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백낙은
ㆍ작성일	2016-06-24 21:30

ㆍIP: 118.xxx.109

잃어버린 고향하늘

잃어버린 고향하늘 // 황우 목사 백낙은.

지금 나는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항상 고향 하늘이 그립다. 내가 고향 하늘을 그리워하는 것은 고향을 이북에 두고 왔기 때문도 아니고, 고향 마을이 수몰되거나 다시 찾을 수 없는 곳이어서가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두어 시간만 달리면 갈 수 있는 곳에 나의 고향이 있다.

내 고향은 금이 샘 솟았다는 김천시(金泉市) 삼락동 구읍(舊邑)이다. 동리 위쪽 구화사라는 절골로 들어가면 그만그만한 산봉우리 아홉 개가 있고, 그 아홉 골에서부터 흘러내리는 도랑을 중심으로, 동쪽은 교동, 서쪽은 삼락동으로 나누어져 약 300여 가구가 오순도순 살았던 정다운 동리였다.

서북쪽으로는 백운산과 황악산이 북풍을 막아 주고, 건너다보면 AD418년 눌지왕 아도(阿道)가 창건했다는 직지사(直指寺)가 있다. 동리 앞으로는 직지사에서 발원한 직지 천(川)이 유유히 흐르고, 그 물길 이르는 곳마다 못 밑 들, 양지들, 거문들, 도내기들 등 기름진 평야가 우리 동네를 살리고 있었다.

주민들의 성씨는 주로 백씨가 많았지만 김 씨, 이 씨, 우 씨, 박 씨 등등이 이웃하여 살았는데, “백 괘살”이란 별명을 가진 백(白)씨와 “우 뿔댁”으로 불리는 우(禹) 씨, 그리고 “박 고집”이라 불렀던 박(朴)씨가 주를 이루었다.

옛날에 원님이 살았던 원(員) 터엔 서설(瑞雪)이 퍼렇게 감돌았고, 동리 바로 앞에는 여름이면 연꽃이 장관을 이루는 연화지(蓮花池)가 아름다웠다. 연화지 안에는 두 개의 인공 섬이 있어 중앙에 있는 작은 섬에는 원님이 풍류를 즐겼음 직한 정자가 하나 있었고, 큰 섬에는 귀빈들을 초청하여 연회를 했음 직한 봉황대(鳳凰臺)가 우뚝 서서 마을을 찾는 손님을 응대하고 있었다.

오래된 동리인지라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옛날 기와조각을 그릇 삼아 밥도 담고 국도 담고. 기왓장 빻아서 반찬도 만들며 소꿉놀이 소꿉질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때도 있었다.
봄이 되면 연화지 둑에 심긴 벚나무에 웃음이 만발했고, 팽나무 열매는 딱총 알이 되었으며, 측백나무 열매가 익을 때쯤이면 주머니에 한가득 채워 아랫마을 윗마을이 서로 전쟁놀이를 하기도 했었다.

아홉 골에서 흘러내린 물이 사시사철 도랑을 타고 흘러 연화 지로 들어갔고, 동네의 꼬마들은 도랑에서 가재를 잡으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땅거미가 질 때면 온 동리가 떠나가도록 “아무개야”하고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집을 찾아 들어가곤 했었다.

그리고 연화 지에는 팔뚝만 한 잉어들이 힘자랑했고, 비가 오는 날이면 친구들이 도란도란 지렁이 밑밥의 대나무낚시 드리우고 대어의 꿈을 키우곤 했었다. 개울가엔 붉은 흙과 검은 흙이 나오는 곳이 있어, 학교 공작시간에 점토로 사용하였고, 아무 데서나 무릎 꿇고 마시면 약수였고 헤엄치는 수영장이었다. 여기서 인생을 설계하고 꿈을 키우면 살았었다.

이런 꿈속의 마을을 떠나 때로는 충북에서, 때로는 포항과 경주 등지에서 40여 년을 떠돌며 목회를 하였다. 그러면서도 늘 두고 온 고향 하늘 그리워하며, 거기만 가면 내 어린 시절이 있으리라 여기면서 살았다.
아직 김천 구읍이라는 내 고향이 거기 그대로 있기는 하지만, 어릴 때 놀던 그 고향 하늘은 아니다. 그 이유가 여러 가지겠지만, 하루가 멀다고 현대화되어가는 고향은 내 마음속의 그 고향은 아니기 때문이다.

반세기가 지난 오늘 꿈이 담긴 내 고향은, 이마 맞대고 정답던 옛 초가집들이 도시화하여 시골티를 벗고 양옥으로 변하거나 고층건물이 들어섰으며, 젖줄과 같았던 도랑은 복개가 되어버렸고, 꼬불꼬불 정겹던 골목길은 반듯반듯 곧게 펴졌다.
동리 앞 연화 지도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꽃단장을 했지만, 옛날의 그 정취는 사라지고, 호밋자루 들고 김매다가 서울로 간 순이가 어느 날 갑자기 짙은 화장을 하고 나타난 듯 어색하기만 하다.

