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하면 관광 대국으로 일찍이 이름을 알린 국가이긴 하지만, 유흥 위주의 관광을 먼저 떠 올리게
되는 나라가 태국이다. 하지만 태국은 오랜 왕조 역사를 통하여 많은 역사적 유물을 간직한 나라라는
사실을 안다면 유흥 위주의 관광은 정작 봐야 할 내면을 보지 못하는 반쪽짜리 관광이라 하겠다.
역사적 유물이 없는 관광지에서는 얻을 게 없다는 생각 탓인지 한 번 쯤은 모두 다녀왔다는 필리핀을
한 번도 찾지 않은 이유를 굳이 찾자면 필리핀에 역사적 유적지가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태국의 치앙마이를 한번 다녀온 적이 있다.
흔히 동남아 국가 하면 개발 도상국의 구차한 모습을 연상하게 되지만, 치앙마이는 깨끗하게 잘 정돈되어
있는 모습에서도 그렇지만 유적에서도 만만치 않은 저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얼핏 스치며
바라보게 된 성곽과 성문의 모습을 보고 단체 관광이라 내려서 살피지 못함을 아쉽게 생각했던 미련이
오랫동안 머리에 있어 기회가 되면 태국 왕조의 역사적 유적을 꼭 한번 돌아보고 싶었다.
단체 관광을 가면 편한 점도 있지만, 관심이 있는 곳에 가지 못하게 되거나 가더라도 깃발을 쫓아다니다
보면 뭘 봤는지 기억이 가물거릴 정도로 수박 겉핥기 식이 될 수밖에 없다.
보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시간도 원하는 만큼, 이러려면 개인 관광이 돼야 하지만 언어 문제가 있어
개인 관광이 말처럼 쉽지도 않다. 운전수 딸린 승합차와 한국말 잘하는 현지인이 고용되었으니 편히 돌아
보라는 배려에 비록 짧은 기간(4박 6일)이지만 태국을 돌아볼 좋은 기회로 삼기로 했다.
자존심,
태국은 동남아에서 유일하게 식민지배를 당하지 않은 국가이고 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서구 열강들이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모든 국가를 식민지로 삼던 시대에 독립을 지킨다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더구나 같은 아시아 국가에 나라를 빼앗겼다는 치욕적 과거를 가진 국가의 국민으로서 태국이 어떻게
독립을 지켜 왔을까 하는 의문도 있어 이번 여행길에 자주의 배경이 된 저력의 실체를 보려고 노력했다.
태국의 유적지 어느 곳에서도 중국의 그늘이 보이지 않았다.
우선 궁궐을 단장한 색상부터 황금색이 많아 화려함은 물론이려니와 당당하게 새겨진 용의 발톱 5개도
제후국이 종주국의 눈치를 보며 발톱 4개의 덜 떨어진 용을 조각해야 하는 옹색함이 보이지 않았다.
황금색은 천자의 색이니 사용하지 마라, 용은 천자의 상징이니 용을 새기더라도 발톱이 하나 모자라는
4개로 하라, 능(陵)도 제후의 범위를 엄격히 규제하는 것도 모자라 상(喪)을 치르는 기간까지 제약하는 등,
중국의 간섭과 제한은 주변국을 정신적으로 옭아매는 결박과 같은 것으로 베트남에서도 우리와 같은
중국의 그늘이 보였지만 태국에선 그런 그늘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태국의 역사는 중국에 종속된 역사가
아닌 탓에 사대사상이나 속국 정신이 없는 것도 자주독립의 튼튼한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태국인들이 존경하는 왕 중의 왕으로 쭐랄롱꼰(라마 5세, 1853-1910) 대왕이 있다.
서구와 접촉하기 전후 시기에 어떤 왕이 다스렸느냐는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태국의 라마 5세가 다스리던 시기 우리나라는 고종의 치하였는데, 통치의 차이가 나라의 운명을 갈랐다.
