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23-09-10 11:03

ㆍIP: 119.xxx.138

소운의 일요放談,

1, 글쟁이

평생 동안 참 많을 글을 써 왔다.

특히 주말이나 일요일에는 거의 빠짐없이 글을 썼다고 생각된다.

근래 들어서는 절필했다고 해도 될 만큼 글을 언제 썼는지도 기억을 더듬어야 할 정도이다.

원래 글을 쓰면 속필이라 할 만큼 글을 빨리 마무리하고, 한 번 쓴 글은 가필하지 않는 편이다.

수필을 예로 들면 제목을 생각하면 대부분 한 시간 이내에 마무리하고 글방 등에 소개하곤 했다.

막내 손주가 아장거리며 걷기 시작할 무렵부터 데리고 놀아주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막내가 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도 아침에 데리러 가서 등교시키고, 체육관에 가서 운동을

하고 나면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한다. 점심을 해 먹이고 공부도 좀 봐주고 놀아주기도 해야 하니 아이를

제집에 데려다주고 나면 피로가 몰려 와 아무것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게 된다.

더구나 금요일은 아이를 데리고 자야 한다. (하도 같이 자고 싶다고 떼를 써 그러자고 했다)

요즘은 일요일이 기다려지기까지 하는, 노년치고는 바쁜 삶을 사는 셈이다.

왜 글을 쓰지 않나를 얘기하려다 보니 서론이 길어졌다.

한 시간이면 수필 한 편을 마무리할 정도로 글에 대한 소재가 무궁한, 건방지게 말하면 자신이

상당히 문학적 소질이 있다고 착각하고 살았다는 것을 요즘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일요일 하루 종일 쉬면서 왜 글을 안 써? 한 시간이면 수필 한 편을 마무리한다며?

평상시 사물을 대하며 문학적 사고를 늘 하는 삶을 살아왔기에, 다시 말하면 글을 쓰지는 않더라도

늘 글을 머리속에 쓰는 삶을 살았기에 그것을 추려내는 단순한 행위가 글을 쓰는 시간이지 글을 쓰는

시간은 별로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셈이다. (손주에 대한 생각 외에 글을 생각하지 않았으니, 글을

쓰려면 떠 오르는 문학적 영감이 없어 글을 쓰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얘기하고 싶다)

그래도 글쟁이로 평생을 살아왔는데, 차가 달리다 정지시키려 해도 달리던 탄성이 있어 한참을 더 가서

멈추지 않던가, 어렵더라도 가능하면 일요일에는 글을 쓰는 게 좋겠다는 자성을 해 본다.

2, 닭 이야기,

봉평에서 기르던 닭들이 집을 비우기 시작할 무렵부터 매에 너구리에 잡아 먹히는 참혹한 현장을

보고는 다시는 닭을 기르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더구나 딸들이 닭을 반려동물 취급하는 탓에

잡아먹거나 남을 주는 것까지 한사코 반대하는 탓에 암수 비율을 맞출 수 없어 사료 낭비도 심했다.

손주가 계란을 하루도 빠짐없이 먹는 것을 보고 -깨끗하고 좋은 것을 먹이자- 다시는 닭을 기르지

않겠다는 생각을 깜박 잊게 되었다. 성남시 모란장에 가서 암탉 한 마리에 병아리가 달린 닭을 사 오게

되었다.

문제는 예전 실패의 반복이라는 사실이다.

병아리가 크고 보니 수탉이 암탉보다 많아서 집단의 평화가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과, 알을 목표로

했는데 수탉이 오히려 많다보니 닭을 왜 기르는지 헷갈리는 상황이 다시 재연된 것이다.

"수탉이 한 마리라도 안 보이면 사료도 다 끊을 거예요" 결국, 알도 못 얻는 닭들의 시중만 남은 셈이다.

요즘은 고양이를 기르는 분들이 강아지를 기르는 분보다 많다고 신문에 실린 것을 보았다.

사람들이 집단으로 사는 현실에서 보면 짖는 것도 도둑을 지키는 사나움도, 사람에 지나치게 기대는

친밀함이 오히려 개를 기르는 부담으로 작용하여 상대적으로 사람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손이 덜 가는

고양이가 선택받는 세상이 된 것이 아닌가 추론 해 보았다. 가축도 사람과 살려면 쓸데없는 버릇은

버리고 사람이 편한 쪽으로 진화해야 하는데 닭을 기르다 보니 영 아니다 싶은 게 하나둘이 아니다.

닭들은 새벽 3시 만 되면 울어대는데, 이게 보통 스트레스가 아니다.

