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백낙은
ㆍ작성일	2016-07-28 17:53

ㆍIP: 220.xxx.79

강아지풀의 외침

강아지풀의 외침. // 황우 목사 백낙은

요즘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열대야 현상으로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그런저런 핑계로 아침에는 늦잠을 자느라 운동을 못하고, 느지막한 오후에 산책을 나선다.

표고가 약 300m 정도 될까 말까 한 앞산에 편도 1.6km 정도 되는 임도가 잘 나 있어서 자주 오른다. 별로 찾는 사람이 없어서 나 혼자만의 산책로가 되었다.
산책로 대부분은 나무 그늘이어서 시원하고 산모롱이를 돌 때마다 솔향을 품은 바람이 땀을 씻어 주는 곳이다.

임도를 걷노라면 여기저기서 까마귀 소리가 많이 들린다. 오래전이지마는 까마귀가 정력에 좋다는 소문이 나서 까마귀 소리를 듣기가 매우 어려웠는데, 아마도 별 효험을 보지 못한 탓이 아니겠는가 생각한다. 길가에선 멧비둘기 부부가 사랑의 단꿈을 꾸다가 화들짝 놀라 날아가기도 하고, 이름 모를 산새들이 지저귀고 풀벌레 소리도 들린다.

임도 변(邊)에 사방공사를 하면서 뿌려놓은 풀씨에 강아지풀 씨가 섞였는지 여기저기에 강아지풀이 무성하다. 강아지풀이 요즘 눈에 잘 띄는 것은 이제 막 출수(出穗)하여 수정을 마친 씨앗이 영글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강아지풀은 볏과로서 외떡잎식물이다. “구미초”(狗尾草) 즉 “개 꼬리풀”이라고도 부르고, “자주 강아지풀” 또는 “제주 개비” 등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리고 출수한 이삭의 색깔이 푸른 것은 “갯강아지풀”이라 하고, 노란 금색을 띠는 것은 “금강아지풀”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장난감이 별로 없었던 시절이라, 금강아지풀을 만나면 그 이삭을 따서 손바닥에 올려놓고 워리워리, 오요오요하고 부르면서 흔들면 졸랑졸랑 꼬리를 흔들며 앞으로 달려오는 꼴이 우습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또 그 이삭을 반쯤 쪼개서 코 밑에 끼우고 에햄에햄 소리를 내며 양코 쟁이 노릇을 하면서 거드름을 피기도 하고, 장난삼아 친구의 옷 속에 집어넣으면 자꾸만 안으로 파고들어가 간지러워 하는 친구를 보고 깔깔대던 때가 어저께 같은데 세월이 무상하다. 그 때 그 친구를 다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하는 상념에 젖는다.

그리고 우리가 어린 시절은 절대빈곤의 시절인지라 잘 익은 강아지풀 이삭을 따다가 절구에 찧어 좁쌀이나 다른 알곡에 썩어 밥이나 떡을 해먹기도 했었다. 그 때 일을 생각하며 사색에 젖어 있는 이 늙은이 귀에 강아지풀의 외침이 들린다.

여기저기 온 들판에
강아지풀 이삭들이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외치는 소리 바람결에 퍼진다.

잘 익은 강아지풀
그 이삭 뜯어다가
좁쌀이나 기장에 섞어
밥이나 떡을 해먹었던
보릿고개 시절도 있었는데…

지나치게 풍요로워지고
소비문화가 극에 달한 오늘
흔전만전 하는 우리네 삶을
꾸짖는 꾸지람일 게다.

* 기장 : 볏과의 한해살이풀로 나서((糯黍)라고 하는데, 수수와 비슷한 곡류이다.
열매는 밥·떡·술·빵·과자 따위의 원료나 가축 사료로 쓰였다.

정찬열 2016-07-29 23:07	황우 작가 회장님 무더위에 고생이 많으시지요 왕복1.6km 목사님의 전용길이되어버린 숲길에 "강아지풀" 저도 어릴적 기억이 납니다. 알곡에섞어 저는 먹어보질 않았습니다만 옆집에서 말려놓은것을... 새록새록 엮어주신 멋진글향에 잘 배독하고 갑니다. 7월과 장마의 끝자락 무더위에 늘 건안 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감사 합니다.