우리나라는 정조대왕 이후 왕다운 왕이 없어 근대 국가로 발전하는 데 실패해 결국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일본의 침략을 탓 하지만, 일본이 아니더라도 청나라의 행패는 일본의 식민지와 정도의 차이
는 있을지 몰라도 다를 바가 없었다. 인사차 방문한 왕의 아버지(대원군)를 무단으로 납치해 중국으로 끌고
가 가두지를 않나, 나이도 어린 자(30 전후 위안스카이)가 大人 소리를 들으며 말을 타고 궁궐을 드나들고
그에게 줄을 대려는 대신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하는 한심한 나라였으니 일본이 아니더라도 독립을 유지
하기는커녕 스스로 붕괴하던 왕조가 조선이다. (실제로 위안스카이가 고종을 폐하고 스스로 조선 왕을 하려고
했다는 설도 있다)
짜끄리 왕조의 5번째 군주 라마 5세 왕은 중요한 시기에 태국을 다스리며 선정으로 백성의 마음을 얻었고,
노비제도를 폐지하는 등 제도 개선을 스스로 함으로써 외국이 침략할 틈을 주지 않았다.
백성이 지지하는 왕국을 무리하게 침략할 국가는 없다. 라마 5세는 유럽 방문을 두 차례에 걸쳐 한
군주로서 그만큼 세상을 보는 눈이 뜨여 있던 선각자로서 험난한 시기에 태국을 잘 지켜 낸 것이다.
왕이 자리를 비우고 장기간 외국을 순방한다는 것은 국민의 신임이 두텁지 않으면 가능한 일이 아니다.
(태국도 노역의 부담이 과중하여 평민이 스스로 실력자의 노예가 되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 전 국민의
3할 이상이 노예로 전락했다고 한다. 라마 5세의 사랑하는 왕비가 왕의 부름으로 여름 궁으로 오던 중
배가 전복해 물에 빠져 죽었으나, 수많은 노예가 보고 있으면서도 신분제도에 따른 불가촉(不可觸)의
제도에 묶여 아무도 구해 주지 않아 왕비와 딸, 배속의 아기까지 세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왕은 노예를 벌하기보다는 제도 개선에 심혈을 기울여 노예제도를 타파하였으니 현명한 군주가 하겠다)
지금도 군주제를 택하고 있는 국가가 많으나 대부분 실권이 없는 명목상의 군주에 불과 하지만,
태국은 국방, 행정, 사법 등에서 왕의 권한이 상당하다고 하며 상당한 부를 보유한 실제적 실력자이다.
태국을 관광하다 보면 곳곳에 새 왕의 즉위를 축하하는 입 간판이 서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전임 국왕(푸미폰 왕)은 태국의 정변이 있을 때마다 이를 적절히 견제해 정치적 혼란을 막은 조정자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여타 동남아 국가와 달리 태국이 안정적 사회를 유지한 배경에는 군주제가
한몫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가 있다.
태국을 관광하며 느낀 점은 비록 아직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곤궁함이 곳곳에서 드러나지만,
사회 질서가 잘 잡힌 국가라는 믿음이 가는 나라가 태국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시장의
물건은 물론 길거리의 노점상이 파는 물건에도 전부 가격표가 내걸려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베트남에서 물건을 사고 싶어도 가격을 몰라 포기한 경우가 많은 점과 비교가 되기도 하고
더운 나라답게 노점상이 성황인 것은 다른 동남아 국가와 같지만, 위생적 처리가 잘 돼 있어 맘 놓고
사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여행객으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여타 동남아 국가에서는 노점상 음식을 사 먹으면 배탈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태국,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국가로서 중국의 그늘이 드리우지 않은 화려한 유적에 찬사를 보내고 싶고
비록 왕이 다스리는 국가이지만, 시대에 역행하지 않는 현명한 대처로 서구열강의 식민지로 전락하지
않은 자존심에 같은 아시아 국가 국민으로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새 국왕(라마 10세, 라치랄롱꼰)즉위식 기념사진에 칼을 집고 선 모습, 왕비 외에 후궁을 두고 벌어진
일련의 사태가 군주제를 모범적으로 행한 태국의 이미지와 다소 어긋나 갸웃하게 하였지만
-뿌리 깊은 나무 바람에 아니 뮐세- 라는 용비어천가를 생각해 보았다. 태국 번영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1782년에 왕조를 연 짜끄리 왕조는 현 와치랑롱꼰(라마 10세) 왕까지 237년의 왕정의 역사가 있고,
라마 4세인 아버지가 아들의 교육을 위하여 외국인 교사를 고용해 아들 라마 5세가 근대적 서구 문명에
접하게 하였는데, 이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율 부리너 주연의 -왕과 나- 라고 하는 영화이다.
