이 사내 앞의

탁자 위에 올려 놓으며 말했다.

"이 시디는 6개월 만기로 세금 공제하고 약 4.2%의 이자가 붙습니다.

앞으로 저희 지점을 자주 이용해 주시고 대출이나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저에게 전화 주시면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어느새 과장의 손에 있던 명함이 사내로부터 차례로 주어졌다.

세 사람은 은행을 나와 부리나케 건너편의 커피숍으로 다시 들어갔다.

어디엔가 통화를 하던 동인이 우르르 들어오는 그들을 보고는 급히

휴대폰을 끊었다. 이번에는 동인과 사내가 출입문 가까운 자리에서

무언가 속삭이고 현우와 동수는 조금 떨어진 구석진 자리에 마주

보고 앉았다.

"너, 시디라는 것 못 봤지. 자, 여기 있어."

그가 건넨 지폐보다 조금 큰 종이에는 양도성예금증서라는 글자가

또렷이 인쇄되어 있었고 왼쪽에는 수입인지가 금액란에는

1억 원이라는 한글과 함께 아라비아 숫자가 박혀 있었다.

장해숙 2013-07-17 17:48	시디라는 것 저도 처음이네요.^*^

임세훈 2013-09-06 15:07	잠시 좋은 글 읽다가 갑니다. 계속 흥미진진 할 것같네요. 작가님

장용순 2013-11-05 06:45	저도 시디라는 걸 처음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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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환영합니다	8	admin	2013-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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