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백낙은
ㆍ작성일	2016-04-13 20:25

ㆍIP: 118.xxx.109

휴지통 비우기

휴지통 비우기 // 황우 목사 백낙은

누구나 생활을 하다 보면 쓰레기가 나오게 마련이다. 매번 처리하기가 곤란하니 휴지통이라는 것이 생겼을 것이다. 그래서 집안에도 휴지통이 있고 화장실에도 휴지통이 있다. 만약 그 휴지통을 비우지 않거나 오래 둔다면 악취가 나게 마련이고, 미관상에도 좋지 않겠지만, 위생상으로도 좋지 않은 질병에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나라에서는 고풍 풍기는 건물이 즐비하고 로마 시대 건설한 돌로 포장한 도로가 아주 멋진데, 길거리에 놓인 휴지통을 오래 비우지 않아 관광객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에도 휴지통이 있는데 며칠만 비우지 않으면 온통 쓰레기로 가득하게 된다. 이번에 내가 2주간에 걸쳐 터키와 그리스 등 소아시아 성지 순례를 다녀왔다.
여행에서 돌아와 컴퓨터를 열어 보니 즉석만남 광고, 비아그라 광고와 같은 온갖 스팸메일과 잡동사니들이 정상 메일과 함께 100여 통이나 쌓여있었다. 그래서 휴지통을 깨끗하게 비우고 나니 속이 다 시원했다.

동시에 우리 마음에도 휴지통이 있게 마련이다. 가끔가다가 비우지 않으면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적인 질환까지 생기게 마련이다.
부부간에도 그렇고 친구 간에도 그렇고 사회생활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오래도록 쌓이고 쌓인 휴지통을 비우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는 사실이다.

다 그런지 몰라도 우리 집사람은 40여 년 전에 내가 말실수 한 것들을 용케도 기억했다가 되씹곤 하는 것을 본다. 오래된 것들은 다 비우고 잊어버리면 좋으련만 왜 휴지통을 비우지 않고 마음을 무겁게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꼭 40여 년 전 이야기지마는 우리 부부는 4남매를 두었다. 첫째는 아내가 친정에 가서 출산했기 때문에 장모님이 구완을 했지만, 둘째부터는 집에서 아기를 낳았다. 그때는 가난하기도 했지만, 병원이란 곳은 죽을병이나 들어야 가는 곳이었다. 그래서 모두 집에서 아기를 해산했다.

둘째를 해산할 때인데 아내는 진통하면서도 물을 데우고, 나는 아기를 받을 기저귀와 솜, 거저, 실, 그리고 가위를 소독해서 준비했다. 아내는 비교적 순산을 했다. 내가 탯줄을 실로 묶은 다음 가위로 자르고, 부부가 함께 아기를 더운물에 씻어 눕혔더니,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다. 아내에게 수고했다고 등이라도 한 번 두드려 줄 일이지 어쩌자고 “쏙 빠지니까 시원하지!”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이 얼마나 서운했던지 지금도 가끔 그 말을 하면서 나에게 핀잔을 준다. 그게 경상도 사나이가 웃자고 하는 우시게 소리인데 말이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마음에 두고 휴지통을 비우지 못했으니 얼마나 건강을 해치겠는가 말이다.

사람이 옛날에 연애시절 좋았던 기억을 추억으로 간직할 수는 있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도 첫사랑과의 달콤한 추억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그 결혼 생활이 원만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미국의 저널에 의하면 부모의 삶이 자식에게 전이 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예를 들어 술버릇이 고약한 어버이 밑에서 자란 자녀도 부모를 닮아 술버릇이 고약하게 전이가 된다는 말이다. 부모가 사회생활이 원만하고 부드러우면 자녀의 사회생활도 원만하고 부드럽지만, 그렇지 못하고 지나치게 까다롭거나 몰지각하면 역시 그 자녀도 그것을 닮는다는 것이다.

제가 아는 어떤 사람은 그 아버지 대에서 서로 앙숙처럼 싸우더니 대물림하여 그 아들들도 서로 만나면 싸우는 것을 보았다.

사람이 행복하려면 과거 아팠던 기억들을 빨리 지워 버려야 한다.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푯대를 향하여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의 두뇌는 아주 야릇하여 일부러 잊으려고 하면 잊히게 마련이다. 우리 모두 휴지통 비우기를 잘해서 건강한 삶을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배태성 2016-04-13 23:40	깨끗이 비운 후, 제발 좋은것들로만 채워지길 바라지만, 또 어김없이 조절하기 힘든 것들도 끼어 들기 마련,,,,,,, 그래서 비우고 ,또 채우기를 반복하는 일상에 행여 내일은 하고 희망과 소망을 빌어 보지만 꼭 절망도 따라 붙더라,,,,,,그게 인생인것을 뻔히 알면서도 여지껏 분류심사가 않되는게 이승인것을,,,, 잠깐 동안의 회억이 수십년의 공간을 차지하셨더라도 아직도 비워지거나 없어지지 않는것은,, 작가님이 살아 계시다는 현실에 계시기 때문일 것입낟, 맛깔나는 글 내려 주셔 읽는 사람들도 공감하시게 하시니, 그 또한 즐거움이라 하겠습니다,~!