백낙은 2016-07-30 10:49	《Re》정찬열 작가님, 고맙습니다. 적당한 경사에 편도 1.6km라 우리 집에서 왕복하면 4km쯤 되는거리입니다. 내가 산책하기엔 더 없이 좋은 코스랍니다. 그래도 궁핍했던 그 때는 희망에 부풀어 있던 때였습니다. 저도 민주주의 순회강사를 하면서 면단위 행사를 다니면서 "잘 살아보세"라는 희망을 말하고 저도 역시 꿈을 꾸면서 젊음을 불태웠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잘 살기는 하는데 꿈을 잃은 세대가 되고 말았네요. 어버이 된 저희 잘 못이 큰 것 같습니다. 모쪼록 무더위 잘 이기시고 늘 승리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김경렬 2016-07-30 23:52	호젖한 숲길을 산책하시는 위원장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낭만속에 멋진 산책을 하십니다. 강아지풀은 저도 어릴때 한주먹씩 뽑아 장난 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손자도 강아지 풀을 좋아해서 공원에 나가 뽑아주곤 했지요. 그런데 강아지 풀씨를 곡식 삼아 먹었다는 말은 이번에 알았습니다. 끝머리에 시로 매듭지으시는 멋진글 감사히 배독 하였습니다. 더위에 건강 하시고 시원한 여름 나시기 바랍니다.

백낙은 2016-07-31 09:54	《Re》김경렬 작가님, 어서오세요. 발병이 나셨나 안 오시나 했습니다. 젊을 때는 '타향 벗 10년"이라는 생각으로 나이가 여간 많아도 벗을 하곤 했지만 이제보니 저보다 조금이라도 연세가 있으신 분은 존경스러워 진답니다. 봄볓 하루가 무섭다는 말같이 저보다 나이가 적은 분은 아마도 강아지풀 밥의 경험은 못하셨을 것입니다. 삼복더위입니다. 건강 조심하세요. 그리고 온 가족의 건안하심을 기원드립니다.

김상화 2016-07-31 22:50	안녕하세요. 백낙은 위원장님 어린 시절 친구들과 강아지풀 꺾어 장난치던 생각이 떠오릅니다 더구나 산책길에서 많이 눈에 들어오셨나 봅니다 우리나라 어디든 많이 분포되어 흔히 있는 풀이니까요 위원장님 오늘이 7월 마지막 날입니다 보내기가 아쉬운지 땀을 뻘뻘 흘리게 하네요 그러나 손 흔들며 작별 인사하며 보냅니다 8월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백낙은 위원장님!

백낙은 2016-08-01 21:06	《Re》김상화 작가님, 반갑습니다. 옛날에는 손에 잡히는 것이 강아지풀이었는데 요즘은 차를 타고 다녀서 인지 잘 보지 못하다가 산책길에서 눈여겨 보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느듯 7월도 다 가고 8월이 되었네요. 옛 말에 음력 7월은 어정 칠월이라 했는데 어정 어정 하다보면 지나가고 가을이 오겠지요. 무더위 잘 이기시고 건강하시고 건필하소서. 평안을 기도합니다.

박목철 2016-08-05 16:02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더니 오늘 새로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강아지 풀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뜻밖입니다. 저도 어릴때 강아지 풀을 주먹에 올려놓고 주먹을 줬다 폈다하면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신기해서 가지고 놀곤 했습니다. 손주에게 보여 줬더니 관심을 보이지 않더군요, 강아지 풀, 이름이 참 정겨운 풀이고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히 보게 되는 풀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작가님 덕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무더위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백낙은 2016-08-05 21:06	《Re》박목철 작가님. 왜정 말기와 육이오 전후는 정말 견디기 어려웠던 시절이었습니다. 부산에서 피난을 하셨다면 식용 초근목피를 잘 모르실 것입니다. 소가 먹는 풀은 거의 다 먹었고 술찌게미, 개떡, 송구떡 이런 것들도 먹었는데 그래도 그런 것들은 고급입니다. 가장 먹기 힘든 것은 쌀겨랍니다. 쌀겨로 죽을 끓여 먹으면 맛이 있어 먹지만 먹고나면 독 기운 때문에 초죽음이 된답니다. 하늘도 노랗고 땅도 노랗고 온 하늘이 뱅뱅 돌지요. 그래도 배가 고프니 또 먹어야 했답니다. 그 때 일을 말하면 요즘 사람들 듣기 싫어 하지요. 소운님에게 하소연 할 수 있어 좋습니다. 그런 세월을 살았으면서도 요즘 뱃살만 늘어나니 내 자신이 한심합니다. 소운님 감사합니다. 은안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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