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20-12-31 18:33

ㆍIP: 175.xxx.194

허 空에 가득한 테스 형의 울림,

허 空에 가득한 테스 형의 울림,

우연히 돌리던 TV의 채널에서 가수 나훈아 씨의 공연을 보게 되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모임이 금지된 가운데 국민들의 어려움을 헤아린 非모임 영상으로 기획된 공연이라고 했다.
젊은 시절의 나훈아 씨를 보며 덜 다듬어진 머슴 같다는 생각 해 왔는데 참 멋있게 늙었구나 하는 탄식이
나올 만큼 나훈아 씨는 세월의 덧없음과 연륜이 안긴 상처를 멋으로 승화시킨 거인의 모습이었다.
탄식이라 함은 거울을 통해 보이는 나 자신의 세월에 바래 버린 모습에 대한 한탄이라 하겠다.

테스 형,
노래를 듣기 전, 테스 형이라는 제목을 보며 웬 테스 형? 하는 의아함이 들었었다.
신세대 연예인들의 이름 중에 외국 이름을 딴 것에 대해 별로 호감을 갖고 있지 않은 탓이라 할까,
어리던 시절에는 미국에 대한 동경 탓인지 동네 개 이름은 모조리 외국 이름 일색이었는데, 수놈이면 -쫑-이고
암놈이면 -메리-라고 부르거나 그냥 -워리- 라고 부르기도 했기에 크리스니 뭐니 하는 이름을 듣노라면 옛날
부르던 개 이름을 연상하게 되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노래를 듣다 보니 테스 형은 소크라테스를 칭함이었고, 얼핏 소크라테스를 형? 하는 어색함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아저씨라고 하기도 할아버지라고 하는 건 더욱 감정전달에 걸맞지 않은 호칭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래 소크라테스 형이야" 노랫말에 공감되었고 어려운 시대를 같이 한 동지적 아픔이 전해 왔다.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된다면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까? 이게 늘 궁금하기도 했다.
애국열사 유관순 님을 누나라고 호칭하는 노래가 있다. 그분은 10대 나이에 돌아가셨는데 한 갑을 지난
사람이 누나라고 호칭하는 것은 어색한 일이고, 더욱 돌아가신 부모님을 다음 생에서 만난다면 더더욱
난처한 상황이 벌어질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보다 더 늙어버린 자신을 보며 일찍 타계한 형이나 누나를 생각하면 더욱더 그렇다.
세월의 덧없음을 한탄해 봐야 소용없는 일이지만 나오는 탄식을 어찌하랴,

소크라테스는 인류가 낳은 최고의 철학자라고 한다. 불교에 話頭라는 말이 있고 이를 한글로 해석한 멋진 글을
어느 절에서 본 적이 있다. -이뭤고- 라는 글자가 커다란 돌에 새겨져 있어 나름대로 화두의 한글 표시라
생각했는데 맞는지나 모르겠다. 사는 게 뭣고? 죽는 거는 뭣고? 행복이 뭤고? 불행은 또 뭣고? 깊이 들여다보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 것이 삶이고 이를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 철학 아닌가?

사는 게 왜 이리 힘듭니까? 먼저가 보시니 천국이 정말 있던가요? 너 자신을 알라고 일갈하신 대 철학자가
테스 형이니 그에게 묻지 않으면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
나훈아 형이 절규하듯 부르는 테스 형의 노랫말 속에 나름대로 깨우친 해탈이 보이는 듯 멋져 보였다.

空,
불교나 선의 용어 중 가슴에 와 닿는 말을 들라 하면 단연 공이라는 단어를 떠 올리게 된다.
空手來空手去 라는 말이 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말의 핵심도 공이라는 단어에 있다.
눈 뜨면 있고 눈 감으면 없다. 평생을 얻겠다고 발버둥 치며 주먹을 움켜쥐고 살아왔지만, 주먹을 펴면 아무
것도 없는 공일 뿐이니 삶 자체가 어쩌면 공이고 허상일지도 모른다.

나훈아 씨의 공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시인이 놓친 시어를 풀어낸 노랫말에 눈시울이 젖어 옴을 느꼈다.
無뿐인 세상에서 空을 노래하는 老 가수의 멋짐은 인생을 깨우친 내면의 멋일 것이다.

