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21-03-07 13:07

ㆍIP: 175.xxx.194

春來不似春,

봄의 문턱에서 때아닌 대설로 교통이 두절되고, 삼일절 연휴를 즐기려던 분들이 곤욕을 치렀다는

기사가 떴다. 언젠가 봄의 의미가 남다르고 이런 봄의 환희를 느끼게 되는 것도 4계절이 뚜렷한 이 땅에

사는 복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겨울 추위가 혹독한 이 땅에 사는 아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봄을 기다려야 했다.

늘 먹을거리가 부족했기에 겨울을 나기란 녹록한 일이 아니었고 바닥난 식량으로 목숨이 경각에 달린 이들에게

싹이 움트는 봄은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반가운 존재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애들이 밥은 먹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세상을 살고 있지만,

우리가 먹는 걱정에서 벗어난 것은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니다. 쿠데타로 집권한 군인들이 선거에 참여해

내건 구호 중의 하나가 보릿고개에서 해방해 주겠다는 것이었으니, 지금 살아계신 노인 분들은 대부분이 보리

고개의 의미와 배고픔의 고통을 겪어보신 분들이거나 곁에서 지켜본 분들일 것이다.

겨울의 혹독함을 견디고 맞이하는 봄은 온화하고, 부드럽고 조용하고 화사하다.

움을 틔우는 싹들은 노랑에 가까운 연초록이고, 내리는 봄비는 내린 듯 만 듯 조용히 적시는 보슬비이고,

얼음을 녹이고 흐르는 시냇물 소리도 물러가는 겨울의 눈치를 보듯 소리 죽여 졸졸 흐르게 마련이다.

거기에 더해 따사하게 내리쬐는 봄볕은 나른한 오수午睡를 부르니 무엇하나 거슬림이 없는 것이 봄 아닌가,

입춘이 왔다고, 겨울이 결코 만만히 물러가지는 않는다.

한바탕 한파를 몰고 오거나, 폭설을 퍼붓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도 겨울의 심술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한파가 몰아쳐도 기껏 "꽃샘추위" 일 뿐이고 폭설이 몰아쳐도 "춘설이 분분" 정도로 가볍게 넘길 뿐이다.

오는 봄은 막을 수 없다는 우주의 진리를 깨우친 낙관樂觀이라 할까, 여유라 할까,

경자년의 겨울은 너무도 혹독했다. 추위를 말함이 아니다.

겨울이 추우면 균이 소멸하여 안심하던 지난날과는 너무도 다른 환경의 변화에 인간은 아직 적응하지 못했다.

덜 개발되고 못 살던 시절에는 수인성 질병이 대부분이라 추워지면 질병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으나,

지금은 호흡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질병이 대부분이라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겨울이 더욱 위험한

세상이 되었다. 이상한 음식은 안 먹고, 물은 끓여 먹으면 되는, 개인이 질병을 피할 수 있는 세상을 살았지만

이제는 사람과의 거리는 2m 이상 띄어야 하고 악수도 해서는 안 되고 숨도 맘 놓고 쉬지 못하는 세상을 살아야

한다니, 사람이 무서워 피해야 하는 겪어보지 못한 딱한 세상을 만난 셈이다.

신축년의 봄은 코로나 탈출이라는 또 하나의 바램을 더하여 더욱 의미가 크다 하겠다.

추위를 피해 밀폐된 공간에 머물러야 하는 위험을 덜 하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봄은 반가운 존재이다.

하지만, 코로나 확진자의 숫자는 줄지 않고 있고, 겨우내 움츠렸던 어깨를 펴기에는 불안 요소가 가시지 않고

있으니 봄의 기를 맘껏 받기에는 춘래불사춘이라는 옛 고사를 실감하기도 한다.

막내가 용문사에서 입춘대길이란 소망이 쓰인 글자를 받아와 건네받았다.

立春大吉, 建陽多慶, 봄기운이 따사한 봄날에 희망을 가득 담아 대문 양쪽에 소망을 붙이던 옛 선조들의

간절함을 떠 올려 보았다. 옛 분들에게 입춘의 의미는 남다르다. 24 절기 중 소망을 담아 글을 써 대문에

붙이는 경우는 입춘이 유일하고, 옛 분들은 입춘을 한 해의 시작으로 여기셨다.

