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길선
ㆍ작성일	2021-01-20 16:44

ㆍIP: 211.xxx.68

두 개의 난황 속에서

두 개의 난황의 속에서 소암 이길선

살면서 청천벽력이라는 사자성어는 모르고 살았다.
시국이 시국이니 만큼 밖을 나가기조차 힘든 하루하루
겨우 쓰레기 버리기 위해 하루 한 번 대문 밖을 나갔었다.
그것도 외투에 마후라를 두르고 마스크를 하고
안경을 끼고 모자를 쓰고 난 후에야 가능한 외출이었다.

유난스럽다 할지모르지만 체질이 체질인지라
어떤 병에도 약을 먹을 수 없는 알레르기 체질에 감기조차 들면
2주 동안 고스란히 앓고 나서야 낳을 수 있을 지경이니
매 순간 누굴 만날까 남다른 두려움을 안고 지낸 시간들이다.

그런데 이런 청천벽력 같은 시간이 내게 다가와 부들부들 떨리고
겁에 질려한동안 꼼짝을 못하고 어리둥절 헤매였던 지난 2주 전
아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반가움에 아들! 이라고 목소리 한층 올려 반겼더니
아들이 울고 있다,
이럴 수가 왜? 왜냐고? 아들은 계속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낀다.
불안한 마음이 엄습해 오고 두려움이 밀려드는데,
내가 먼저 너 혹여 코로나 19 확정 판정이냐고 묻고 말았다.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의 건강을 늘 염려하던 터라
내가 먼저 말을 붙였더니.아니란다. 얼마나 다행인가? 그렇다면 왜?
‘엄마 나 암이래요’ 아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아들! ‘이런 농담은 하는게 아니야 엄마 놀랐잖아’ 했더니
이미 서울대병원을 다녀왔고 판독을 보았고 잔뜩 겁에 질린 아들 입에서
[종격동종양]이라는 말을 듣고서 거짓이 아닌 진실임을 인식하고
나는 힘이 쭉 빠지면서 주저앉고 말았다.

처음 들어보는 병명에 의아해 하면서자세히 설명을 해보라 했더니,
엄마 놀랄까봐 미리 말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갑자기 가슴 한켠이 찡하게 아파서 가까운 병원을 내원했었고
사진을 찍어보니큰 병원을 가보라 한다고 해서,
차마 엄마께는 말 못하고 동부인해서 서울대 병원을 다녀온 것이란다.

어이가 없다, 남의 얘기 듣는 것 같았고 드라마 주인공 같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생겼다.
아들이 겁을 먹고 있으니 엄마는 정신을 차려야 했었고
애써 차분하게 아들을 토닥이며 괜찮다고
요즘은 의학이 발달해서 걱정안해도 된다고 말하면서 내가 떨고 있었다.
앞이 캄캄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을 잇지 못하는데,

서울대 병원에서 검사하고 재진까지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기에 그냥 내려왔으니
‘엄마 인맥으로 병원을 알아봐 주세요’ 한다, 내가 아는 데가 없는데 큰일이다.
일단 그렇게 할테니 전화를 끊고 안정을 취하고 있으라 당부를 하고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있어야 했었다,
아들은 엄마를 의지하고 있음이 아닌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데 내가 그럴 힘조차 허락되지 않고
떨면서도 한참을 멍 때리다 생각나는 지인에게 행여나 하는 심정으로 전화를 했었고,
뜻밖에 긍정적인 해답을 얻어내며, 기다림은 또다른 기다림으로 연결고리가 만들어지고,
어줍은 질문에 확실한 대답을 해주는 그 지인의 힘을 입어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는데 얼마나 다행인가.
미궁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을 찾는다는 의미가 이런 것이었구나 했었다.

생각보다 빠른 판단과 희망의 메시지는 또 다른 희망을 심어주고
백번 의지하게 되기까지 불과 하루도 안되어
주간 내 내원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니 드라마가 따로 없음이다.
거짓말 같은 진실을 누가 믿어줄까나, 그러나 사실이고 지금도 진행중이다.

