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백낙은
ㆍ작성일	2016-10-04 20:49

ㆍIP: 220.xxx.79

제주 기행

제주 기행. // // 목사 백낙은.

우리 부부는 1남 3녀를 두었다. 이 자녀들이 부모님께 효도한답시고 이번 추석을 기해서 제주도 여행을 마련하였다는 것이다. 처음엔 추석 명절에 나들이를 한다는 것이 조상님들께 죄송스럽기도 했지만, 자녀들의 정성을 보아서 따라나서기로 했다.

아들 내외는 부득이 가지 못했지만 딸 셋과 그 가족이 모두 모이니 14명이나 되었다. 9월 14일 김해 공항에서 출발하는 오후 5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포항에서 리무진을 탔다. 추석 전날이라 김해 공항까지 가는 길이 막히지나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2시간도 채 걸리지 않고 도착했다.

다른 가족들도 속속 도착하여 수속을 마치고 AIR BUSAN BX 8117 편에 올랐는데, 약 200명 남짓 탈 수 있는 소형비행기였다. 이륙하는데 앞뒤 좌우로 요동이 심하여 몹시 불안했지만, 적정 고도에 오르니 안정을 되찾아 순항을 계속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거제, 통영, 여수 등 남해안 다도해를 통과하는 항로인 것 같았다. 수천 수백은 됨직한 섬들이 올망졸망 보따리를 꾸리고 한가로이 유영하고 있었다. 약 50여 분 정도 비행한 후 제주공항에 도착하니, 앞유리에 “백낙은님 일행”이란 전광판을 붙인 대형버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휴일이 겹친 이런 명절에는 제주도에 2십만 이상의 관광객이 몰린다기에, 패키지 투어(package tour)를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대형 버스라 낭비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주 편안한 여행이었다.

첫날은 저녁 식사를 마친 후 3일 동안 머물 Pearly Hoter로 갔다. 그 이름과는 달리 전혀 진주 같지는 않은 호텔이었다. 그래도 잠자리는 편안했다.

그다음 날 오전에는 중국인 기예 쇼가 있는 서커스 월드를 찾았다. 금강산 관광 때나 백두산 관광 때도 보았던 기예지만 생명을 담보로 하는 기예 쇼라 놀라울 뿐이다.
그러나 이 쇼 단원들이 받는 월급은 고작 50만 원 정도라고 한다. 물론 그 나라에서는 큰돈이라고는 하지만, 생명을 담보로 하는 그 위험도에 비하면 인권유린이요 착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다음 코스로 중국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하였고, 대한민국 대표 정원이라 할 수 있는 “생각하는 정원”을 찾았다. 약 20여 년 전에도 관람했었지만 많이 변해 있었다.
엄청난 규모였고 대단한 기술이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 외에도 석부 작 테마공원 등등을 관람하였다.

다음 코스는 차귀도 해상유람선 탑승이다. 바람이 불어 너울이 심했지만, 일제 만행의 흔적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멀미약을 먹고 배에 올랐다. 전번에 왔을 때도 보았지만 깎아지른 바위 밑 여기저기에 일본인들이 대포를 숨기고 효과적으로 적을 공격하기 위해 파놓은 굴들이 많았다. 그 해안가에만 수백 군데나 있다고 하고, 제주 전역에는 3,000여 곳이나 된다고 한다. 일제 치하에서 제주 도민이 겪은 고초가 얼마나 컸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 삼나무 숲길을 관광했다. 일본에서나 볼 수 있을 것으로 여긴 삼나무 숲길을 비록 적은 규모이긴 하나 제주에서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 다음으로 승마체험도 하고 비자나무 숲 올레길을 걸었다. 가장 오래된 비자나무가 800살이 넘었다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 그 외에도 수백 년이 넘은 비자나무들이 숲을 이뤘는데, 관리 번호가 2,000번이 넘는 거로 보아 그 이상인 듯했다. 비자나무 숲길을 맨발로 걷는 기분은 마치 슬로 시티(slow city)에 온 것 같았다.