-잠시 스쳐 가는 청춘 훌쩍 가버린 세월
백 년도 힘든 것을 천년을 살 것처럼
살다 보면 알게 돼 비운다는 의미를
내가 가진 것들이
모두 꿈이었다는 것을- 공의 노랫말 일부 발췌,

하지만, 노랫말의 새겨야 할 의미는 다음 가사에도 있다.
-살다 보면 알게 돼 알면 이미 늦어도
그런대로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세상의 모든 것은 다 부질없는 공일지라도 태어난 삶은 열심히 사는 게 주어진 숙명이니 어쩌겠는가?
험한 여정의 인생길이지만, 또 그런대로 살만한 세상이라는 위안을 놓치지 않은 것이 돋보인다.
코로나에 치어 삶이 참으로 어렵다. 하지만 열심히 고난을 극복하고 살아야 할 처지가 숙명이라면
-그런대로 살만한 세상- 작은 위안이라 하겠다.

정대수

2021-01-02 14:15

박목철 작가님 안녕하세요.
테스형에 대한 노랫말이 참 와닿는 부분이 있지요.
호칭에 저도 처음에는 의아했는데 가사를 듣고나니 이해가 되었답니다.
다시 접하니 의미가 새롭습니다.
경자년이 가고 신축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건강하시고 계획하시는 모든일이 잘 이루어지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박목철	정대수 작가님 반갑습니다. 옛 가수들이 허접한 광고 모델로 돈벌이 하는 모습에 실망이 큰데 나훈아는 그렇지 않고 고고한 자세를 지키는 모습이 좋습니다. 테스나 공이라는 노래를 듣고 가슴에 와 닿는 부분이 많더군요, 작가님 새해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1/3 14:52

김상훈

2021-01-03 18:52

.
감사님 새해 인사드리고 갑니다. 꾸벅~~,
아직 시원찮은 몸이라 자제하고 있는 나날들이니
서재에 뜸한 점 널이 혜량하시기 바랍니다.
글을 보는 순간 통증이 심해지는 현상이 멈추질 않는군요.
건강하십시오.
.


박목철	어디가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습니다 좋아지셨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직이라니 힘드시겠습니다. 나이가 들면 건강이 우선입니다. 잘 추스르시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눈이 소중함은 달리 설명할 길이 없겠네요, 건강하신 모습 기다리겠습니다. 김상훈 위원장님,	2/1 10:36

정찬열

2021-01-06 06:49

존경하는 소운 작가님~
신축년 신년 연휴에 자녀들과 잘 보내셨는지요

"허 空에 가득한 테스 형의 울림," 단숨에 배독 하며
무심코 '테스 형' 이라는 노래에 진의를 몰랐는데
'소크라테스 '를 찬미 하는 노래였군요

사실 TV채널만 돌리면 트롯트가 나오는 요즈음
제가 노래에 제주도 없지만 소질 또한 무래 한 입니다.
북극 한파가 젯트 기류를 형성하고 몇 십 만에 강추 가 온다 합니다.
건강에 더욱 유의 하시고 신축년 새해 만사형통 하시기를 기원 합니다.^*^


박목철	정찬열 작가님, 반갑습니다. 뵈온지도 하도 오래전이라 이렇게라도 대하니 더욱 반갑습니다. 작가님 말씀대로 요즘은 트롯트라는 간지러운 노래에 식상한답니다. 세계에 우뚝선 한류가 퇴보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듭니다. 젊은 시절에는 트롯트를 멀리하게 되지요, 나이가 들며 좋아지게 되는 노래의 장르인데, 이렇게 온통 여기만 올인하면 결국 국내용이겠지요, 세월이 하수선 하니 모두의 안녕이 걱정되는 시절입니다. 건강하시기를 빌겠습니다. 정찬열 작가님,	2/1 10:42

김종덕 2021-02-19 15:33	박목철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우리가 철학이 없으면 없는 대로 살겠지만 지금 처럼은 사람답게 살 수 없었을 것있니다. 사람의 본질, 마음의 본질, 행동의 본질, 삶의 본질을 우리를 이끌어 온 것이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이끌어 주는 학문, 그러게에 테스형한테 물어 볼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春來不似春,

소운放談 -소발에 쥐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