그렇게 주어진 시간 속에 강남에 있는 병원으로 가고 있음이다.
세상 안팍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뉴스가 겁이나지만,
아들을 위해서라면 못 갈 곳이 없는 엄마가 아니던가.
약속으로 이어지는 진찰에서 주치의 농담섞인 진담을 듣고서 조금은 여유가 생겼음이다.
하루라도 빨리 수술하려면 아마도
새해는 병원에서 맞이할 듯 하다‘는 말씀이 얼마나 고마움이었는지 모른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입원하고 검사하고 수술하기까지 4일은 지옥이었다.
어느 병원이던 이미 뉴스에서 들은 바 있지만,
병실이 없어서 대기를 해야했고, 대기하는 동안 우리는 5일실에서 자리를 펴고 기다려야 했었다.
이틀 만에 2인실로 옮길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이 생긴 것이다.
복수가 차있는 것이 의심스러우니 조직검사부터 하고 수술을 해야겠다는 판명이다.
이틀을 그냥 병원에서 지내든지 아니면 내려갔다가 이틀 뒤에 다시 올라와서
조직검사를 하고 2주 후에 수술을 해야할 것 같다는 진단을 듣는 순간 너무나 어이없음에 또다시 지옥이다.
그럼 지금껏 병원생활은 무의미한 것이 되는 것이다.
왜냐고? 진단결과는 계속 범벅되면서 흉부내과와 방사선과 그리고 담당교수의 의견이
이리 저리 흩어졌다 모였다 하기를 간호사와 과닥터와 환자의 엇갈린 시간들은
지금도 상상조차 싫은 시간들이다.
그 마지막 결정타는 역시 교수님의 추진력에 우리는 동의를 했음이고,그렇게 진행함이다.
그것은 “처음 말씀드린대로 먼저 수술로 덩어리를 잘라내고
잘라낸 덩어리에서 조직검사를 하기로 방향으로 잡아주시고
그대로 추진함이 얼마나 다행인지 그 시간만은 천국이었다.

모든 검사와 준비는 끝났고 수술 시간만 기다리는데
간호사의 콜벨이 울리고 수술실 남자간호원이 침대를 가져왔고 수술실로 내려 갈 수 있었다.
수술실 앞에서 엄마를 향해 웃는 아들의 모습은 지금도 가슴을 때리는 고통의 시간으로,
엄마가 이곳에서 몇 시간이 걸리던 꼼짝 않고 응원할테니 겁내지 말고 잠시 후에 보자구나!
그렇게 아들을 수술실로 들여보내고 2시간이 지나도 계속 수술중이라는 문자만 온다.
의사는 간단한 수술이라 걱정 말라고 했는데, 왜 아직일까.수술실 문앞에서 기다리는데
간호사로부터 전화가 왔다.보호자 지금 어디 계세요? 교수님께서 뵙자고 하신다기에,
지금 수술실 앞에 있다니까 잠시 후 교수님께서 나가실테니 기다려 주세요, 한다,
나는 또 지옥문 앞에 선 것이다. 가슴은 요동치고 천만가지 생각이 엉키었다.
진짜 드라마에서 보는 주인공이 될 줄은 몰랐다. 의사 선생님께서 나오시는데
나를 첫째 문 안으로 들어오라 하신다.토끼 눈으로 선생님 눈빛만 처다보는데, 선생님 말씀이
‘수술을 중에 덩어리가 돌덩이처럼 단단해서 수술 부위에서 빠져나오지를 않아
다시 다른 부위를 절개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아무리 빼내려고 해도 빠져나오지 않아서 다른 부위를 3cm 간격으로 다시 절개를 했었고.
그 가운데 피를 많이 흘렸다며 수혈을 해야 한다고 한다.
무너지고 찟져지는 고통을 감내하는데 한 말씀 더 하시는 결과 말씀은
수술은 너무도 깨끗하게 잘 되었으니 염려마세요 하고선
아직 늦게 절개한 부분으로 인해 회복실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조금 늦어도 걱정 말라고 보호자를 찾았다고 한다. 얼마나 고맙고 다행인지 나는 소리 내어 울고 말았다.
그리고 며느리와 통화를 하면서 울고, 딸래미와 통화하면서 울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남을 의식하는 것은 일도 없었다.
얼마나 졸이고 겁먹었던 기운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수술 앞에서 빙글빙글 같은 속도로 같은 방향을 계속 돌고 있었던 것이다.