김경렬 2016-04-14 06:43	위원장님! 벌써 글을 올리셨습니다. 위원장님께서도 정말 말 실수를 하셨습니다. 사모님 께서는 한번씩 재미로 하실것 같습니다. 마음의 휴지통이 제일 비우기 힘든건 사실 입니다. 수양이 된 내공이 깊어져야 쉬워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치매 환자가 행복한 것은 하얗게 지워진 순수함만 남은 때문이기도 하지요. 제 나이 삼십에 큰 형님이 어린 장조카를 서울로 보내 데리고 살았습니다. 육한년때 와서 고3때까지동거동락을 하면서 아들이 네살때라서 큰아들이라 생각하고 함께 살았지요. 대학을 가면서 제 품을 떠났는데 조카가 장성하여 장가를 갔는데, 그해 어버이날에 하루종일 저는 장조카를 기다리고 있던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어요. 허구헌날 공부공부했던 작은집이 지겨웠을 것을 ~~ 제마음에서 하얗게 지우기로 하였답니다. 얼마전에 저는 무심히 한마디하곤 또한번 놀랐지요. 장손이 중고등 학교를 어디서 다녔지? 어머나 우리집이 였네!~~~ 위원장님 글을 배독하면서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이제 나이들고서야 다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고 편안해 지는것을요. 옥고를 배독하며 구구절절 옳으신 말씀 깊이 공감하오며 큰 박수를 보내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황사가 심한 요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김종근 2016-04-14 14:04	백낙은 작가님 안녕하세요. 휴지통 비우기 젊은 날엔 채우는 것을 좋아하여 일 년에 한번도 쓰지 않는 것들도 준비하고 한번도 입지 않은 옷도 이쁘다고 준비하고 쓰레기를 많이 만들었지요. 아까워서 버리지도 못하고 끼고 앉아 짐만 만들지요. 아이들 어릴때 사준 피아노가 그렇습니다. 2~3년 치다 말았는데 아직도 이사 다니며 큰짐이 되고 있습니다. 나이가 먹어가니 이젠 자꾸 버리게 되네요. 빼곡히 채워지면 숨이 막히니 줄이고 비우며 지우면 남는 하얀 공간 여백(餘白)이 좋습니다. 작가님의 휴지통 버리기 공감합니다. 건강 조심하세요.

백낙은 2016-04-14 23:03	《Re》배태성 님 , 배태성 시인님이 여기까지 오셨군요. 옛날 우리 부모님은 반가운 손님이 오시면 없는 것 있는 것 차려서 남은 것 먹을 속셈에 기뻐 했답니다. 또 주무시고 가라고 방을 비워 주시기도 할 때는 한방에서 모두 자야하니까 서운한 생각도 했답니다. 귀한 손님이 오셔서 해보는 소리입니다. 차린 것이 변변찮이 죄송합니다. 휴지통 비우기 잘 하셔서 늘 건안하시고 이 봄날 같이 화사한 가정 이루시기를 기도합니다.

백낙은 2016-04-14 23:20	《Re》김경렬 님 , 김경렬 작가님. 장문의 댓글 주셨네요. 작가님처럼 우리도 옛날 사촌 동생 셋을 어머님이 키우셨는데 매우 서운 하셨는지 "옛 어른들이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랬다." 는 말씀을 하시곤 했습니다. 무엇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말을 해 놓고도 아차! 하고 놀랄 때가 있지요. 주워 담을 수도 없고 말입니다. 부부간이니 좀 잊어 주면 좋겠는데 되색임하니 그 때마다 죽을 맛이랍니다.ㅎㅎㅎ 상대방이 보면 나도 그럴 때가 있겠지요. 그래서 나에게 다짐을 해보는 글이라 여깁니다. 교회나 교인이 나를 몹시 괴롭힌 일이 왜 없겠습니까? 그래도 휴지통을 살피고 또 비우고 또 비우곤 한답니다. 작가님 말씀대로 이제 다 부질 없는 것이랍니다. 제 형님도 연세가 저보다 네살이나 위인데 형님이 잘 못한 것도 아니지만 일부러 찾아가서 화해하시곤 하십니다. 죽을 때까지 맺고 살 필요 없잖느냐고요. 휴지통 깨끗이 비우고 홀가분하게 떠나시고 싶으신가 봅니다.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일 매시 비우고 사셔서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작가님 샬롬입니다.

백낙은 2016-04-14 23:26	《Re》김종근 님 , 김종근 시인님. 밭일은 어지간히 하셨는지요? 환절기에 몸살 감기는 앓지 않으셨나요? 부지런히 일하시는 것 보니 참 좋습니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자꾸만 일해서 무엇이든지 생산만 해 놓으면 꼭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가 먹을 수 있을 것 아닌가하는 생각 말입니다. 저도 아직 이 방 저 방 가득한데 그대로 죽으면 자녀들에게 짐이 될까봐 버려야 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답니다.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안 건필하소서.

소아시아 성지순례 여행기(1)

눈물이 말라가는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