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개미 전쟁.

 이 지구상에는 12.000종이 넘는 개미들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집 정원에도 여러 가지 개미들이 서식하고 있지만 5mm정도 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불개미가 서식하고 있다.

 어느 날 살펴보니 불개미들의 전쟁으로 인해 불개미들의 주검이 수북이 쌓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주검들을 다 셀 수는 없었지만 줄잡아도 만 단위는 넘을 것처럼 보였다. 그야말로 의산의해(蟻山蟻海)였다. 그래서 유심히 살펴보았더니 살아남은 불개미들이 거의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 전에도 개미들의 전쟁을 보긴 했어도 이렇게 치열하게 싸워 의산의해(蟻山蟻海)를 이룬 것은 처음 본 듯하다.

 왜 이토록 치열한 전쟁을 했을까? 불개미들의 색깔이 다른 것도 아니고, 크기가 다른 것도 아니다. 어느 것이 적군이고 어느 것이 아군인지 어떻게 알고 싸웠단 말인가? 아마도 그들만의 냄새로 상대를 구분 했으리라는 집작이지만, 나중에 그 주검들이 뒤엉키면 구별이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자꾸만 의문이 생긴다. 이들에게도 좌익이 있고 우익이 있었던가? 동과서가 있었던 것일까? 종교전생도 아니었을 테고, 사상이 서로 달랐던 것도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영역 다툼이었을까? 영역 다툼이라면 이렇게 거의 다 죽었는데 그 영역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정원의 넓은 곳 다 마다하고 왜 이곳에서 영역 다툼을 했을까?

 6월 호국의 달에 즈음하여 6.25를 생각한다. 200만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6.25 전쟁 때, 내 나이 열둘이었고, 내 고양이 김천인데 청도 매전면까지 피난을 다녀오느라고 그야말로 죽을 고생을 했다.

 피난을 다녀온 후 피난을 가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한 질문이 “빨갱이 들은 모두 얼굴이 빨갛더냐? 그리고 이마에 뿔이 났더냐?” 고 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모두들 “아니”란다. 우리와 꼭 같더란다. 그렇다면 왜 그토록 악착같이 서로 죽이려 했단 말인가 하는 의문이 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었다.

 6.25전쟁이 종식 되고도 60여년, 즉 두세대가 지나갔음에도 그 상처가 치유되지 못하고 있는 지금도 그렇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쪽에서는 핵전쟁 운운하며 긴장을 고조 시켰었다. 이북에서도 이판사판 전쟁이라도 터져 버리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지만, 우리들마저도 미국이 삽시간에 이북의 핵 진지들을 공격하여 완전히 재기의 꿈을 꾸지 못하도록 했으면 하는 마음을 품었던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들었다.

 만약 그렇게 해서 핵전쟁이 일어났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과거의 전쟁 결과는 주검이라도 남았지만, 이제는 주검마저 찾을 길 없는 전쟁 아닌가? 이 세대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 아니 자손만대까지 후유증이 남는 전쟁 아닌가?

 핵전쟁은 고사하고 국지전이라도 일어난다면 우리 모두 어떻게 될 것인가? 현대문명이 살상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결과, 오늘의 현대적 무기는 교묘하게 사람만 골라 죽이는 기술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6.25를 경험한 보수 세대들까지 한판 붙자는 자세를 취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만약 그 어떤 형태의 전쟁이라도 일어난다면 살아남을 자 없겠거늘 왜 자꾸만 전쟁을 부추기는 것일까?

 인간들의 피 속에 가인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일까? 인간에게 살상 본능이 있다는 말인가? 무모한 불개미 전쟁을 보면서 너 죽고 나 죽는 이런 전쟁이야 말로 인간 사회에 절대로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을 되새겨 본다.

 차제에 정부 당국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자존심 같은 것 개나 주라. 남북 간 평화 회담을 조속히 추진하라. 영구적인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다시는 전쟁 공포에 시달리지 않게 하라. 고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우리 민족이 역사에서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