드디어 아들이 수술실 문 밖으로 나오는데,
아들 이름은 부르니,아들은 눈을 떴고 엄마를 알아보는 듯 눈인사를 한다.
천당 지옥을 오가며 맞이하는 아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7층 병실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나니,
다음날에 며느리는 직장에서 겨우 얻어낸 휴가로 곧장 올라왔고 재회를 함이다.
2020년 마지막 날에 우리는 서울 강남에서 만났고 교수님 말씀대로 우리는 새해를 병원에서 맞이했다,
3일만에 퇴원을 해도 좋다고 주치의가 말씀하시는데도 믿어지지 않음이다.
수술시 때어낸 덩어리를 조직검사 중이니 일주일 후에 다시 올라오라고 하신다.

이리 저리 퇴원수속을 마치고 약처방을 받으면 내려 가는 것인데.
또 돌발이다!
입원시 하이패스를 신청해서 퇴원수속은 그리 올래 걸리지 않았는데
콜벨이 다시 울리며 하이패스 결제 취소에 퇴원을 하면 안된다고 간호사가 알려준다.
또 한번 지옥행이다, 왜? 왜냐고? 답변이 이러하다,
호수를 제거한 자리에 염증이 생긴 듯하다며 ....
흉부내과,종양외과 진단을 담당 주치교수께 전화로 알리고,
새해 연휴 중인 교수님의 오다를 전해받아야 하는 시점에서 또 한번 앞이 캄캄했다.

이미 가방을 정리하면서 입원시 사용했던 모든 물품들은 몽땅 버려버렸는데,
어쩔 수 없이 다시 가방을 펴고 병실을 재정비하면서 울컥 치밀어올라오는 무거운 기운을
며느리에게 보일 수 없어서 세탁하고 오겠다면 병실을 나오고 말았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아들이 보면 불안해 할까봐 재빠르게 빠져나왔다.
새해 벽두에 좋았다가 맑았다가 겁먹고 흐렸다가를 반복하면서 진이 다 빠져버린 내게
간호사들도 너무 어이없어 하면서 그들이 도리어 미안해 한다.

어찌 시작부터 번벅이 끝까지 범벅을(내용은 많아 병원측의 실수를 담을 수 없음이다) 함인지요.
그렇게 표현을 한다. 많은 범벅을 인증함이다.
그런데 또다시 달려온 책임간호사의 말에 우리는 다시 해맑은 미소를 얻음이다.
흉부내과에서 보여진 염증사진을 교수님께 보냈고 교수님께서 처방을 아주 간단히 내려주신 것이다.
그 염증은 나쁜 피가 아니고 물이라서 그냥 퇴원을 하고 1월 6일에 날을 정해줄테니
다시 올라와 조직검사 결과를 보자고 하시며,
퇴원해서 많은 물을 마시고 많은 량의 소변으로 씻어내면 된다시며, 퇴원하라고 다시 명하시니,
또다시 가방을 싸야하는 웃지 못 할 이변이지만 이틀 뒤가 아닌 6일에 검사결과를 보자고 하시니,
그래도 좋아라 가벼운 마음으로 퇴원을 준비함이다.