그리고 에코랜드(Eco Land)에 들려 괘도 열차를 타고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인위적으로 조성한 정원 형식의 공원도 좋지만,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더 이국적이고 아름다워서 인상적이었다.

그다음 날 9월 17일은 다시 돌아오는 날이다. 3박 4일이라고는 하지만 가는 날과 오는 날을 제하면 이틀만 구경한 셈이다. 오전 9시 비행기이기 때문에 서둘러 비행장에 도착했으나, 기상 악화로 약 30분 정도 연발이 되었다. 그러나 별 탈 없이 김해 비행장에 도착하고 보니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고속버스 기사가 장대비를 뚫고 위험한 곡예 운전을 해서 불안 했지만, 무사히 집에까지 돌아올 수 있어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개 속에 진주 같은 우리 제주도가 일제치하에서는 물론, 4.3 사건과 같은 큰 아픔을 딛고 일어서서, 세계적으로도 자랑스러운 섬으로 발돋움했다는 것은, 전적으로 제주도민의 노고와 희생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진다.
아름다운 제주여! 영원하여라.

백낙은 2016-10-04 20:56	사진 용량이 커서 올리지 못합니다. 혹 사진을 보시기 원하시면 http://blog.daum.net/nakwoun 으로 들어가시면 몇 장은 보실 수 있습니다. 황우 백.

이석희 2016-10-05 00:36	위원장님! 추석 명절을 아주 뜻 깊게 잘 보내셨네요. 제가 가 보고 싶은 곳이 제주도입니다. 두 번을 가 보았지만 워낙 오래되어서 그런지 전혀 생소한 이름들 뿐인 것을 보니 세월의 흐름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호기심이 발동합니다. 하긴 작가님의 친절한 안내에 힘입어 일별은 하였으니 다시 간다 하여도 싱거울 것 같기도 합니다. 허허허 구경 잘 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백낙은 2016-10-05 10:27	《Re》이석희 작가님, 제주도는 몇 번을 가도 늘 새로운 곳이라 여깁니다. 여러번 갔지만 마지막으로 간 때가 우리 부부가 결혼 40주년을 맞은 때 였습니다. 랜트카를 빌려 타고 구석구석 돌아 보았습니다만 다시 가도 역시 새로웠습니다. 좋은 시설이 많이 생기기도 하구요. 제주도는 이국적이어서 더 보석과 같은 우리 땅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늘 은안하소서.

주응규 2016-10-05 14:45	백낙은 수필분과 위원장님 제주여행 좋은 글 읽으며 함께한듯 합니다 좋은 여행이었는지요 늘 건강과 행복을 축원합니다.

김종근 2016-10-05 15:46	백낙은 위원장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덕분에 제주기행을 다녀온 듯합니다. 저도 제주도를 가본지가 오래되어 한번 가보고 싶어지는군요. 우리 체육관 회원들과 무박2일 한라산 등반계획을 잡았다가 지리산으로 대체하고 시간 만들기가 쉽지 않군요. 대학 다닐때 백록담에 오른적이 있었습니다. 기행문 잘 보고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평안하십시요.

백낙은 2016-10-05 20:12	《Re》주응규 님 , 주응규 작가님 감사합니다. 요즘 작가님이 멋진 글 자주 올려 주셔서 우리 수필 서재가 환하게 빛이 납니다. 환절기에 건강 유념하시고 향필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백낙은 2016-10-05 20:20	《Re》김종근 님 , 김종근 시인님. 주말 농사 하시랴 체육관 운영하시랴 무척 바쁘시겠습니다. 백록담을 오르는 길이 여럿 있을 것입니다만 보통 1100고지에서 오르곤 하지요. 한 번을 1100고지로 갔더니 휴식제 시행 때문에 못올라 갔고, 그 다음번에는 600고지인 상판암?에서 올라 갔는데 정상까지 9.5km라 왕복 20km였습니다. 그 때가 65세 때라 힘이 많이 들었답니다. 또 한번 오르고 싶지만 기회가 안되네요. 건강유념하시고 늘 즐거운 나날 되시길 바랍니다.

