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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박목철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20-07-25 14:46
ㆍIP: 175.xxx.194
개미 전쟁,
남도 여행(3)                        소운/박목철




개미 전쟁,

순천은 양평에서 아주 먼 곳이다.
서울-부산을 축으로 하는 교통망에 의존해서 살아온 습관 때문인지는 몰라도 순천은 정서적으로 먼 곳이다.
오래전 일이지만 회사 동우회에서 여수 엑스포 구경을 시켜 준 일이 있었다. 평소에는 동우회 행사에
참가하는 일이 드물었지만, 엑스포에는 관심이 없을 수 없었다. 더 이전에 개최한 대전 엑스포의 5대
전시관 중 하나인 전력 관을 설계하고 감리한 책임자였기에 대전 엑스포와 여수 엑스포를 비교해 보고
싶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때 여수 엑스포를 보고 느낀 감동보다는 나중에 둘러본 순천만 갈대밭의 장관에
넋이 나갔고, 와! 하는 잔상은 오래 남아 있었다.

이번 여행길에 순천을 굳이 넣은 것도 그때의 좋았던 기억을 되살려 보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것 말고도 순천을 지나다 우연히 들렀던 식당에서 맛본 백반의 풍성하고 맛깔스러움도 순천 하면 떠
올리게 되는 좋은 느낌이기도 했다(우연히 한 끼 때자고 들렀던 식당으로 가격도 만 원 이하였기에
맛을 기대하고 찾았던 곳이 아니니 더욱 기억되는 곳이다) 그때 들렀던 식당은 어디인지 기억에도
없지만, 순천은 음식이 맛있고 풍광이 좋은 곳이라는 관념이 자리 잡았다.

순천만 갈대밭 외에 국가 정원이라는 멋진 곳이 있다는 사실을 이번 여행에서 처음 알았다.
2013년 순천만 국제정원 박람회를 개최한 장소라고 하며, 세계 12개국이 국가별 정원을 조성한
곳으로 국가 정원 1호라고 한다. 정원 중심부에 자리한 호수에 떠 있는 나지막한 언덕과 연결된 접근로는
너무 멋있었다. 달팽이 같이 언덕을 오르는 나선형의 길은 오르고 내림이 마주치지 않아서 신기했다.
이런 곳이 한국에 있다니 할 정도로 공원은 규모도 컸고 잘 꾸며져 있었다.

볼거리가 상당해서 다 보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너무 외진 곳에 있어서 활용도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자체에서 이만한 공원을 꾸미고 관리한다는 게 대단해 보였다.
(국가 정원에 대한 소개는 인터넷에 상세히 나와 있고, 구차한 설명은 후일 보실 분들에게 오히려 방해가
될듯하여 생략하였으나, 기회 되면 보실 것을 권장할 만한 곳이다)

호수 가운데의 전망대를 오르다 개미가 전쟁하는 전투 현장을 보게 되었다.
전쟁 하는 동물은 인간과 개미가 유일하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지만, 개미 전쟁을 보기는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큰 개미는 개체 집단의 수가 많지 않아 전쟁이랄 것도 없지만, 불개미 같은 작은 개미는 사람
으로 치면 국가 단위랄 수 있는 대규모의 집단을 구성하고 있고 전쟁을 치르기도 한다.
수만 마리가 뒤엉켜 싸우는 싸움터를 중심으로 보충병을 투입하는 긴 행렬과 부상병을 빼 나가는 긴 줄이
양쪽 진영 모두에 길게 늘어서 있는 모습은 사람의 전쟁터와 다를 바가 없다. 화약 병기가 나오기 전의
인간의 전쟁터가 이와 같았을 것이라고 상상해 보았다.
(소운은 개미 전쟁을 이전에 덕소에서도 보았다. 그때도 싸움터를 중심으로 양측의 보충 행렬이 십 미터
이상 길게 늘어서 있어서 놀란 적이 있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처음 자리 잡은 터가 그 집단의 운명을 결정 짓는다.
기후도 좋고 먹거리도 풍성한 곳에 있는 집단은 풍요로운 삶이 보장되지만 그렇지 못한 집단은 삶 자체가
고달픈 법이다. 삼천리 금수강산이라 하지만, 춥고 척박한 곳에 자리한 우리의 삶을 돌아본 역사는 늘
마음이 시렸다. 국가 정원의 호수 가운데 위치한 동산에 자리한 개미 집단의 삶이 풍요로울 리 없다.
먹거리를 가져가는 곳이 아니니 호수에 둘러싸인 잔디밭에서 무슨 먹이를 구할 수 있겠는가?
이곳에 어쩌다 자리하게 된 개미 왕국의 생사를 건 전쟁을 보며 왜 우리 역사를 돌아보는지 모르겠다.

좋은 볼거리라고 많은 사람이 방문하지만, 과자 부스러기 하나 없을 황량한(개미 입장) 곳에서 처절한
전쟁을 벌이는 개미들을 보며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웬 오지랖이야 하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멋진 국가 정원의 풍광과 함께 떠 오르는 개미들의 처절한 전쟁은 쉬이 잊히지 않을 듯하다.
이름아이콘 정찬열
2020-07-26 19:33
회원사진 		소운 작가님 반갑습니다.
전라도 동부권을 다녀오셨군요
순천만의 국가정원에 나역시 4~5년전 꼭한번
들러본 기역이 있지만 먼진 풍광속에 세심한
관찰력이 있으셨기에 그곳의 개미들의 싸움터를
목경하시고 자상히 올려주셨군요
그런데 인공으로 만든 국가정원에 어떻게
개미들 집단까지 정원에 모셔졌는지가 의심이 되군요
그것도 12개국 나름의 정원이 멋지게 조성되었는데
옥에 티다 되었군요

남는 추억으로 싸구려 백반집에서 추억에 남게 식사를
하셨다니 저히는 그런곳은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좋은 추억 남기시고 오셨다니 제마음도 마음이 흐뭇합니다.
끝나지 않는 코로나와 장마에 항상 건안 하시길 기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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