그리고 일주일 후 6일에 아들 내외는 서울 강남을 올라갔었는데
나는 집에서 좋은 결과만을 기대하고 있음인데. 분명한 것은 운명의 장난이다.
뜻 밖의 진단을 내린 것인가 보다,아들의 떨리는 목소리는 병명이 바뀐 것이 아닌가.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무슨 말인냐고 어이 없어 하니.
원래 병명은 [종격동종양] 이었는데
[생식세포암](생식세포종(Seminoma)은 주로 고환에서 발생하는데,
아들인 경우는 고환 외부(가슴 종격동)에 위치 함이란다.
희귀종이며 주로 악성이라고 하며 그 이상한 명병이 내 아들에게 주어지면서
2주 후에는 부모님 모시고 올라오라고 한다면서 아들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는데
이런 지옥은 없음이다.어쩔 수 없다,

나는 이미 내가 알지 못하는 부분을 인터넷 검사를 하고 있었고
다양하게 그 분야에 학습을 하지만, 진정한 교수님의 말씀만 믿고 따르고 싶다.교
수님의 농담 섞인 진담을 또 들려주셨나보다.아들이 엄마를 위로하는데
“교수님께서 원래 종양외과에서 크게 겁을 주니 너무 무서워하지 말거라,
정말로 무서우면 교수님이 고쳐줄테니 내게 와라‘ 암 덩어리가 단단했고 세포가 모두 죽어 있었고
전의가 전혀 없으니 걱정 말라고 하시더라며“ 엄마를 위로하는 아들이다.

그 말에 조금은 숨을 쉴 것 같아서 내가 하는 대답은 나는 교수님 말씀만 믿고 따르련다.
시종일관 일관성 있는 문답에 취중을 두고 기다리마 했다,
그리고는 애써 여유를 갖고 있는데 –이 밤에 문협의 년회비가 생각났음이다.
새벽 6시에 계좌이체를 하는 성의를 보이면서 마음의 여유를 갖는 이유는 무서워서이다.
결과를 얻어내는 19일 까지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음이다.
그러나 방향을 조금 틀어서라도 여유를 갖고 싶어서 이 이야기를 읊조리고 있음이다.
이 또한 내가 건강하게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이기에 부끄럼은 없음이다.
지난 3주가 그 무서운 서울 한복판을 오가며 그렇게 두문불출하면서 겁을 집어먹었던 코로나19는
이제 내겐 아무것도 아닌양 집 밖을 나서면서 두 개를 겹쳐 쓰는 마스크는 필살기로
내가 행 할 수 있는 유일한 처방이기에
딸아이가 챙겨준 질 좋은 마스크, 사위가 챙겨준 질량이 많은 마스크와
아들 며느리가 챙겨준 마스크들이 집 안 가득이다.
그것들로 그 병원 생활을 해내고 또 다시 올라가야 하는 그 곳은 이미 내게 코로나19의 두려움은 사라졌다.
지난 시간들이 집콕 하던 한 해가 어줍기 그지없음이다.

남아 있는 병원 행 서울 강남에서 머물러야 하는 시간들은 내게 또 다른 세상이 되어
오직 마스크만이 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음을 직시함이다.
나는 지금도 이미 와버린 크고 무서운 두 개의 난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19일 상행선을 타기 까지 철두철미하게 준비는 하지만
또 다시 서울 한복판은 오가야 하는 두려움은 없잖다. 하지만
아들의 엄청난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직시했었고
숙명이 되어버린 새로운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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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주 후 1월 19일 어제.
올해 들어 두 번 째 추운 영하 11도의 날씨에 겁이 없었고
코로나 19 확산에도 진정 겁이 없어진 새벽 5시 상행선에 몸을 실었다.
어떤 결과에도 승복해야겠다는 자세이지만 바람은 간절히 항암치료만은 거부하고 싶은 심정으로,
아들과 엄마는 예약된 시간을 계산하고 그 곳 서울 이른아침의 부산한 출근시간을 생각하며
조금 일찍 도착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일찍 출발함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는 명에 2주 전부터 별별 생각을 동원하며 내가 떨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2주 동안 답답한 마음은 내내 인터넷 검색을 열고,
보고 또 보고 종일토록 생식세포암의 경우들을 두루 답습을 함인데,
지금 상행선에서 생각나는 구절은 선천성이라는 설명의 구구절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고 함인가?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어떻게 이른 일이 내게 닥쳐온 것일까, 복잡해지는 머리를 흔들어 깨우니
두 시간이 훌쩍 가버리고 서울 도시 한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정한 병원으로 들어서는데 불안함은 더 쌓이고
애써 아들은 올려다보며 두 눈으로 서로를 걱정하는 母子.
주어진 병동에서 순서에 따라 차례를 지키는데 많은 시간이 흘렀고
또 환자는 어찌 그리 많은지 –
그 이른 시간임에도 빠른 수속을 끝낸 환자들의 대기번호는 한참이었다.