평생 지니고 사는 띠도 해가 바뀌면 이 아니라 입춘을 기준으로 입춘이 지나야 그해의 띠가 되는 셈이다.

옛집에서의 대문은 모든 기가 드나드는 통로로 여겼기에 대문의 가치를 중요시했다.

봄이 오면 입춘대길이란 소망을 정성껏 써 대문에 붙여 놓아 오가는 모든 이는 물론 드나드는 모든 이가

길한 일 만 가득하기를 바라셨다. 요즘 집은 입춘대길을 붙일 대문도 마땅치 않아 어디에 붙여야 하나?

하는 망설임이 있었지만,

소망을 어디에 붙인 들 어떻겠는가? 코로나도 극복하고 모두가 행복한 봄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입춘대길에

담아 가슴속에 붙이기로 했다. 일념통천一念通天, 마음이 한결같으면 무엇이든지 이루어진다. 고 했다.

봄 같지 않은 봄이지만 입춘대길의 마음으로 어려움을 극복했으면 좋겠다.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春來不似春, 소운/박목철

계절이 봄이니

모두가 봄이라 하지만,

세월은 도는 것이 아니다

한번 스치면

그저 인연으로만 흔적痕跡되고

모두 어제의 일

추억일 뿐이다.

삶에 옥죄이고

어디 하나 기댈 곳 없으니

가본 적 없는 상상

강남 제비 늘 기다리지 않았는가?

봄이라지만

어디를 둘러봐도

春來不似春

늘 그랬던 것처럼

봄은 못 룬 꿈일 뿐이다. -시집, 세월에 실린 나그네 발췌-

정찬열 2021-03-08 04:39	봄이라지만 어디를 둘러봐도 春來不似春 늘 그랬던 것처럼 봄은 못 룬 꿈일 뿐이다. 존경하는 소운 작가님 오랜만에 인사 올립니다. 돌이켜 보며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도 대유해아는 '흑사병' 을 치료하지 못해 전국민의 3/2가 죽음으로 몰고 갔고 지난날 원인을 알수 없는 유행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날들이 있었지요 그래도 오늘날은 이유와 전파력을 감지 하고 거리두기며 침으로 전염이 심하다는 것을 파악 했기에 더큰 불행을 저지 할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요 인간의 행복추구에 지구 온난화에 이변의 계절이 속출하여 절기를 초월한 날들에 놀라기도 한 때 입니다. '春不以春來' 감사히 배독했습니다. 끝이 없는 코로나에 항상 건안 하시기를 기원 합니다.

정대수 2021-03-10 11:16	박목철 작가님 안녕하세요. "春來不似春" 궁녀 왕소군을 생각나게 합니다. 20년 봄도 그랬고 21년 봄도 그렇습니다. 봄 같지 않는 봄! 그래도 봄은 마냥 기다려지는 계절입니다. 왜냐하면 생명이 싹트는 계절이니까요. 그리고 만물이 생동 하니까요. 저는 봄이 좋습니다. 봄 기운으로 코로나19도 곧 물러 가겠지요. 입춘대길 건양다경 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한영택 2021-03-13 12:03	박목철 작가님 안녕하세요? 봄비가 대지를 흠뻑 적시니 초목이 생기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남쪽지방엔 벌써 목련이 활짝 피고 봄은 이만치 곁에 다가 왔네요. ‘코로나 19’가 앗아간 일상의 봄도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역병과의 전쟁은 계속 되겠지요? 지금도 그렇듯 자꾸만 더 강하고 새로운 것들이 생겨 인간을 괴롭히고 곤경에 빠트리고 있습니다. 심한 고통과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서야 벗어날 수 있었고 과거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렇겠지요. ‘입춘대길’ 봄이면 새로운 기운으로 꿈과 희망을 가져봄직한데 ‘코로나 19’ 팬데믹에 작년과 올해는 그 마저도 상실된 봄입니다. 작가님의 글에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건강하시고 즐거운 봄날이 되십시오,

석양에 지는 해를 가리다니,

허 空에 가득한 테스 형의 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