옛날 농경사회에서는 새벽부터 할 일이 많아 닭의 자명종 역할은 선 기능이었는데 피곤에 찌든 현대인

에게는 닭의 울부짖음은 새벽잠을 설치게 하는 소음을 넘어 짜증이 나게 만든다. 더구나 숫놈이 많다 보니

한 놈의 시작으로 질세라 번갈아 가며 울어대는 통에 닭을 왜 기르자고 했지, 하는 후회가 막심하다.

또 이해 못 할 것은 사료를 사료통에 넣어 주면 그냥 먹으면 되는데 멀쩡한 사료를 발로 흩어서 사방에

뿌린다는 것이다. 먹이를 스스로 찾아 먹을 때는 바닥의 흙을 헤집어야 하지만, 지금은 모이통에 깨끗하게

담아 주는데 왜 그걸 다 헤집어 흩어 놓는지, 바뀐 환경에 진화하지 못하는 한심한 가축이 닭이라 하겠다.

물도 통을 끗이 닦아 새물을 주고 나면 온통 흙탕물로 만들어 놓고는 하는 게 아무리 닭이라지만,

매번 물 줄 때마다, 그러니까 후라이드 치킨 신세이지!

가축은 사람과 가까이 한지가 오래된 탓에 따르기 까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 시늉을 한다.

이놈의 닭들은 먹이를 주러 갈 때마다, 닭장 문을 열거나 알을 꺼내려 갈 때면 한바탕 난리를 친다.

푸드거리며 닭장 안을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꽥꽥거리고 왜 내가 거기 왔는지를 알지 못한다.

- 먹이와 물 주러 온 것도 모르냐? -

요즘 제일 흔한 것이 닭고기이다. 동네마다 이름을 달리 한 통닭집이 즐비하다.

닭이 사람 편하게 울지도 않고 사람을 보면 졸졸 따라다니고, 주변을 깨끗이 한다면 닭을 잡아먹을 때

사람 마음도 편치 않을 것이다. 어찌 보면 인류 최고의 단백질 공급원의 임무를 충실히 하는 게 닭 일수도 있겠다.

장계숙

2023-09-12 21:07

오랫만에 글을 주셔서
기쁜 맘으로 배독했습니다.
평생 글쟁이로 사셨지만
글 쓰는 일이 손주 재롱만 할까요?
글 쓰는 것도 잊을 만큼
복덩어리 사랑스런 존재인걸요.

닭을 키우시나 봅니다.
덕분에 좋은 경험에 배움합니다.
일상의 즐거움이 가득한 글을 감상하며
나이 들어 외로울 틈 없으시니 일상이
참 화목하고 좋은것 같습니다.
소소한 기쁨을 발견하고
즐겁게 머물다 갑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작가님~


박목철	장계숙 시인님 참으로 반갑습니다. 잊지않고 찾아주시고 좋은 댓글을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협회 글방을 자주 들리지 못해 문우님들께 늘 미안한 마음입니다. 가능한 한 자주 찾아뵙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9/23 16:42

황영칠

2023-09-17 07:39

존경하는 박목철 감사님
가을 행사에서 뵙고 살아오신 인생의 깊이에
묻어 나오는 많은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나이를 들어가면서
살아가는 지혜를 배웠습니다

이제 커가는 귀여운 손주 재롱을 보시면서
손주 사랑에 푹 빠지신 모습이 참다운 인생의 재미가
아닐까 싶네요.
친한 친구에게 살아오신 이야기를 풀어내는 수필
잔잔한 감동으로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매끄러운 구성과 문장에 크게 배우면서 다음을 기약합니다


박목철	황영철 시인님, 저도 반가뒀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며 사람을 사귄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문학을 통해 좋은 분들과 많은 인연을 쌓으니 이 또한 복 입니다. 가능하면 행사에 빠지지 않고 인연의 깊이를 더하려고 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9/23 16:46

최미봉

2023-09-26 05:57

기쁨은 손주 볼 때라고 하던데요^^
이곳은 입춘이에요
햇살이 번지면
새순이 뾰족하게 돋는 나날이 예쁘고요

안녕하시죠 송년회에 뵌 지 일 년이 돼 가요
주신 책 감명 깊게 보았어요
고맙습니다


박목철	찾아주시고 고운 댓글을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말씀대로 세상에서 가장 정을 많이 주게 되는 손주입니다. 녀석이 커가며 할배를 찾는 강도가 약해지긴 합니다 만, 조건 없이 주기만 하는 게 손주 사랑 같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최미봉 시인님	10/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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