드디어 종양외과 담당주치의 앞에 앉았는데. 먼저하시는 말씀이 "암이 아니니까 항암은 필요없고."
자세한 설명과 분석들을 해 주시는데,
그 말씀이 “암은 아니니까'로 십년감수를 이미 함이다.
최종 병명은 ‘흉선종‘ 으로 판명을 하시니 기가 막힌다.
그러나 흉부내과에서 수술한 부위의 가장자리에 한 부분에 의심사항이 있으니
방사선과로 의뢰할 터이니 그곳에서 방사선 치료가 필요하다면 받으시고
아니면 안 받아도 된다는 사실을 듣고 나니 어이는 없지만
얼마나 다행인지, 만약 암이고 항암치료 운운할까봐 지뢰 겁을 먹었던 시간들이
눈 녹듯 사라지니. 방사선정도는 아무것도 아님이다.
그러나 말을 탔으니 종을 앞세우고 싶은가보다, 될수만 있다면 방사선도 피해가고 싶은 심정이 욕심일까?!
오전 진료가 꽉 차 있으니 오후 3시쯤에 방사선과로 가라고 하신다. 조금 싱겁다는 생각이 들면서
하나만 질문 있어요? 했더니 의사선생님께서 나를 쳐다보신다.
부모님 모시고 오라고 하셨기에 이렇게 달려왔습니다. 하실 말씀은? 했더니.
의사선생님 대답은 이러하다 ‘할 말이 없습니다.' 하신다, 네?
무책임함을 느끼지만 가벼운 병명에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다.
만약 생식세포암 이었다면 부모님께 드릴 말씀이 있었다는 간호사의 답변을 뒤로하고,
우리는 오후 3시를 기다려 방사선과 앞으로 갔었고
순번에 따라 진료실 안으로 들어가니.방사선과 의사선생님 말씀이
“사진을 보고 또 보아도 너무나 애매모호해서
방사선 치료를 꼭 해야 된다는 말도.
안 해도 된다는 말도 할 수 없으니 환자분께서 선택을 하세요.“고 한다.
무슨 이런일이,,, 이런 대답을 듣고자 4시간을 병원안에서 기다렸단말인가?! 어이없어 함인데,
결혼했습니까?, 네, 아이가 있습니까? 아니오, 이 질문들을 받아 안고서는
아들이 질문을 시작한다. “방사선 치료 얼마나 해야 하나요?”했더니
25일을 매일 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방사선 치료를 안 받으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나요? 했더니
수술부위에 작은 상처가 있는데 혹여 그곳으로 잔재가 있다면 1년 혹은 2년뒤에
나쁜 결과가 있을 법하니 병원 측에서는 받기를 권고한다며 말끝을 흐린다.