전병일
2019-11-25 11:12
박목철 작가님 안녕하세요.
작가님이 집필하신"" 태국의 자존심을보다""
관광의 도시 왕조국가의 역사 잘 배람하였습니다.
저도 태국을 다녀왔는데 관광도시임을 느끼고 왔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11월 마지막 주 시작입니다
11월 잘 마무리 하시고
12월 잘 맞이하세요.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박목철
태국을 다녀보니 태국은 아직 왕이 다스리는 국가라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왕실에 대한 비방은 내 외국인을 불문하고 최고 15년 의 형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왕앞에 기다시피 바닥에 엎드린 정치인들의 사진을 보며 놀랐습니다. 즉위식 사진에 칼을 짚고 선 모습도 현실과는 거리가 멀더군요, 아직은 힘의 상징으로 왕을 표현 ?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겨울의 문턱 건강하시고 풍성한 수확을 거두시기 바랍니다.
11/29 10:38
정찬열
2019-11-26 22:09
오랜만에 인사 올립니다.
항상 존경하는 소운 작가님!
그간도 별고 없으시고 태국을 다녀 오셨군요저역시도
태국에 모임 단체로 다녀 온바 있어작가님처럼
그나라의 역사의 틀을 찾아 보지 못했는데현지
가이드와 함께 유서 깊은 치앙마이 관광을 하시여
더분에 평소에 깊이를 알지 못한 겉핱기식 이 아닌
깊이가 있는이웃나라 에대해 많은 이해와 공부가 되었습니다.
조석으로 날씨가 고르지 못합니다.
항상 건강에 유념 하시고 11월도 알찬 보람 있이시길 기원 합니다.
박목철
저는 태국음식이 입에 맞아 우선 좋았습니다. 그림의 떡이라고 타 동남아 국가에서는 길거리 음식은 사먹을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태국은 위생적으로도 깔금했습니다. 현 국왕이 좀 엉뚱한 인물이라 앞날이 우려되긴 합니다. 겨울 행사 때 반가운 이사님의 모습을 뵙겠습니다. 그간 건강하시고 행복한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정찬열 이사님,
11/29 10:42
김상화
2019-11-30 08:19
반갑습니다. 박목철 작가님
한번 자리를 함께 한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바쁘다 보니
시간만 흘러갑니다.
작가님께서는 외국 여행을 자주 다니셔서 이렇게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알게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동남아국가에 있는 국민들은 거의 자존심이 강한 듯합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엔 꽤 미개국이라 할까 아직 선진화가 되지 못한
나라라고 생각하는 베트남 국민들도 자존심이 보통이 아닙니다
소운 작가님 날씨가 점점 추워집니다
늘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이번 겨울 행사 때는 꼭 참석하려 하는데 시간이 어찌 될지 모르겠습니다
12월 초에 부천에 가서 대폰 한잔할 시간을 만들려고 하는데
작가님께서 시간이 어떠하신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행사 때 뵙고 상의하도록 할까요? 작가님 늘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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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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