이길선 2016-10-06 16:29	안녕하세요 위원장님! 제주도 여행 기행문 마주하면서 미소가득입니다. 내용으로 미루어 보아 삼다도의 휠링 두루 제대로 하고 오셨음에 효자 효부들께 박수를 보냅니다. 저는 외손자 셋과 호텔안에서만 뱅글 뱅글 - 왜냐구요? 상상에 마낍니다. 새벽 해뜨는 시간만이 할 수 있는 제주 휠링을 위원장님 기행문으로 새삼 추억합니다. 계절 하나가 요란스럽게 막을 내리고 지나갔습니다. 이제 더 없이 좋은 결실의 계절 가을! 나날이 평안하십시오!

백낙은 2016-10-06 18:11	《Re》이길선 작가님, 제가 포항도 자주 나가지만 장량도 장량시장 앞에서 큰 딸이 미사화장품 가게를 하고 있어 종종 들립니다. 그런데도 시인님 뵈러 간다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제주도를 가시기는 가셨군요. 외손자 셋과 씨름하시느라 고생도 하셨겠지만 재미도 있으셨겠네요. 계절 하나가 가더니 어젓한 신사 한분이 걸어오고 계시네요. 이 신사와 즐거운 시간 많이 가지시고 행복하세요. 샬롬입니다.

정찬열 2016-10-06 20:41	백낙은 황우작가님! "제주기행" 자녀들과 함께 고생이야 되셨겠지만 여행기 직접 여행하는 기분으로 즐겁게 잘 보았습니다. 저역시 10여년전만해도 틈만나면 제주를 자주가고 제주섬을 일주하며 바다낚시도 하면서 많이도 갔습니다만 최근에 간지가 꾀나된것같습니다. 지금은 인위적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곳이 많은가보군요 그건 그렇고 18호태풍에 큰피해나 없으셨는지 걱정입니다. 늘 무탈하시고 편안 하시기를 기를 기원 드립니다.

백낙은 2016-10-07 10:14	《Re》정찬열 작가님, 작가님도 낙시를 좋아 하셨군요. 이곳 포항은 태풍 피해가 없습니다. 오리 집 앞 냇물이 10년만에 큰 물이 내려가 바닥을 청소 했답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행복한 나날 되소서. 평안을 빕니다.

김경렬 2016-10-08 15:25	저도 여섯번 다녀 왔는데 위원장님기행을 따르다보니 2년전 보다 또 다른곳이 생긴듯 합니다. 감사히 함께하며 추억을 새김질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백낙은 2016-10-08 16:44	《Re》김경렬 작가님, 제주도는 대부분이 대여섯번은 다녀 오곤 하나 봅니다. 저도 어쩌다 보니 그렇게 다녀 왔네요. 제주도는 갈 때마다 장님 코끼리 더듬 듯 하고 오는 것 같습니다. 심수 년 전에 랜트카 빌려서 손수 운전하며 둘러 보았습니다만 기회가 되면 다시 그렇게 다녀 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장계숙 2016-10-12 19:53	멋진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셨습니다. 효자 효부 덕분에 잊지 못할 추억을 또 한 가득 쌓고 오셨네요. 제주 여행은 두번 했는데 저도 다녀온지 한 이십년 되어갑니다. 많이 변했겠지요. 알찬 여행 함께 하고 갑니다. 늘 멋진 글 주셔서 참 행복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날 되셔요.

백낙은 2016-10-12 20:31	《Re》장계숙 님 수필 서재까지 찾아 오셔서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주도는 1년이 멀다고 달라집니다. 문제는 중국 부자들이 제주도 땅을 마구 사 들인다는 사실입니다. 중국 땅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입니다. 다녀온지 오래 되셨으면 다시 한번 계획 세워보세요. 장계숙 시인님이 다녀 가시면 저절로 힘이 납니다. 고맙습니다. 늘 은안하시기를 빕니다.

참 좋은 세상이야!

실미도의 비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