그 많은 날들을 방사선치료를 위해 입원을 할 수는 없으니, 지방에 있는 병원에서 받아도 되나요?
했더니 그렇다면 종양외과 주치의의 소견서가 필요한데
의사선생님 퇴근시간이 지나서 싸인이 없으니 불가능하다고 한다.
진료 받을 때는 방사선과 담당의의 처분만을 지시했을 뿐
지방에서 치료받아야 한다는 말씀은 없었다고 해명을 하는데
진짜 기가 막히는 순간이 또 생긴 것이다.
진료를 의뢰해서 종양외과에서 방사선과로 옮겨왔는데
지금은 방사선과에서 외과의 싸인이 없으면 안된다고 하고,,,,,,,
꼬이고 겹치고 반복되는 의문에서 헤맬 때가 아니었다,
잽싸게 종양외과로 달려가니 문이 진료가 끝났고 문은 닫혀있다.
어찌하나 받게 되어도 지방에서 받아야 하기에, 소견서는 필수인데,
오늘 받아가지 못하면 서울 왕복을 또 해야 함이다. 멘붕 상태인데,
간호사 한명이 잽싸게 뛰어가는 모습을 포착했었고,
돌아서는 그녀의 살짝 미소로 지으며 “싸인 받았어요, 자칫 못할 뻔 했어요”하면서
간호사도 웃는다. 다행스럽기는 하지만 황당하기는 매 일반이다.

우리는 다시 흉부내과로 내려가서 실밥을 뽑고 드레싱을 한 후
모든 서류를 준비함에 분주함인데, 내게 전화가 왔다,
흉부내과 간호사라고 하며 지금 어디 계시나요? 나는 또 놀랐다,
‘네 아직 병원 안에 있어요‘했더니 흉부내과 교수님께서 뵙고자 한다며 그 곳으로 오라고 한다.
오늘은 진료가 없으셔서 아니 계셨으니, 못 뵙고 돌아감을 못내 아쉬워함인데.
어찌 연락이 닿았고 잠시 만나주시겠다며 달려오신 것이다. 그 고마움을 이루 말 할 수 없음이다.
처음 진단해 주셨고 모든 절차를 밟아주셨고 수술도 집도하셨으니
나는 그 분 말씀만 듣겠다는 오직 한 마음이 있음인데
이렇게라도 만나 뵐 수 있어서 다른 바람은 없음이다.
저 만쯤에서 기다리고 계시는 교수님을 뵈니 어찌나 반가웠던지...
시종일관이란 단어는 이렇게 다시 한 번 쓰도 될 만큼이다.

교수님께서 하시는 말씀은
“아- 오늘 찍은 사진도 살펴보았고 두루 결과지들을 보았는데,
큰 이변 없으니 걱정 하실 것 없고 3개월 후에 한번 내원 해주고,
6개월 후에 한 번 내원해주시면 되요.“하시며 웃으신다.

너무나 당연한 말씀을 해주셔서 몸은 이미 구십도 절을 하고 있음이다.
어쩌면 그 말씀 듣고자 이렇게 왔는지도 모르는 우리들에게,
바로 그 말씀을 아주 편하게 해주시니, 잠시 전까지의 골머리까지도 말끔해 졌다.
준비해 간 녹차 한 통을 전하며 아픈 아들을 둔 엄마의 작은 마음을 전하기까지,
교수님의 인격에 인품이 한 아름이라고 내게는 온전히 믿을 의사선생님으로 인식되었다,

마무리 서류들을 챙겨서 하행선에 몸을 싣고 돌아와
하루가 지났으니 후유증과 피로는 사라지고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와
남은 한 가지 숙제 하나, 방사선과 의사선생님 말씀으로
‘방사선치료’를 하느냐 마느냐 이것이 문제다.

선택은 환자 한 사람이 하지만 여러명의 조언도 필요함이니
엄마로써 할 수 있는 말은 혹여 모를 나중을 위해서
지금 말끔하게 방서선 치료가 필요하지만 25번의 방사선 치료가
진정성이 없는 만약을 위한 것이라니,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여지가 아니지 않니라며 말긑끝 흐렸다.