그뿐 아니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 고향은 고향이 아니다. 부모님이 사셨던 옛집이라도 있을 때는 어딘가에서 부모님의 체취(體臭)를 느끼기도 했지만, 그 옛집이 양옥으로 바뀌고 나서부터는 그 어디에서도 부모님의 체취를 맡을 길이 없어지고 말았다. 요즘도 가끔 고향이라고 들려보지만 친구 하나 없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타향이 되고 말았다.

나는 지금 포항 근처 청하라는 동리에 뿌리내리고 십 수 년을 살았지만, 역시 타향임에는 틀림이 없다. 별이 총총한 밤이면 고향 하늘을 그리워하며 하나 둘 별을 세어본다. 그래서 옛날 내 고향 하늘 그리워하며 “나의 살던 고향” 노래로 나를 달래보지만, 가슴 한쪽이 총 맞은 것 같아 아리기만 하다. 아무리 찾아도 이 땅 위의 고향 하늘을 찾을 길 없기에 저 영원한 하늘 본향을 사모하면서 믿음 소망 사랑의 편지를 띄워 보낸다.

김종근 2016-06-27 10:34	안녕하세요. 백낙은 작가님 잃어버린 고향하늘 제가 자주 흥얼거리는 노래중에 남인수의 고향의 그림자라는 노래가 떠오르는군요. "찾아갈 곳은 못되더라 내고향 버리고 떠난 고향이길래~" 고향은 마음 속의 고향이지요.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니 저는 매주 고향에 다니며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어릴때 동무들은 모두 떠나고 없지만 옛모습은 그대로 있어서 늘 마음에 편안함을 줍니다.늘 건강하세요.

정찬열 2016-06-27 15:44	황우목사 백낙은 회장님! 지난 여름행사때 잃어버린 고향을 찿아 헤매셨는지요 저는 6개월전에 뵈온지라 궁금함속에 이글을 배독하고 있습니다. 경북 청하하면 제가 포항에 자대 배치를 받고 일개월도 되지 않은 쫄병신세에 갑자기 비상이내려져 완전무장을 하고 사단 3연대 1.2연대가 전투태세로 청하면을 지나 깊은 산골로 들어갈때 하필 장마철이 되어 보름간을 산속에서 작전을 하였는데 늦게야 상황을 알고보니 감포 28분초 로 간첩 2명 침투하여 졸병이라 산속에서 십리를 걸 어내려와 부식과 식량을 타나른 고생하든 기억이 떠오릅니다. 누구나 태어난 고향 부모님 냄새가 나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잃어버린고향" 속으로 마음은 달려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있으시기를 기원합니다.

백낙은 2016-06-29 18:45	《Re》김종근 님 , 안녕하세요. 고향이 옛 모습 그대로 있다니 큰 복입니다. 고향은 어머님의 품안과 같은 곳이니까요. 앞으로도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 가시기를 바랍니다. 은안하소서.

백낙은 2016-06-29 18:53	《Re》정찬열 님 , 정찬열 작가님. 요즘 건강은 어떠신지요? 여름행사에 참석 못해 아쉬움이 큽니다. 감포에 간첩 침투했을 때 여기 근무 하셨군요. 저는 바다낚시를 잘 못하지만 친구 목사님은 아주 잘 한답니다. 그래서 가끔 부르면 가서 회를 먹고 온답니다. 거기에 부대가 있더군요. 언젠가 작가님이 포항에서 군 복무를 하셨다는 소식을 들은 터라 여기가 작가님이 근무 하셨던 곳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행여 이 포항 쪽을 향하여 오줌도 누지 않으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그것 또한 추억이지요. 댓글 감사합니다. 늘 은안하시옵기를 기도합니다.

김경렬 2016-06-30 05:45	안녕하세요? 심신이 분주하게 지나다 보니 서재방문이 어렵습니다. 노년에 산바라지, 몸에 부치는 일입니다. 7월 한달은 그리 지내야 겠습니다. 고향을 그리시는 글 배독하며 공감합니다. 제 고향도 마음에만 잠겨 있을뿐 도시화 건물 속에 사라졌구요. 첨벙대던 도랑물은 정말 복개천이 되어 볼수도 없었지요. 세월따라 모든게 함께 변화 하는데 마음만은 그대로인듯 합니다. 더위에 건강 하시고 늘 행복 하시기 바랍니다.

백낙은 2016-06-30 11:30	《Re》김경렬 님, 작가님 반갑습니다. 저는 그동안 일본 대마도 여행을 다녀 왔습니다. 배로 한두 시간이면 갈 수 있으니 울릉도나 제주도 보다 더 가까웠습니다. 아참! 따님의 순산하심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하지만 작가님은 많이 피곤하시리라 짐작이 됩니다. 보통일이 아니거든요. 그러나 보람되고 행복한 일이기에 잘 감당하고 계신듯합니다. 작가님과 산모, 그리고 아기까지 모두 건강하시고 즐거운 나날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댓글 감사드리오며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평안을 기도합니다.

대마도를 가다.

소와 사자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