아들은 방사선치료가 정영 필요하다면 병원에서 꼭 받아야 한다고 말할터인데.
그것이 아니니까 받지 않겠다며 앞으로 3개월 지나 담당교수님을 뵙고,
지난 결과와 다가올 미래 지향을 의논해보겠다는 작심을 들었고.

며느리 또한 꼭 필요하다면 만사를 제쳐놓고 방사선치료를 받아야하지만
병원에서도 애매모호하게 말씀을 하시니 저희들에게는 임신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방사선은 임신에 최악이라 여겨져 저도 남편생각과 같아요.

그렇다면 내 생각은 그리 중요하지 않음이다.
너희들 생각이 하나가 되면 그것이 어떤 방법이든 진행하렴.
나는 엄마로써 해야 할 일을 이제 다 한 것 같구나! 였다.

언제까지나 잊혀지지 않을 2021년 새해가 아닐까 싶다.
이쯤에서 휴! 한숨 한 번 쉬고 休 함이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결코 쉬운 수술이 아니었음을 재인식하고
마음을 담아 담당 교수님께 공수 배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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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석달 후
예약한 병원을 향해 아들 며느리는
아침 일찍 준비해서 병원을 방문했고 주치의의 권하는 검사를 또 받고서야
진정성 어린 그리고 확고한 판정을 얻어냈다.
이제 아무것도 안해도 된다고 완치라는 단어가 그저 고맙기만 했었다.
어수선한 하고 겁도 나는 현실을 한참을 숙제하면서
조금이라도 뉴스가 맑아지면
지인들을 찾아 감사의 인사를 하겠다는 약속의 통화를 하고 난 뒤
나도 모른 사이에 푹 자고 났더니 개운하다.
지난 100일쯤의 애간장 여정은 두고 두고 기억하며 감사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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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열

2021-01-21 15:46

`이길선`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소암 이길선 작가님
길고긴 원고를 단숨에 배독하면서
기간으로 는 짧지만 경자년과 신축년 2년의
짧은 시간이 진정 2년처럼 느껴지셨겠네요

천당과 지옥을 往來 하시기를 수십번
부모의 마음속에 얼마나 큰 상처가 나셨을까
생각하며 그래도 불행중 다행인것은 아직 아이를
갖지 못한 상황에 방사선 치료를 받지 않은 것이
얼마나 천만 다행한 일입니까

까맏게 속이타는 부모님 심정을 자식들은 알아줄것인지
가슴 조이는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가내 健安하시기를 기원 합니다.


이길선	정찬열 작가님! 반갑습니다. 이렇게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무한 감사드립니다. 두서 없는 글을 배독해주시고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숨쉬기 조차 어려운 현실을 밥먹기 싫어하는 아이처럼 꾸역 꾸역 그렇게 한 달을 보내고 그래도 좋은 결과로 인하여 일상을 되찾게 되었답니다. 생각은 시간 속에 자꾸 바뀌더라구요. 어쩔 수 없는 염려를 간섭하지 않겠다 하면서 결국 뱉어버린 말이 '1 ~2년 뒤를 생각하면 반드시 받아야 할 25시간의 방사선 치료를 권장하면서 아들생각과 며느리생각을 바로잡기까지 아들인생에 간섭이 아닌 관심을 갖고 권장의 결과 월요일부터 치료를 받기로 했답니다. 행여라도 혹시라도 있으면 안되는 후유증이 지금의 고통을 몇 배로 감당해야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내린 결론이랍니다	1/22 23:44

이길선	작가님의 진솔한 마음자락 내려주심에 소암은 평생 기워갚을 고마움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문협에서 뵐 날까지 늘 건강하십시오,	1/22 23:45

이길선 2021-04-15 03:24	어쩌면 잊어버리고 싶은 100일이겠지만 오래토록 결코 잊지 못한 100일입니다. 어줍게 나열한 글이 부끄럽지만 현실감이 있어 그대로 저장합니다. 함께 해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임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킬 약속